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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 전제를 금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강인한 여성-제주 해녀 사진/ 글: 이종원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어머니들은 고된 삶을 살아왔다. 살림을 하고 자식 뒷바라지 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자식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어머니의 아픔은 오죽하겠는가? 하물려 전쟁이나 항쟁으로 남편과 자식을 저 세상으로 보냈다면 그 슬픔은 고스란히 어머니 몫이다. 나는 이번 제주여행에서 우연히 해녀들을 만났다. 그리고 느꼈다. 제주도 해녀들은 참 힘겨운 삶을 이어 왔구나. 그동안 낭만적 시각으로 바라본 자신을 원망해본다. 그들은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아침나절 바다로 들어가 따온 소라로 아침상에 올려 놓고 점심에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밭에 나가 더위와 싸우며 김을 맨다. 다시 물 때가 오면 또다시 바다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제주도 여인들은 이런 고생을 숙명으로 여긴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식구들이 배를 골아야 하고 자식들은 배움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바다는 생존하기 위한 처절한 전쟁터다. 여인들이 거친파도와 싸우며 물질 하고 있을때 제주의 남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경운기를 타고와 아내를 내려주고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떤다. 고스톱을 치기도 하고 경운기 밑 그늘에 들어가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이도 있다. 이걸 보고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분통이 터져 동행한 양선배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계속되는 왜구의 침략, 끊임없는 민란, 4.3 항쟁등 남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일이 많았지. 결국 남자들의 씨가 부족한 거야. 남자들이 오늘날까지 대우받는 이유에는 역사의 비극이 묻어 있지. 잔인한 역사때문에, 종족보존을 위해 여인들은 바다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지. " 그러나 시대는 바뀌지 않았는가? 전라도 해남에서 건너와 세화마을에 터를 잡은 식당 여주인 역시 분개하기는 마찬가지다. " 이 조그만 마을에 다방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아내가 뼈빠지게 파도와 싸우며 물질하고 있을때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치고 앉아 노닥거리는 남자들이 많아요." 지금이야 더운 여름이라서 물에 들어가는 것이 부러워보이지만 거친 북서풍이 불어오는 겨울이면 추위와 바람때문에 눈물이 절로 난다고 한다.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속에서도 그들은 어김없이 바다로 들어간다. 가족을 먹여살리고 자식들을 가르치게 해준 바다를 생명의 은인으로 여긴다. 한해 몇 번씩 열리는 해신굿이 열릴때면 그 정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신의 생명과 풍어를 기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들 낳으면 한양으로 보내고 딸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 " 라는 말은 결코 틀린말은 아니다. 해방후 제주도 여인들이 전국으로 시집가서 억척스런 생활력때문에 잘 산다는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요새는 어촌계를 통해 공동작업과 공동판매를 한다고 한다. 어촌계의 남자가 하루 일감과주의사항에 대해 말을 한다.
해녀들은 사진을 찍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일제시대때 천한 직업으로 손가락질 받았던 설움때문에 얼굴을 내보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굵은 주름이 패인 해녀의 얼굴은 세상 어떤 여인보다 아름답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강인함과 슬픈 역사때문에 눈물을 흘려야 했던 한이 얼굴에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인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날 제주해녀들은 거의가 할머니들이다. 70의 노구를 이끌고 물속에 들어가는 모습이 안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기까지 한다. 장시간 물속에서 지내기 때문에 이들의 건강은 좋을리 없다. "뇌신" 한 봉지 입에 툴툴 털어 넣어야 다시 일어 설 수 있으니 어쩌면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 50년대 초반까지는 해녀수가 3만명이던 것이 80년대는 만여명으로 줄어들고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추세란다. 하긴 이 힘든 일을 누가 하겠는가? 팬션을 지어 앉아서 돈 버는 것이 훨씬 편한데.. 해녀들은 순진해서그런지 그렇게 쉽게 돈 버는 것을 모른다. 오로지 바다만이 월급 주는 사장님으로 안다. 바다에 오래 머물수록 돈을 더 많이 버는 줄 하는 순수한 여인들..... 그녀는 바다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바다가 있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제주의 여인들은 7살부터 수영을 배우고 12살이면 잠수하는 법을 배우고 15살이면 거뜬히 제 몫을 한다고 한다. 점차 물질 실력이 늘면 하잠녀에서 중잠녀로 계급이 올라가고 상잠녀가 되면 20미터 물속까지 거침없이 들어가 전복을 따올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 폐활량은 경륜과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황영조의 어머니가 제주 해녀출신이라는 것이 그걸 증명하고도 남는다. 20미터 물속에서 2분동안 숨쉬지 않고 잠수한다는 것은 외국의 언론조차 불가사의라고 말 할 정도로 놀라운 일이다. 짧은 휴식이 그렇게 달콤할 수 없다. 땀 흘린 자만 이 이런 미소를 지을 자격이 있다.
태왁과 망사리다. 해녀들이 물질하다가 물위로 올라와 태왁을 끌어 안고 숨을 쉬고 휴식을 취한다. 저 작은 부유물이 자신을 지켜줄 생명줄이고 탈콤한 휴식처다.
할머니 해녀만 보다가 처녀 해녀를 보게 되었다. 몸을 감싸고 있는 고무 옷이 참 잘 어울린다.
물속으로 들어가라는 신호가 떨어졌다. 바다로 향하는 그들의 마음은 늘 긴장된다.
무작정 바다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준비 운동을 하고....몸에 물을 적시고... 태왁을 천천히 밀며 유유히 헤험쳐 나간다. 그 모습이 어찌나 유연하나지.. 맞다. 바로 인어다.
물속에서 일하는 시간은 20초에서 2분 정도다. 나는 그 짧은 2분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볼 수는 없지만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분주히 움직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물 밖으로 솟구치면 거친 숨을 길게 내쉰다. 그 소리를 "숨비소리"라고 부른다. "쉬-이익. 쉬이익-" 그 기이한 소리가 오랫동안 귓전에 머문다. 딴 세상에 머물다가 현세로 넘어오는 소리 같기도 하고 가슴에 품고 있었던 한을 삭이는 소리같이 들리기도 한다. 숨비소리처럼 생명력 가득한 소리가 또 어디 있을까? 20분의 고통을 이겨내는 짧은 신음소리
육지의 여인들은 악세사리로 온 몸을 치장하지만 해녀들은 자신의 생명줄인 태왁을 예쁘게 꾸민다.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지 않는가? 물위에 올라와서 서로 얼굴을 쳐다 보고 씽긋 웃는다. 그 미소가 서로에겐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다시 큰 숨을 몰아쉬고 오리마냥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생명이 있는 바다속을 향하여...... 지금이야 발동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지만 예전엔 제주도 전통배인 태우를 타고 바다로 향했다고 한다. 성산일출봉 근처에서 태우를 처음 보았다. 뗏목선이라고 보면 된다.
최첨단 문명의 이기인 풍력발전소와 몸으로 때우는 해녀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제주의 해녀들은 초인이다. 오늘날에도 갸날픈 여인들은 세상과 싸우고 있다. 그들이 숨비소리를 깊숙히 내고 있는 한 나는 제주를 계속 찾을 것이다.
물질을 못하는 여인들은 뻘에서 조개를 캔다. 일출봉이 그들을 지켜주고 있어 늘 마음이 편하다.
낮에는 마늘밭에서 죽어라 일을 한다. 내리 쬐는 햇빛덕에 땀으로 온몸이 범벅이 되지만 할머니는 불평 한마디 없이 마늘종을 뽑는다. 저렇게 큰 선풍기가 획획 돌아가지만 할머니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풍차마을 행원풍력발전소 행원마을은 제주도의 북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에서 가장 바람이 많이 부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곳에 거대한 풍력발전소가 세워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풍력발전 단지는 1997년부터 시작하여 6년에 걸쳐 조성되었다. 높이 45미터, 날개 24미터가 되는 발전기가 무려 15기나 된다. 우선 그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획획 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모른다. 아무리 유가가 올라도 걱정없는 청정 에너지가 아닌가? 연간 37억원 규모의 전기를 생산한다고 한다. 제주도 전기의 1%를 바람이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 태풍이 올라오면 발전소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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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주 해녀에게 존경의 박수를...
이종원 대장께 존경의 박수를....내가 가장 좋아하는 삶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담아 오셨기에....내가 느낀 대장의 매력은 볼룩나온 배 빢에 없는 줄 알았는데....삶을 바라볼 줄 아는 섬세함도 있었군요...사랑합니다.할미가...^^*
숨비소리라구요? 가까운곳에서 그 소리를 듣고프네요 제주해녀의 귀한 삶의 모습을 감동깊게 느꼈습니다
제주해녀는 그 물질의 능력(깊이 잠수)에 따라 3등급으로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뉩니다. 자유게시판에 다음에 올려 볼게요 ...
쉬~쉭 나는 숨비소리 다시 듣고 싶네.....
어머? 해녀들은 사진찍는거 제일 싫어하는데 멋지게 잘~찍으셨네요. 역시 잘생기고 봐야돼....지...^^* ...저도 저번주 서해바다에서 해녀사진 몰래(^^)찍었답니다. 그런데 통통배를 탔더니 그분들은 해녀들을 너무 싫어하더군요. 배가 다니는 길에있어 항상 불안하다고 하더군요. 그런건 모르셨죠? 좋은일주일 되세요.
장미 누우...해녀분들이 제일 두려워 하는게 작업중 배가 지나가는것입니다.부표를 가지고 표시를 하지만...그냥 지나가는 배들이 많아요.물 아래에서 작업중 위로 보면 배가 지나가는 것이 보이지만...그래도 위험 합니다.^^*
아줌마는 대단해~~~~~~
저희 엄마도 고무옷 있어요...가덕도 해녀시거든요..ㅋㅋ 혼자 세딸 키우시는라 미역..고동..톳나물..곰피..겨울에서 봄 되면 항상 하시는 일이셨는데..지금은 다리를 다치셔서 하시지는 못해도..우리엄마 고무옷 대장님께 맞겠네요..울 엄마도 덩치가 있으시거든요..ㅋㅋ
제주도에서 사람냄새(?)를 맡으셨네요...한 8년전쯤 여름에 월영(협재해수욕장근처)풍력 발전소에서 3박4일을 지낸 일이 생각납니다. 여름밤에 발전소 잔디밭에서 드러 누워 하늘 보고...멀리 갈치배 불빛이 참 좋아는데...지금도 그렇겠죠..사람은 변했지만....
해녀에 대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공감하기는 어렵군요. 어떤 자료에 의해서 해녀이야기를 쓰셨는지 궁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