[경주문협회원작품읽기] 를 시작하며
시란 것이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시도 시인도 양산 되고 있지만 정작 읽히지는 않는다고들 말하는데 이 난제를 풀어가려 노력 사람도 있어야 시가 살아남을 수 있겠지요.
지난 해 가입한 이래 우선 경주 문협 회원 개개인의 면면을 익히는 일과 그분들의 작품을 읽는 일을 틈틈이 계속해왔습니다. 그 일환으로 게시판에 게재된 회원 작품을 한 독자로서 자유로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작업이 더러는 작가의 표현의도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고, 그밖에 문법적 오독이나 불필요한 오해를 파생시킬 여지도 있을 듯합니다. 해서 되도록 ‘해독’에 주력하되 ‘평설’은 억제하려 합니다. 부족한 점은 관용하고 양해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무쪼록 제게는 이 작업이 문학 공부가 되고, 회원여러분들에게도 시 읽기에 도움이 되며, 나아가 경주문협 회원 여러분들의 노력이 결실을 이루며, 회원들 사이에 [문학적 소통]이 든든하게 중심을 잡는 그런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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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문협회원작품읽기2 - 닐손의 장어 / 최윤정
[원작시] - 2014 김유정 신인문학상 시 당선작
닐손의 장어
최윤정
우주의 하루를 살았다
하늘은 가장자리가 부서져 내렸지만 둥긂을 포기하지 않았다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가,를 생각하는데 오전을 보내고
구름 귀퉁이를 기어가다 미끄러진 지렁이를 잡아먹는 동안
느루 내리는 비처럼 은사시나무의 오후가 지나갔다
고함치듯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무지막지하게 지붕을 덮어버린 꽃잎이나 잠깐
흘러들어온 냄새에 온 정신이 홀리기도 했지만
그것이 시간의 다른 얼굴이라면 나는 잠시 시간을 사랑했던 것
나의 하루는 길어서 이미 사라진 시간의 꽁무니 뒤로
수만 마리의 새가 부리를 비비며 날아갔다
나뭇잎 한 장이 만든 그늘 아래 고개를 묻고
어쩐지 경건한 마음으로 어제를 떠올리는 건
기도 없이는 할 수 없는 일, 손대신 온몸을 모은다
찰나에도 떴다 지는 별과 무시로 바뀌는 바람의 온도
둥글고 긴 허공을 이해하는 동안 귀돌에 새겨진 시간들
새가 떠난 나뭇가지처럼, 나뭇가지 그림자를 부풀리며 지는 해처럼
돌아보면 침묵같이 아득한 하루를 살았다
* 닐손의 장어 : 1859년 당시 8살이었던 사무엘 닐손이 우물에 던진 후, 2014년 8월 죽은 것이 발견될 때까지 155년 이상을 살았다는 뱀장어.
▲ 최윤정 // 한국문협 경주지부 회원.
*자료출처: 경주문협 |시 및 시조, 이원주 | 조회 25 |추천 1 |2016.06.1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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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읽기]
닐손의 장어
최윤정
우주의
하루를 살았다.
(나는 우주의 하루를 살았다. 그것이 내게는 일생이었다.)
하늘은 가장자리가 부서져 내렸지만
둥긂을 포기하지 않았다.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가,를 생각하는데
오전을 보내고,
구름 귀퉁이를 기어가다 미끄러진 지렁이를 잡아먹는 동안
오후가 지나갔다, 느루 내리는 비처럼
은사시나무의
(우물 속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가장자리가 부서져 내려 조금 이지러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둥그스름하다.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가 하는 생각을 하며 오전을 보냈다. 그러고는 구름 귀퉁이를 기어가다 미끄러진 지렁이를 잡아먹기도 하였는데, 그 사이에 오후가 훌쩍 지나가버렸다, 늘 내리는 비처럼 지나간, 은사시나무처럼 떨며 보낸 오후였다.)
온 정신이 홀리기도 했다,
고함치듯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무지막지하게 지붕을 덮어버린 꽃잎이나
잠깐 흘러들어온 냄새에.
하지만 그것이 시간의 다른 얼굴이라면
나는 잠시 시간을 사랑했던 것
(때로는, 고함치듯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릴 때나, 무지막지하게 지붕을 덮어버린 꽃잎을 볼 때나, 잠깐 흘러들어온 냄새 따위에 온 정신이 홀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다만 시간의 다른 얼굴이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단지 잠시 시간을 사랑했던 것이다.)
나의 하루는 길어서
수만 마리의 새가 부리를 비비며
이미 사라진 시간의 꽁무니 뒤로 날아갔다
나뭇잎 한 장이 만든 그늘 아래 고개를 묻고
경건한 마음으로 어제를 떠올린다.
어쩐지 기도 없이는 할 수 없는 일
손대신 온몸을 모은다.
(그러고도 나의 하루는 길어서 수만 마리의 새가 부리를 비비며 이미 사라진 시간의 꽁무니 뒤로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기도 했었다. 나는 그렇게 긴 하루시간 가운데서 나뭇잎 한 장이 만든 그늘 아래 고개를 묻고서 경건한 마음으로 어제를 떠올린다. 어쩐지 이것은 기도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여겨져서 기도하려고 손대신 온몸을 모은다.)
찰나에도 떴다 지는 별과
무시로 바뀌는 바람의 온도
둥글고 긴 허공을 이해하는 동안
귀돌에 새겨진 시간들
(찰나에도 떴다 지는 별과, 무시로 바뀌는 바람의 온도, 둥글고 긴 허공, 그런 것들을 이해하려 애썼다. 그러는 동안 내 귓돌에 새겨진 시간들을 알아차렸다.)
새가 떠난 나뭇가지처럼,
나뭇가지 그림자를 부풀리며 지는 해처럼
돌아보면 침묵같이 아득한
하루를 살았다
(나는 그렇게 하루를 살았다. 새가 떠난 나뭇가지처럼, 나뭇가지 그림자를 부풀리며 지는 해처럼 살았던 것이다. 돌아보면 나의 일생, 우주의 하루는 침묵같이 아득하다.)
* 닐손의 장어 : 1859년 당시 8살이었던 사무엘 닐손이 우물에 던진 후, 2014년 8월 죽은 것이 발견될 때까지 155년 이상을 살았다는 뱀장어.
( 나는 한 마리 뱀장어이다. 사무엘 닐손이라는 아이가 여덟살이던 1859년 때부터였다. 닐손에 의해 나는 이 우물 속에 던져졌고, 그로부터 줄곧 이 우물 속에서 홀로 살아왔다. 내가 죽은 것이 발견되었을 때가 2014년 8월이니, 무려 155년 동안을 홀로, 그렇게 살았던 것이다. 이 우주에서는 하루같은 찰나의 시간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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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원작시]와 [작품읽기]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작품읽기]는 원작시에 대하여 <독자의 입장에서 해득하고 수용한 바를 다시 서술한 것>입니다.
- 이에 따라 시행을 다르게 배열하였고, ( 청색 )을 덧붙여 앞 시구의 중심 내용을 서술하여 시상의 내용을 드러내었습니다.
- 또한 시에 따라서는 글자의 크기를 ‘작게’ 하거나, 또는 ‘짙게’ 한 것도 이 시의 중심 주제와 연관하여 의미의 비중을 다르게 이해하였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닐손의 장어*
최윤정 原作, 조기현 讀解
나는 우주의 하루를 살았다. 그것이 내게는 일생이었다.
우물 속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가장자리가 부서져 내려 조금 이지러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둥그스름하다.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가 하는 생각을 하며 오전을 보냈다. 그러고는 구름 귀퉁이를 기어가다 미끄러진 지렁이를 잡아먹기도 하였는데, 그 사이에 오후가 훌쩍 지나가버렸다, 늘 내리는 비처럼 지나간, 은사시나무처럼 떨며 보낸 오후였다.
때로는, 고함치듯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릴 때나, 무지막지하게 지붕을 덮어버린 꽃잎을 볼 때나, 잠깐 흘러들어온 냄새 따위에 온 정신이 홀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다만 시간의 다른 얼굴이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단지 잠시 시간을 사랑했던 것이다.
그러고도 나의 하루는 길어서 수만 마리의 새가 부리를 비비며 이미 사라진 시간의 꽁무니 뒤로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기도 했었다. 나는 그렇게 긴 하루시간 가운데서 나뭇잎 한 장이 만든 그늘 아래 고개를 묻고서 경건한 마음으로 어제를 떠올린다. 어쩐지 이것은 기도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여겨져서 기도하려고 손대신 온몸을 모은다.
찰나에도 떴다 지는 별과, 무시로 바뀌는 바람의 온도, 둥글고 긴 허공, 그런 것들을 이해하려 애썼다. 그러는 동안 내 귓돌에 새겨진 시간들을 알아차렸다.
나는 그렇게 하루를 살았다. 새가 떠난 나뭇가지처럼, 나뭇가지 그림자를 부풀리며 지는 해처럼 살았던 것이다. 돌아보면 나의 일생, 우주의 하루는 침묵같이 아득하다.
* 닐손의 장어, 나는 한 마리 뱀장어이다. 사무엘 닐손이라는 아이가 여덟살이던 1859년 때부터였다. 닐손에 의해 나는 이 우물 속에 던져졌고, 그로부터 줄곧 이 우물 속에서 홀로 살아왔다. 내가 죽은 것이 발견되었을 때가 2014년 8월이니, 무려 155년 동안을 홀로, 그렇게 살았던 것이다. 이 우주에서는 하루 같은 찰나의 시간이겠지만.
첫댓글 이렇게 해설을 덧붙여 주시니 시가 더 좋아보입니다, ^^
이 작품이 참 좋은 작품이고, 또 이원주 시인께서 추천하여 올려 주신 게 이 작업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읽으시고 제게도 나눠 주시기를...
네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