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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입을 떼자, 세상의 고통은 이미 모두 봐온 사람처럼 침체되었던 눈과는 달리 놀랍도록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말이 아
니라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같은 기분좋은 멜로디가 배경에 깔려있는 것 같다고, 소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년을 주시했다.
“그래요? 팔이랑 다리 아프진 않아요?”
소년은 어떻게 그런 것을 말했는데도 그렇게 쉽게 믿을 수 있느냐는 듯 눈썹을 찡그린채 소녀를 관찰했다.
“왜요? 아. 생각해보니까 아까 그 파랑새랑 눈빛이 똑 닮아서요. 두쪽 날개 다친 것도 그렇고, 다리 하나만 부러진것도 그렇고.”
소녀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한채 소년과 함께 노을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내 또래같은데, 몇 살이예요? 계속 존댓말 쓰려니까 어색해서.”
해가 지고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을때 소녀가 조금씩 몰려오는 밤공기에 몸을 웅크리며 물었다. 소년은 자신의 나이를 기억하
지 못해 한참을 고민했다.
“전 열다섯이예요.”
“동갑이네, 말 놓을래요?”
“그래요.”
소년은 대화로 죽을 쑤어먹든 밥을 지어먹든 관심이 없어, 또 멍하니 앉아 별들을 기다리려했다.
“치료 안할거면, 배는 안 고파? 빵 먹을래? 아까 파랑새 주려고 가져온건데.”
소녀는 주머니에서 잔뜩 찌그러지고 볼품없는 빵을 내밀었다.
소년은 소녀가 신기하기만 했다. 자신이 파랑새라고 말했는데도 금새 그런가보다, 하며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것도 그랬고, 파랑
새 따위가 뭐라고 이렇게 챙기려고 하는것도 우스웠다. 이 소녀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걸까.
소년은 날기 시작하면서 세속의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았지만, 소녀에게 그것을 설명하자니 소녀의 오해를 풀어줄 정도
로 소녀에게 관심이 없었고, 그렇다고 또 거절하면 소녀가 자꾸 먹으라고 강요할까봐 그저 번거롭기 싫은 마음에 그 빵을 받
아 한 입 물었다. 맛이라곤 방부제 맛밖에 느껴지지 않는 싸구려 빵이었지만, 소년은 그나마 성의를 봐서 그것을 모두 먹어치웠다.
진심으로 다른 목적 하나 없이 생명 그 자체를 걱정해서 자신을 돌봐준 사람은 처음이었으므로.
“안 아파? 내가 도와줄까? 나 팔 끼워맞추는 건 할 수 있는데.”
소녀가 유심히 소년을 바라보며 자꾸만 소년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 소년의 마음에 걸렸다. 여지껏 살면서 댓가없는 관심은 없다
는 것을 소년은 경험으로 뼈저리게 느꼈었다. 소녀가 예외일거라고 생각하고 기대는 멍청한 도박은 하고 싶지 않았다.
“됐어.”
새로운 감정을 경계하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차갑게 목소리가 나가서 소년은 당황했다. 그러나 살면서 모두의 차가운 음성에 무
뎌진 소녀는 그것을 눈치챘어도 티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소년에게서 자신의 향을 맡았다. 외톨이의 향. 소년을 동정하기엔 소녀
의 감수성은 힘든 세상의 풍파에 무뎌져 버거웠지만, 그저 옆에 있는 것이 편하다는 사실은 애써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 그럼, 매일 같은 시각에 먹을거 갖고올테니까 이 집에만 있어야해? 그 몸으로 어디 다닐 순 없잖아.”
병원에 가지 않을거라는 것을 말하지는 않아도 당연한 사실이라는 것을 느낀 소녀는 구지 소년에게 강요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말
했다.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도 그랬으니까.
살며시 미소짓는 소녀를 집 앞뜰에 떨어진 유성별마냥 신기하게 관찰하던 소년은 그제서야 소녀가 푸른 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을 제대로 깨달았다. 자신의 깃털과 같은, 푸른 하늘색.
사실 먹을건 내겐 필요없어, 라고 말하려는데 소녀의 눈이 다시 한가득 눈에 머금어졌다. 그 눈에서 소년은 다른 것을 읽었다. 자
신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그 마음을. 소녀에게서는 소년에게서 나는 외톨이의 향이 났다. 하지만 소년의 눈은 우주처럼 침체되
어버렸고, 소녀는 소년의 우주에서 빠져나온 별들을 모두 모아다 머금은 것처럼 환하게 웃을 줄 알았다. 소녀는 강했다.
“좋아.”
싫어, 됐어, 라고 말하려던게 소년도 모르게 저절로 좋다고 튀어나갔다. 소년은 입을 틀어막으려다 관두기로 했다. 벌써 날기 시작
한지 몇년동안 아무런 감정조차 느끼지 못했다. 공기를 날개에 받는 즐거움 외에는 백지 상태였던 소년에게 소녀의 푸른색은 하늘
과 같은 익숙함이면서도 새로운 색들의 현란한 무지개였다.
그 날, 소녀는 밤공기에 떨며 마루에 앉아있었지만, 소년은 그것을 무심하게 바라보기만 할뿐 자신의 온기를 나누기 위해 소녀에
게 다가가 앉지는 않았다. 소녀는 다음 날 아침 고아원에 들어가 한번 혼나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한번 무시 당한 후 언제나와 똑
같은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냈고, 소년은 혼자 마루에 앉아 오랜만에 느껴보는 땅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착잡해했다.
“안녕.”
“안녕.”
“오늘은 크림이 들어간 빵을 갖고왔어.”
소년은 세 달동안 필요하지도 않은 빵이나 소녀가 싸온 급식 중 일부분을 먹었고, 소녀는 딱히 필요하다고 느껴보지 않은 친구
를 얻은것마냥 소년과 꼬박 두 달을 보냈다.
그들은 간결한 대화빼고는 하지 않았지만, 매일 같으면서도 다른 노을들을 바라보며 서로의 숨소리에 서서히 익숙해져갔다.
출혈이 심해서 파랑새의 모습 그대로 있으면 죽었을거라던 소년은, 어느 날 다시 파랑새로 돌아갈만큼 몸이 나았다고 선포했
다. 사람의 몸 그대로도 날 수 있지만, 그러면 너무 이목을 끌어서 파랑새의 형태로 날아다니는 것을 선호한다고, 소년은 설명했
다.
점점 추워져서 이제는 코트가 없으면 돌아다니기에 무리가 있기 시작한 날이었다.
“그럼 이제 날아가서 다신 돌아오지 않겠네.”
소녀가 말했다. 소녀는 울지 않았지만, 소녀의 주먹은 꼬옥 쥐어졌다 펴졌다했다. 소년은 그래, 라고 대답하려다가, 자신도 모르
게 목이 막혀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낫자마자 다시 날아다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만 더 남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를 소년은 몰랐다. 예전에
는 세속에 대한 미련이라고 단정짓던 행위가 지금은 애착이란 것으로 바뀐 줄 소년은 모르고 있었다.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까.
“사실 파랑새로 돌아갈 수만 있는거지, 날갯짓을 하지 못해서 아직 날아갈 순 없어.”
소년은 처음으로 소녀에게 거짓말을 했다.
처음보다 꽤나 문장이 많아지고, 이제는 소녀가 먼저 말을 걸지 않아도 인사하게 된 소년의 거짓말이 혀 끝에서 쌉싸름하게 맴돌
았다.
“그래? 그럼 조금 더 남을 수 있겠네.”
소녀는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소녀의 눈에는 안도의 한숨이 어려있었다. 소년은 소녀의 눈에 담긴 그 빛을 보고서 몸을 움찔하
며 괜히 발로 마루를 툭, 찼다.
소년과 소녀는 요 몇달간 으레 그래왔듯이 나란히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소년을 힐끔 바라본 소녀는 소년의 눈이 같은 까만
색이라도 예전같은 허무함은 없어보인다고 생각했다.
“내가 파랑새라는 걸 믿어?”
소년이 처음으로 소녀에게 먼저 질문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소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고 말했으니까 그렇겠지 뭐.”
“믿기 힘든 말이잖아.”
“뭐, 나처럼 눈동자 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혼자여야하는 이상한 세상 안에서, 또 더 이상할 건 뭐가 있어?”
소년은 소녀의 말에 대해 한참 곰곰히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소녀라면 그런 생각을 정말로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소년은 혼
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소녀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소녀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그런 결정을 저절로 내려버리는거지? 소년은 눈살을 찌
푸렸다. 그러고보니 소녀에 대해 한번도 무언가를 알고싶어한 적이 없었다. 소녀에 대한 것도, 심지어는 이름도.
소년은 자신이 왜 그러는지 스스로 이해할 수 없어도, 소녀에 대한 것을 물어보기로 결정했다.
“넌 이 주변에 살아?”
소년은 다치기 직전에 보았던 근방을 생각해보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본거라 잘은 몰라도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기에, 소녀
가 어떻게 이 곳에서 자신을 기적적으로 발견한건지 알 수 없었다.
소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난 저 멀리에 있는 고아원에 살아.”
고아원? 그 말에 소년의 머리가 번쩍 치켜올라갔다. 소녀는 그런 소년의 모습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소년
은 무슨 말을 해야할까 한참 생각하다가 소녀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것처럼 심리전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 때문이야?”
소녀는 어깨를 으쓱했지만 속으로는 소년이 차라리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준 것이 고마웠다. 다른 사람들에게서의 손가락질과 동정
은 무시하고 넘어가더라도 이상하게 소년에게만큼은 그런 눈빛을 받기 싫었다.
“나도 잘 몰라, 아마 그렇겠지 뭐.”
소년은 소녀의 강인한 눈의 뒤에 숨어있는 쓸쓸함의 잔재를 보았다. 나는 그래도 네 눈이 예쁘다고 생각해, 소년의 말이 가슴을 두
드리다 결국은 쏙 들어갔다. 대신 소년의 머리에 잊은 줄 알았던 과거가, 자신의 경험들만이 돌아와 그 공백을 채웠다.
“어차피 잘된 일이야. 부모따위는 필요없어.”
소년이 씁쓸하게 말했다. 소녀는 소년을 곁눈질로 쳐다보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뭐 지난 일이니까 상관없어. 넌 어때? 왜 파랑새로 변한거야?”
소년은 소녀가 하듯 어깨를 으쓱했다. 한참동안이나 파랑새로만 지내다보니 사람의 몸짓이 녹슨 금속으로 만들어진 물건을 움직
이려고 하는 것만큼이나 뻑뻑했다. 소년은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소녀의 몸짓을 닮아갔다.
“사람으로 지내는 것보다 나으니까.”
“어째서?”
“고민하고 아파하고, 그래야할 일이 없잖아.”
“그래서, 파랑새로 변한 삶은 행복해?”
소년은 거기서 말이 턱 막혔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감히 제가 넘겨다보지도 못한 영역이었다. 아예 생각조차 해보지 못하고 지
낸 세월이 어언 몇 년인데, 그 단어를 스스럼없이 소녀가, 더군다나 스스로도 행복을 잘 느껴보지 못했을 소녀가, 꺼내니 낯설었
다.
“적어도 불행하지는 않아.”
소년이 간신히 말을 끝마쳤다. 텁텁하게 빠져나오는 맛에 소년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한참동안이나 소년을 바라보더니, 소년의 다친 팔 중에 자신과 가까운 쪽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몇 년동안 다른 살아있
는 것과 접촉해본 적 없는 소년이 저도 모르게 몸을 웅크리며 소녀의 손을 치워냈다.
“난 망가진게 아니야. 날 고치려고 하지마.”
“고친다고 한 적 없어. 함께 있어준다고 했지.”
뭐라 대꾸할 말이 없어진 소년은 소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결국 하아,하고 숨을 내쉬더니 어느새 별이 빛나기 시작한 밤하늘을 올
려다보았다. 하늘을 난지 나름대로 꽤나 오래되었는데, 그 동안 진정 하늘을 제대로 올려다본 적은 없었다. 하늘에 가까워도 땅에
서 그리는 의미의 하늘과는 달랐는데도, 무의미하게 그저 날갯짓을 한 것만 해도 몇 년이던가?
“하늘을 나는 기분은 어때?”
그제서야 소년이 소녀를 보며 살며시 웃었다. 몇 번 제대로 웃어본 적 없던 소년의 웃음은 어떻게 보면 어색했고, 소녀 역시 자신
만의 버려진 도시에서 슬그머니 미소 지어본 것 빼고는 웃어본 적이 몇 번 없었기 때문에 소년만큼이나 어색한 웃음을 넌지시 건
넸다.
서로 경련이 일어날듯 처음 걸음마를 뗀 아이처럼 어정쩡한 웃음을 짓는 상대를 보며 계속 근육을 움직이다가, 결국은 둘 다 커다
랗게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하늘은, 가까이서 보면 너랑 똑같은 색이야.”
한참 웃고 난 소년이 그렇게 말했다.
“네가 파랑새일 때도 같은 빛깔이야.”
소녀의 말을 마지막으로 둘은 다시 한참동안이나 편안한 침묵 속에서 가끔 하늘을 바라보며 홀로 웃는듯, 둘이 짓는듯 함께 미소
를 나누었다.
“내 이름은 시유야.”
숨을 내뿜으면 미약하게나마 하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을때 소년이 말했다. 그것이 단지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소
년에게는 자신 이외에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행동이라는 것을, 자신의 경험으로 알고 있던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아민이야.”
소년의 말에 대답하는 소녀의 목소리가 소녀의 얇디얇은, 몇번이나 물려받아 색이 바래고 유행과는 전혀 맞지 않는 코트 사이
를 비집고 작디작게 떨리며 흘러나왔다.
소년은 머뭇머뭇하다 소녀가 다시 밤하늘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모르는 척 스윽 팔을 내밀어 소녀의 파랑새보다도 더 가녀려보이
는 어깨를 어설프게 끌어안았다.
처음엔 내가 떨어도 보는듯 마는듯 무관심하더니, 하고 소녀는 속으로 웃었다. 소년은 딱히 덩치가 큰 것도 아니었고 살이 찐 것
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소년의 팔이 닿은 부분을 제외하고 신체적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소녀는 그래도 좋았다.
자신의 메카를 나눌 첫 친구였음에.
“보여줄 곳이 있어.”
소녀가 일어서며 소년을 잡아끌었다.
소년은 다 나았기 때문에 소녀가 잡아끈 팔이 아프지 않았지만, 아픈 척을 하지 않으면 다시 가야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의무
감 비슷한 감정으로 일부러 조그맣게 아,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소녀는 처음 소년을, 파랑새를 만났던 그 옥상으로 소년을 데려갔다. 그 곳은 버려져서 아름다운 그 도시 중에 가장 높은 빌딩이었
고, 소년은 난간에서 남들이 보면 위태로웠을 동작으로 신나게 뛰어다녔다.
소녀는 이쯤에서 소년의 몸이 다 나았지만 소년이 자진해서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아무말 하지 않았다. 다친 파랑새
가 자신이었고, 머무르려 하던 게 자신이었다면 이젠 자신의 친구가 된 소년은 아무말 하지 않았을 것을 알고 있었다.
소년 역시 건물 곳곳에 배어있는 소녀의 기억의 체취를 느끼며 소녀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조각을 내밀었다는 것을 알았다. 난간
에서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언제나라도 다시 날개를 펼치고 떠날 수 있었겠지만, 소년은 이 황폐해진 작디작은 도시가 세상에
서 본 곳들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자유를 주었던, 가장 처음의 날갯짓을 하며 보았던 짙푸른 하늘보다도 훨
씬 더.
“나도 보여줄게 있어.”
소년이 선포하고는, 무게가 전혀 나가지 않는 것처럼 난간에 버티고 서서 두 팔을 양쪽으로 뻗었다. 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
는 가운데에, 소년의 두 팔은 서서히 파랑새의 푸른빛을 띄며 변해갔고, 소년은 그렇게 작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팔만을 날개로 바
꾸었다.
소녀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소년에게 다가갔다. 그런 소녀를 보며 소년은 살풋 웃고는 날개안에 소녀를 품었다. 아직은 한없이 어
설픈 동작이었어도 소녀는 그제서야 추운 날씨 속에 떨지 않았다.
하얀 입김이 서리는 밤하늘을 등지고 둘은 태초부터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서로 만들어지지 못한 부분들을, 만들어지다 세상에 의
해 잘게 깨진 거울의 단면이 되어버렸던 부분들을, 서로 어설프게나마 감싸안아주었다.
그렇게 혹독한 겨울은 눈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추억들을 이기지 못한채 흐지부지 흘러갔고, 소년은 더 이상 날지 못하게 되었다.
하늘이 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그리움이 없지않아 있지 않느냐고, 그렇게 묻는 소녀에게 소년은 알 수 없는 미소만을 지었
다.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는 것이 더 좋으니까, 하고 소년은 생각했다.
세상의 미련을 모두 버리고 날 수 있었던 소년은 세상에 남아야할 이유가 생기면서 그 무게를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짊어
지고 있었다. 말 수가 많은 둘이 아니었더라도 그 작은 한마디 한마디에 보이지 않는 무게가 얹혀지나 싶더니 소년은 어느날 부터
인가 날개를 펼치고 날라치면 비틀거렸고 어느날 부터인가는 아예 난간에도 서지 못하게 되었다.
소년은 후회따위는 없다고 했지만, 소녀는 소년이 보지 않을때 입술을 깨물고 미안해했다. 하늘의 일부분을 자신이 떼어와 땅
에 잡아둔 것처럼, 날아야만 제 멋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새를 새장에 가둬놓은 것처럼, 소녀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소녀의 교정에 벚꽃이 흩날리던 날, 소녀는 이미 열여섯살이 되어있었다. 세월이 조금이나마 흘렀음에도 변하지 않는 다른 여자아
이들의 태도는 언제나 소녀와의 신경전, 때로는 소녀에게 한참이나 불리한 싸움으로까지 이어졌다.
소년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종례시간에 할 수만 있으면 몰래몰래 빠져나오는 소녀를 탐탁치않게 여긴 여자아
이들의 따돌림은 점점 난폭한 양상을 띄어갔고, 매일매일 소년이 소녀를 볼때마다 도자기처럼 매끈하게 하얀 피부와 지나치게 대
조되는 붉은색 상처들은 점점 늘어만갔다.
소년은 소녀에게 어째서 그렇게 되었냐고 물었지만, 소녀는 아무 일도 아니라고, 걱정말라고 그렇게만 말했다. 자신과 달리 언제
나 웃을 줄 알던 소녀의 웃음이 소년에게 그렇게도 답답해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소년은 소녀가 한번도 보지 못한 짓
을 했다. 아니, 자신도 스스로 할줄 아는 줄 몰랐던 짓을 했다.
화를 냈다. 불같이 화를 내는 소년은 소녀를 다그쳤다. 소녀의 잘못이 아닌줄 알면서도, 심지어 사람이었을때조차도 감정이라
는 것을 누구와 나누어볼 기회가 없었던 소년은 감정이라는 게 무엇인지 몰랐고, 생소하기만 해서 스스로 잘 컨트롤하지 못했다.
끝까지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젓는 소녀의 상처를 엄지손가락으로 아프지 않게 어루만지며 끝내 소년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인
간이 아니었던 시간이 많았던 소년의 주위로 눈에 보일 정도의 미세한 토네이도들이 휘몰아쳤다.
소녀는 그런 소년의 옆에 앉아 화를 내느라 잔뜩 흐트러진 소년의 머리카락을 장난스럽게 넘겨주며 자신은 익숙하니까 괜찮다
고 했다.
소년은 소녀의 손을 뿌리치고 달렸다. 요 근래 몇달 동안 날지 못했던 것을 알면서도 소년은 소녀의 상처에서 나오는 붉은빛, 붉
은 선홍빛, 소녀의 눈에 대비되어 그렇게 붉게 뚝뚝 즙을 떨어뜨리는 그 잔혹한 빛을 생각하며 난간까지 달려갔다. 뒤에서 시유
야! 하고 다급하게 외치는 소녀의 말을 들으며 소년은 그대로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익숙해? 뭐가 익숙해. 나도 익숙해졌기 때문에 파랑새로 변한거야. 알아? 내게는 왜 기대지 못해? 소년은 자신이 속으로 생각했는
지, 아니면 홧김에 자신이 정말 소녀에게 내뱉었는지도 알 수 없게 빠르게 지나가는 말들을 붙잡고 공간 속에서 바닥으로, 바닥으
로 곤두박질쳤다.
휘익, 마지막 순간에 소년의 날개가 보호본능으로 인해 돋아나고, 날지는 못하더라도 비틀거리며 소년의 가속도를 낙하산처럼 줄
였다. 멀쩡히 착지한 것과는 거리가 멀게 소년은 쿠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몇번 굴렀다.
그 모습을 난간 너머로 상체를 내민채 위험히 바라보던 소녀는 나이에 맞지 않게 굽 있는 신발을 신은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온 몸
이 찍히면서도 한번 흘리지 않았던 비명을 질렀다.
옥상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달려나온 소녀 앞에 더 이상 소년은 없었다. 그렇게 구르고도 소년은 다친 몸을 일으켜 절뚝거리며 어
디론가 빠르게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그 날 밤 정말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메카가 캄캄해져버릴 때까지, 소녀는 자신의 발에 익고 익은 작은 폐허의 도시를 헤집었
다. 이대로 소년이 영영 사라져버린 것만 같아, 소녀는 울고 또 울었다. 집으로만 생각했던 메카가 그 날따라 다른 사람들이 보듯
이, 자신은 한번도 그렇게 본 적이 없는데도, 그제서야 버림받아 쓸쓸히 눈물짓는 외톨이 도시같이 느껴졌다.
넋놓고 새벽녘에서야 고아원에 들리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학교에 간 소녀에게 아이들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이번에는 소녀
도 싸우지 않았다.
소년의 마지막 말이 자꾸만 가슴을 내리쳤다.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되풀이하는 것 같던 말, 공중에서 새답지 않
게 떨어지며, 부상입은 처음 그 파랑새의 목소리 그대로 말하던 소년.
내게는 왜 기대지 못해?
자기 자신조차 세상의 일부여서 용서하지 못하고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던 소년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때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
었던가?
소년과 처음 보았던 봄의 민들레. 뽀송뽀송하면서도 강렬한 노란색을 보며 소년이 말했었다. 보이기에 약하다고 해서 정말 약
한 것은 아니라고. 약해보이는 것이 때로는 가장 강할 수도 있다고.
봄이 왔구나, 감탄하는 소녀에게 소년은 봄의 첫 민들레는 그것을 보는 자신에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처음 핀 민들레가 되는 것
이라고, 그것은 자기만의 작은 태양이 되는거라고 말해주었다. 저것은 우리의 첫 봄이야, 라고.
물이 빠져 원래는 자주색이어야 하겠지만 칙칙한 붉은빛으로 변해버린 체육복 바지를 멍하니 끼워입으며, 소녀는 오늘도 다른 여
자애들이 공을 던지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반항해봐도, 몸부림쳐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웃어도, 울어도, 세상은 소녀를 위해
변해주지 않았다.
“저 년 맞춰봐.”
“요샌 반항도 안하는데 뭐하러? 재미없잖아.”
소녀가 장난감이라도 되는것마냥 모기떼들이 앵앵거렸다. 한살을 더 먹고도 세상의 가장 악독한 면을 버리지못해 눈빛이 이미 구
정물처럼 탁해져버린 그녀들은 오늘도 소녀에게 선생이 보지 못하는 틈을 타서 무엇을 던질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도 심심하잖아.”
낄낄거리는 복제인간 3호가 말했다. 2호와 1호, 그리고 나머지 조무래기들은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웃어댔다.
“피구 안해서 아쉽네.”
왠지 체육복마저 터질듯한 그녀들의 교복처럼 줄인듯한 느낌이 나는 그 옷들을 껴입고, 그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냥 던지지 뭐.”
“파랭아, 간다?”
악연도 이런 악연이 있을까, 하필이면 고스란히 그녀들을 가장 난폭하게 괴롭히는 그녀들은 그대로 같은 반으로 올라왔고, 소녀에
게는 오늘도 공이 날아올 태세였다.
소녀는 여지껏 웃어왔고, 물러서지 않았지만 그렇다고해서 소녀의 정신이 이미 놓아진것마냥 생각없이 언제까지 견뎌내고 있
을 것도 아니었다. 지금 무너지지 않더라도 어차피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겠지.
이십대가 되고, 저 아이들은 죗값을 치루지도 않은채 당연하다는 것처럼 소녀를 잊은채 똑같이 눈빛이 탁한 남자들과 깔깔 웃
고 천박한 립스틱을 겹겹이 칠한채 소녀는 도저히 쥐어볼 수 없는 돈을 가지고 쇼핑을 하러 다닐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점점 웃는것이 힘들어졌다. 예전처럼 그저 자신을 괴롭히는 애들을 때리기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
도 아니었고, 심리전을 하기에 자신은 이미 지친지가 한참이었다. 나를 좀 내버려둬.
공을 던질 태세를 하는 여자아이들 쪽을 흘끔 바라보고 소녀는 하늘로 고개를 젖혔다. 더 이상은 소년이 없는 하늘이라도, 눈물날
만큼 그 하늘은 아름다웠다. 처음 그 민들레를 바라보았던 날처럼.
슈웅.
내숭떨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날렵하게 던져진 공이 바람을 가르고 오는 소리까지 들릴 지경이었다. 그렇구나, 오늘도 또 이렇
구나.
곧 찾아올 아픔이라기보다는 체념이 가득한 소녀의 푸른 눈이 점점 멍해졌다. 소녀는 몰랐겠지만, 그것은 소년이 소녀를 처음 만
났을 때의 눈빛과 무서울 정도로 흡사했다.
아..그런데 저 푸른 하늘에 있는 또 다른 푸른 빛의 물체는..?
퍽!
“꺄아아악!”
공이 소녀에게 맞은 것도, 소녀가 비명을 지른 것도 아니었다. 놀라울 정도로 커다란 타격음과 함께 오히려 공을 던졌던 여자애들
이 소리를 질렀다.
시유..소녀의 입술이 소년의 이름을 소리없이 외쳤다. 소녀의 눈은 크게 떠진채 바닥에 붙박혀있었다. 작디 작은, 아름다운 파랑
새 한 마리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처음과 같이 구겨진 모습 그대로.
“죽은거야?”
“아 거봐, 저 년 재수없다니까?”
여자애들이 공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 시선이 싫었는지 파랑새는 어딘가 하나 부러진것 같은 모습을 하고는 기적적으로 날개를 펼
쳐냈다.
“어? 살았네?”
“아니 저 새가 미쳤나, 갑자기 왜 하늘에서 떨어지고 지랄이야?”
정말이지 사람을 차로 치기라도 한 것같은 소리에 반의 다른 아이들도 놀라 돌아보는 순간, 파랑새는 비틀거리며 아이들이 손
을 뻗을 수 없을 정도의 높이까지 날아올라 수평으로 학교 건물 뒤쪽을 향했다.
“많이 다쳤나봐, 어떡해?”
소녀를 직접적으로 괴롭히지는 않지만, 모든 일을 방관하는 여자애들 중의 하나가 버섯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새는 불쌍하고, 매
일 보는 소녀의 고통은 이제 하도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은가보다, 무뎌져서. 포자가 날릴것만 같은 그녀들의 머리 위로 파랑
새는 비틀비틀 꿋꿋이 날았다.
그러나 소녀는 파랑새가 그렇게 날고 있는 진정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많이 다쳐서가 아니라, 땅에 거대한 추가 있어서 그것을 달
고 나느라 무거워서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한참동안이나 어떻게 새가 그렇게 큰 소리를 낼 수 있었는지, 그리고 또 어떻게 죽지 않았는지에 대해 두런두런 토론
을 하다가, 집중력이 짧은 그 나이대 애들이 으레 그렇듯 곧 잊고 흩어졌다.
집중력을 그나마 잃지 않은 것은 모기떼 족속이었다. 이제는 새도 사라졌겠다, 공에 피도 묻지 않았겠다, 그녀들은 또다시 소녀에
게 던질 것을 찾고 있었다. 소녀가 사라져버리면 지루해서 어떻게 살려하는지는 몰라도 그녀들은 이것을 즐겼다.
학교 빌딩을 뒤로 한채 그녀들은 낄낄거리며 다시 공을 집어들었다. 그런 그녀들의 뒤를 보며 소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리
고는 곧 편안하게 미소지었다.
“왜 저래?”
“저러니까 맨날 소름끼친단 말이나 듣지. 진짜 재수없게.”
자신들을 보며 웃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공을 들고 있던 복제인간 1이 투덜거렸다. 그런 그녀의 뒤에 서있던 그림자 하나가 공
을 손에서 낚아채갔다.
“뭐야?”
행동도 같이하는 듯 복제인간들이 한꺼번에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엔 소년이 서 있었다. 소녀에게 화를 냄으로 인해 사람의 감정
에 대한 감각이 조금 생긴건지, 살짝 절제되어있는 소년의 화난 눈이 보였다. 소년의 짙게 가라앉은 흑연같은 까만 눈과 역시 침체
된, 검다못해 푸른빛까지 도는 머리카락이 소녀에게는 단 한번도 그런 적 없었듯 위협적으로 빛났다.
“누구세요?”
학교 밖에서 어울리지 않는 날카로운 짙은 화장을 하고 굽있는 구두를 신었을때 만나는 남자애들에게 짓는 미소와 똑같은 가식적
인 표정으로 복제인간 1이 상냥히 물었다. 소년의 가라앉은 눈을 보는 순간 내린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이 보일 지경이었
다.
“아민이 친구.”
어느 날 소녀에게 날아온 소년이 그렇게 말했다.
홀린 것마냥 헤벌레한 표정으로 소년을 바라보는 복제인간들을 지나쳐 소년은 한 손에 공을 든채로 소녀에게 이끌리듯, 거친 운동
장 위를 새와 같은, 난간을 가볍게 뛰어다니던 그 움직임으로 힘들이지 않고 빠르게 걸어왔다.
“이번엔 도망치지 않기로 했어.”
소년이 소녀에게 속삭였다. 소년의 눈 속에서는 아직도 옥상을 뛰어내리기 전의 불꽃이 그대로 검은색에 대조되어 붉게 타오르
고 있었다.
“네게는 푸른색이 가장 잘 어울려.”
푸른 눈의 소녀가, 자신은 그 사실조차 그 순간만큼은 처음으로 자신의 옆에서 있어준 존재때문에 잊은 듯, 그렇게 말했다. 소년
은 웃으며 공을 든 손을 세차게 던지려는 움직임으로 힘껏 뒤로 젖혔다. 복제인간들이 작게 악!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마, 시유야. 보여줄게 있어.”
처음 만났을때보다 조금 키가 커져버린 소년의 손을 소녀가 잡아이끌었다. 소년은 번갈아보면서 갈등하는 듯 하더니, 처음부터 자
신을 강인하게 이끌, 자신만의 작은 태양이 되어주었던 소녀와 마주잡은 손을 바라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젓고 결
국 소녀를 따라갔다.
“네게 새의 길을 택하게 만든 것이 딱히 어떤 한 사건이 아니었듯이, 내게도 미운건 저 애들이 아냐.”
소녀가 하얗게 웃었다. 소녀의 푸른 눈이 하늘을 그대로 머금고 소년을 바라보았다. 서로 처음 ‘친구’라는 것을 가져본 그들은 그렇
게 손을 맞잡고 소녀가 처음에 그들을 안내한 곳, 메카의 정상에 서 있었다.
“왜 그렇게 날면서 비틀거리는거야, 바보같이.”
소녀가 일부러 더 툴툴거렸다. 소년은 또 소녀를 위해 거짓말을 하려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 말해주었다.
“세상에 남아야할 이유가 생기면 그렇게 되는거야. 이젠 많이 조절이 가능해서 그만큼이라도 날 수 있는거고.”
“그렇다면.. 난 왜 날지 못해?”
그 말에 소년은 침묵했다. 이 세상에 소녀가 미련을 가질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왜 자신은 날 수 있었고, 소녀는 날 수 없었을
까? 소년이 스스로 자문자답하는 사이에 소녀는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럼 네가 날지 못하는 것은 나 때문이야?”
“맞아.”
역방향으로 바닥에서부터 날아온 바람에 흐드러지게 날리던 벚꽃 하나를 재빠른 동작으로 허공에서 낚아채어 소녀의 손에 쥐어주
며 소년이 긍정했다.
“그렇다면, 내가 너와 함께 날 수 있다면?”
진지하게 자신을 올려다보는 소녀의 짙은 하늘색 눈에 소년은 숨이 막혀왔다. 검은 눈에 푸른 빛의 파랑새, 푸른 눈에 검은 빛
의 새.
소년은 몸을 숙여 소녀의 이마에 새가 부리를 맞추는것만큼이나 가볍게, 그러나 떼지는 않은채 오래도록 입술을 맞추었다.
소녀의 팔에서 소년의 눈과 같은 색의 날개가 돋아나나 싶더니, 소년도, 소녀도 그렇게 천천히 변해갔다.
얼마 지나지 않은 그 똑같은 자리에는 새 두마리가 나란히 부리를 맞춘채 서 있었다. 버려짐으로 인해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
을 수 있었던 폐허의 도시의 한 가운데에서, 서로를 찾아낸 소년과 소녀는 그렇게 함께 날아올랐다.
더 이상은 비틀거리지도 않고, 무의미하게 날갯짓만 하는 일 없이, 하늘을 날면서도 서로의 작은 태양을, 하늘을, 그들에게 있어서
만큼은 세상의 시작인 존재를 두고. 어느 날부터인가 함께였던 그들의 비행 너머로 투명한 무언가가 미소짓고 있었다.
가장 푸르른 낮과 가장 깊은 심연의 밤이 굽이치는 동안 시계는 흘러가고, 초침 속에 얽혀 날던 소년과 소녀의 도시는 그렇게 아직
도 멈춤없이 굳건히 서 있다.
아민: 하늘을 맞이하다.
시유: 웃을 수 있게 되다, 머무르기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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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으음.. 공포는 아니군요..;; 암튼.. 너무 슬퍼요.. ㅠㅠ
네, 원래는 공포장르인 녀석으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자꾸 요놈조놈 건드리다보니 그새 완결이 안나서, 얘로 시작했답니다 ;ㅁ; 다음주는 모두 공포장르예요 :)
마음이 좀 그러네요.. 건필하세요~!!
감사합니다, 사악한 702님 :) 슬픈 일들을 안겨주는 세상이 있더라도, 각자만의 행복을 찾을수 있다는 취지로 썼어요.
마음이 아프네요 ...세상엔 좋은일보다 나?쁜일들이 더많은듯 .이글 보면서 눈물이낫어여 .
안녕하세요, 겨울빛사랑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D 나쁜일들이 많아보이더라도 좋은 일들을 찾아내고 기억하는 마음이 필요하겠지요?
이게 슬픈글인가요. 저는 헤피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에는 문체가 참 아름답습니다 ㅎ
감사합니다, 괴상망측님. 이 글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어느 엔딩인지 의견이 갈릴것 같네요. 제 의견으로는 개개인의 해피였답니다 :)
아... 서툴렀던 첫사랑 스토리같애요.. ㅠ_ㅠ;; 저도 개인적으로 해피엔딩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온새미로님 글 너무 좋아요~ 찐한감동 가슴 한가득 가져갑니다! :)
안녕하세요, *블루로즈*님! 핵심을 콕 찝으셨네요. 어린 아민과 시유는 서로 한번도 겪어본적이 없어 '우정'이라는 단어로 정의하지만, 그렇다고만 보기엔 조금 어색하지요? 힘이 나는 댓글 감사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