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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개요
언 제 : 2020. 10. 28(수) / 제676차
누 가 : '계룡'수요산악회원 33명 / 30,000원
어 디 : 지리산 대원사계곡 / 경남 산청군 삼장면 소재
날 씨 : 맑음
산행거리 : 약 7km / 산행시간 : 약 3시간 30분
산행코스 : 대원사주차장 – 대원사 – 용소 - 유평마을(가랑잎초등학교) - 대원사주차장(원점회귀)
산행여정(앨범)
들어가며
가을이 익어갑니다.
간들간들 요염한 자태를 뽐내던 길가의 코스모스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빌어먹을 역병 때문에 억새가 연출하는 콘서트도 놓쳤습니다.
시속 830m로 남하하던 단풍이 지난주 설악산을 통과하여 지리산에 도착했다는 소식입니다.
자칫하다간 그마져 놓칠 것 같아 지리산 '대원사계곡'행 Ticketing을 서둡니다. (시청 앞/08:10)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콧노래 흥얼거리며 집구석을 나서는데요, 그동안 잔뜩 움츠려있던 몸뚱이도 허파꽈리 불어대기 시작합니다. ㅎ
예전 대원사 가는 길은 지그재그 구절양장(九折羊腸)였는데, 이제는 많이 좋아졌네요.
가마가 중산리 길을 버리고 대원사 길로 들어서더니, 텅 빈 주차장에 큰 숨을 내쉬며 산우들을 토해냅니다.
대원사주차장
실로 오랜만에 대원사계곡울 찾았습니다. (10:30)
지리산 동부지역에 자리한 대원사계곡은 남부지역의 달궁계곡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긴 계곡에 수량이 풍부하여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일찍부터 고산식물, 너럭바위, 약수 등을 자랑하며 지방문화재(114호)란 Title도 거머쥐었습니다.
주차장에서 대원사까지는 약 2km 더 들어가야 합니다.
이젠 길이 잘 놓여 깊은 산골짜기처럼 느껴지지도 않지만, 예전엔 지리봉우리들에 묻힌 오지 중 오지였습니다.
원래 유평계곡이라 불렸는데, 대원사가 유명해지자 대원사계곡으로 바꿨습니다.
무제치기폭포와 조개골짜기의 곡류(曲流)가 형성한 아름다운 계곡이지만, 은둔자들이 찾아들면서 한(恨)도
쌓였습니다.
동학농민혁명에 좌절한 농민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고, 일제강점기엔 항일의병들의 은신처였습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빨치산의 활동무대이기도 했고, 1960년대에는 화전 일구며 목숨을 이어갔던 가난한
사람들의 안식처이기도 했습니다.
이맘때쯤이면 떠오르는 '잊혀진 계절' 노래를 읊조리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유평마을까지 총연장 3.5km로 왕복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는데, 꾼들은 쏜살같이 내뺍니다.
대원사계곡
대원사계곡으로 들어서자 전국 국립공원탐방로에서 길이가 가장 길다는 구름다리(58m)가 반깁니다. (10:40)
'소막골'로 들어가는 출렁다리인데요, 가락국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소와 말에게 먹이를 먹였던 곳이랍니다.
주변에는 왕이 넘었다는 왕등재, 망을 보았다는 망덕재, 군량미를 저장했다는 도장굴 등 구형왕과 관련된 지명이
많습니다.
'대원사계곡'길은 대원사주차장에서 유평마을까지, 찻길을 피해 만든 오솔길입니다.
과거에 꾼들이 지리산종주의 대미를 장식하며 계곡 따라 걷던 길이었습니다.
2018년 11월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와 산청군이 50억 들여 새롭게 리모델링한 후 '대원사계곡 생태탐방로'란
문패를 내걸었습니다.
곳곳에 계곡의 자연을 볼 수 있는 전망대와 쉼터를 만들고, 자연생태와 역사문화 해설문까지 곁들었습니다.
물 맑은 계곡 따라 흙길과 Deck를 만들었는데, 경사도가 완만해 노약자도 불편 없이 걸을 수 있다고 자랑합니다.
선비들이 천왕봉에 오르기 위해 지나간 유람의 길이자, 민초들이 피난처나 은거지로 삼았던 숱한 애환과 격동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계곡과 아주 가깝게 탐방로가 개설되어있어 한결 정취를 더해줍니다.
곳곳에 급류와 소(沼)에 대한 자세한 안내와 옛이야기를 더한 안내판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계곡쉼터
곳곳에 쉼터도 많습니다.
야무딱지게(ㅋ) 생긴 남근석과 함께 예쁜 글씨체가 눈길 & 발길을 붙듭니다.
길은 울울창창한 나무터널입니다.
지리산계곡 중에서 솔숲이 가장 아름답다는 대원사계곡답게 아름드리 적송들이 많습니다.
소나무줄기 사이로 자기모습을 감췄던 계곡이 알몸을 드러내며 옥색 물빛으로 맑은 기운을 전합니다.
산허리 가로지르는 등산로 아래로 깊은 계곡 흐르는 물소리가 산새소리와 어우러져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줍니다.
바위를 애무하는 계류를 감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물은 항상 높은 자리를 탐내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특별히 자신의 모양새를 고집하지도 않고, 만나는 대상에 따라 맞춰갑니다.
커다란 바위가 있으면 돌아가고, 모래나 자갈을 만나면 적셔줍니다.
갖가지 형상의 바위와 눈 맞춤 시간이 길어집니다.
작은 소(沼)를 만들어 푸른빛을 띠던 계류가 하얀 물보라를 만들어 화답합니다.
흐르는 물이 만들어내는 자연연주에 귀 기울이다가, 청량한 계곡물소리에 맞춰 감미롭게 노래 부르는 새들과
합창합니다.
나무와 새, 물과 바위, 하늘과 바람, 길과 그 길을 걷는 사람...,
이 모든 것들이 어울려 자연은 아름다운 세상이 됩니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아~ 행복합니다.
대원다리
맹세이골이 눈길을 끄는데요, '맹'자가 맹수(猛獸)를 의미할 정도로 골짜기에 호랑이가 많아 얻은 이름이랍니다.
골로 가려면 트레킹 길을 벗어나 산 위쪽으로 들어가야 하는데요, 지금도 스님들의 다비(茶婢) 터가 남아있다죠.
대원다리를 건넙니다. (11:15)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봉을 거쳐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여러 산자락에서 발원한 옥수(玉水)가 약 12km의 골짜기
따라 흐르다가, 새재와 외곡마을을 지나 유평마을에 이르러 큰물을 이루며 대원사를 옆을 스칩니다.
예전엔 시외버스주차장에서 찻길 따라 걷거나 차량으로 유평마을이나 새재마을까지 이동하면서 잠깐씩
계곡풍광을 감상할 수밖에 없던 곳이었습니다.
이젠 생태탐방로가 조성되어 탐방객들이 계곡 가까이에서 풍광과 생태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있어 걷기에 참 좋습니다.
대원사
'방장산대원사(方丈山大源寺)'라 적힌 일주문이 기다립니다. (11:20)
이치를 깨닫는다는 뜻의 지리(智異)를 대원사스님들은 방장(方丈)이라 했습니다.
'사마천' 사기(史記)엔 발해(渤海) 동쪽에 솟은 삼신산(三神山)으로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
봉래산(蓬萊山)을 꼽았는데, 지리산, 한라산, 금강산을 일컫습니다.
오래도록 신앙대상으로 숭상되어온 지리산은 높은 봉우리들이 많은 것에 비례하여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계곡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그 숫자만큼이나 사찰도 많습니다.
'높은 스님의 처소(處所)'란 뜻의 대원사(大源寺)는 전통사찰 81호입니다.
입구에 있는 4개의 방광탑(放光塔)과 방광비(放光碑)가 눈길을 끄는데요, 열반(涅槃)한 고승들의
사리(舍利)에서 빛이 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다른 절에서는 잘 볼 수 없다죠.
천년이 넘는 세월을 견뎠습니다.
1948년 여순반란사건과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방치되다가 1955년 '지리산 호랑이'로 불리던 여걸 만허당
'법일'스님이 들어오면서 비구니들의 공부도량이 되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양산 석남사(石南寺), 예산 견성암(見性庵)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 비구니 참선도량으로 꼽힙니다.
비구니사찰답게 깔끔하고 정갈합니다.
거대한 지리산 품속에 핀 한 송이 연꽃 같습니다.
대원사 오면 10년 젊어진다더니, 기운 서린 지리산 맑은 물소리와 바람소리에 절로 Healing 될 것 같습니다.
붉은 빛 나는 6.6m의 화강암 다층석탑(보물 1112호)이 통제구역 안에 있어 가까이 볼 수 없는 게 아쉽네요.
방장산다리
대원사에서 마음을 씻고 다시 걷습니다.
방장산다리를 지나 건너편 탐방 길로 들어섭니다. (11:35)
숭엄한 기운이 넘치는 계곡은 소나무 숲과 깔끔한 바위, 옥빛계류가 어울려 고결한 모습까지 띠기 시작합니다.
아름다운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를 듣다보면 세상의 온갖 번뇌와 망상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아마도 스님들이 이곳에서 참선수행 했나봅니다.
어쩜 계곡전체가 절집이요, 자연이 만들어준 수행 처 같습니다.
격동의 시기에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을 민초들의 삶이 떠오릅니다.
이 계곡에만 5개의 마을이 있었다니, 지리의 품이 얼마나 넓은지 짐작이 갑니다.
집채크기의 바위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는 계류는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확 트일 정도로 청량합니다.
크고 작은 바위 위를 흐르는 물은 맑다 못해 시리도록 투명합니다.
순백의 물길에 비산하는 물보라로 냉풍이 감도는 계곡입니다.
산을 물들인 단풍들로 계곡 또한 울긋불긋 빛납니다.
바야흐로 삼홍(三紅)의 계절입니다.
용소
100년을 살던 용이 승천했다는 용소(龍沼)입니다. (11:50)
비스듬히 누운 붉은 빛의 반석을 적시며 흐르던 물이, 항아리 모양으로 파인 연못을 만나 5m 깊이의 소(沼)를
만들었습니다.
계곡에 있는 가장 큰 돌개구멍이라는데요, 여름이면 푸르스름한 물 색깔과 가을이면 주변단풍이 유산객들을
불러 모으는 곳입니다.
수달과 담비, 그리고 금슬 좋은 원앙들의 놀이터이기도 하다죠.
개구리와 구렁이는 동면준비를 마쳤을 텐데, 다람쥐는 한 톨의 밤과 도토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이리 저리 헤살거립니다.
이젠 가지와 잎을 흔드는 소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할 정도로 가을이 익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에 산야가 붉어지면, 계곡은 다시 깊은 침묵에 들 준비를 합니다.
화려했던 녹색의 잔치를 끝내고, 이파리를 떨굽니다.
다음 생을 위해 스스로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초목들의 자구책인데요, 사람들도 이런 자연의 이치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인생의 순리를 관조(觀照)하게 됩니다.
가랑잎초등학교
유평마을에는 옛 삼장초등학교 유평분교가 있습니다. (12:05)
일반적으로 '가랑잎초등학교'로 불립니다.
어느 신문기자가 가을에 낙엽 속에서 정겹게 뛰노는 운동장의 아이들을 보고 붙여줬다던데, 참 정겹네요.
이곳도 세월의 변화를 거스를 순 없었을까요?
90년대 중반부터 산업화로 주민들이 도시로 빠져나가자 학교는 폐교되고, 그 자리엔 수련원이 들어섰습니다.
이름도 어여쁜데..., 재잘거렸을 아이들은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요?
이름만으로도 좋아라.
지리산 중턱의 가랑잎초등학교 -.
더덕 순같이 순한 아이 셋과 선생님 한 분이 달디 단 외로움 나누며 고운 삶의 결을 가슴에 새기고 있어라.
새소리 숲에 앉아 글 읽는 맑은 음성이 고요히 퍼지는 곳 -.
사랑과 평화 그 순결함으로 충만하여라.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영혼의 파문 일으키고, 꽃잎 피고 지는 것으로 계절의 흐름을 가늠하는 그냥 사는 것이
공부가 되는 교실 밖 교실 -.
피라미 희뜩거리는 골짜기에서 물처럼 조잘대며 노닐다가 젖은 꿈을 안고 돌아오는 사루비아 붉게 타는 운동장 -.
단풍나무 가지에서 해찰하는 다람쥐 눈망울에 햇살은 더욱 부셔라.
구름자락에 매달린 산마을에 머지않아 가랑잎처럼 사라질지도 모를 어여쁜 이름의 가랑잎초등학교 -.
('정세기'/가랑잎초등학교)
유평마을
유산객들이 정한 트레킹 종점, '유평'마을입니다. (12:10)
이곳만큼은 깊은 산골 같지가 않네요.
대원사를 지나 첫 번째 마을인데요, 밤 밭골 즉 율전(栗田)이란 이름에서 유래됐답니다.
박정희정권 때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산간마을 외딴집을 한곳에 모으면서 이곳을 중심으로 마을이 커졌답니다.
현재는 탐방객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와 식당이 자리 잡고 있지만, 예전엔 고로쇠 채취 등으로 생업을 이어갔다죠.
대원사계곡은 '중땀'을 지나 '윗새재'까지 이어지지만, 늙은이들은 여기까지입니다.
식당이 있어 빈 몸으로 와 산채비빔밥을 생각했는데, 뒤풀이로 나온다니 달랑 파전 한 조각 시킵니다.
막걸리까지 곁들이니 여기가 무릉도원입니다. ㅎ
쭉~ 진행하면 왼쪽으로 한판골짜기 따라 지리산 천왕봉 오르는 길과 새재로 직진하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공기가 좋아 재채기를 하지 않는다는 무제치기폭포와 취나물 많다는 치밭목, 그리고 중봉과 천왕봉이 있습니다.
지리산 숨은 비경중 하나인 '무제치기'폭포는 40m 정도의 거대한 통 암반을 3번이나 굴러 떨어지는 풍경이
햇살에 반사되어 피어오르는 오색무지개 속에서 옥구슬이 구르는 것 같다는데, 숙제로 남깁니다.
하늘아래 첫 동네라는 새재가 궁금하지만, 애써 고개를 돌립니다.
짹짹거리는 물까마귀에게 안부를 부탁하고 터덜터덜 내려갑니다.
(모처럼 '여울목'님이 작업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ㅋ)
하산
왔던 길 다시 돌아갑니다. (12:35)
그동안 계곡을 거슬러 올라왔다면 이제부터는 물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서 내려갑니다.
차로(車路) 따라 걸으면 탐방로와는 또 다른 계곡풍광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시 만나는 계곡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답고 신선합니다.
아~ 참 좋습니다.
대원사계곡의 멋진 풍광을 짧은 글 솜씨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네요.
계곡안내판에 새겨진 글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짙푸른 숲과 굽이치는 계곡물에서 수많은 야생동식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옛사람들이 유람하던 길로 목마름을 채워줍니다.
가락국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슬픔이 서려있고, 빨치산의 아픈 이야기가 스며있는 역사의 골짜기입니다.
이곳은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의 삶이 있는 국립공원입니다.
숲속의 작은 찻집
흐르는 강과 계곡에도 품격이 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자락에서 발원한 계류들이 만나 '덕천'강을 이룹니다.
남명 '조식'을 비롯한 조선시대 선비들이 계곡에서 탁족을 즐기거나 세심정(洗心亭)에서 마음을 씻으며
한여름의 무더위를 달랬습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이 '너럭바위에 앉아 계류에 발을 담그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먼데
하늘을 쳐다보며, 인생의 긴 여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이 보다 더한 행복이 있으랴'고
읊으면서 남한제일의 탁족(濯足)장소로 꼽았다죠.
아름드리 노송이 늠름한 자태로 줄지어있고, 붉은 기운을 토하는 암반 위로 맑은 계류가 흐르는 대원사계곡은
곳곳이 명소입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천년고찰 앞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은 찻집('휴림')이 하나 있습니다. (12:55)
이 찻집의 담장을 살짝 넘으면 대원사계곡의 너럭바위 틈새로 흘러온 옥류(玉流)가 깊은 소(沼)를 이룹니다.
시리도록 푸른 소에 발을 담그면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시원한 이곳이야말로 몸과 마음을 씻는다는
세신탕(洗身湯)과 세심탕(洗心湯)이 아닐까요?
찻잔을 놓고 마주할 짝지가 없어 그냥 돌아서려니 더욱 외롭습니다.
가을입니다
낙엽과 함께 하는 길입니다.
기암괴석을 감도는 계류소리, 울창한 송림과 활엽수림을 스치는 바람소리, 산새들의 우짖는 소리가 어우러지는
대자연의 합창을 들으며 걷는 길이기에 발걸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명경지수(明鏡止水) 청정계류(淸淨溪流) -.
시(詩)가 절로입니다.
흰 구름 한 점 배낭 속에 숨깁니다.
이런 시원하고 깨끗한 선경을 어디에서 찾아 볼 수 있을까요?
시원함과 함께 온몸에 상쾌한 기운이 감돌고, 길가에 흩날리는 낙엽소리는 치유의 음악처럼 들립니다.
세상에선 ㅇㅇ맘 또는 ㅇㅇ할멈으로 불리지만, 산에만 오르면 즐거운 여인네들입니다.
아직 떨어지지 못하고 매달려있는 마지막 열매하나, 나뭇잎 하나에도 까르르 웃음보가 열리는 소녀들입니다. ㅎ
덩달아 할배들도 다물었던 입이 벌어집니다.
쓸쓸한 가을의 고독마저도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대원사계곡 트레킹입니다.
원점회귀
원점회귀 했습니다. (13:50)
우렁찬 물소리와 촉촉함을 머금은 솔향기가 반기는 대원사계곡은 역시 명소였습니다.
사시사철 밤낮으로 물에 씻긴 바위들이 눈이 부실 정도로 희고 깨끗합니다.
왕골매트와 Deck로 멋지게 길을 만들어 안전하고 편안한 길입니다.
계곡의 맑고 깨끗한 풍경에 매료되어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어머니 품속 같은 고요하고 평온한 지리산 골짜기기를 홀로 사색하며 낭만을 즐겼습니다.
젊음(?)을 소환해내어 철부지로 재현하게 해준 지리산 대원사계곡 -.
그저 나도 모르게 수묵화(水墨畵)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름답고 행복한 이 하루도 모두다 보약 같이 정다운 산우들 때문입니다.
'화를 내어 많이 잃었고, 조급해서 힘이 들었네.
웃음으로 행복했고, 느긋해서 수월했네.'
어느 묘비에 쓰여 있던 문구가 생각납니다.
뒤풀이
시천면에 있는 정식뷔페 '열매랑 뿌리랑'입니다. (14:15)
온갖 나물 맛에 홀려 막걸리깨나 마셨네요. ㅎ
조금만 보고 싶다면 눈물 흘릴 수라도 있을 것 같은데, 많이 보고프니 눈물조차 흘릴 수가 없습니다.
조금만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많이 보고 싶으면 차마 보고 싶단 말을 꺼낼 수 없습니다.
생각해보니 조금만 보고 싶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만 그리워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많이 아파하지 말라합니다.
조금만 슬퍼하고, 조금만 보고 싶어 하라고...
허나 그건 사람들이 모르고 하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사랑을 해본 사람들은 압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순간에 제일하기 힘든 일이 조금만이라는 사실을 -. (펌)
남사예담촌
산행 덤으로 들린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마을에 자리한 '남사예담촌'입니다. (15:40)
옛 담 마을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안동하회마을과 더불어 경상도의 대표적인 전통한옥마을입니다.
웅석봉에서 발원하여 10여리를 흘러 사수(泗水)의 조화로움을 갖춘 천혜 자연승지인데요, 85채나 되는
전통목조한옥으로 2011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선정되었답니다.
향촌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고이 간직하고 있는 담장과 오랜 세월을 견딘 고목에서 자연의 숨결과 선조의 지혜를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3년여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집안위세를 과시하려는 듯 사대부집을 모방한 '최'씨 고가(古家)는 한옥특유의 안정적이고 소박한 멋은 없어도
곳곳에 자리한 실용적인 구조로 명성을 뽐냅니다.
'사양정사(泗陽精舍)'는 연일 '정'씨 문중의 재실로써 단일 건물로는 엄청나게 큰 규모를 자랑하는데, 후손들이
조선시대 사육신사건의 주역인 '정몽주'를 추모하기 위해 1920년대에 마련한 집으로 어느 곳보다 돌담장과
감나무가 잘 어우러져 당당합니다.
산청곶감의 원종 감나무가 있는 '하'씨 고가(古家)는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하연'이 7세 때 심었다고 전하며,
고려 말 문신이던 원정공 '하즙'이 심었다는 약 700년 된 '원정매(元正梅)'도 볼 수 있습니다.
남사마을을 상징하는 수령 300년의 회화나무를 통과하여 조선개국 때 태조가 내린 '이제개국공신교서(보물
1294호)'도 있다는 '이상택' 고가도 들립니다.
지리산자락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기와집들이 고풍스런 멋을 풍기는 예담마을은 쌍룡이 서로 맞물려 원을
그린다는 쌍룡교구(雙龍交媾)의 명당자리라네요.
적당한 예스러움과 깔끔한 모습으로 더욱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어디선가 갓을 쓴 선비들이 도포자락 휘날리며 나타날 것만 같습니다.
바쁜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지친 심신을 치유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죠.
모처럼 전통문화가 숨 쉬는 곳에서 아름다움과 배움이 있는 휴식을 얻어갑니다.
에필로그
어느덧 늙었습니다.
아이의 여린 뺨에 까칠한 늙은이 볼을 대려다가, 순간 거친 고목나무 껍질이 막 솟은 새순에 생채기를 내는 것
같아 얼른 얼굴을 뗍니다.
쫓기듯 여기저기 끼어들지만, 반겨주는 곳도 이젠 점점 줄어듭니다.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어도, 아무런 할 일이 없어도, 병들어 침대에 누워 지낼 수밖에 없을지라도...,
그냥 혼자 있어도 마냥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
문득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인생은 두루마리 화장지와 같아서 뒤로 갈수록 빨리 풀린다고 합니다.
1년이 지나가는 속도도 그런 것 같습니다.
상반기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데, 추석을 지내고 보니 갑자기 찬바람이 붑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세밑이 다가오겠지요.
살 같은 세월이지만, 그래도 이 가을을 느긋하게 보내고 싶어집니다.
앞일 걱정하며 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계절이니까요.
다시 다가올 행복한 만남을 위해, 늘 즐겁게 늙으시기 바랍니다. (계룡도착/18:30)
목욜(10. 29) 오후에 갯바위가
♡ 자투리
↓ 반갑습니다 -.
↓ 변신 중 -.
↓ 산 사내들 -.
↓ 오늘 수시로 짝궁이 바뀌었습니다. ㅋ
↓ 멋집니다.
↓ 셀카놀이 -. ㅎ
↓ 가을 타는 사람들 -.
↓ 대원사 -.
↓ 유평마을 -.
↓ 하산 -.
↓ 뒤풀이 -.
↓ 남사예담촌 -.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박수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