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쓰기 새로 돋우는 디자이너_석상호이야기

[Kameleon(김귀유리)]

현대 모터 그룹의 기아선행디자인팀은 미래를 예측하고 디자인한다. 3년이나 4년 후,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을 자동차의 디자인과 기능이 그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오늘과 내일 촉발될 혁신을 감지해 서너 걸음 앞서 나간다. 뒤 돌아볼 일 없을 것 같은 기아선행디자인팀의 한 연구원이 ‘구습’으로 취급되기도 하는 ‘세로쓰기’에 주목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름하여, 세로쓰기를 접목한 ‘세로운’ 유저 인터페이스다. 석상호 디자이너를 만나고 왔다.

취재. 윤유성 기자 outroom@fontclub.co.kr

2011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세로쓰기를 접목한 ‘세로쓰기 UI’를 선보이셨는데요. 소개해주세요.

지난 3월에 특허 출원을 하고 6월에 논문으로 발표한 <세로쓰기를 적용한 하이브리드 유저 인터페이스 연구>를 선보이는 전시였습니다. 사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세로쓰기를 도입한 새로운 유저 인터페이스에 관한 연구입니다. 세로 화면의 제품들이 가로쓰기 방식으로만 제작되어 사용자들의 선택 폭에 한계가 있었죠. 새롭게 세로표기 방식을 도입해 한글에 맞는 새로운 UI를 제안한 것입니다.
세로쓰기를 병행해 인식 속도 개선, 사용성 향상, 오작동 방지, 안정성을 향상시켜 편리하고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입니다. 기존 인터페이스와 하이브리드 유저 인터페이스가 병행되면 사용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사용성도 향상시켜줄 수 있습니다. 저는 이처럼 새로운 UI 레이아웃 구성 방식을 ‘하이브리드 유저 인터페이스’라 명명했습니다. 

한글 내용 표시에 있어 가로쓰기 화면 보다 세로쓰기 화면에서 더 빠르게 내용 습득이 가능하다는 점을 비교 분석한 화면. ㅏ,ㅣ,ㅓ,ㅑ,ㅕ,ㅐ,ㅔ 같은 긴 세로획으로 인해 수직 방향으로 보다 편하고 빠르고, 리듬감 있게 글자를 인식 할 수 있게 된다. 가로쓰기는 긴 세로획으로 인해 좌에서 우로 시선 이동 시 흐름을 끊어 인식 속도를 떨어뜨린다.

가로 및 세로 글자를 인식 할 때 나타나는 시각현상에 대한 설명. 가로표기만으로 만들어진 UI 방식에서는 시선을 지그재그(zigzag)로 이동해야 한다. 짧은 순간이지만 기억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세로표기와 가로표기 혼합된 하이브리드 유저 인터페이스에서는 시선 이동이 자연스럽다.

논문에는 휴대전화뿐 아니라 자동차 디자인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하셨는데요.

세로쓰기 UI는 자동차 내부 정보창에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정보창이 점차 ‘윈드 실드(wind shield)’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행방향에 가장 적합한 세로쓰기가 적용되어야 인식성과 안정성이 향상됩니다. 가로로 읽는 정보와 세로로 읽는 정보를 구분 적용해 가독성을 높이고 레이아웃에도 생동감을 줄 수 있죠. 향후 미래 자동차는 센터페시아를 탈 부착할 수 있게 됩니다. 자동차에서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태블릿 PC, PDA, 전자책으로 활용 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이런 방식의 인터페이스가 도입된다면 이동수단과 IT기기간 융합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제 연구는 가로쓰기를 모두 버리자는 내용이 아닌데 가끔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무조건 가로쓰기를 버리고 세로쓰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글이라는 우리 고유의 유산으로 기존 UI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연구했습니다. 스위치 조작만으로 가로쓰기 UI 방식과 제가 연구한 하이브리드 UI 방식을 사용자들이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정보의 정확성과 신속함이 요구되는 정보화 시대에 보다 경쟁력 있는 디지털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국내 제품에 우선 적용될 경우 한국인에게 특화된, 한글 사용자에게 특화된 보다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성 문제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회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하고자 하는 영역이기도 하죠.

자동차 실내 정보 표시 창에 적용된 화면 디자인. 세로쓰기 도입으로 인식성을 향상시킨 정보 창을 구성했다. 일반적인 운전자의 지각-반응 시간은 평균 2.5초다. 따라서 운전자의 지각 시간을 줄여 반응시간을 앞당기게 되면 안전성이 향상 될 것이다. 자동차 내부의 주요 정보 표시 창인 클러스터, 허드(HUD)에 적용하여, 시선 분산을 막고, 효과적으로 운전에 집중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세로표기와 가로표기 내용에 규칙을 적용하여, 인식 속도를 향상 시킨다. 

풀 터치 입력 방식 센터페시아(center fascia, 대시보드 중앙에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컨트롤 패널 보드)에 적용된 화면 디자인. 세로쓰기 도입으로 인식성을 향상시킨 정보창을 구성했다. 자동차 운전시 수시로 상하로 움직이면서 계기판, 센터페시아, 전방을 살펴보게 되는 특성에 따라 세로쓰기를 도입하여, 시선 방향과 글씨가 일치되게 하여 인식과 조작 속도를 개선하였다. 최종적으로 시선 분산을 막고, 효과적으로 차량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도와,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실제로 운전에서 주변시(peripheral vision)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는 중심시(Foveal viosion)만큼 중요하다.

한글과 세로쓰기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잘 아시겠지만 한글은 세로쓰기를 고려해 디자인된 문자입니다. 중성의 모음 획이 기둥처럼 받쳐주기 때문에 세로로 쓰기에 편하고 읽기도 수월합니다. 이처럼 한글 고유의 특성과 우수성을 발굴해 국내 제품 디자인에 적용하게 되면 애플과 삼성 사례처럼 최근에 주목 받고 있는 타사 제품에 대한 특허 침해 문제에서 탈피할 수 있는 방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한글은 우리나라의 경쟁력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한글은 다른 문자와는 다르게 가로로 쓰고 읽어도 되고 세로로 쓰고 읽을 수도 있습니다. 거꾸로 읽거나 대각선으로도 읽을 수 있죠. 한글의 큰 장점입니다. 인터넷을 채우고 있는 정보 중 80% 이상이 영어로 되었지만 따져보면 스마트 기기에 최적화된 문자는 한글입니다.
한글의 편리함과 우수성이 독창적으로 구현된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다 보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한글의 우수성이 알려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글이 탑재된 다양한 IT 제품과 자동차들이 경쟁력을 갖게 되고 결국 국가 경쟁력까지 높여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죠.

세로쓰기 UI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만들어져도 세로쓰기에 최적화된 폰트가 뒷받침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직접 세로쓰기 전용 폰트를 디자인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특허를 출원하고 논문도 발표하고 전시도 했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세로쓰기가 재조명되어 계속 연구가 이뤄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계속 연구하다 보면 새로운 특허가 나올 수도 있겠죠. 논문에서는 맑은고딕을 세로쓰기 방식으로 사용했습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범용성과 객관성을 갖춰야 하는 논문이기도 하고 학회에서 지정해준 폰트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세로쓰기 전용 폰트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일반 폰트로 논문을 정리하고 세로쓰기 UI를 디자인하면서 세로쓰기 전용 폰트의 필요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세로쓰기 전용 폰트의 필요성을 느끼셨나요?

사실 기존 폰트로 세로쓰기를 해도 디자인이나 가독성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디자인을 잘 해놓은 작품이기도 하고 이후에 많은 학자와 디자이너에 의해 진화해 왔기 때문이죠. 아무 글꼴이나 가로로 쓰든 세로로 쓰든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저는 폰트 디자이너는 아닙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지적을 하자면, 우선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문장 부호와 특수 문자 같습니다. 가로쓰기를 할 때도 그렇지만 세로쓰기에서도 폰트마다 마침표, 쉼표, 물음표, 느낌표 등 문장 부호의 위치와 크기 등이 모두 다르고 MS워드와 한글, 어도비 등에서 적용되는 기준이 모두 제 각각이라 작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세로쓰기 할 때 애매하게 표기되는 물음표나 느낌표와 같은 외국 문장 부호들은 훈민정음을 재해석해 한글에 맞게 새로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하나의 폰트를 세로쓰기 할 때와 가로쓰기 할 때 문장 부호가 적용되는 방식이 달라지도록 개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하면서도 가독성이 높고 자동차에도 적용 가능한 폰트를 직접 개발하고 싶습니다. 굉장히 단순해야 합니다. 100을 이야기하지만 그 모든 것이 정제되어 10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겠죠. 산돌커뮤니케이션과 같은 폰트 디자인 전문 기업과 진행해볼 생각입니다.

조만간 세로쓰기 UI가 현대차나 기아차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한글 폰트는 기본적으로 다른 언어의 폰트에 비해 가독성이 좋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독성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자동차에서 사용하는 폰트나 UI는 휴대용 기기의 적용 기준과 차원이 다릅니다. 생명과 직결되는 운전자의 안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에 사용자들에게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는 폰트나 UI를 쉽게 바꾸지 못합니다. 디자인적으로 예쁘기만 해서는 자동차에 적용할 수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식성입니다. 인식성 개선과 안전성 향상이 최우선입니다.
기술 발전으로 조작계를 줄인다고 하지만 자동차에는 많은 버튼과 설명이 들어갑니다. 디자인만 고려한 폰트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죠. 그렇다고 폰트를 두껍게 사용하면 덩어리나 점처럼 보여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고 0.1초만에 필요한 버튼을 인지하고 눌러야 할 때 실수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들에게 익숙해진 폰트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이유죠. 하지만 지속적으로 폰트 디자인 전문 회사와 함께 현대 자동차와 기아 자동차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해주는 폰트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향후에 또 다른 계획이 있으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투자를 받아 세로쓰기 UI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올해 목표 중 하나는 폰트 디자인 전문 기업과 함께 세로쓰기 전용 폰트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를 전망하고 준비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으로 책도 하나 쓰고 있습니다. 미래는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미래가 되기 때문이죠. 지금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가 생깁니다. 모든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미래를 막연하게 생각하고 불안해 합니다. 미래는 남이 가져다 준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미래는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만들어나갈 때 발견하는 가치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와 제 제안이 그 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고수열전[마성만]]

GOOD IDEA!!! HAHA^^

[Kameleon(김귀유리)]

HAHAHA 세로읽기 읽어봤는데 힘들더군요.. 하지만 자꾸보면 정드는 .. 디자인할때 폰트를 이용한 디자인활용이 많아서 기사거리 올려봤습니다~

[창업경영포럼]

세로쓰기... 요즘은 정말 보기 힘든 쓰기 방식인데...
이런 계몽을 하는 석상호 디자이너분에게 화이팅 전합니다.~
우리문화 알리기의 한 영역만으로 좋은 내용입니다.

[나비]

한때 세로읽기가 아주 편해 가로읽기가 어설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읽다보면 오히려 친숙합니다

[조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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