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돈 있으면 30만원 만 꾸어다오 말 일 집세 받으면 줄게”
엄마는 평소에 안하던 돈을 꾸어 달란다.
어디에 쓸려고 하느냐 물었더니 옆집할머니가 심심한대 약장수 구경이나
가자구해서 따라갔다가 노래도 듣고 춤도 구경하며 하루가 즐거우셨단다.
직원은 파킨슨병으로 손을 떠는 엄마를 보고 팔지를 권하며 엄마의
심정을 누가 알겠냐며 자식들 키워봐야 다 소용없다고 했단다.
혈액순환이 안 돼 손을 떠신다며 어깨를 주무르고 다리를 만져주며
팔지를 차기만 하면 온몸의 병이 감쪽같이 낳는다고 장담했단다.
행사 끝날 때 까지 차보시고 차도가 있으면 돈은 나중에 구해서
달라면서 얼떨결에 차고 왔다고 했다. 아무도 모르게 팔둑 중간 쯤
차고 다니다 아버지의 밥상을 들고 들어가 내려놓는 동시에 무거운
팔지가 주르르 흘러 내려와 아버지에게 들키고 말았다고 했다.
행사장에서 손님도 없고 장사가 안 돼 수금을 하고 철수해서 간다며
집으로 전화를 했는데 공교롭게도 아버지가 받았다.
엄마는 번쩍이는 팔지를 차고보니 기분도좋고 나아진것
같다고 하시며 환한 미소를 지으셨다.
주말이 지나 월요일 아침 돈을 찾아 엄마 집으로 갔다.
두 분이 부부싸움을 하셨는지 만원짜리 지폐는 방안가득 흩어져 있었다.
엄마는 근 한 달씩이나 차고있다 돌려주는것은 경우가 아니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아프면 병원에서 진단하고 내려준 처방약이
옳다는 두분의 주장이 다르므로 싸움이 시작 되었다.
나는 돈을 들고 매장 책임자를 만나러갔다.
자초지종 얘기를 하고 팔지 값의 절반 만 주었다.
책임자는 항의하지 않고 받아 주었다. 엄마는 그 후 나를
수단이 좋은 딸이라고 하시며 집안에 문제만 있으면 나를 앞장 세우셨다.
너는 울음산 꼭대기 갔다 놔도 굶어 죽지않는다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왜 공부좀 많이 가르쳐 놓지' 하며 투덜 거렸다.
그 후 엄마가 돌아가시고 집안을 정리 하는데 다락에서
약장수의 물건들이 구석구석 감추어져 있었다.
그 속앤 빛바랜 녹슨 팔지도 끼어 있었다. 강산이 여러 번 바뀌었다.
옆 동 돼지엄마가 시간 있으면 구경 가자고 꼬드긴다.
한 사람씩 데려오면 푸짐한 선물이 있다는 것이다.
물건 파는 곳이 아니고 식품 선전 나왔다며 근 일주일은 선전만 한다고 했다.
오늘은 가수 배일호도 온다고 하여 따라갔다.
정말 배일호가 왔다. 가까이에서 노래하는 모습도보고 흥이 났다
약장수가 아닌 기업이었다. 분단으로 나누어져 질서 정연하게
분단마다 꽃 제비같은 반장들도 있었다.
아들 같은 나이에 반장은 혼신을 다해 춤과 노래와 개그로 비위를
맞추느라 최선을 다한다. 어쩌다 반장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윙크도하며 애교를 부린다.
나는 시선을 피하려고 아래로 눈을 깔고 딴청을 한다. 호시 탐탐 기회만 주면 강매를 한다.
분단마다 매장 판매 매출 금액에 따라 서비스도 있고 분단끼리
경쟁을 하게끔 유발한다.
나는 약장수에 가서 물건사고 바가지 쓰고 오는 사람들을 흉을 봤다.
그런데 은 양말 선전을 한다. 서서 일하는 사람에게 피로를 풀어주며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은 양말 한 박스 15만원인대 오늘만 특별 가
9만원에 판매 한다며 절호의 찬스란다. 아들 생각이 났다.
안 사야 돼는데 하면서 나도 모르게 샀다.
그러고 보니 매트. 장판. 프라이팬. 사다가 아들이 볼까봐 단스 위에 숨겼다.
주말에 아들이 와 건네주면서 좋은 것이니 아껴 신으라고 했더니
“엄마 이거 또 약장수에서 샀지”
나는 백화점 물건이라고 해도 곶이를 안 듣는다. 필요하면 뭐든
말하라고 하며 약장수에게 가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한다.
나는 역시 부정 할 수 없는 그 엄마의 그 딸이다.
피로를 막아준다고해서 그렇게 믿었던 은 양말도 두 번 신으니
구멍 나 버렸다는 것이다. 시내 나갔다 눈에 띄여 아들 생각나 사다주면
“혹시 약장수 것 아니야”
엄마를 이렇게도 못 믿다니 모두가 다 내 탓이다.
2019 5/13
첫댓글 ㅋㅋㅋ
욕하면서 배우는 거야요~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공부 많이 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