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카페 "크메르의 세계"와 함께하는 여행상식
캄보디아와 태국의 도마뱀들
찡쪽, 뚜께, 벙꾸어이(낑까), 틀라앤(찡랜)
아무래도 열대지방인 동남아시아로 나오게 되면, 한국과는 이질적인 생태적, 자연적 환경을 접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쉽게 접하지 못한 생물(동물, 곤충 등)을 만나게 되면 필요 이상으로 공포감에 사로잡히거나, 적대시하여 필요없는 살생을 하는 경우조차 있습니다.
이번 코너에서는 여러분들이 태국이나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징그럽게 생각할 수도 있는 도마뱀들에 대해 알아봅니다. 물론 곤충이나 새들과 같이 다른 많은 생물들도 있습니다만, 일단 한국인들이 파충류에 대해서는 괜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적응에 도움이 될 예비지식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생긴 것과는 달리 의외로 친숙한 동물들이며 때로는 애완용으로 기르는 이들도 있습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는 수많은 종류의 파충류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많은 종류가 인간의 눈을 피해 살고 있기 때문에 여행자나 일반 체류자가 접하게 될 파충류(도마뱀) 종류는 대략 3~4종 정도가 될 것입니다.
본 기사에서는 사람의 생활영역 가까이 서식하는 도마뱀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순서로 주요한 4종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들은 태국과 캄보디아 양국에서 공히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도마뱀들로, 캄보디아와 태국의 일반인들은 각기 그 이름을 찡쪽(태국어: 찡쪽), 뚜께(태국어: 뚜께), 벙꾸어이(태국어: 낑까), 틀라앤(태국어: 찡랜)이라 부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일반인들의 상식적 수준의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으로 학명 등 본격적인 생물학적 학술조사는 나중으로 미루기로 합니다. 또한 많은 내용이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임도 밝혀둡니다.
1. 찡쪽 (태국어: 찡쪽)
여러분들이 캄보디아나 태국에 도착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동물이 아마도 찡족(จิ้งจก)일 것입니다. 이 놈들은 대단히 인간과 친숙한 동물로, 실제로 자연적 환경보다 건물의 외벽이나 전봇대, 간판, 실내 등 인공적인 구조물에 서식하기를 더 선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공항, 집안, 대합실 등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합니다. 특히 곤충들이 날아오는 형광등이나 네온간판 같은 곳에는 여러 마리가 몰려 있으면서 먹이감을 기다리거나 고르기도 합니다.
의외로 바퀴벌레와 같이 더러운 동물이 아니며, 모기와 같은 해충들을 잡아먹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이로운 동물입니다. 방 안, 화장실 등 상당히 인간과 지근거리에 서식하지만, 인간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잠잘 때 침대 위로 기어올라온다든가 하는 법이 절대로 없습니다. 저의 경우엔 모기 퇴치를 위해 이 놈들 3~4마리를 일부러 제 방안에다 포획해서 잡아다 놓곤 했습니다.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만, 너무 많이 잡아다 놓으면 영역싸움으로 자기들끼리 잡아먹기도 합니다. 또한 다른 도마뱀들과 마찬가지로 포획 시 꼬리 부분을 잡으면, 꼬리만 떼어놓고 도망가기 때문에 반드시 머리나 몸통을 목표로 포획하시기 바랍니다.
천정과 벽 사이에서 먹이활동 중인 찡쪽
[사진] 다음 블로그 "푸켓 벼룩이"
다 자란 성체의 경우 어른의 새끼손가락 정도의 굵기에, 꼬리를 합친 몸길이가 10센티미터에서 13센티미터 사이 정도가 될 것입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놈들은 길이 2~3센티미터 정도로 작은데 생각보다 매우 빠르고 더욱 귀엽게 생겼습니다.
이놈들은 사람을 물거나 독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언제든 만져도 되는 생물이지만, 너무 빨라 잡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잡아서 만져보면 피부가 매끈매끈하여 감촉이 좋고, 특히 눈동자가 너무나 귀엽게 생긴 동물입니다. 이 귀여움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찡쪽을 캐릭터로 한 간판이나 티셔츠 등도 잘 팔리는 편입니다.
이 놈들의 주무기는 야간에도 잘 볼 수 있는 야시경 같은 눈과, 무엇이든 조그마한 평면만 있으면 달라붙을 수 있는 발가락 끝의 흡판(빨판)인 것 같습니다. 이 녀석들은 이 흡판을 이용해서 --- 벽이나 기둥은 물론이고 --- 천정에 거꾸로 매달린 상태로도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모기장의 등성등성한 그물망에도 붙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또한 밤에 휴대폰 불빛을 이용해 관찰해본 결과 야간에도 정확하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간혹 너무 살이쪄 비대한 녀석이 벽을 타고 올라가다 떨어지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습니다.
주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시력을 통해 관찰하다가, 모기나 벌레가 사정권 안에 착륙하면 일시에 달려가 입으로 물어 삼킴니다. 굳이 말하면 한번에 삼키지 못하고 먼저 문 상태로 좌우로 흔들어 기절을 시킨 후, 씹는듯한 모습으로 삼키기 시작하는데, 실제로 이빨이 발달하지 않아 썰어서 먹지는 못하는 것 같고, 따라서 그렇게 먹기 편한 순서로 부드러운 먹이인 나방과 모기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이놈들의 식성을 살펴보면, 주로 모기나 나방, 아주 작은 딱정벌레나 무당벌레 같은 작은 곤충류를 주식으로 합니다. 관찰 결과 주로 모기를 많이 잡아먹지만(모기들이 벽에 착륙하면 달려가 포획함), 나방이 날아오면 모기는 뒷전이고 일단 나방부터 공격하는 것으로 보아 이들의 식성은 (1)나방류, (2)모기, (3)작은 딱정벌레, (4)메뚜기나 여치류의 순서가 될듯 합니다. 하지만 이 지역의 메뚜기나 여치들이 덩치가 워낙 크고 힘들이 세서, 이 놈들이 공격을 시도하는 것은 여러 번 관찰했지만, 실제로 포획이나 사냥에 성공하는 것을 본 적은 없습니다. 또한 의외로 이곳에 지천으로 서식하는 개미들은 공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개미들과는 공생 아닌 그냥 서로 간섭않고 지내는 정도인 것 같은데, 제 방 창문 밖에 사는 놈이 개미떼가 들고가는 땅강아지 시신을 약탈하는 모습은 본 적이 있습니다.
이놈들이 가만히 기다리다 짧게는 20센치미터 거리에서 2~3미터 거리까지 기습하는 모습을 보면, 당하는 모기나 나방 입장에서는 아득한 지평선 너머에서 갑자기 괴물이 나타나 덥치는 느낌을 줄 것이기에 의외로 2차원적 평면 내지는 1차원적 선상에서 생존투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나무기둥에 붙어서 먹이를 기다리는 찡쪽. 야외에서는 이런 보호색을 가진다.
[사진] www.pbase.com/jsbruce/image/83938256
짝짓기 때문인지 아니면 영역 수호의 차원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성체의 경우엔 울음소리를 내는데, 처음 들으면 생쥐가 찍찍거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참새 소리 같기도 한 울음소리를 냅니다. 실내와 야외 등지에서 몸의 보호색을 바꿀 수가 있습니다.
사원의 담장에서 짝짓기 중인 찡족 부부 [사진] http://www.traveljournals.net/
하여간 캄보디아나 태국에서 찡족을 만나시면 두려워하지 마시고 친숙한 느낌으로 관찰해보시기 바랍니다. 할 일 없을 때 의외로 여러 즐거움을 주는 동물입니다.(^.^)
2. 뚜께 (태국어: 뚜께)
뚜께(ตุ๊กแก, 뚝깨)의 성체의 경우는 생긴 것이 꼭 살이찐 찡쪽 같이 생겼습니다만, 그 몸집은 아마도 찡쪽의 몇 십배 크기가 되는 중형 도마뱀입니다. 저도 처음엔 기형적으로 큰 찡쪽인 줄 알았는데, 완전히 다른 종류였습니다. 다 자라면 30센티미터~35센티미터 정도로 작은 어린이의 팔뚝만 합니다.
처마 밑에서 사냥감을 기다리는 뚝게의 전형적인 모습
[사진] http://travel.webshots.com
독은 없다고 하지만, 하여간 덩치를 보면 물리면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일단 물면 안 놓는답니다. 이놈들 역시 일단 사람을 무서워하여 잘 접근하지 않고, 간혹 처마 및에 가만히 있는 것을 보게 되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을만큼 높은 곳에 있습니다. 물론 찡족처럼 발가락 끝의 빨판을 이용해 붙어 있는 것입니다.
이놈들도 상당히 사람의 지근거리에 살고 있습니다. 가령 처마 밑의 환기구라든가, 지붕과 천정 사이의 공간과 같은 곳으로 실내로 들어오는 경우는 별로 없으며, 비교적 한 곳에 자리를 잡으면 잘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뚜께를 잘 포착한 희귀한 사진. 아마도 추락사한 녀석을 찍은 것으로 보임
[사진] http://gutpan7.tistory.com
이 놈의 울음소리는 상당히 큽니다. 아마도 TV의 최대볼륨 정도의 크기인데, “뚜뚜뚜뚜 뚜! 께! 뚜! 께!” 하고 두 번 울면 끝입니다. 그 이름인 “뚜께”는 바로 그 울음소리에서 온 것인데, 초저녘 무렵 꼭 한번씩 울어댑니다.
역시 덩치가 있다보니, 갓 태어난 새끼도 찡쪽의 성체만 한데, 새끼들은 검은 바탕에 화려한 줄무늬를 두르고 있고, 생긴 모습도 공룡 티라노사우르스의 축소판처럼 생겨서 왠지 모를 혐오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한번은 우연하게 제 방에 뚜께 새끼 한 마리가 들어왔는데, 당시 살고 있던 모든 성인 찡족들이 구석자리로 몸을 피하더군요.
이 놈들도 보호색을 약간씩은 달리할 수 있는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꼬리 부분의 원환형 무늬와 몸통의 점박 무늬가 특징입니다.
3. 벙꾸어이 (태국어: 낑까)
이 놈은 꼭 이구아나처럼 생겼습니다. 인간과 가까운 곳에 살지만, 집안이나 인공구조물보다는 집 앞의 정원이나 가로수 같은 자연과 인간의 경계선 정도에 서식합니다. 아마도 영어권에서는 “정원 담 도마뱀”(Garden Fence Lizard)이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딱 그 서식지에 어울리는 이름 같습니다. 물론 몸의 색깔을 잘 바꿉니다. 발가락에 흡판도 있는듯 합니다.
크기는 약 20~25센티미터 정도의 길이지만, 호리호리한 몸매로 인해 뚝게보다는 훨씬 작아보입니다. 마치 공룡이 달리는 것 같은 모습으로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으며, 정원수 사이의 나뭇가지 사이를 뛰어서 건너 다닙니다.
[사진] "락타이" 카페 타이사랑 님
잘 때도 꼬리를 바깥으로 하고 향나무나 측백나무 같은데 붙어 있으면, 그냥 나무 꼬챙이로 보입니다. 울음소리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4. 틀라앤 (태국어: 찡랜)
크메르어로 “틀라앤”이라고 하면, 원래는 “뱀” 종류로 알고 있는데, 하여간 캄보디아 사람들이 이 놈을 “틀라앤”이라고 부릅니다. 이 놈들은 바로 담장 밖 숲 속에 삽니다.
마치 가물치의 피부나 뱀의 피부처럼 매끄럽고 때로는 무지개색 몸체를 보여줍니다. 길이는 벙꾸어이와 비슷하지만, 전체 몸매가 물고기형이라 덩치는 약간 더 큽니다.
숲에서 일광욕 중인 틀라앤
[사진] http://www.tripadvisor.com
아마 인간과 가장 가까이 접촉할 경우는 담장 경계 정도의 거리일 것입니다. 울음소리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으며, 위험성에 대해서도 아직 들은 바는 없지만, 사람들이 저어하는 것을 본 적은 있습니다.
이상 캄보디아와 태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도마뱀 4종류에 대해 설명을 드렸는데요, 너무 혐오스러워하지 마시고 잘 친해보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즐거움이 그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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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곳의 컴 사정이 좋지않아, 사진을 충분히 싣지 못하고, 그래픽도 좋지 못한 점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