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가 또 시작되었다.
아침 자습시간이 월요일인지라 실외 애국조회로 대체된다. 아직까지도 실외 애국조회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게한다.
국가에 대한 책임의식 함양이라고 하지만 사실 체제 순응형 인간을 만드는 과정이지않나 싶다. 어떤 혹한과 비바람 속애서도 일제때 했던 것과 똑같이 똑바로 서 있어야 하는 상황 2학년 아이들에게 기대하기란 버거운 일이다. 마음가짐을 교육하면 될거라 는 내 생각과는 오차의 범위가 너무 크다.
담임인 나로서도 어쩔 수 없이 강압적인 요구들을 아이들에게 쏟아 부어야 한다.
똑바로 서. 가만히 있지 못해. 왜 그렇게 움직이는거야. 그정도 밖에는 안되니? 이런 말들이 부끄럽지도 않은듯 쏟아져 나온다. 바른 것만 가르쳐야하는 교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니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일 교시는 애국조회시 줄 세우고 우리반 아이들 학급사진 찍는 것으로 모두 마쳐야만 했다. 활달한 성격의 아이들의 경우 어찌 할 줄 모르는 모습이 역력하다. 못난 선생이 바람직 하지 못한 제도를 바꾸지 못해 너희들이 고생하는구나.
2교시 앞으로는 급식 청소 등등을 아이들의 힘으로 해보고자 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급식과 청소를 위주로 1인 1역할을 정하기로 하였다. 즐거운 생활 시간을 1시간 할애해서. 아이들은 청소하는 것도 즐겁고 급식 나누어 주는 것도 놀이나 장난인 모양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매사가 흘렀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사회풍조가 남을 위해 봉사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일은 달갑지 않은 일로 앞으로 여겨질테니까 (고학년이 되면 그런 일은 하릴없고 바보같은 아이들만 하는 일쯤으로 여기고 마니말이다) 급식당번으로 키가 비교적 큰 여자아이( 장채연, 조현하, 오민정, 정수인 이운선) 들을 위주로 선정하였고 남자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청소는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 편한 요일로 선정하도록 하였다. 이틀씩 하겠다는 아이도 있고 역시 호기심이란 중요한 학습 동기가 되는가 보다.
3교시 4교시 국어 '말하기 듣기'시간 아침에 채연이에게 오늘은 떠들지 마라며 당부를 했건만 오늘도 여러차례 이름이 불린다. 앞으로 향하도록 칠판은 배치하였건만 조잘대는 입들은 쉴새없이 바쁘기만하다. 말하기 본연의 활동은 되었다 칠 수 있지만 듣기는 아니다. 조금은 망설여 진다. 이아이들에게 내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교육목표를 준수 할 것인가? 아니면 바람직한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허용하고 배려해줄 것인가? 교육목표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일단 학습 분위기를만들어 놓는 모습이 더욱 중요하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발표하려드는 아이들의 손놀임이 이전 같지 않다. 신중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많이 발견되어진다. 석의 정현이 민우 준섭이 지수 병현이 이진이 재민이 영호 환준이 나형 민정 정원 채연 운선 소원 현하 등등이 시시 때때로 발표하려 한다. 동준이가 망설이다가 손을 들었는데 시켰더니 잠시 잊었나보다. 상오가 오늘은 별로 발표하고 싶지가 않은가 보다. 전지홍이도 가끔 손을 들더니 오늘은 통 들진 않았다.
쉬는시간 아이들의 표정은 대조적이다.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의 모습이 확연히 구분된다. 앉아서 가만히 소담스런 일을 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여자아이들 (개중엔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지만- 장채연,오민정, ) 남자아이들은 복도에서 교실 뒷쪽에서 치고 받고 난리다( 정영호 정이진이는 책만 읽고 있네). 아픈다리를 하고도 씨름아닌 씨름을하고있는 준섭이 정현이 민우 , 창문난간을 타고 가는 동찬이 죽어라고 뛰어 다니는 승운이 환준이 상윤이 등등
오늘은 이름을 그동안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황소영 박혜수 얌전한 모양새 때문에 그랬으리라. 청소시간 소영이가 서정원이와 함께 걸레질 까지 해가며 열심히였는데 그 진가를 내가 모르고 있었던 듯 싶다. 모든 아이의 행동을 쉽게 그저 지나가는 일쯤으로 여기지 말아야 할텐데
처음으로 하는 급식, 아이들이 잘도 따라 해 주었다. 거침없이 나눠주고 또 퍼가고 버리고 하면서 익숙해 져 가야 할텐데, 예상했던 거 보다 훨씬 잘해 주었다. 같이 도와주고자 오셨던 민우 지수어머님도 놀라는 눈치 인듯 싶다. 나도 놀랐으니 어련했을까? 예전보다 20분정도 일찍 끝난거 같다. 이런 상태만 계속된다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