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쉬오름
빼어난 균제미 자랑하는 구좌읍의 여왕오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와 송당리에 걸쳐 있는 다랑쉬(月郞峰·382.4m)오름은 균제미(均齊美·균형이 잘 잡히고 잘 다듬어진 아름다움)가 빼어나 구좌읍을 대표하는 여왕오름으로 불린다. 최소 지름 1km에 비고(比高·평지에서 치솟은 산 자체의 높이)가 200m에 이르는 큰 덩치임에도 어느 쪽에서 바라보든 가파르면서도 매끈한 원추형 외모를 보이고, 제주말로 ‘굼부리’라 불리는 분화구 또한 한쪽(남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반듯한 원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다랑쉬는 제주 전설의 거신(巨神) 설문대할망과 얽힌 전설이 전해지는 오름이다. 설문대할망이 치마에 흙을 담아 나르면서 오름을 하나 하나 만들던 중 다랑쉬가 유독 도드라져 주먹으로 내려치는 바람에 가운데가 움푹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분화구 깊이는 백록담과 같은 115m에 이르고, 바닥 지름은 30m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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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새로 수놓인 초원 분화구를 따르는 다랑쉬오름 탐승.
다랑쉬라는 지명은 굼부리가 달처럼 둥글게 보여 ‘랑쉬’라 불렸다는 설과 오름 주변에 있던 다랑쉬 마을(月郞洞)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는데, 월랑수악(月朗秀岳) 혹은 월랑수(月朗岫)라는 이름도 지녔던 것으로 보아 달과 인연이 깊은 듯싶다. 때문인지 오름 자락이 뻗어내린 송당리마을 주민들은 “다랑쉬에서 떠오르는 달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자랑한다 하고, 추석 보름이면 구좌읍 주민들뿐 아니라 제주 곳곳에서 달구경하러 다랑쉬에 오른다고 제주의 오름 나그네들은 말한다.
다랑쉬오름으로 다가서는 길은 가을의 전형을 그린 풍경화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들녘을 빼곡히 덮은 억새는 흰빛 물결로 일렁이고, 그 뒤편에 다랑쉬오름이 거대한 장벽처럼 솟아 있다. 탐승로는 주차장에서 분화구 둘레에 이르기까지 가파른 길을 따라 폐타이어 패드를 깔아놓았으나 몇 해 전 간간이 좌우로 길을 틀어놓아 예전에 비해 힘을 덜 들이면서 오를 수 있다.
널찍한 주차장에서 ‘다랑쉬오름’ 표석이 세워진 산길을 따르다가 삼나무와 편백나무 우거진 숲을 빠져나가면 왼쪽으로 손자오름(230m)이 봉긋 솟아 반기고, 등뒤로는 도너츠형의 분화구를 이룬 아끈다랑쉬(小月郞峰·198m)가 빤히 내려다보인다. ‘아끈’은 둘째라는 의미의 제주 말로 ‘새끼다랑쉬’라는 뜻이다. 결국 다랑쉬는 그 기슭에 새끼와 손자까지 거느리고 있는 품 넓은 오름인 셈이다. 손자오름 뒤편에서 거대한 프로펠러를 빙빙 돌리는 풍차가 더욱 정겹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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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듯한 원형의 분화구 뒤로 펼쳐지는 들녘 곳곳도 오름이 봉긋 봉긋 솟아올라 더욱 편안하게 느껴지는 곳이 제주다.
파란 하늘 아래서 보랏빛 쑥부쟁이와 도깨비풀 꽃이 화사한 빛깔로 뽐내는 산길을 따라 분화구에 올라서면 억새가 흥겹게 몸을 흔들며 반겨주고, 그 너머로 거대한 분화구가 가슴 섬뜩케 하는가 하면 분화구 뒤쪽 멀리 솟아오른 대왕오름이 가슴 벅차게 한다.
분화구 순례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야 제격이다. 가파른 초원 능선을 따라 오름 정상에 서면 비자림숲을 곁에 끼고 있는 돛오름(243m)과 그 뒤로 둔지오름(287m)에 이어 김녕과 함덕 앞바다까지 가까이 바라보인다. 제주의 3분의 1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분화구 남서단에 놓인 널찍한 데크 또한 가을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조망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조선시대 때 성산 고성 사람으로서 효자로 이름난 홍달한(洪達漢)이 숙종이 승하하자 올라와 북녘 하늘을 바라보면 슬피 울었다는 오름 정상에는 당시 흔적은 찾을 길 없고 산불감시초소가 덩그라니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일대는 패러글라이더들에게 활공장으로 이름나 있다.
다랑쉬는 오름나그네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산책로로도 인기가 높은 곳이다.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어둑해질 저녁 무렵까지도 오름을 도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름 탐승은 1시간 반이면 넉넉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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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랑쉬오름은 분화구에 올라설 때까지만 해도 멋진 조망을 누릴 수 있다. 들녘 뒤로 손자오름이 보인다.
■드라이브 코스
제주시에서 번영로(동부관광도로·동부산업도로·97번)를 타고 표선 방향으로 향하다 대천동사거리에서 송당 방면으로 좌회전(1112번)한 다음, 송당사거리에서 성읍 방면으로 우회전(1136번)한다. 이후 손자봉 기슭 삼거리에서 하도리 방면으로 좌회전 후 50m 지나 왼쪽 ‘다랑쉬로’라 표시된 시멘트 농로를 따라 직진하면 다랑쉬 주차장에 닿는다.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갈 때는 주소모드에서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산 6번지’를 입력한다.
■다랑쉬오름 주차장 좌표 N33 28 30.0 E126 49 35.8·해발 16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