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를 분신으로 몰고 간 경찰의 폭력을 규탄하고 구미 KEC 민주노조 사수투쟁을 엄호하기 위해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총파업에 돌입키로 결정했다. 노조는 1일 김준일 구미지부장이 입원해 있는 서울 한강성심병원 근처 회의실에서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총파업은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1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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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1일 구미 KEC 민주노조 사수투쟁을 엄호하기 위해 금속노조가 11일 총파업에 돌입키로 결정했다. 사진은 10일 열린 김준일 지부장 쾌유기원 촛불문화제. 신동준 |
노조는 총파업에 앞서 3일 노조 소속 모든 간부가 파업을 벌이고 KEC 공장 앞에 집결하기로 이날 회의에서 결정했다. 이날 집회는 3천명 규모가 될 전망이다. 노조는 집회에 모인 전체 대의원 및 간부와 함께 11일 총파업을 결의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노조는 오는 7일 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에 앞서 금속노조 독자적인 집회로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 모인 노조 중앙집행위원들은 "정부와 공권력의 과도한 노사관계 개입이 김준일 구미지부장을 분신까지 몰고갔다"라며 "KEC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금속노조의 모든 힘을 집중시키자"고 뜻을 모았다.
김 지부장의 분신 뒤 KEC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치권의 행보도 본격화되고 있다. 1일 아침 9시 민주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5당이 KEC공장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지부장 분신 사건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뒤 민주당 홍영표 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KEC공장 현장실사와 식량반입을 요구했다. KEC 사측은 애초 이들의 현장실사는 수용하기로 했으나, 얼마 뒤 입장을 바꿔 홍영표 의원의 출입만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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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31일 김준일 지부장 분신 관련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경찰의 무리한 연행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신동준 |
홍 의원은 이날 저녁 10시반부터 오후 내내 점거농성 지도부와 사측을 번갈아 만나며 노사 간 의견조율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회사는 점거 농성 중 노조와 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데다 징계해고 및 손배가압류 철회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저녁부터 1일 새벽 1시경까지 진행됐던 노사 간 실무교섭도 같은 이유로 결렬됐다.
야5당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4시경부터 사측의 입장변화를 촉구하고, 공권력 '집행'을 막기 위해 KEC 공장 앞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서울에서는 이날 오후 이윤석 민주당 의원,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경찰청에 방문해 조현오 경찰청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2일 오전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KEC현장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날 KEC 농성자 중 54명은 공장 밖으로 나왔으며 현재 40명 가량이 1공장 점거농성을 유지하고 있다. 40명 중 25명이 여성 조합원이다. 점거농성에 함께하고 있는 임강순 금속노조 구미지부 교선부장은 “현재 남아 있는 조합원들은 김 지부장 분신이후 사생결단의 자세로 공장을 지키고 있다”며 “민주노조를 없애려면 회사자체가 없어질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분신 뒤 31일 새벽 5시 45분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된 김 지부장은 고비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김 지부장은 오전에 내시경을 했으며 담당의사에 따르면 "화기환입이 없어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 의사는 "악화 가능성 여부를 1주일 뒤에 다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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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31일 밤 9시>
30일 저녁 분신한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의 쾌유를 기원하고 KEC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노동자, 시민, 학생 2백여 명이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촛불을 밝혔다.
금속노조는 31일 오후부터 김 지부장이 입원해 있는 한강성심병원 앞에 상황실 천막을 설치하고, 저녁 7시부터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노조는 상황실을 중심으로 김 지부장의 상황을 점검하고, 공권력의 반인륜적 진압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모아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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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31일 김준일 지부장이 입원한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노동자, 시민, 학생들이 문화제를 열고 있다. 신동준 |
문화제 참석자들은 김 지부장 분신 당시 경찰 진압 과정과 현재 구미 공장 안에 있는 조합원들의 상황을 공유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이 용산과 평택에 이어 구미에서 또 다시 살인 진압을 진행하고 있다”고 규탄하며 “정부와 회사는 조속히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박유기 노조 위원장은 “김 지부장 손을 잡았더니 내 손을 더 꼭 잡으며 강한 삶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제는 우리들이 이 투쟁을 이어나가자”고 호소했다. 노조는 매일 저녁 7시 한강성심병원 정문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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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31일 문화제를 마친 노동자, 시민들이 김준일 지부장의 쾌유를 빌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신동준 |
한편, 저녁 8시30분 현재 민주당 홍영표 의원과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고용노동부 대구지청장과 KEC 공장 안에서 면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대표는 30일 진압 당시 연행당한 조합원들도 면담할 예정이다.
또한 야5당 대표들은 11월 1일 아침 9시30분 조현오 경찰청장 면담을 통해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대표들은 면담 이후 KEC 공장 농성장과 김 지부장 분신 현장 실사도 진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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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31일 낮 4시>
민주노총과 야5당, 시민사회단체가 KEC에서 발생한 공권력의 반인륜적 진압을 규탄하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민주노총과 야5당은 31일 낮 2시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이 입원해 있는 서울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반인륜적 진압 행위를 규탄했다. 이들은 “회사와 경찰이 공모해 교섭을 빌미로 농성 대오를 침탈 연행하려 했다”며 “경찰 침탈 시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음을 수차례 경고해왔음에도 이를 무시한 경찰의 파렴치한 행태가 비극적 사태를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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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3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자오 노조 수석부위원장이 교섭중 연행을 시도해 김준일 구미지부장의 분신을 부른 경찰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신동준 |
김 지부장 분신 이후 공장 안에 있는 조합원들이 극도로 흥분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경찰병력과 용역이 철수하지 않은 채 조합원들을 위협하고 있어 또 다른 대형참사가 우려되는 상황. 이전락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은 “조합원 전체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며 “내일까지 최후통첩을 했다. 회사가 진정성있게 교섭에 나오지 않는다면 제2의 김준일 사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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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31일 열린 김준일 구미지부장 분신 관련 기자회견에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찰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신동준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도 “절망적인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목숨 뿐이다. 더 큰 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정부와 회사가 김 지부장 분신과 KEC 사태 해결을 위해 조속히 나설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회사 측에 △농성장에 배치된 경찰과 용역 철수 △공장 안에 의료진과 식량, 생필품 제공 △직장폐쇄 철회 등 사태해결의 구체적 의지 표시 △국회차원의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야5당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도 사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야5당 대표들은 “이번 참사는 소통을 무시한 이명박 정부의 폭력적인 노조 탄압과 조현오 경찰청장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력히 규탄하며,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위해 공동 대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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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31일 김준일 구미지부장 분신 관련 기자회견에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등에게 분신 상황과 노조 요구를 설명하고 있다. 신동준 |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야5당 대표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김 지부장이 입원해있는 중환자실을 찾아 상태를 확인하고 가족을 만나 위로했다. 또한 이들은 31일 저녁과 11월 1일 오전 중에 직접 구미 KEC 현장을 방문해 조합원들을 만나고 회사 측에 사태 해결을 촉구할 계획이다. 1일 오후에는 조현오 경찰청장 면담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김 지부장은 31일 새벽 5시 45분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현재 장기 손상 등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3일 정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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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31일 오전 5시>
‘공권력’의 무리한 노사관계 개입이 결국 화를 불렀다. KEC 1공장 점거농성 중이던 금속노조 구미지부 김준일 지부장이 30일 밤 9시 50분 경 경찰의 ‘연행작전’에 맞서 분신했다. 31일 새벽 3시 14분 현재 김 지부장은 구미 차병원과 대구 푸른병원을 거쳐 화상전문병원인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중이다. 김 지부장은 현재 기도를 확보했으나 가슴부터 얼굴까지 3도 화상을 입어 위험한 상태다. 대구 푸른병원 담당 의사는 “오른쪽 손과 얼굴부위에 3도 화상을 입었고 화기가 흡입됐을 가능성이 있어 장기손상여부에 대해 2주 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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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지부장이 대구 푸른병원에서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강지현 | 이날 저녁 7시 경 김 지부장은 1공장 안 고객안내실에서 이신희 회사 교섭대표와 면담을 펼쳤다. 회사 교섭대표가 대화에 직접 나선 것은 지회 전면파업 1백36일만에 처음이다. 이에 앞서 29일 밤 9시 경 회사쪽 교섭 실무자가 김 지부장에게 면담을 요청해왔다. 이에 김 지부장은 “교섭대표가 직접 면담에 나서라”고 했다. 그 뒤 두 교섭대표간의 면담은 30일 3시로 정해졌다.
이날 3시 회사는 면담시간을 저녁 7시로 연기하자고 통보해왔다. 이에 김 지부장은 신변보호 차원의 ‘사수조’ 5명과 함께 면담에 나섰다. 복수의 지회관계자에 따르면 노사 양 교섭대표의 면담은 밤 9시 50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두 대표간의 의견은 모아지지 않았으며 면담은 수차례 정회가 이어졌다. 그리고 김 지부장은 ‘사수조’와 함께 화장실에 갔다. 그러자 화장실에 잠복해있던 수십명의 사복경찰이 이들을 덮친 것.
그 뒤 KEC지회 양태근 부지회장을 비롯한 4명은 사복경찰들을 향해 저항했으나 현장에서 바로 폭력적으로 연행당했다. 이에 김 지부장은 곧바로 여자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몸에 지니고 있던 시너를 자신의 몸에 끼얹고 불을 붙인 것.
노사대표 면담은 공권력집행 위장용?
김 지부장은 공장점거 뒤 인터뷰와 전화통화를 통해 “경찰의 무리한 공권력 집행 시 큰 화를 부를 것임을 경고한다”고 수차례 밝혀왔었다. 이날 대구 푸른병원 앞에서 만난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도 “김 지부장과 매일 전화통화했는데, 김 지부장은 구속은 이미 각오했지만 사태가 구속보다 더한 것을 결단해야 될 것 같다고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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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일 구미지부장. 강지현 | 김 지부장이 분신하던 그 시각 KEC 공장 일대에는 수천명에 달하는 경찰이 추가 배치됐다. 당시 여자경찰들도 상당수 배치돼 이번 면담이 김 지부장 체포와 1공장 점거농성자 진압작전 차원에서 계획된 것이 아니냐는 일부 의혹에 무게마저 실리고 있다. 민주노총 구미지부 배태선 사무국장은 “애초 3시 면담약속이 회사에 의해 저녁으로 미뤄진 점과 실제 면담 시 별다른 의견접근이 되지 않았던 점, 그리고 G20 준비차원의 공권력 집행이 준비되고 있었을 것을 추정하면 이번 면담은 위장”이라고 말한다.
김 지부장 분신사실이 알려지고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자 수천명의 경찰병력은 31일 새벽 1시부로 공장 외곽으로 다시 빠졌다. 현재 1공장 점거농성대오는 공장 자체를 드나들 수 없도록 바리케이트를 치고 경찰 진압에 대비해 결사항전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KEC지회(지회장 현정호)는 31일 오전 8시 점거농성자를 제외한 전 조합원을 공장 앞에 모이게 해 규탄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어 지회는 향후 계획 논의를 위해 회의를 갖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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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푸른병원 앞에 금속노조 대구지부 등 노조간부 1백여 명이 모여 있다. 경찰은 이들을 철저히 봉쇄했다. 강지현 |
경찰의 KEC사태 개입은 이번만이 아니다. 경찰은 지난 26일 점거농성 뒤 아프거나 집안사정 때문에 공장 밖을 나온 일부 조합원에게 ‘업무복귀확약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27일에는 연행되어 조사받는 조합원의 친척을 경찰이 불러 배석하게 하고 업무복귀를 강요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경찰은 지난 28일 낮 3시 30분 경 KEC공장 앞 천막농성장 위를 저공비행하다 천막을 무너뜨렸고 그 과정에서 임산부 4명을 포함해 여성조합원 5명이 천막에 깔려 다치기도 했다.
KEC 사측은 지난 6월 30일 새벽 공장에 용역깡패 수백 명을 투입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에 앞서 지회는 6월 21일부터 올 임단협 쟁취를 위해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회사는 타임오프 매뉴얼을 벗어난 지회 요구를 들먹이며 교섭자체를 거부해 왔다. 대신 회사는 7월부터 9월까지 8명 해고, 80여명 권고사직 등의 중징계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노조탄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왔다. 이에 지회는 지난 10월 21일 2백명의 조합원이 1공장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