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G단조 알라 마르치아
‘행진곡풍으로’라는 지시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 전주곡은 [Op.3 No.2]와 더불어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이다. 명확한 3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행진곡풍의 리드미컬한 주제 선율로부터 극적인 긴장감을 높여가는 대목은
전형적인 라흐마니노프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울한 서정을 거쳐 마지막 재현이 위풍당당하게 끝난 뒤 덧붙여진
3소절 정도의 사그러지는 듯한 짧은 코다는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6. E플랫 장조 안단테 서정적인 주제가 오른손을 중심으로 분산화음처럼 진행되고, 이후 확대, 발전하며 반음계적인 시퀀스를 통해 약간의 감정적
동요를 보여준다. 이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상시키는 듯한 음형과 분위기를 자아내며 16분음표의 잔잔한 물결을 따라
끝을 맺는다.
7. C단조 알레그로 레가토로 빠르게 흘러가는 16분음표의 패시지와 C음을 강조하는 오르간적인 울림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중후한 선율과
장식적 선율이 대비를 이루며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침잠해들어가는 모습이 이채롭다.
8. A플랫 장조 알레그로 비바체 토카타풍의 짧은 전주곡으로서 쇼팽의 연습곡을 연상시키는 듯한 화려함이 인상적인 대목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16분음표
의 분산화음을 오른손으로 연주하고 주선율을 왼손이 반주 형식으로 노래부르며 클라이맥스를 맞이한 뒤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사라진다.
9. E플랫 단조 프레스토 기교적으로 가장 어려운 테크닉을 요구하는 전주곡 가운데 하나로서 대위법적인 진행을 바탕으로 극도로 섬세한 다이내믹
컨트럴과 음영 조절을 요구한다. 오른손은 3도와 6도, 2도와 4도를 트릴처럼 동시에 연주하며 왼손은 이 음형을 아르페지오
적으로 펼쳐놓은 듯한 장대한 멜로디가 펼쳐지는, 진정한 비르투오소를 위한 전주곡이다.
10. G플랫 장조 라르고 [전주곡 Op.23]을 마무리하는 느린 악곡으로서 단순하고 섬세하며 우아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왼손의 주제가 오른손의 싱코페이션 코드의 반주를 받으며 진행, 2부에서는 반음계적 화성이, 마지막 3부에서는 왼손의 셋잇단음이 주제를 다시 노래부르며 수수께끼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듯 끝을 맺는다.
추천음반 연주회에서처럼 라흐마니노프는 자신의 전주곡 또한 전곡을 녹음하지 않았다. 단 7곡만을 녹음했는데, 이 가운데 Op.23에
서는 No.5와 No.10만을 녹음했다.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는 열곡 가운데 여섯 곡만을 녹음(DG)했음에도 불구하고 장대한
스케일과 러시아적 우수를 뿜어낸 연주로 첫손에 꼽힌다. 전곡연주로는 철근 같은 타건과 불을 뿜는 듯한 테크닉으로 압도적
인 스케일을 보여준 알렉시스 바이젠베르크의 연주(RCA)를 능가할 연주자는 아마도 없을 듯하다. 한편 니콜라이 루간스키
의 전곡 연주(Erato)는 가장 개성적인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해석을 보여준 훌륭한 명연이고, 전통적으로는 블라디미르 아쉬
케나지의 연주(DECCA)가 이 작품의 추천음반 1순위를 기록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