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의 여름방학때의 일입니다.
아버지와 고모부, 저와 저보다 한살 위인 사촌형 이렇게 넷이서 야간낚시를 갔습니다.
장소는 낚시터인지 저수지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주위가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있고 한쪽에 풀밭이 있는 곳이였습니다.
텐트를 치고 낚시를 하는데 저희외에 조금 떨어진곳에 자리를 잡은 아저씨 두분 말고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사방에서 벌레우는 소리가 들리고 때마침 보름달이 떠서 어린마음에 무척이나 들떠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배탈이 났는지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자리에서 그리멀지않은 곳에 풀밭위에 간이 화장실이 하나 있었는데 화장실앞에 전등이 하나 켜져있어서 환하긴 했지만 그래도 워낙 어려서 그런지 어쩐지 혼자가기가 꺼려졌습니다.
사촌형과 함께 가려고 찾았는데 어디갔는지 형은 보이지 않고 더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혼자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문이 잠겨있었습니다.
노크를 하니 안에서 누군가 노크를 했는데 너무 급해서 기다리지 못하고 풀밭 아무데나 주저앉아 볼일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우리옆에서 낚시를 하던 아저씨중 한분이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부리나케 달려와서는 화장실 문을 벌컥열고 안으로 들어가던군요.
분명히 문이 잠겨있었고 노크소리도 들었는데... 저는 너무 놀라서(정말 자지러지게 놀랐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서 텐트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침낭을 뒤집어쓰려고 보니까 아까부터 안보이던 사촌형이 이미 침낭을 뒤집어쓰고 신음소리까지 흘리면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사촌형이 더듬더듬 울먹이면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화장실에 뛰어들어가던 그 아저씨 목에 아까부터 왠 아이가 매달려있다는겁니다.
멀리서볼때는 잘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눈,코,입이 하나도 없는 민둥얼굴을 한 어린아이였다고 합니다.
저는 소스라치게 놀라 두눈을 꼭 감은채 부들부들 떨다가 거의 기절하듯이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아저씨가 새벽동안 실제로 물에빠져서 죽는 바람에 동이 트기도 전에 철수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밤새 술마시고 물에 빠졌다던가 뭐 그런 사고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구요. 아무튼 엄청난 쇼크를 받아서 지금도 저는 으슥한 곳이나 컴컴한 곳은 혼자서 못다닙니다.
그 때 사촌형이 본 그 아이가 아저씨를 물속으로 끌고 들어간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