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02년 7월 20일 통권 / 제17호)
미세스 다웃파이어 / Mrs. Doubtfire
첫 장면에서부터 주인공 다니엘 (로빈 윌리암스 분)은 자신의 뛰어난 성대묘사에 도취되어 대본대로 하라는 감독의 말에 그냥 직장을 그만 둬 버린다. 그리곤 바로 그 날, 아들의 생일을 위해 (엄마가 아들의 성적이 나쁘기 때문에 파티는 없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안에 온갖 동물들을 다 끌어 들여 신나게 춤을 추는 난장판 파티를 연다. 지친 아내가 이혼을 선언하자, ‘여행을 가면 생각이 바뀔 거야!’, ‘상담을 받아 볼까?’, ‘이사를 갈까?’ 하는 식으로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그 상황만을 회피하려한다. 이런 다니엘의 모습에서, 우리는 비난이나 고통을 직면하기보다는 그저 즐겁고 낙천적이며 자유분방함을 쫓는 7번 유형의 모습을 금방 알아 챌 수 있을 것이다.
취직하고 안정된 가정을 가져야만 아이들의 양육권을 가질 수 있다는 재판관의 판결은, 다니엘에게 ‘우리는 사랑하잖아!’ 라는 이유만으로는 결혼 생활을 영위할 수도, 아이들을 양육할 수도 없다는 현실을 직면하게 만든다.
일단 그에게 가장 긴박한 현실 하나는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다는 것이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그는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기보다 미세스 다웃파이어(가정부 할머니)로 변신해 위장 취업을 하게 된다.
인생의 신비로움은 우리가 비켜가려고 하는 바로 그 곳에 우리의 해결책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신해서야 비로소 아내나 아이들의 말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듣게 된다. 이렇게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보게 되는 경험을 함으로써 인생의 전환기(갈림길)를 맞게 되는 것이다.
웃음은 결혼의 활력소이지만 아내 미란다가 그런 자신으로 인해 울며 지샌 밤이 수도 없이 많았다는 것, 아이들이나 남편에게 자긴 악처밖에 될 수 없었다는 것, 심지어 남편은 심각한 것을 싫어한다는 미란다의 슬픈 고백을 통해서 그동안 자신의 삶이 너무나 피상적이었으며 무책임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결과 다른 이에게, 그것도 자신이 사랑한다는 아내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었는지 조금씩 깨닫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근사한 저녁상을 차려놓고 퇴근하는 다니엘에게 큰딸이 쫓아 나와 “엄마를 웃게 해줘서 고마워요, 오랫동안 엄마가 웃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거든요” 하고 말한 사건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즐거움뿐만 아니라, 안정된 생활이라는 것 역시 자각하게 해준다.
근본적 해결이 없는 그의 여장 위장 취업은 결국 들통이 나고, 현실에 기반이 없는 그의 자식 사랑은 감동적인 연기에 불과하다는 판단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는 판결을 받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삶의 진실을 마주함으로써 십자가의 고통을 보지 않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인내를 배우고 진지함을 배우게 된다. 다행히 그의 재능을 알아 본 방송사 사장 덕분에 그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맡게 된다. 거기서 다니엘은 이젠 난장판 파티를 벗어나 아이들에게 교훈이 되는 이야기를 재치 있게 끌어가고, 아이들의 어려움이나 그들의 말에 진심으로 귀기울이는 진지한(허나 역시 재기 발랄한) 할머니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즐거움 뿐만아니라 믿음직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마치 아름다운 나비가 되려면 고통스러운 변태과정을 겪어야만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