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라는 소녀가 초경을 하게 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광신도이자 편집증환자인 어머니는
다른 여자와 눈 맞아서 도망간 남편과의 관계에서 태어난 캐리를 불결하게 여기고, 또래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던 캐리는 이 사건(자신이 월경하는 것을 보고 두려운 나머지
친구들에게 도와달라고 한)으로 인해 주위 소녀들의 공격대상이 된다. 캐리는 초경을 치르
면서 염력 이 생기게 되고 결국 그 힘은 모두를 파멸시킨다.
《영화의 기표적인 해석과 기법》
영화 속에는 파괴된 미국 가정과 그로 인해 불안한 사춘기의 심리가 잘 표출되어 있
다. 드 팔마는 이를 위해 그가 존경하는 히치콕의 영화적 기법을 많이 사용했다. 첫 여
학생 탈의실 장면(이건 너무 적나라해서 필자도 한번에 눈치깠다.)에서부터 사용된 느린 화
면과 묵음의 결합은 매우 효과적이며, 특히 남자 친구와 캐리가 춤을 출 때 사용된 카메라
팬은 사춘기 소녀의 불안한 심리와 환상을 복합적으로 표현해 낸다. 이 영화는 스티븐
킹의 다른 원작들에 비해서 상당히 세련된 편이다.(물론 스티븐 킹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중 최고를 꼽으라면 큐브릭의 「샤이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캐리와 드 팔마가 갖는 의의》
「캐리」를 비롯해서 70년대 중반을 이루는 몇 편의 그의 영화들은 당시 유행하던 오컬트
무비를 패로디하여 새롭게 재해석함으로써 그에게 모던 호러영화의 시조라는 명칭이 붙게했
다. ***여기까지의 글은 일부 기사를 참조했음***
《영화의 기의적인 해석》
영화는 예수의 고난을 상징하고 있는데, 이러한 해석을 합리화시키는 도구로서 우선 아버지
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영화내내 캐리의 아버지는 암시만 될 뿐 보여지지 않는다.
(물론 다른 여자와 눈맞아서 도망갔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지만)어떻게 보면 진짜로 아버지
란 존재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까지 생기게 되고 결국 캐리의 엄마는 실재하지 않는 존재(하
나님)로부터 말씀으로 수태한 동정녀 마리아로 해석 될 수 있다.(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캐리의 엄마가 캐리를 악마의 씨앗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 태어난
캐리는 예수로 해석 될 수 있는데 캐리(Carrie)의 경우엔 이름이 내포하고 있는 뜻이 다의
적이다. 우선 캐리의 이름을 풀어놔 보면 Caroline White인데 여기서 Caroline은
Christ와 동격이며 White는 사전적 의미로 '선의의', '죄없는'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Caroline
White는 죄없이 박해받는 예수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캐리란 이름은 그의
염(동)력을 암시하고 있기도 한데 Carrie는 carry와 혼동되어 읽혀질 수 있고 carry의 사전
적의미인 '∼의 위치를 옮기다'는 영화상에서 의지만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캐리의 염력과 통
하는 것이다.
결국 주위(학교, 엄마)로부터 박해받던 캐리는 파타장에서 자신을 비웃는 사람들 모두를 심
판하고 결국엔 자신을 그렇게도 옭아맸던 엄마에게 돌아가지만 엄마 역시 캐리를 배신하고
몰래 칼로 찌른다. 이렇게 성령으로 수태하여 태어난 예수를 성모가 혐오하며 죽인다
는 것은 극단적인 안티크리스트인데 바로 이 부분에서 이 작품이 단순한 성경구절의 반복이
아닌 새로운 재해석을 해내고 있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결국 자신의 목숨에 위협
을 느낀 캐리는 자신을 죽이려는 엄마를 염력으로 살해하고, 자신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또한 중요한 장면이 마지막에 나오는데 옆집에 사는 '수'가 꿈속에서 캐리의 무덤에 갔
다가 캐리의 팔이 불쑥 튀어나와서 놀라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호러영화의 장치로서 반전의
역할도 하지만 기의적인 면에서는 죽은지 3일만에 죽은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예수의 모습이
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