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앉아야 선정이 생긴다.
오랠 구 / 앉을 좌 / 태어날 생 / 선 선 [久坐生禪] Long Sit produces Chan
올해 3월 초에 필자는 미국 동부 워싱턴과 뉴욕에 박람회가 있어 출장을 갔습니다. 워싱턴과 뉴욕 박람회 일정 사이에 겨우 일주일 정도 떨어져 있어서, 워싱턴 박람회에 참가한 후 엘에이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뉴욕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이용하여 일주일간 매일 저녁 참선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미드타운, 브루클린, 퀸스플라자, 플러싱 등 여러 장소에서 참선 워크숍을 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이 깊었던 곳은 뉴욕 조계사였습니다. 뉴욕 조계사는 맨해튼 Upper Westside인 42 W 96th St.에 위치하였고, 조계사 문으로 나와서 한 블록만 걸어가면 바로 센트럴 파크도 있고, 전철역도 있습니다. 사찰의 위치도 매우 편리하였고, 매일 스님들하고 함께 센트럴 파크에서 산책하는 것도 좋았지만, 더욱더 좋았던 것은 많은 한인 청년들이 도암 스님의 지도에 따라 절 수행, 예불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도암 스님은 이렇게 이미 스스로 여러 청년과 신도들을 잘 지도하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필자와 같은 일반인이 참선 워크숍을 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장소를 허락해 주셨습니다.
조계사의 첫 워크숍은 토요일 오후에 있었습니다. 한인 청년회에서도 많이 참가했고, 중앙일보에 나온 신문기사를 보고 온 한국인도 있었으며, 인터넷 앱인 Meetup이나 Eventbrite에 올려놓은 이벤트 내용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참가인은 총 15명이었고, 그중 한국인을 비롯한 뉴욕 본토 미국인, 터키, 인도, 브라질 사람 등 다양한 민족이 참가하였습니다.
필자는 첫 워크숍인 만큼 엘에이 노산사의 영화 스님으로부터 배운 대로 일단 바른 자세부터 지도했습니다. 결가부좌를 지도하는 것은 많은 경험이 없이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들이 질문도 많고, 또 결가부좌를 잘못하면 다칠 수 있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강제로 억지로 결가부좌를 하기 위해 힘을 주면 좋지 않지만, 결가부좌 수행을 하는 동안 아프고, 절이고, 불편한 감각을 참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므로 지도해 주는 선생님과 함께하면 더욱 좋습니다. 처음 겪는 느낌이기 때문에 무서울 수 있지만, 경험이 많은 사람이 봐주면서 어떤 느낌은 괜찮은 것이고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안심시켜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리는 왼발이 먼저 오른쪽 허벅지 위로 가도록 하고, 그다음 오른쪽 발이 덮어서 앉는 길상좌로 합니다. 그리고 단전에 집중하는 방법, 호흡은 바꾸지 않고 코로만 쉬어야 하는 것, 손은 비로자나 수인으로 놓고 모두 앉았습니다. 놀랍게도 15명 중 9명이 결가부좌를 할 수 있었습니다. 첫날인데도 불구하고 15명 중 5명은 결가부좌를 풀지 않고 한 시간 이상 참선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 체형이 결가부좌에 맞지 않는다는 소문은 절대 근거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수천 명이 결가부좌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해왔는데, 솔직히 한국인만큼 결가부좌를 쉽게 잘하는 민족을 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다리가 짧아도, 두꺼워도,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이라고 해서 더 앉기 어렵다는 것도 근거가 없습니다. 삐쩍 마른 사람 중에도 결가부좌가 너무 어렵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고, 통통하고 매우 다리가 짧아도 처음부터 결가부좌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도 많이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해보면 좋다는 말을 해주지 않아서 시도를 안 했을 뿐입니다.
특히 조계사에서 도암 스님의 지도로 절 수행을 해 온 청년들은 몸의 기혈 순환이 좋아 그런지 결가부좌를 쉽게 한 시간 이상 앉을 수 있었고, 또 결가부좌로 오래 앉는 것이 얼마큼 몸과 마음에 좋은 일인지도 금방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조계사 청년회를 이끄는 한 젊은이는 결가부좌로 길게 앉는 것이 3,000배 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결가부좌 수행이 어려운 만큼 더욱 우리의 건강과 수행에 유익하리라는 것도 바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결가부좌로 앉으면 다리가 매우 불편하고, 절이고, 마음이 시끄럽게 느껴집니다. 그런 마음의 요동에 바로 반응을 하지 않고 단전에 집중하면 바로 그것이 선정입니다. 앉은 상태로 한 시간 넘도록 앉아 “아픔 고비 (가장 심하게 아프고 풀고 싶은 고비)”를 돌파하면, 우리의 마음이 불편한 상황이나 어려움에 어떻게 반응하고 작용하는지 경험으로 배우게 됩니다.
뉴욕 조계사에서 했던 토요 참선 워크숍이 끝난 후 꽤 많은 사람이 남아있었는데 질문이 매우 많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처음 한 시간 앉아 있는 동안 토할 것 같은 증상을 보였는데, 이런 증상은 매우 흔히 있는 일이며, 실제로 구토를 하더라도 계속 앉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보통 결가부좌 수행을 시작하면 단전에 기운이 많이 쌓여 소화 기능부터 좋아집니다. 그분이 나중에 하는 말이 사실 본인 소화 기능에 문제가 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 청년은 좀 늦게 도착해서 결가부좌 20분을 시도했는데, 스트레스 등으로 있던 어깨 긴장과 결림이 갑자기 풀렸다고 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2시 반에 시작한 참선 워크숍이지만 많은 사람이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강했습니다. 많은 질문이 있어서 늦은 저녁까지 함께하였습니다.
이렇게 호응이 좋아 일요일 저녁에도 모여서 앉기로 했습니다. 일요일에 모인 사람들에게 토요일 수행 경험에 관해 물어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침에 온몸에 땀을 흘리면서 일어났다고 하였고, 어떤 사람은 손바닥과 발바닥에서만 땀이 나고 열이 났다고 했습니다. 한 사람은 화장실에서 쾌변했다는 이야기도 해줬습니다.
일요일 저녁에는 첫날과 달리 모두 앉기 시작하자마자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결가부좌를 하였고, 거의 움직이거나 소리도 내지 않고 한 시간을 앉았습니다. 화요일에 엘에이로 돌아가는 일정이라서 월요일에 한 번 더 함께 앉기로 했습니다. 바쁘고 힘든 직장생활을 하는 젊은 이들이지만 월요일 저녁에도 거의 7명 이상 참여했습니다. 그중에 어떤 사람은 퇴근이 늦어서 8시에 도착했는데도 결가부좌를 하고 40분 이상 앉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중 몇 명은 자진해서 거의 2시간 다리를 풀지 않고 앉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떠한 참선법이든, 그것이 화두이든, 위파사나이든, 절 수행을 하든지 이들은 모두 삼매에 들어가기 위한 여러 법문(Dharma door)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선정의 힘을 키우고 또한 근본지 즉 지혜를 열어야 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수행을 통해 선정의 힘을 키우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의 병이 치유하고, 긴장과 스트레스도 풀리고, 마음의 번뇌도 줄게 됩니다. 여러분의 수행이 편한 자세로 시작되면, 마음을 하나로 모아 몰입하고 싶을 때 많은 장애가 오게 됩니다. 튼튼한 기반이 없이 높은 고층빌딩을 지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수행도 튼튼한 기반이 있어야 선정의 힘을 끊임없이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화두를 하더라도 마음이 모두 화두 하나로 모여야 하는데, 앉은 자세가 불편해서 마음에 번뇌가 올라오면 화두 하나로 마음을 모으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니 결가부좌로 몸을 다지고 수련하면, 수행의 기반을 강하게 다질 수 있게 됩니다.
선화 상인의 법문 중
앉는 동안, 여러분은 바즈라(금강)과 같이 단단하고 강해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앉은 힘이 최고와 같아야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앉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때 선을 얻을 수 있지요. 앉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앉았을 때, 여러분의 마음은 고요해져야 하고, 호흡은 평안해야 합니다. 큰 종과 같이 똑바로 앉아야 하며, 여러분의 입은 항상 마음을 관해야 합니다. 앞, 뒤, 양옆으로 기대지 말아야 합니다. 결가부좌 자세 즉 금강좌로 앉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최고입니다. 결가부좌로 앉아 있을 때, 가장 쉽게 삼매에 들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결가부좌로 오랫동안 앉았는데, 삼매에 들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여러분에게 산만한 생각이 계속 있기 때문이고, 적절한 수행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결가부좌가 가장 좋은 자세이고, 반가부좌(왼발이 오른쪽 허벅지 위쪽으로 하는 자세)는 두 번째로 좋은 자세입니다.
[선화 상인(宣化 上人, 1918~1995)은 위앙종의 마지막 조사로 알려진 큰 선사이다. 한국에서도 선화 상인의 “능엄신주 법문”, “능엄경 강설”, “서방극락이 그대의 집”이라는 책이 한국어로 출간되어 조금씩 더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