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4일, 일요일
(엘니도)
OG's Pentionne는 홀을 중앙에 두고 여섯개의 방을 배치한 구조이다.
어제 밤, 각 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똑같은 것 같다.
여자가 앙칼지게 언성을 높이며 부부싸움하는 부부,
조용 조용 노래소리가 흘러나오는 방,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연인,
절정의 클라이막스인 듯 이상한 마찰음과 함께 괴성을 흘리는 여인.....
나는?
조용히 누워있었다.
이른 아침에 바라보이는 팔라완 베이큇 군도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요함과 편안함과 심적 풍요함을 주고 있다.
6월 25일, 월요일
(엘니도)
밤새 내리던 비가 이른 아침에도 계속 내리고 있다.
필리핀에 와서 낮에는 잠깐 비가 오는 경우가 있었지만
오늘처럼 밤새 비가오는 경우는 없었다.
이렇게 비가 계속 온다면 오늘 자전거여행은 취소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그럼 뭐할까 ? e-book이나 읽을까 ?
오늘따라 비가오니 전기를 일찍 끊는다.
여기서는 아침과 낮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데 이 곳에서는 brown out 이라고 한다.
오전 6시에 전기를 끊고 오후 2시에 다시 들어온다.
할 일이 없이 그동안 어떤 항목으로 얼마를 썼는지 가계부를 작성해 본다.
역시 교통비와 예상외로 투어비와 가이드비가 많이 들었다.
어제 사서 열심히 껍질을 벗겨놓고 오늘 먹으려고 둔 파인애플이 벌써 상했다.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남은 비스켓하고 아침 대용으로 그냥 먹는다.
그래도 아침을 먹었으니 이젠 커피를 먹어야지.
스텐컵에 인스탄트 커피를 넣고 생수를 부어서 저어 먹는다. 청승맞다.
다행히 오전 8시 가까이 되니 줄곧 내리던 비는 그친다.
그럼 계획대로 자전거여행을 간다.
서둘러 여장을 챙겨서 투어리즘 인포메이션 센타에 들러 지도를 구한다.
크게 도움이 안되는 지도인 듯하다.
어쨌든 메리다 산악자전거를 반나절 5시간에 250페소로 빌려서
엘니도 북쪽에 있는 온천과 폭포를 둘러 볼려고 한다.
-------------------------------------------------------------
----------------------------------------------------------------------
6월 30일, 토요일
(코타키나발루, 조호바루)
밤사이에 우리 방에 자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
이 숙소의 나이 많은 여주인이 내 옆 침대에 눕는다.
어쨌든 모르는 여자들과 한 방을 쓰려니 묘한 기분이 든다.
오늘은 새벽 5시경에 잠에서 깨어 아이패드에 받아놓은 "아빠와의 특별한 여행"을 읽는다.
객지에서 책을 보면 시간이 참 잘 간다.
벌써 7시가 넘었다.
이 집도 아침으로 토스트를 제공한다.
오늘은 사바주 박물관 State Museum과
이슬람 문화박물관 Sabah Islamic Civilization Museum 을 관람하고
오후에 공항으로 갈 예정이다.
시청 앞에서 시티버스를 타고 버스터미날로 가서 박물관 방향의 일반버스로 갈아탄다.
입장료가 장난이 아니다.
말레이시아인은 2링킷인데 외국인은 15링킷이란다.
시간을 보내려고 왔는데 15링킷을 투자해 가며 이 곳의 박물관을 볼 생각은 없다.
더구나 내국인의 8배나 되는 입장료를 받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외국인이 자기들의 문화를 알려고 왔으면 기특하다고 무료입장이나
최소한 내국인 수준의 입장료를 받아야지,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입장하지 않고 도로 나와서 인근에 있는 Sacred Heart Cathedral 에 들르니
마침 성당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거행하는 성당 결혼식과 비슷한 것 같다.
경건하게 신부님의 영어강론에 귀를 기울이는 내 모습이 보인다.
종교를 떠나서 하나님께 막내 처남을 살려 달라고 간절히 기원한다.
아직 젊은 나이의 그를 왜 이렇게 일찍 데려가려는지...
처남한테는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세명의 딸이 있다.
조카들한테는 아직 자기 아빠의 보살핌이 절실히 필요하다.
부디 그가 고통을 덜 받고 오래오래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오손도손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두 손모아 간절히 빌어본다.
덥다.
무지 덥다.
버스에 앉아만 있어도 땀이 주루룩 흐른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한 후에 점심식사하러 X-plorer guesthouse 에서 운영하는 식당에 갔다.
직원이 추천한 Laksa를 주문했는데 우리의 짬뽕과 닮았다.
대신 국물은 느끼한 치즈를 잔뜩 넣은 맛이다.
숙소 여주인에 따르면 매시 45분에 버스터미날에서 공항가는 버스가 있단다.
오후 6시 40분 비행기라서 탄중아루 해변에서 쉬어볼까 해서
오후 2시가 안돼서 숙소를 나선다.
시티버스를 타고 도착한 버스터미날은 언제봐도 어지럽기만 하다.
오후 2시 30분경에 츨발하는 16C 버스가 있어 자리에 앉았더니
여자 운전사가 이 버스는 공항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앞 창문에 분명히 탄중아루라고 되어 있는데 말이다.
정확히 3시 35분에 16C 버스가 들어왔다.
어제 탄중아루 해변에서 탔던 버스의 기사가 운전하는 버스다.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는데 사람들로 공항이 많이 붐빈다.
대여섯살 먹은 아이가 로비에서 울기 시작한다.
이 아이는 무려 3시간이나 로비에서 운다.
짜증이 폭발한다. 한 대 패주고 싶다.
애 엄마는 나이가 많이 보이는데 그 놈을 그냥 둔다.
그런데 이 놈이 나와 같이 조호바루가는 비행기를 탄다. 미치겠다.
오늘 예약한 호텔의 바우처를 잘 읽어보니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에는 그 신용카드를 카운터에 제시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연회비가 비싼 그 카드는 벌써 해지한지 오래됐다.
약관에는 예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맘대로 하라고 해야겠다.
이제 2시간이면 조호바루에 도착한다.
저녁 늦게 도착하니 이 도시는 정말 고요하다.
짐을 찾고 나니 오후 9시 30분이 넘었다.
여기서는 쿠폰택시를 이용해야 한단다.
공항 내의 택시서비스에 가서 행선지를 말해 주면서 된다.
그럼 금액을 알려주고 정산을 하면 영수증을 준다.
택시정류장에는 드문드문 공항택시가 들어온다.
대략 공항에서 Hotel CIQ까지 30킬로가 넘는 듯하다.
도시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오는데 막히지 않고 시원하게 잘 달린다.
점잖은 택시기사가 아주 쉽게 호텔을 찾는다.
이 호텔은 처음 여행을 구상할 때 게스트하우스가 없을 정도로 동네가 작을 것 같아서
미리 예약을 했었다.
그런데 이 곳도 무지 큰 도시이다.
창문이 없는 슈페리어룸이란다. 창문이 없는 방에서 어떻게 지낼까 ?
저녁식사은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중국집에 가서 누들 스프를 달라고 했더니
컵라면 같은 걸 주면서 8링킷 달라고 한다. 맛이 없다.
잠시 싱가폴에 대한 검색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난 우리 가족을 무지 사랑하나보다.
시내버스 2
점심 & 생수 8
시내버스 2
비스켓 3.50
생수 3
택시 33
저녁 7
-----------------------------------------------------------
7월 1일, 일요일
( 조호바루, 싱가폴, 조호바루 )
싱가폴은 관광객이 많을테니 정장 수준으로 점잖게 옷을 갈아 입고 길을 나선다.
정장이라봐야 긴바지에 나이키 반팔상의가 전부다.
아침 7시 조금 못미친 시간이다.
방금전에 호텔직원이 가는 길을 알려 줬는데도 갈림길에 와서는 헷갈린다.
대답하는 사람마다 가르쳐주는 방향이 다르니 누구 말을 믿어야할 지 모르겠다.
한 친구가 바로 저 앞에 있는 건물이 이민국건물이라고 알려줘서 그를 믿기로 한다.
숙소에서 채 10분도 걸리지 않아 새로 지은 이민국 건물에 도착한다.
최근에 지은 멋진 건물이라서 통로에서 사진을 두 장 찍었는데
이민국 직원이 사진촬영금지 지역이라면서 사진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
말레이지아를 아주 간단히 출국하니 싱가폴 이민국으로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말레이지아와 싱가폴을 연결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수시로 운행되고 있다.
싱가폴에 입국하면서 입국신고서를 작성한다.
말레이지아에 입국할 땐 입국신고서를 쓰지않아서 준비하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써야 한단다.
세관직원이 내게 몇가지 질문하더니 잘 갔다오라고 한다.
싱가폴 이민국을 나오니 바로 싱가폴 시내로 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시내 가느냐고 묻고 무조건 탔는데 이 버스는 "부기스역"으로 가는 것이었다.
모르면서도 결과적 잘 탔다. 버스요금은 싱가폴 달러 2.40이다.
도로사정은 국격을 말해 주는 듯하다.
말레이지아는 아스팔트 도로이지만 어딘가 조금은 어수선한 그런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싱가폴은 ? 완벽하다.
MRT 부기스역 근처가 코즈웨이에서 오는 버스의 종점인 듯했다.
처음엔 여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는데 지하철 노선도를 보니 Sentosa섬에서 가까웠다.
부기스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도중에 Outram Park역에서 갈아타니 금방 Harbour Front역이다.
Deposit 1불을 제외하고 지하철요금은 1.60불이다.
오전 9시가 넘으니 배가 고프다.
얼큰한 국물을 먹으려고 푸드코트에 들어가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식당문을 연 곳이 별로 없다.
하는 수 없이 맥도날드에 들어가서 메뉴를 자세히 보니 Breakfast deluxe 라는 것이 있다.
미디엄 사이즈 콜라와 함께 주문하니 8.40불이란다.
소고기 다진 것, 핫케익, 스크램블 에그, 빵으로 구성되어 있다. 푸짐하다.
이제는 하버 프론트역에서 센토사섬 남쪽까지 걸어서 간다.
나에게 튼튼한 두 다리를 주신 돌아가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섬 입장료 1불을 내고 Merlion walk을 통해 Sentosa island의 남쪽해안까지 걸어간 본다.
iFly Singapore은 뭐하는 곳인지 궁금했는데 실내낙하시설인 듯하다.
다행히 남쪽 해안가에 자전거를 빌려 주는 곳, Gogreen Cycle & Island Explorer가 있다.
2시간 빌리는데 17불이다.
자전거로 1시간 55분 동안 센토사섬을 구석구석 다녀 본다.
비가 잠시 오다가 다행히도 그친다.
팔라완 비치 인근에 있는 Southernmost Point of Continental Asia 망루에 올라가서
고릴라 삼각대를 설치하고 사진을 찍으려다
그만 카메라를 3층에서 저 아래 땅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절로 외마디 비명이 나온다.
계단을 질주하듯 뛰어 내려간다.
카메라가 박살나게 되면 지금까지 찍은 사진은 어떻게 되는지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한다.
지상에 내려와서 추락위치를 확인하니 다행히 화단이다.
카메라는 화단에 떨어져서 박살나는 운명을 피했으나
삼각대는 중간이 부러지면서 윗쪽이 도망가 버렸다.
이제는 더 이상 혼자 셀카를 찍을 수 없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싱가폴 본섬으로 돌아가려고 트램에 탑승하는데 요금을 받지 않는단다.
와! 정말 좋은 나라다.
다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찾아간 것은 차이나타운이다.
외국 관광객으로 차이나타운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다행인 카메라 가게에 고릴라 삼각대가 있어서 무려 18불을 주고 새로 구입한다.
한국에선 3천원에 샀었는데.....
길가의 중국집 음식메뉴판에 마파두부가 보인다.
아는 음식이 그것 밖에 없으니 그냥 주문해 버린다.
마파두부에 밥을 넣고 말아서 먹으니 먹을 만하다.
걸어서 인근에 있는 클락키에 간다.
어찌나 더운지 목 뒤로 땀이 줄줄 흐른다.
마침 터키식 아이스크림을 8불에서 5불로 할인세일한다고 해서 사 먹는다.
맛이 별로다.
더우니 물을 많이 먹게 된다. 미네럴 워터를 오늘은 계속 사게 된다.
리버크루즈를 타고 강에서 싱가폴을 바라보고 싶다.
40분간의 크루즈 탑승요금이 17불이다.
역시 훌륭한 선택을 했다.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싱가폴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이제 어디를 갈까 ?
싱가폴에 왔으니 주롱새공원에 가서 인증사진을 찍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조류는 내 취향이 아닌데 이곳에 온 기념으로 가 본다.
지하철 분레이역이 클락키역에서 멀다. 지하철요금도 2.10불이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194번 버스로 갈아타고 10분을 더 가야 된다.
이 버스는 차비를 내도 잔돈을 주지 않는다.
주롱새공원은 옵션없이 단지 입장료만 18불을 주고 입장한다.
1시간 30분동안 이곳 저곳을 둘러 봤지만 역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래플즈 플레이즈역으로 가서 싱가폴의 저녁을 느껴본다.
싱가폴의 낮의 얼굴과 밤의 얼굴은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
해질녁의 싱가폴은 우수에 잠긴 그런 모습이다.
머라이언공원에서 시청역을 거쳐 부기스역까지 걸어간다.
현지 싱가폴 사람들은 시원하게 지하통로로 다니는데
외국인은 더운 길거리를 헤맨다고 얘기를 하는데 정말 지하에 길이 있었다.
밖은 덥지만 지하통로는 얼마나 에어콘을 세게 틀었는지 추울 정도다.
이렇게 낭비가 심한 이 나라의 부의 원천은 무엇일까 ?
금융이 전부는 아닐테고 정말 크고 화려하고 많은 쇼핑몰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부기스역으로 오니 코즈웨이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내가 타자마자 버스는 나를 기다렸다는 듯 출발한다.
출발시각이 오후 7시 25분이었는데 이민국 도착시각은 8시가 채 안됐다.
싱가폴이민국과 말레이지아 이민국을 통과한다.
문제는 이민국 건물을 걸어서 나가는 길을 못찾겠다.
경비경찰은 내가 말하는 방향으로는 길이 없다며 버스를 타고 가라고 강력히 주문한다.
나는 아침에 이 길로 걸어왔다고 강하게 주장하니까
차들로 꽉 차있는 저 길로 갈테면 가라고 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내가 책임지란다.
한 층만 아래로 내려가면 숙소로 갈 수 있을텐데 아래층으로 내려갈 방법이 없다.
그 큰 말레이지아 이민국 건물을 몇 바퀴나 돌았지만 결국 길을 찾지 못하겠다.
내가 졌다......
버스를 타고 조호바루 시내로 갔다가 거기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간다.
조호바루 시내에서 택시를 잡으니 숙소가 바로 코 앞인데 6링킷을 딜라고 한다.
싱가폴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지만 너무 비싸서
숙소 근처의 말레이지아 식당에서 나시고랭을 먹는다.
아는 음식이 그거 밖에 없다.
오늘 입은 옷을 빨래하고 잠자리에 든다.
싱가폴 달러
버스(싱가폴 이민국-부기스역) 2.50
지하철 (부기스역-하버 프론트역) 2.60
아침 8.40
센토사 입장료 1
자전거 렌트료 17
지하철(하버 프론트 - 차이나타운) 1.50
점심 마파두부 7
고릴라 삼각대 18
터키 아이스크림 5
리버 크루즈 17
생수 2
지하철( 클락키-분레이) 2.10
버스(분레이역-주롱새공원) 1.50
주롱새 공원 입장료 18
버스(주롱새-분레이) 2
지하철(분레이-래플즈 플레이즈) 2.10
생수 1.50
버스(부기스-싱가폴 이민국) 2.40
말레이지아 링킷
버스(말레이지아 이민국- 조호바루 시내) 1.50
택시(조호바루 시내-숙소) 6
저녁 (나시고랭) 5
숙박비 81 (32,000/400원= 81링킷)
------------------------------------------------------------
7월 2일, 월요일
(조호바루, 말라카)
Hotel CIQ의 일반직원과 매니져는 고객응대의 차원이 달랐다.
아침식사하고 돌아온 매니져는 호텔명부를 뒤져서 세도나 공항 인근의
B Link Hotel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나를 위해서 대신 예약을 해준다.
인도계로 보이는 그녀는 말하는 것도 이쁘게 또박또박 말한다.
이민국 건물 아래층에서 Lakin 버스터미날 가는 버스를 타고
조호바루의 시외버스 터미날로 간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버스터미날은 어수선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웬 삐끼가 그렇게 많은지 정신을 못차리게 한다.
말라카 가는 버스표를 끊고 아침식사하러 맥도날드에 간다.
캐쉬어가 내 앞사람까지만 주문을 받고 주방에 들어가서 주방 일을 본다.
이제 곧 나오겠지하고 기다리는데 주방에서 영 나오지 않는다.
나는 계속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데 일언반구 양해의 얘기도 없다.
다른 직원이 옆 카운터를 열고 거기서 새로 주문을 받는다.
열 무지 받는다.
그래도 계속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화가 난다. 안되겠다. 욕을 한마디하고 그 가게에서 나와서 옆에 있는 부페가게로 간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즐비하다.
식사요금 계산은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일단 맛있어 보이는 요리를 이것저것 잔뜩 접시에 담고 내 자리에 앉는다.
잠시후 종업원이 와서 내가 담아온 요리을 확인하고 음식값을 계산한다.
적게 담았는지 많이 담았는지는 문제가 아니고
어떤 요리를 선택해서 접시에 담았는지 그것을 식사요금으로 계산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것저것 맛본다고 가짓수를 많이 했더니 16.5링킷이나 나왔다.
헉.......
식사비가 비싸니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지하고 먹기 시작하는데
반 정도를 먹으니 도저히 더는 못먹겠다.
내가 남긴 음식의 양이 다른 사람이 식사하러 접시에 담아온 양보다 많다.
음식을 결코 남기지 않는 내가 드디어는 음식을 남겼다.
반성해야지.....
조호바루를 출발한지 3시간만에 버스는 말라카 센트럴정류장에 도착한다.
비가 잠깐 내린다.
이 곳 지리를 전혀 모르니 택시를 타야겠다.
Eastern Heritage Guesthouse의 대강의 방향을 확인하고 택시를 잡는다.
첫 택시는 18링킷을 달라고 하더니만 15링킷까지 깍아 주겠단다.
더 깍아달라고 하니 안된단다.
두번째 택시를 잡고 내 행선지를 알려주니 위치를 안다고 한다.
택시요금은 10링킷을 달라고 한다.
택시기사는 이슬람 신도임 듯하다.
라디오에서 코란 낭송하는 소리가 들린다.
기사의 옆모습을 보니 아랍계 사람처럼 두건을 썼다.
아주 쾌활하게 이야기하는 기사 분이다.
날 보고 이슬람 음식을 먹어보라고 하면서
프라자 마꼬타의 샵번호 35번에 가서 "아쌈뿌다스"를 꼭 먹어보라고 추천한다.
Eastern Heritage Guesthouse에는 영국 할머니가 운영하는 듯했다.
내가 은행원이라고 하니까 자기가 거래하는 바클레이즈 은행에서
아주 최근에 거액의 금융사고가 났다고 살짝 귀뜸해 준다.
이 곳 게스트하우스 건물은 지은지 125년이 됐다고 하면서 곳곳의 옛날 흔적을 보여준다.
여장을 풀고 차이나타운부터 탐방을 시작한다.
색다른 차이나타운은 아니었다.
너무 더워서 sendol이라는 팥빙수를 먹었는데 무지 맛있다.
수 가게 바로 앞에 우리나라 박지성 선수의 광고판이 붙어 있다.
박지성 선수 옆에는 동료선수인 루니도 보인다.
맨유구단이 감자광고의 스폰서인 듯하다.
4시까지 영업을 한다는 이슬람 음식점으로 아쌈뿌다스를 먹으러 서둘러 간다.
그런데 마꼬다 프라자를 찾지 못하겠다.
마꼬다 퍼레이드는 있는데 마꼬다 프라자는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헤매면서 물어봐도 현지인들조차 두 곳을 헤갈려한다
물론 결국은 찾았지만 이미 가게 문이 닫힌 뒤였다.
기왕에 마꼬다 플라자까지 갔으니 저녁식사로는 이르지만
푸드코트에서 중국식으로 저녁을 먹는다.
Prawn mee, 누들수프이다.
드링크는 뭐 주문할꺼냐고 묻길래 처음으로 돈을 내는 주문을 했다.
아이스 화이트 커피...... 난 참 짠돌이다.
3주 넘게 여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동성의 친구끼리 왔든지 연인끼리 왔든지 정말 사이좋게 여행다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이 많은 노부부를 포함해서 연인끼리는 상대방의 손을 꼭잡고 거니는 모습이
너무 부럽기만 하다.
말라카에서도 리버크루즈를 신청했다.
45분에 15링킷이라고 비싼 가격은 아닌 듯했다.
강따라서 펄쳐지는 강변의 모습이 참 이채롭다.
멋진 카페가 있는 듯하더니 옛날의 건물을 잘 보존해서 멋지게 색칠을 해 놓은 곳도 있다.
미적 감각이 대단히 뛰어난 사람들이 도시를 가꾸는 것 같다.
리버 크루즈 여행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다보니 바로 앞 쪽이 리틀인디아 거리다.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처음으로 인도음식에 도전한다.
치킨 Tandoori set이다.
납작하게 엷게 구운 밀가루 빵에 치킨을 양념에 묻혀서 먹는 듯하다.
썩 맛있는 줄은 모르겠지만 못먹을 정도의 음식은 아닌 듯하다.
식사후에 가벼운 산책을 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버스(이민국- 라킨 버스정류장)1.70
아침식사 16.50
치약 4
생수 2.50
택시비 (말라카 버스정류장 - 헤리티지 게스트하우스) 10
핕빙수 3.50
점심 중식 Prawn Mee 4.50
아이스 화이트커피 1.70
말라카 지도 5
리버 크루즈 15
생수 1
저녁 인도식 치킨요리 8
숙박비 24 ( 9,464/400원= 24 )
"숙박비는 그저께 한철님을 통해서 신용카드로 지불했다. 이틀간 18,928원이다"
----------------------------------------------------------------------
7월 3일, 화요일
(말라카)
어제 오후, River cruise boat에서 보았던 말라카 강변의 서정적인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한번 느껴보려고 조깅을 하러 나선다.
벌써 오전 6시인데도 불구하고 이 곳은 인기척 하나없는 이른 새벽인 듯하다.
숙소 출입문이 아직 잠겨 있다.
기다리다 못해 인기척을 내니 영국 할머니가 나와서 문을 열어 준다.
역시 말라카 강변은 아름다웠다.
서서히 속도를 높이니 땀이 난다.
산책로에 아무도 없어서 과감히 옷통을 벗고 달린다.
어깨 뒤로 넘어가는 산들바람이 등 뒤를 시원하게 해 준다.
상쾌한 기분이 계속된다.
말라카 강변을 한 바퀴도는데 45분이 걸린다.
리버 크루즈로 도는 데 걸리는 시간과 같다.
생수 2병을 사서 아침식사하러 숙소 앞의 길가 음식점으로 간다.
"프놈펜 스프" 라고 영어이름이 적혀 있어 주문했는데
프놈펜 쌀국수이다.
3.50링킷 치고는 맛이 좋다.
숙소에서 샤워후 옷을 갈아입고
독일여행자와 영국할머니가 추천한 Bukit Cina로 산책을 나선다.
이 곳은 작은 야산인데 옛날 공동묘지인 듯하다.
우리네 정서로는 공동묘지에 기분좋게 나들이 가기는 어려울 듯한데
워낙 이 동네에는 산이 없으니 부담없이 이 곳으로 나들이 오는 모양이다.
하산하면서 과일 노점상이 있어 빨갛고 이쁘게 생긴 과일을 산다.
"맹고스텐"이라고 하는데 먹는 방법은 손으로 과일 두 쪽을 내고
안에 있는 하얀 씨를 먹으면 된다.
맛이 좋다.
500그램에 4링킷을 줬다.
말라카는 박물관 도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정말 박물관이 많다.
말레이지아에 와서 처음으로 돈을 내고
범선으로 만든 Maritime Museum, 해양박물관에 들어간다.
말라카의 역사를 소개하는 박물관이다.
포르투칼와 네덜란드 지배시절, 그리고 영국 지배시절의 유물과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제2 전시실에 가보았는데 이 곳은 컨셉이 다소 모호하다.
아폴로 우주인의 모형에서부터 어린시절의 학용품 등 잡다한 용품까지 전시하고 있다.
이제 슬슬 배가 고파진다.
마꼬타 프라자가 오전 11시에 문을 연다는 말이 기억나서
다시 그 곳을 칮아가 보았지만 나하고는 궁합이 맞지 않는 모양이다.
전혀 영업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필리핀과 말레이지아 사람의 다른 점은
필리핀 사람들은 마주 지나치는 여행객에게 밝게 굿모닝이나 헬로우라고 인사하는데
말레이지아 사람들은 절대로 먼저 인사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내가 먼저 인사해도 받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마 중국사람과 인도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카메라 SD메모리카드의 남은 용량이 없어서 쇼핑몰에 들려야 했다.
쇼핑몰에는 SDHC 카드는 많은데 구형인 SD카드는 없다.
혹시 쇼핑몰 3층에 있을지 모른다는 말에 올라가 본다.
거기엔 우리나라로 치면 하이마트가 있었다.
역시 거기에도 카메라 메모리카드는 없었다.
어제부터 메모리가 부족하다는 메세지가 뜨길래
임시방편으로 여행 시작한 후의 처음 사진부터 검색하면서
잘못 찍힌 사진과 동영상 등을 삭제했는데도 여전히 메모리가 부족한 모양이다.
매장 종업원은 내 카메라가 SDHC와 호환되는지 확신이 없는 듯했다.
가격이 무려 29링킷이데, 작동여부를 확인하려면 일단 사서 포장을 벗겨야 한다.
그런데도 작동이 안되면 반품이 안되고 난감해 진다.
하지만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느 매장이든 이제는 SD카드를 팔지 않으니
이 SDHC 카드를 사서 테스트하는 방법 밖에 없다.
거금을 주고 사서 드디어 포장을 벗긴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카메라 포트에 삽입한다.
뭐라고 메세지가 뜬다. "Message Error".........
물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똑똑하게 생긴 매장 직원이 나에게 뭐라고 얘기한다.
Parden me?
아! 그런 방법이 있구나!!!!!
이 친구 얘기는 꽉찬 SD카드의 사진을 새로 산 SDHC 카드로
자기 컴퓨터를 이용해서 옮겨 주겠다고 한다.
난 그동안 탱큐라는 말은 많이 썼지만 탱큐 베리마취는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는 탱큐 베리마취를 써야 한다.
"Thank you very much."
이제는 아쌈 뿌다스를 포기하고 대신에 다른 걸로 점심식사를 해야 한다.
쇼핑몰 내의 맥도날드 햄버거가게에 들어간다.
"Chicken Foldover"
비록 패스트푸드이지만 고칼로리의 그런 음식이 아닌 듯해서 주문했다.
역시 맛이 좋았다.
말라카의 낮 동안의 태양은 정말 이글거린는 표현이 맞을 정도이다.
누가 흉을 보든 말든 우산을 쓰고 쪼리를 신고
터벅터벅 말라카 시내 곳곳을 배회한다.
쪼리 끈 때문에 엄지발가락과 두 번째 발가락 사이의 연한 부위의 피부가 헐었다.
발가락이 쓰리다.
쪼리 끈을 두번째와 세번째 발가락에 넣고 걸으니 그것도 잠시 뿐이다.
잠시후 쪼리 끈이 닿는 부위가 따갑다.
이제는 발가락 사이에 쪼리 끈을 완전히 삽입하지 않고 살짝 걸치고 걷는다.
발가락이 헐어서 더는 걷지 못하겠다.
이 핑게 저 핑게로 자위하며 숙소로 돌아와니 졸음이 쏟아진다.
간만에 낮잠을 청한다. 2시간이나 잤다.
여행자가 낮잠이라니.....
낮잠을 잔게 후회는 되지만 피곤이 조금 풀리니 기분이 좋다.
이제 말레이지아도 사흘이면 이별이다.
지갑을 뒤져보니 400링킷 정도가 남아있다.
하루에 많이 써봐야 100링킷을 절대 넘기지 않는다.
그럼 말레이지아 여행경비는 이상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배낭을 정리하다보니
배낭 속에 1,000링킷 정도가 더 남아 있다.
비상금으로 넣어 두고 그 동안 비상금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이런 기억력으로 어떻게 살런지 걱정이 많이 된다.
지금부터는 팍팍 써야겠다.
말이 나온 김에 오늘 저녁은 말라카에서 제일 근사한 레스토랑에섬 먹으련다.
염두에 둔 근사한 레스토랑이 있다.
" River Grill, Casa Del Rio"
사실 이 레스토랑을 처음 본 순간부터 짝사랑했었다.
말라카 강변에 위치한 분위기 근사한 Casa Del Rio에 보무도 당당히 입실(?)한다.
역시 종업원의 접객매너부터 다르다.
매뉴판을 보니 이 집에도 아쌈뿌다스가 있다.
이걸 먹고 말레이지아를 떠나야지 여한이 없을 듯하다.
오늘 저녁메뉴는 아쌈뿌다스....
먹어 봤다.
택시기사가 그렇게 맛있다고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물론 택시기사는 마꼬다 플라자 레인넘버 5, 샵넘버 35에 가서 먹어야 진짜라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이 레스토랑에서 와이파이 패스워드를 받고 잠시 와이파이 세계에 빠져든다.
이제는 여행을 하면서 와이파이가 안되면 많이 불안해 진다.
현실 세계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을 수 있어야 진정한 여행의 고수가 될텐데.....
난 아직 멀었다.
아니 아직 입문도 못한 수준일 것이다.
이제 말라카의 마지막 밤과 인사하러 나가 본다.
말라카 강이 나와의 이별을 아쉬워 하는 듯 살짝 우울해 보인다.
여전히 서늘한 바람이 부는 듯하다.
우리와 같은 삶의 방식으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말라카는 관광지이면서 코타키나발루나 푸에르토 프린세샤처럼
들썩이는 소란스러움이 없이 밤을 보내는 듯하다.
마침 오늘 보름달이 떠 있다.
둥근 보름달 아래에서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며
마음 속에 담고 있는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생수 2명 2
아침 프놈펜 스프 3.50
맹고스텐 4
해양막물관 6
점심 맥도날드 13
메모리 카드 29
샌돌 팥빙수 3.70
생수 2병 2
저녁 53.35 (아쌈뿌다스 30, Steamed rice 4, 카푸치노 12, 세금, 서비스차지 등 7)
카푸치노 12
숙박비 24 ( 9,464/400원= 24 )
"숙박비는 한철님이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이틀간 18,928원이다"
오늘의 걸음수도 3만보가 넘었다.
-----------------------------------------------------------------------
7월 4일, 수요일
(말라카, 조호바루)
어제 약속한 것처럼 영국 할머니가 나를 위해 출입문을 열어 놓았다.
오전 6시 20분, 다시 한번 말라카 강변을 조깅하러 길을 나선다.
오늘이 말라카 강변의 두번째이자 마지막 조깅일 것이다.
어제보다 덥다. 필꿈치 아래에 땀이 많이 고인다.
이 곳의 통트는 시각이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늦다.
오전 7시인데도 동네에 인기척이 거의 없다,
50여분간의 조깅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한 후에 아침식사하러 내려간다.
어제 먹었던 프놈펜 스프로 아침을 해결한다.
주인한테 물으니 프놈펜 스프는 "진뼌민"이라고 한단다.
떠날 준비가 됐으니 더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영국할머니한테 작별 인사하고 말라카 센트럴 버스터미날까지 걸어간다.
곧장 가로질러 가는 길이 있겠지만 말라카 강변의 운치를 조금 더 느껴보려고
강변을 따라 가다가 마지막에 버스터미날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도중에 갈림길에서 도로 작업중인 인부에게 길을 물으니
버스터미날까지 너무 머니 저 앞에서 꼭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내가 걷겠다고 하니 "No money?" 냐고 묻는다.
내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가리키며 넘버원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겨드니
웃으면서 그럼 이 길로 가라고 일러준다.
버스터미날에 도착하니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갑자기 시커먼 구름이 몰려온다. 큰 비가 내릴 것 같다.
다행히도 내가 터미날에 도착한 이후에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다.
엄청나게 내린다.
말라카를 출발한지 3시간 만에 조호바루 Lakin bus terminal에 도착한다.
바로 쿠라이(Kulai)가는 버스편이 있다.
내일 아침 코타키나발루 행 비행기를 타려면
조호바루에서 곧장 Senai 공항으로 가는 방법이 있지만
그럴 경우 숙박비와 택시비가 더 들 것 같아서
Senai 공항 인근에 있는 Kulai의 호텔을 예약했었다.
이 동네 저 동네의 구석구석을 들른 시내버스는 B Link Hotel 바로 건너편에 나를 내려 준다.
버스기사는 수작업으로 만든 비디오와 오디오 시스템을 버스 내에 설치해 놓고
우리의 K-pop 같은 이 곳의 음악을 흥겹게 듣고 있다.
이 분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운전하며 담배를 피우고 올라타는 사람의 차비를 받고 거스름 돈까지 준다.
가끔 시재검사까지 한다.
저러다 교통사고는 안날지 심히 걱정된다.
폭우 속을 뚫고 서둘러 체크인 하고 방에 입실한다
생각보다는 방이 깨끗하고 창문도 있어 좋다.
45링킷이면 2만원이 채 안되는데 꽤 괜찮은 숙소이다.
배가 고픈데 여기에는 인도음식점만 있단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간혹 중국음식점은 음식 사진을 걸어놓아서 그림을 보고 주문할 수 있게 하는데
이 음식점은 전혀 그런 게 없다.
빼곡하게 글만 써 있는데 메뉴판을 보고 어떤 걸 먹어야 할지 곰곰히 궁리해 본다.
가만히 보니 여기도 나시고랭이 있다.
오늘은 "나시 고랭 아얌"을 주문하는데 나시고랭과 차이가 없는 것 같다.
호텔 바로 앞에 있는 길가 행상한테서 코코넛쥬스를 사서 먹어보는데
밍밍하니 별 맛이 없다.
여기 Kulai에는 택시가 보이지 않는다.
호텔직원한테 일아봐 달라고 하니까
택시는 무려 40링킷, 자기는 30링킷을 달란다.
그저께 공항에서 조호바루 이민국까지 그 먼거리를 공항택시로 33링킷에 갔었다.
여기서 공항까지 미터요금으로 가봐야 15링킷이면 충분할텐데 완전히 바가지다.
택시회사 전화번호를 알면 직접 전화할텐데 번호를 모른다.
공항까지 걸어가면 ?
많이 잡아봐야 2시간이면 충분할텐데 비행기 시간때문에 심적 부담을 느낀다.
그렇다면 두 가지 중에서 한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개인승용차로 30링킷 주고 갈껀지
아니면 길에서 언제 잡힐지 모르는 지나가는 택시를 잡고 공항에 가자고 해야할 지
택일을 해야 한다.
일단은 호텔 종업원한테 내일 오전 7시 30분까지 나와 달라고 했다.
저녁을 먹어야 힘을 낼 수 있을 게 아닌까 ?
인근의 식당에서 Bean curd with seafood 를 주문했다.
간장에 조린 두부에 작은 새우가 몇 개 들어가 있는데 그 걸 밥하고 먹는거다.
짭잘하다.
아침 진뼌민 3.50
버스비 (말라카- 조호바루) 19
버스비 (조호바루- 쿠라이) 3.80
숙박비 45
점심 나시고랭 5.50
코코넛 쥬스 2.50
저녁 두부조림 10.5
-----------------------------------------------------
7월 5일, 목요일
(조호바루, 코타키나발루)
어제 저녁에 고집을 꺽고 렌트카(?)를 타고 공항가겠다고 한 결정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아침에 살살 보슬비가 내리고 있다.
이런 날씨에 걸었다가는 몸이 많이 축났을 것이다.
잠시 호텔직원과 혼선이 있었지만 다 썩은 자가용을 타고 공항으로 출발한다.
공항으로 가면서 보니까 정말 택시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만약에 길에서 택시를 잡겠다고 기다렸으면 신경이 많이 쓰였을 것이다.
공항까지 걸었다면 ?
비행기 출발 전까지는 공항에 도착은 했겠지만 아무튼 무지 멀었다.
하이웨이에서 공항 쪽으로 들어와서도 한참을 차로 이동해야 공항이 나왔다.
체크인 시각은 비행기 출발 2시간 전인 오전 8시 30분이란다.
저가 비행기라서 기내에서 음식제공은 없다.
오전 12시가 넘어야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하는데
배가 조금은 출출할 수 있을 것 같아 주전부리하려고 비스켓을 샀다.
배낭에서 긴팔 상의를 미리 빼내는 것을 잊었다.
거리나 길가 허름한 식당 등 대부분의 장소는 더워서 쪄 죽을 정도인데
공항이나 에어콘 버스는 얼어 죽을 정도로 춥다.
배낭을 수화물로 부치고 입국장으로 들어오니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춥다.
피부에 닭살이 돋는다.
이런 전력낭비를 막으면 많은 사람을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을텐데 말이다.
비행기 안은 더 추울텐데 앞으로 2시간이 걱정이다.
말레이지아는 자기 고유의 말은 있는데 우리의 한글처럼 이것을 표현하는 글은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영어 알파벳을 이용해서 글로 표현하는 것 같은데
우리의 세종대왕은 역시 휼륭하신 분이다.
길을 가다보면 가장 빈번히 보이는 단어는 "KEDAI"였다.
이게 무슨 뜻일까 궁금해서 물어보니 영어로 shop이라고 한다.
말레이지아는 15세기부터 최근까지 포르투칼과 네덜란드 그리고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한국이나 외국에서 만난 말레이지아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는 것 같았는데
현지에 와 보니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중국계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의사소통에 적지 않은 불편이 있다.
2시간 15분간의 비행 끝에 코타키나발루에 다시 도착한다.
중간에 심한 air pocket 현상이 있어 다들 기겁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숙소까지 뭘타고 갈까 고민하다가 큰맘 먹고 공항택시 타기로 결정한다.
공항 내 택시데스크에서 행선지를 말하면 요금을 알려주고 결제하면 티켓을 끊어 준다.
역시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렇게 쉽게 숙소로 오는 것을 무거운 배낭을 들고, 걷고, 기다리고......
Asian Adventure Lodge에 돌아왔다고 섹시녀한테 인사하니
무척 반가워하면서도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어제 7명이 단체로 인터넷예약을 하고 돈을 송금해서 내가 묵을 에어콘 방이 없다는 것이다.
선풍기방 밖에 없다고 해서 올라가 보니 더워서 도저히 잘 수 없을 것 같다.
양해를 구하고 옆에 있는 X-plorer guesthouse에 가서 빈방 있는지 물으니
내가 다시 왔다고 그렇게 반가워한다.
종업원들의 진심어린 환대를 받으니 조금은 찔린다.
심지어 도미토리룸을 오늘 저녁에 나혼자 사용하게 해 준단다.
사실 처음에는 X-plorer guesthouse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해 놓고
사실은 옆에 있는 Asian Adventure Lodge의 시설이 더 좋아서 그리고 간 것이다.
체크인하고 있는데 주책없이 Asian Adventure Lodge의 섹시녀가 나타나서
이 집의 직원들에게 나를 여기로 보내서 미안하다고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즉 내가 본의 아니게 양다리를 걸쳤는데 섹시녀가 산통을 깬다.
내 일그러지는 표정을 봤는지 섹시녀가 계속 내 옆에서 미안하다고 한다.
심지어 나한테 미안해서 오늘 저녁에 같이 시간을 보내며 산책하자고 꼬득인다.
대답하기가 뭐해서 못 들은 척 엉뚱한 소리를 하며 화제를 돌린다.
-------------------------------------------------------------
7월 6일, 금요일
( 코타키나발루, 마닐라)
어제 저녁 늦게 하프데이 투어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다.
Kiulu 래프팅을 가는데 150링킷에 공항까지 바래다 주는 조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할 일없이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 숙소에 그냥 있어야 한다.
이렇게 말레이지아에서의 마지막 패키지투어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밤새 폭우가 쏟아진다.
내심 계속 비가 내려서 투어가 취소되기를 바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전 7시경이 되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하늘이 멀쩡하다.
다행히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배낭을 정리했었다.
Asian Adventures lodge의 섹시녀한테 굿바이 인사를 하러 가니
영원히 나를 잊지 않겠다고 하며 열쇠고리를 선물로 준다,
오전 8시 40분, 픽업온 미니밴을 타고 인근의 호텔로 가니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는 싱가폴 가족 4명이 레프팅투어에 합류한다.
이 가족은 아주 조용한 가족이다.
딸만 4명인데 55년생 Xavier ( avamech@gmail.com) 세비아는 건강관련 일을 하다가
지금은 은퇴하고 여행을 다닌다고 한다.
세지아 가족은 정말 화목한 가정인 듯하다.
코타키나발루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달리니 Kiulu에 도착한다.
폭이 30여미터 정도되는 시원찮은 강물이 흐른다.
여기에서 하류 쪽으로 7킬로를 레프팅한단다.
물살도 빠르거나 위험하지 않는 것 같은데 잔뜩 겁을 준다.
심지어 어느 구간은 거의 물살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잔잔하기만 하다.
점심은 래프팅업체에서 제공하는 식사로 해결한다.
그런대로 먹을 만한 음식이다.
예정시각보다 조금 일찍 Kiulu를 출발하니 코타키나발루 시내에 오후 2시 30분경 도착한다.
세비아 가족이 묵고 있는 그들을 호텔에 먼저 내려주고 나는 미니밴을 타고 공항으로 직행한다.
오후 3시가 안돼서 공항에 도착하고 체크인 수속을 밟는다.
여행의 마지막 무렵이 되니 나도 모르게 내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모양이다.
체크인할 때 한국행 예약증을 보여달라고 하길래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사진은 안되고 실물을 보여달란다.
벌컥 짜증이 난다. 같은 내용이 아니냐고 따진다.
내가 하프색에 생수 3병을 가지고 들어가는데 검색대에서 시비를 붙는다.
이렇게 생수를 가지고 들어가면 안된다고 하는 사람은 당신들이 처음이라고 따지니까
국제 규정이라며 안내 입간판을 가지고 온다.
면세구역에 들어오는데 보딩패스를 또 보여달라고 한다.
방금 전에 다 봤는데 왜 그러냐고 하니까 모든 승객의 보딩패스를 재 확인한다고 한다.
오늘따라 짜증이 많이 난다. 내가 피곤한 모양이다.
공항 대합실에 앉아서 아침부터 싸가지고 온 참치샌드위치를 먹는다.
맛이 무지 없다.
갑자기 테놈 커피 생각이 난다.
얼마나 맛있길래 인터넷에 맛있다는 글을 올렸는지 먹어봐야겠다.
오후 6시 10분 출발예정인 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올라간 시각은
40분이 늦은 오후 6시 50분경이다.
아직 수평선 저 넘어로 오늘의 태양이 사그러지지 않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낮게 깔린 구름 위로 올라가면 조금이라도 일몰을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져 본다.
낮은 구름 위로 올라가니 그 위엔 더 시커먼 구름층이 덮여 있다.
다행히 내가 탄 비행기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날라가고
내가 앉은 좌석이 서쪽 창가 쪽이니 비행기가 하늘 높이 더 올라가면
말레이지아에서의 마지막 태양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 본다.
그러나....
시커먼 구름 사이의 빈 틈으로만 사그러져가는 검붉은 색의 불꽃만 희미하게 보여줄 뿐이다.
이제 필리핀으로 돌아간다.
경제력은 말레이지아가 더 나을런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순수성과 친절함, 여행객을 대하는 호의적 태도는 필리피노가 한 수 위다.
마지막 사흘간 유종의 미를 거두는 그런 필리핀 여행을 하고 싶다.
I love Phillippine.
2시간의 비행 끝에 NAIA Terminal 3에 도착했다.
입국장에서 출국장으로 이동해서 택시를 잡는다,
미터요금에 50페소를 주겠다고 하고 플랜들리 게스트하우스로 간다.
이번 택시기사도 게스트하우스의 위치를 알지 못한다.
조금 헤맨 끝에 결국 찾아서 체크인을 하는데
앞으로 이틀간 시내구경과 따가이따이를 갔다오려면
배낭을 안심하고 보관할 수 있는 나만의 싱글룸이 필요하다.
싱글룸을 확인하니 팬룸인데도 하루에 600페소란다.
3일치 1,800페소를 일시에 지불하고 입실한다.
방에서 냄새가 엄청난다.
무슨 냄새인지 모르겠지만 참아야 하지 않겠나 싶다.
일단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유흥가라서 그런지 삐끼도 많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숙소 근처에 싼 음식점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늦었으니 일단 비싸더라도 아무 음식점이나 들어가고
내일부터는 싼 집만 찾아 다녀야겠다.
그래도 싸게 생겨서 들어간 중국집의 음식값이 장난아니다.
3끼 음식값을 한끼에 먹어버린다.
말레이지아
샌드위치 2.50
생수 2.50
테놈커피 10.50
필리핀
택시 220
숙박비 1,800
저녁 싱가폴 laksa 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