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悱)와 당신의 이야기. (표현 못할 비)
[봄] 사카모토 마사유키*나가노 히로시
“말도 마. 내 집이 아니라 완전 지네 집이라니까”
마사유키가 앞에 놓인 테이크아웃 커피를 집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회사 앞 테이크아웃 커피점으로 나왔다.
거리엔 사람들이 꽤 많다. 봄이다 보니 전부 밖으로 나와 겨울에 못했던 데이트와 그리고 이 봄 날씨를 즐기는 것 같았다.
난 웃으며 “그래도 혼자는 아니니까 외롭진 않겠네” 하며 웃었다. 마사유키가 선물 받은 강아지 얘기 중이다.
좀 활발한 성격인가 보다. 온 집안을 다 휘젓고 다녀서 퇴근하면 청소가 일이라는 마사유키..
“나가노는 동물 안 키워?”
“응-..잘 해줄 자신이 없네. 바쁘니까 돌봐주질 못하잖아”
“하긴..나도 걱정은 되더라”
마사유키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마사유키는 대학교 동기다.
대학교 때부터 지금 이 직장에서 서로 팀장이라는 자리에 오기까지 마사유키와 나는 쭉 함께였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때론 서로에게 모진 말도 하고...그렇게 우린 이 자리까지 왔고 여전히 우리 둘은 친하다.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우린 이미 좋은 친구 사이가 되어 있었다.
언제나 같이 밥을 먹고 같이 퇴근을 하고 같이 술 한 잔 하며 같이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언제나..내가 하고 싶은 말은..아직도 하지 못한다.
“오늘 끝나고 한 잔 할까?”
마사유키가 물었고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니가 사는 거지?”
“엑...선수 쳐버리냐~ 알았어~ 내가 살게”
마사유키가 웃는다.
회사 사람들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마사유키만의 특유의 그 웃음..나 역시 마사유키의 저 웃음을 좋아하고..사랑한다.
“아?..꽃잎이네?”
마사유키가 뚜껑이 열려있는 내 커피를 가리켰고 난 고개를 숙여 내 커피를 보았다.
까만 아메리카노에 분홍색 꽃잎이 동동 떠 있었다.
“..벚꽃?”
“아- 이제 곧 신쥬쿠공원엔 벚꽃이 만개절정일이네”
“벌써 그렇게 됐네..”
난 벚꽃잎을 조심히 꺼냈고 마사유키는 내 손바닥에서 꽃잎을 가져갔다.
“우리 이번 주말에 보러갈까? 이번 주말이 절정일이라는데”
“그럴까?”
우린 늘 약속을 이런 식으로 해왔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생각이 나면 바로바로..
그래서 늘 둘이 함께했다.
뭔가 생각나면 둘이서 바로 할까? 갈까? 하며 둘만의 약속으로 정해버렸기에..
“들어가자~ 오늘 술 한 잔을 위하여 남은 시간도 열심히~!”
마사유키가 일어났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봄이라 그런가? 술도 달달하네~”
마사유키와 나란히 앉았다.
자그마한 술잔에 투명한 술이 담아졌고 마사유키는 다시 한 번에 꿀꺽-.
이럴 땐 내가 술에 약하다는 게 참 감사하다. 난 조용히 술잔만 매만질 뿐이다.
이 녀석 이렇게 마셔버리면 십중팔구 취해서 나가기에 언제나 내가 부축을 해주어야 하니까..
“으~..이 좋은 봄에 남자 둘이 이게 뭐냐~ 그것도 30대를 바라보는 남자 둘이서~”
마사유키가 기분 좋게 웃었고 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는다.
“누군 좋은 줄 알아? 빨리 애인이나 만들어~”
“사돈 남 말?~”
“나는 아직 일이 좋아” 나는 니가 좋아..
마사유키 니가 좋아. 라는 말을 일로 바꿔버린다.
나처럼 이 녀석도 날 사랑한다면..언젠간 말해주겠지...늘 자기 마음을 솔직히 말하는 마사유키니까.
나에겐 숨기는 게 없는 마사유키니까..
그렇지만 마사유키는 말이 없다. 난 고백하지 못하고 마사유키도 날 사랑하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마사유키는 아무 말도..아직 내게 해주지 않았다.
“일이 좋다는 건 변명이라던데~”
“그러는 너는?”
“난 뭐-..음~”
웃음으로 넘기는 마사유키. 그치만 난 져주는 수밖에 없다.
저 웃음엔 당해낼 재간이 없으니까..
“아. 나가노는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했었지?”
“응?...응”
“고백 해보는 게 어때? 꽤 됐잖아”
“..글쎄..”
씁쓸해진다. 그치만 웃어 보인다.
그게 너야..라고 눈은 말해주지만 마사유키는 모르는지 왜? 라고 야속하게 묻는다.
“꽤 됐으니까”
“아..너무 익숙해졌다는 거? 에이- 해 봐~”
“나중에.. 마음 다 정리 되고”
그러면서 빈 술잔에 술을 덜어주었다.
마사유키는 그래그래- 라고 웃으며 다시 술잔을 비운다.
나가노도 한 잔~! 하며 웃는 마사유키에게서..벚꽃향이 나는 것 같아서 가까이 가 본다.
“히로~~~”
...취했다. 생각보다 빨리 취해서 술값을 지불하고 술집을 나왔다.
봄 거리는 향긋한 봄내음을 풍기고 있다. 거리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난 마사유키의 팔을 내 어깨에 두르게 하고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 마사유키를 부축해 걸었다.
나보다 커서 자세가 많이 불편하긴 하다.
진심으로 그냥 질질 끌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괜찮아?”
“그으럼!!!”
“..너네 집이 여기서 가까운 게 정말 천만 다행이다.”
이 꼴을 하고 멀리까지 갈 생각은 죽어도 못하겠으니 가까운 게 다행이다.
“히로시이이이이이~”
“응”
“고백해 봐아~”
“나중에..”
“내 친구 사랑하는 것 좀 보자!”
가슴이 아프다. 마사유키의 말이 자꾸 화살이 되어 심장을 찌른다.
알았다구- 하며 쳐지는 마사유키의 몸을 일으키며 다시 걸었고 마사유키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땐
마사유키는 거의 나한테 매달렸다고 보면 될 정도로 제 정신이 아니었다.
“열쇠 어딨어?”
“히로시이이이”
“응..”
“아! 벚꽃이다!”
마사유키가 내 뒤쪽을 가리켰고 그곳엔 커다란 벚꽃나무가 이 밤을 꽃잎으로 장식하고 있었다. 꽤 예쁘다.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벚꽃을 쳐다보았고 마사유키의 움직임에 아! 하며 다시 마사유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난 그대로 멈춰버렸다.
날 끌어안는 마사유키의 두 팔.. 술을 먹어서인지 힘이 꽤 세다.
빠져나가게 하지 못하려는 생각인지있는 힘껏 나를 끌어안는다..
내 심장소리가..미친듯이 뛰는 내 심장소리가 마사유키에게 들릴까봐 빠져나가고 싶지만 몸은 가만히 있는다.
“왜 이렇게 말랐어?”
취한 목소리..이 녀석은 지금 자기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를 거다.
언제나 늘 그랬으니까..
“히로시..”
“...응..”
마사유키가 날 쳐다보았고 그 얼굴에 또 한 번 심장이 크게 고동친다.
무슨 말을 할 것 같더니 마사유키는 말없이 날 보았고
그 얼굴이 점점 가까워진다는 걸 마사유키의 숨이 내 피부에 느껴질 정도의 거리가 되었을 때 알았다.
“마사...”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내가 입술을 움직이면 닿아버릴 정도로 마사유키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고
뜨거운 숨이 피부에 달라붙어 난 정말 정지상태가 되었다.
“..풋”
그리고...작게 풋- 하는 마사유키의 웃음소리.. 곧 나를 꽉 끌어안던 두 팔이 풀렸고
내 몸은 꽉 조였던 옷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편해짐과 동시에 심장은 쿵 멈추었다.
“푸헷..미안미안~ 늦었다 가 봐~”
마사유키가 취한 눈으로 웃어 보이며 주머니에서 집 열쇠를 꺼내더니 내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맨션 안으로 들어갔고
난 마사유키방의 불이 켜질 때까지 서 있었다.
“말도 마. 내 집이 아니라 완전 지네 집이라니까”
봄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모두가 기다리던 봄이 왔고
나와 히로시는 점심식사 후 잠시 나와 테이크아웃 커피를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얼마 전 친구에게 강아지를 선물 받았다.
근데 얼마나 말썽꾸러기인지 온 집안을 휘젓고 다녀서 퇴근 하고도 일이 또 생겨버린다.
“그래도 혼자는 아니니까 외롭진 않겠네”
히로시가 웃으며 말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노는 동물 안 키워?”
“응-..잘 해줄 자신이 없네. 바쁘니까 돌봐주질 못하잖아”
“하긴..나도 걱정은 되더라”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히로시도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나와 히로시는 대학교 동기다.
팀장이라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우리는 늘 함께였다.
같은 회사에 들어와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때때론 싸우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지금까지 쌓아 온 애정이기에
금방 풀며 다시 웃고 언제나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히로시고 히로시가 나인 것처럼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비밀은 거의 없다.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 우리는 언제나 같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히로시는 날 좋아하고 난 히로시를..사랑한다.
“오늘 끝나고 한 잔 할까?”
내가 물었고 히로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니가 사는 거지?”
“엑...선수 쳐버리냐~ 알았어~ 내가 살게”
난 히로시의 저 웃음이 좋다. 내 모든 마음을 녹여주는 듯 한 저 웃음이 난 좋다.
그래서 늘 내가 먼저 웃어보였다. 내가 웃으면 히로시 역시 따라 웃곤 했으니까..
히로시를 보는데 히로시 머리 위로 벚꽃 잎이 흩날렸고 꽃잎 하나가 히로시의 커피 속으로 들어갔다.
“아?..꽃잎이네?”
“..벚꽃?”
“아- 이제 곧 신쥬쿠공원엔 벚꽃이 만개절정일이네”
벚꽃 나무에 싹이 틔인 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만개절정일이다.
“벌써 그렇게 됐네..”
히로시가 꽃잎을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았고 난 손을 뻗어 손바닥에서 꽃잎을 가져왔다.
히로시가 내 손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고 그 눈에 내 심장이 한번 쿵- 뛰었다.
“우리 이번 주말에 보러갈까? 이번 주말이 절정일이라는데”
“그럴까?”
히로시가 그러지 뭐- 하며 커피에 입을 댄다.
약속은 늘 내 쪽에서 먼저 하는 편이었고 히로시는 언제나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 자리에서 즉시 생각나는 대로 약속을 정해버린다고..
우린 너무 즉흥적이라고 히로시는 늘 웃으며 말하지만..히로시는 아마 평생을 가도 모를 거다.
내가 그 약속을 자신에게 말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를 해 놓는지...
“들어가자~ 오늘 술 한 잔을 위하여 남은 시간도 열심히~!”
점심시간이 다 지나간다. 나는 일하기 전 히로시의 웃음이 보고 싶어 밝게 말하며 웃었고
이번에도 역시 히로시는 날 보며 웃는다.
“봄이라 그런가? 술도 달달하네~”
술이 달다. 입안에 맴도는 맛이 좋아서 난 빈 잔에 다시 술을 덜었고
히로시는 술잔을 가만히 매만질 뿐 술을 입에 대진 않는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그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단 술에 져버리니까...
그리고 내가 먼저 취해버리면 대책이 안 선다는 걸 알기에 정말 단 한잔도 마시지 않는다.
살짝 내리 깐 눈을 보며 히로시가 잔을 만질 때마다 약한 파동을 일으키는 술처럼 내 심장도 작은 파동을 일으킨다.
“으~..이 좋은 봄에 남자 둘이 이게 뭐냐~ 그것도 30대를 바라보는 남자 둘이서~”
마음에도 없는 말이 튀어나왔고 히로시는 내 이 말에 야속하게 대꾸해 버린다.
“누군 좋은 줄 알아? 빨리 애인이나 만들어~”
“사돈 남 말?~”
“나는 아직 일이 좋아”
“일이 좋다는 건 변명이라던데~”
“그러는 너는?”
“난 뭐-..음~”
웃음으로 넘긴다. 그리고 난 히로시에게 묻는다.
“아. 나가노는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했었지?”
“응?...응”
“고백 해보는 게 어때? 꽤 됐잖아”
“..글쎄..”
히로시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 건지 예쁘게 웃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물을 때면 히로시는 늘 저 웃음을 지어보였다.
내가 사랑하는 저 웃음은..나를 향해 있는 게 아닌 그 사람을 향해 있다는 걸 알기에...내 심장은 멈춰버릴 것처럼 아파왔다.
하지만 웃어 보일 수밖에 없다. 내가 웃지 않으면 히로시도 웃지 않을 테니까..
“왜?”
“꽤 됐으니까”
“아..너무 익숙해졌다는 거? 에이- 해 봐~”
나는 자꾸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고 있다.
“나중에.. 마음 다 정리 되고”
히로시가 고개를 살짝 젓더니 빈 술잔에 술을 덜어주었다.
나는 그래그래- 라고 웃으며 다시 술잔을 비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기에..
나가노도 한 잔~! 하며 웃었고 잔을 들어 보이는 히로시에게서..벚꽃향이 나는 것 같아서 가까이 가 본다.
“히로~~~”
취한 척 히로시에게 기댄다.
내가 억지로 쥐어 쥔 술값을 지불하고 나와 히로시는 술집을 나왔고 봄 거리는 향긋한 봄내음을 풍기고 있다.
거리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난 히로시에게 온 몸이 기대져서 취한 척 이 거리를 걷는다.
“괜찮아?”
걱정스런 말투로 묻는다.
“그으럼!!!”
“..너네 집이 여기서 가까운 게 정말 천만 다행이다.”
....이 자식! 이 말 진심이다!!
“히로시이이이이~”
“응”
“고백해 봐아~”
“나중에..”
“내 친구 사랑하는 것 좀 보자!”
이 녀석의 진심이 궁금해서 취한 척 묻지만 역시 딱 떨어지는 대답은 없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기에 히로시에게 그런 웃음을 짓게 하는 걸까..
히로시의 마음을 가져간 사람이니 멋진 사람이겠지..
나처럼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아니겠지.. 난 왜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걸까..
이런 생각들을 하니 마음이 아파 와서 난 더 취한 것처럼 히로시에게 매달렸고
집 앞에 도착했을 땐 내가 너무 매달려서인지 히로시의 슈트가 한쪽으로 흘러내리고 구겨지고 말이 아니다.
“열쇠 어딨어?”
“히로시이이이”
“응..”
히로시가 내 주머니 쪽에 손을 대며 물었고 내 눈에 벚꽃이 보였다.
“아! 벚꽃이다!”
예쁘다.
내 말에 히로시가 돌아보았고 히로시는 잠시 벚꽃에 빠져서 지금 자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흩날리는 벚꽃 잎에 정신이 팔렸다.
내 눈은 벚꽃이 아닌 히로시에게 고정되어 떨어질 줄 몰랐고 정말 술기운이었을까..
난 두 팔을 벌려 히로시를 힘껏 끌어안았다.
나에게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꽈악 끌어안았고 마른 몸이 느껴졌다.
“왜 이렇게 말랐어?”
히로시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진다.
니가 그 사람에게 고백을 해버리면...이 체온도..그 웃음도 더 이상 내게 향하지 않겠지..
“히로시..”
“...응..”
히로시..라는 이름을 사랑한다. 히로시라는 남자를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부르고 쳐다보았다. 히로시의 눈이 날 보았고 난 천천히 다가갔다.
히로시의 작은 숨 하나도 닿고 싶어서 가까이 다가갔고
내 이름을 부르려던 히로시가 다 부르지 못하고 입을 다문다.
조금만 더 움직였다간 내 입술이 닿을 거니까...그러면...그 사람에게 미안할 테니까..
“..풋”
장난이었다는 듯이 작게 웃어 보이면서 두 팔을 풀렀다.
히로시에게서 떨어짐과 동시에 내 심장이 뻥 뚫린 것처럼 아픈 바람이 통과해 버린다.
“푸헷..미안미안~ 늦었다 가 봐~”
놀란 얼굴의 히로시에게 애써 웃어보이고는 주머니에서 집 열쇠를 꺼내들고 손을 흔들어 보인 뒤 집 안으로 들어갔다.
돌아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안 나서 그대로 집으로 들어갔고 방 불을 켜 내가 집에 들어왔음을 알렸다.
히로시는 그래야 가곤 했으니까..그리고 그대로 벽을 따라 그 자리에 주저앉아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주말 아침..
난 마사유키와의 약속으로 일찍 일어났다.
준비를 하고 약속장소로 나가니 마사유키가 먼저 와 날 기다리고 있었고
난 가볍게 마사유키의 어깨를 쳤다.
“언제 왔어?”
“아~ 방금~”
마사유키가 좋아~! 실컷 놀자~하며 내 팔을 덥석 잡더니 공원 안으로 향했고
난 마사유키 손바닥의 체온에 다시 한 번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안으로 들어섰다.
“우와아!”
마사유키가 입을 떡 벌렸다. 나 역시 만개절정의 이 벚꽃들에 정신이 빠져버려서 멍-하게 쳐다보았다.
이 좋은 것들을 이제야 보러 와버리다니..
큰 공원 안엔 사람들만큼 벚꽃들이 가득하여 우리는 한참이나 말없이 벚꽃구경에 정신이 팔려버렸다.
“..나 왜 그동안 여기 올 생각을 못한 걸까..”
꽤나 오래 걸으며 구경했다.
나와 마사유키는 큰 연못 앞 벤치에 앉았고 우리 눈앞엔 연못 위로 흐느러진 백색 벚꽃나무가 있었다.
마사유키의 말에 난 “앞으로 자주 오면 되지 뭐~”라고 말했고 그치? 하며 마사유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말없이 앞만 보았다.
무슨 말이 특별히 필요한 건 아니었기에 나 역시 억지로 말을 꺼내려 하진 않았다.
내가 해야 할 말이 있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은 이대로 있고 싶었다.
히로시의 눈은 앞에 흐드러진 벚꽃나무에 고정되어 움직일 줄 모른다.
나 역시 그 나무를 바라보고는 있지만 온 신경은 히로시에게 가 있었다.
무슨 말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이런 오랜 침묵 뒤엔 늘 히로시가 충격적인 말을 던지곤 해서 난 지금 적지 않게 긴장중이다.
그렇게 앉아있기를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히로시가 날 불렀다.
“마사유키.”
“응?”
“..나...미국 가”
....이번에도 히로시는 내 예감을 적중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내 심장은 쿵! 하고 떨어졌다.
“..응?..”
“이번 미국지사로 신청했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빨리 나왔어”
“..미..미국 지사?”
“응”
“..어..어째서?”
말이 자꾸 한 번에 나오지 않고 걸쳐서 나온다.
당황해 버리면 히로시가 이상하게 생각 할 텐데..
“그냥..배울 것도 아직 많고 큰 곳에서 일 해보고 싶고 해서..”
“....아...그래?..좀..진작 말해주지~ 너무 갑작스럽게~”
아랫입술이 덜덜 떨리는 게 느껴지는데 내 얼굴이 웃는 거 또한 느껴진다.
이 순간에도 난 히로시의 웃는 얼굴이 보고픈 거다.
“미안-..이렇게 빨리 결과가 나 올 줄 몰랐거든”
“어..언젠데?”
“일주일 뒤..”
그리고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히로시가 떠났다.
공항에 배웅을 나갔고 히로시는 2~3년 뒤에나 보겠네- 하며 웃었다.
난 웃지 않았는데 히로시는 웃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나에게 히로시는 자리 잡히고 여유 좀 생기면 연락할게~ 라고 말했고
난 움직이지 않는 입술을 억지로 끌어올렸다.
히로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다. 말하지 않아도 그 정도는 느낌으로 알 수 있으니까..
짧은 포옹 뒤 히로시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돌아섰고 나 역시 회사 일로 인해 돌아섰다.
눈물이 흐를 줄 알았는데 이상할 정도로 말짱했다.
회사로 돌아 와 허전한 맘을 달랠 길이 없어 자리에 돌아와 앉자마자 엎드려 버렸고 팀원 한 명이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 앞에 무언가를 두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고 난 고개를 들었다.
작은 편지 하나..
사직서는 아닌 것 같고... 난 편지를 꺼내 펴 보았고 이상할 정도로 말짱했던 내 눈물샘은 터져버리고 말았다.
한 줄의 짧은 편지..난 마사유키네 팀원에게 마사유키가 내 배웅을 마치고 돌아오면 전해달라 말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항에 날 배웅 나온 마사유키는 웃지 않았다.
갑작스런 생이별에 늘 함께 했던 친구를 떠나보내는 거기에 마음이 좋지 않을 거라는 건 알지만
내 웃음에도 마사유키는 웃지 않았다.
2~3년 뒤에 보겠네~라고 말은 했지만 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다.
그리고 여유 생기면 연락하겠다 했지만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래야만..잊을 테니까..
난 웃어보였고 우린 짧은 포옹 뒤 헤어졌다.
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그리고 마사유키는 다시 회사로...
잘 돌아가겠지..라는 생각을 했고 비행기는 곧 이륙했다.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이상할 정도로 말짱했고 난 마사유키가 먹으라고 준 예쁜 상자를 꺼냈다.
상자를 여니 과자와 마사유키가 웃고 있는 사진이 들어있었고 난 사진을 꺼내들었다.
야. 라고 불러놓고 웃어봐~ 라고 말한 뒤 찍어서 주었던 사진이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의 뒷면을 보았을 때 이상할 정도로 말짱했던 내 눈물샘은 터져버렸다.
[가지 마..라는 한마디를 원한 건...너무 큰 욕심이었을까?
.....내가 사랑한 사람은...마사유키 너였어..너를 너무나 사랑했었어...]
[...가지 마...아직 사랑한다고 말도 못했단 말이다...]
나 그댈 원했지만 그댈 사랑했지만 말 하고 싶었지만
그대 아무 말이 없어서 그대 맘을 몰라서 돌아서고 말았어.
------------------------------------------------------------------------------
...진심으로 미안해열..
내가 원래 단편소설을 젬병소설로 만드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어...
달달도 아니고 상큼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새드도 아닌
장르를 알 수 없는 글이라서ㅠㅠ
....오글오글거려;;
대사들이 뭐 이리 소름끼치게 오글거려ㅠ
미안해열..ㅠ
어디가서 눈정화라도 좀 해줘요ㅠ
마왕/ am.1:02, Tuesday ( 139h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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