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시조협회 대전 지회 창립
1. 시조의 횃불을 들음
2020. 1. 4일 창립회원 61명과 대전광역시 교육청 설동호 교육감, 한국시조협회 김흥열 이사장, 대전문인협회 손혁건 회장, 대전문학관 이은봉 관장을 비롯한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하고 결연한 분위기 속에서 대전광역시 대전시민대학 보문산관 1층 컨퍼런스 홀에서 한국시조협회 대전지회 창립총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창립총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대전의 시조시인인 박헌오 전 대전문학관장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허가된 전국단위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시조협회의 제 5대 이사장으로 당선되어 지역에서 처음 이사장을 맡게 됨을 계기로 대전이 시조문학 발전의 선도적 역할을 다하자는 데 뜻을 모아 창립을 결의하게 되었다. 특히 이 단체는 대전 우암사적 공원에서 발기되어 탄생되었기 대전 시조시인이 이사장을 맡음으로서 그 본향을 찾아온 느낌이어서 더 의미가 컸다. 대전의 시조문학 역사는 결코 짧지 아니하다. 조선시대에는 상촌 신흠, 취금헌 박팽년, 우암 송시열, 야당 유혁연, 설봉 강백년을 비롯한 많은 선현들이 이 고장 출신으로 많은 시조작품을 남겼고, 일제강점의 민족문학 수난기에도 단재 신채호, 금당 이재복, 소정 정훈, 춘파 전형, 등 쟁쟁한 문인들이 애국적인 시조작품들을 수없이 남겨 전하고 있다. 광복 후에는 향토 종합문학지인『향토』, 『동백』, 『백상』, 『호서문학』 등이 발간되었는데 다 이 고장 시조시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대전에서의 전문 시조문학 단체의 설립과 시조문학지 발간은 1960년대에 접어들어 <한밭시조동인회>가 창립되고 1965. 7. 31일 최초의 시조동인지 『청자』를 창간하였다. 『청자』는 1970년 제 10집까지 내고 중단되었으나 1977년 <차령시조시문학회>가 다시 창립되어 동인지 『차령』을 발간하고 이를 기반으로 1979. 10. 9일 <가람문학회>를 창립하였다. 가람문학회는 가람 이병기 선생의 제자인 정훈 시인을 중심으로 전북, 충남, 서울의 시조시인들이 대거 참석하여 발족하고 동인지『가람문학』을 발간하며 활동한 단체로 지금도 그 동인지는 계속하여 발간되고 있다. 또한 1986년 대전시의 특수시책으로 대전에서 ‘전국한밭시조백일장’을 개최하면서 백일장을 주관하기 위해 <한밭시조문학회>를 결성하여 한국시조인협회와 함께 행사를 하다가 후에 이름을 <대전시조시인협회>로 변경하여 대전시의 연속적인 보조를 받아 독자적으로 지금껏 전국백일장을 열고 있다. 최근 들어는 <금강시조> <토방시조> 등 시조동인회가 결성되어 활동하면서 분산되는 양상을 띠기도 했지만 이번에 한국시조협회 대전지회가 결성되면서 대전의 여러 시조문학단체 회원들이 대부분 함께 참여하게 되었고 활동방향을 시조교육 확대를 통한 국민시조 시대를 열어 가는데 시조시인들이 다 같이 횃불을 드는 결의로 힘을 합치기로 하였다.
2. 대전의 시조 시인들이 함께 나선 통합형 구성.
이번 창립총회에서는 사전에 협의를 거쳐 총체성을 가진 임원진을 구성하였다. 지금까지 한밭시조동인회, 청자시조동인회, 차령시조동인회, 가람문학회, 한밭(대전)시조문학회 등에 계속 참여해온 두 분의 현역시조시인 가운데 유준호 시인을 회장으로, 이도현 시인을 고문으로 추대하고, 부회장에는 대전시조문학회장 윤석훈, 가람문학회장 박봉주, 토방시조문학회장 주영자, 중견시조시인 김용현이 공동으로 맡아 통합형 회장단을 꾸렸다. 집행부는 사무국장 2인(최현주, 김관형) 사무차장 2인(하미정, 은미란) 감사 2인(채동선, 문경훈), 이사 18인으로 구성하여 업무를 분담하는 체제를 갖추었다. 창립회원으로 참여한 회원 수는 모두 61명이다. 여러 시조동인들이 함께하여 연합적 결합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시조창작 교육을 받으면서 참여할 수 있도록 매달 실시하는 시조창작 강의의 문호를 개방하여 대폭적인 회원 확산에 박차를 가해 나가려 한다. 이를 통해 언젠가는 시민시조사랑 단체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3. 본 지회의 역할과 활동 계획
본 지회는 한국의 시조를 통일성 있게 체계화시키고 국민 모두가 주체성과 긍지를 가지는 전통 시문학으로 계승 ․ 발전시키기 위한 활동에 동참하기 위하여 사단법인 한국시조협회와 공조체계를 유지하려 한다. 그래서 한국시조협회와 본 대전지회와의 조화로운 활동체계를 다음과 같이 갖추기로 하였다.
조화로운 연합을 위하여 (사)한국시조협회와 대전지회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함께 추진하기로 하였다.
【한국시조협회가 할 일】
• 시조를 올바른 뿌리문학으로 계승하여 자랑스럽게 발전시킨다.
• 시조의 명칭과 형식 통일안을 지속적으로 연구 심화 확산한다.
• 고시조의 새로운 연구와 시조 유적 및 유물의 보존에 힘쓰고 시조를 국민 시로 넓혀 함께 즐기며 국격을 높이는데 앞장선다.
• 배우기 쉬운 대상별 시조 교재를 편찬 보급하여 강사를 양성하고, 시조인 십만 양성운동을 선도적으로 추진한다. 아울러 시조를 세계적으로 전파하여 한국문학의 상징성과 우수성을 알린다.
• 우수한 시조를 선별 분류하여 올바른 번역 추진한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과 노벨 문학상을 겨냥한 시조 발전에 심혈을 기우린다.
【한국시조협회 대전지회가 할 일】
• 지방자치단체별 지부로서 시조를 배우고 즐기고 꽃피우는 구심점이 되며, 자치단체 교육기관, 문화단체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시조시인은 민족문학인 시조를 국민들에게 알려줄 사명이 있음을 고취한다.
• 강사진을 편성하여 평생교육 및 학생 시조강의 활동에 봉사한다.
• 본 지부는 시조교육에 앞장서 시조를 사랑하는 국민적 협의체로서 한국문학의 기반이며 문인의 소양인 시조 학습을 장려한다.
• 시조창작과 시조 생활을 포괄하는 시조인 단체 활동을 강화한다.
• 매월 1회 이상 시조교육 및 회원 작품 감상과 발표 활동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시민에게는 시조의 기초를, 회원에게는 시조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
• 이렇게 본 지회는 시조교육의 중심축이 되어 시조는 지역문화의 생활과 예술과 교육과 함께하는 기반임임을 알리고, 지역의 문화상품과 시조의 결합을 다양하게 모색하며, 다양한 예술장르(음악, 미술, 영상 등)와도 결합된 모습을 모색한다.
아울러 시조를 사랑하는 국민운동의 첫발을 내딛는다는 결기를 다짐하고자 다음과 같이 협회와 함께 전 국민 시조사랑 가족운동 선언문을 채택하였다. 본 선언문을 전국의 시조문학단체들이 공유해 주기를 제안한다.
「시조사랑 십만 가족운동」선언문
시조는 민족정신의 주체이기 시조를 사랑하고 빛내는 것은 민족문학 진흥을 이루려는 애국심의 발로이다. 시조는 민족문학의 정수로 이어 내려온 유일하고 고유한 정형시이며 시조를 가꾸고 향유하는 것은 민족문화의 주체성을 바로 세우는 요체이다. 우리는 한 때 부끄럽게도 매국노와 망국노들 때문에 나라와 문화를 빼앗긴 식민지가 되어 민족문학의 핵심으로 이어온 시조마저 숨을 멈출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런데 다행이도 결연히 시조를 구해내고 이를 부흥시키겠다고 앞장선 선각자들이 있어 시조가 오늘의 민족전통문화유산으로 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소중한 문화적 자산을 요즘 들어 사각지대에 밀쳐두어 그 생명력이 시들어갈 형편에 이르렀다. 가까운 일본은 그들의 전통시 하이쿠를 사랑하고 생활화하여 국민문화로 활성화 시키고, 중국은 한시를 세계화시킴은 물론 소수민족의 무형문화유산까지도 보호하는 정책을 펴서 전통문화를 살려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우리도 이제는 깨어나 시조를 통하여 민족문화를 강성하게 일으키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시조의 원형을 소중히 보존하면서 현대적 정서생활에 뿌리내리도록 계승하는데 앞장서는 국민적 전승 공동체로써 <시조사랑 십만 가족운동>을 선구적으로 펼치고자 하며, 온 국민이 민족 시조를 사랑하고 즐기는 바탕 위에서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우리 전통시인 시조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협회에서 마련하고자 하니 이에 적극 동참을 호소한다. 우리에겐 태고 이래로 국민의 생활 속에서 탄생시킨 시조를 이어나가야 할 역사적 사명이 있다. 시조는 형식과 격조가 있어 처음에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배우고 나면 흥미진진한 매력이 있는 우리 고유문학이다. 또한 시조는 민족 정체성을 깨우는 정신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시조는 주체적인 국가관을 가진 한국인을 양성하고, 함축성과 절묘한 비유를 기본으로 창조적 상상력을 향상시키며, 예술성과 다양한 사상성, 정형의 질서의식으로 우수한 한국인을 완성시켜주는 빛나는 요체이다. 그동안 시조는 시조시인들만의 문학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이에 이젠 열린 정신으로 누구든지 알고 배우고 짓고 나누며 생활화하는 국민시조시대를 열어 나가야 함이 우리의 필연적 사명임을 선언한다.
2020. 1. 4.
4. 희망을 안고 기쁨에 넘치는 출발의 표정들
시조 발전을 위한 사단법인 한국시조협회 대전지회의 창립총회 분위기는 뜨거웠다. 소중하고 큰 뜻을 품은 희망찬 출범이었기 참석자 모두가 진심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교육감이 축사를 통하여 각 급 학교 학생에게 이 시조 보급을 하는데 적극 공감 협조하겠다는 말에 더욱 활기찬 창립총회가 되었다.
5. 자랑삼기보다 두 주먹 불끈 쥐기
창립총회가 나름대로 성대하게 개최되고 나서 이를 보신 분들의‘너무나 훌륭한 총회였다’는 칭찬소리가 자자했다. 그러나 본 회원들은 이 말이 칭찬으로 듣기보다는 무거운 채찍의 말로 들린다고 하였다. 흔히 시작은 그럴듯하게 해놓고는 가꾸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우리 한글민족의 유일한 뿌리문학인 시조를 국민시조로 정착시키는 활동은 애국운동이요 국민문화 융성을 위한 운동임을 생각한다면 중도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다. 따라서 지금은 자랑할 수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두 주먹 불끈 쥐고 우리 스스로 약속한 결의를 지키고 실현시켜서 이뤄낸 결과를 가지고 자랑할 수 있을 따름이다. 만일 결실을 맺지 못할 경우에는 부끄러움만 남을 뿐임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시조의 역사와 일본의 와카 하이쿠의 역사는 연대가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근대사에서 그들은 침략자였고 우리는 식민지가 되었다가 그들은 패전국이 되었고 우리는 광복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하이쿠를 국민문학으로 삼아 패전 후 국민적 절망감을 극복하고 주체성을 세웠고 우리는 시조의 진가를 망각해 왔다는 점이 달랐다. 지금 자랑할 것은 시조가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한국의 전통문학이요 한국인의 주체성을 이어가는 시문학이라는 것이다. 하나의 문학단체가 명멸하는 문제가 아니라 독립운동을 하시던 분들의 정신을 이어받는 차원의 문학 독립운동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시조 부흥에 동참하는 것 자체를 자랑삼을 일이다. 시조를 바르게 계승하고 국민의 문학임을 일깨우며 세계에 떳떳이 과시하고자 앞장서는 한국시조협회의 높은 이상이 실현되기를 소망하며 그 뒷받침이 되고 중심이 되고자 출범하는 작은 발걸음이 본 지부의 창립이다.
(<한국시조협회 대전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