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이야기 /글 이광욱(2002.415게재)
얼마전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 을 보았다.
가난한 집 자매가 신발을 잃어 버리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시각 으로 재미있게 그려낸 아기자기한 영화 였다.
어렸을적 나도 비슷한 추억이 있어 그때에는 무던히도 속을 썩인적이 있다.
우리 동명핵교는 다아는바와 같이 2학년때는 초가집에 바닥은 흙바닥 이여서 신
발을 신고 공부했다. 그러다가 3학년때 동산아래 창고 비슷한 건물에서 책상도
없이 나무 판자에 끈을 연결하여 목에 거는 "이동식 책상" 을 어깨에 매고 댕겼
고,
4학년때는 운동장 오른쪽 역시 초가집 에서 지냈는데 아마도 그기간 동안 본관건
물을 지었던것 같다.
그리하여 5학년 때 우리가 졸업사진을 찍은 배경의 본관건물에서 공부하게 되었
다.
전교생이 모이는 조회가 끝나면 각학년, 각학급별로 교실로 향하는 행진이 시작
되곤 했는데, 어떤반은 곧장 교실로 향하는가 하면. 어떤반은 뒤로 돌아 빙빙 돌
다보면 전교생이 거의 동시에 교실에 입장하게 되는 것이였다.
지금 생각해도 어느 선생님 생각이셨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교실에 들어서는 입구에서 뒷사람은 앞사람의 신발을 착착 집어준다.
이신발이 다양하여 검정 고무신, 흰 고무신, 고무밴드가 달린 검정 운동화, 끈으
로 매는 흰 운동화 등 이였는데 교실 바닥이 마루인지라 신발장에 넣고 교실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가끔, 아니 자주 하교때 내신발이 없어지는거다.
내 발 크기가 표준 이였는지 새신을 곱게 신어서 그런지 그야말로 "거지 발싸개"
같은 신발만 남고 내껀 감쪽같이 없어 황당 하지만 맨발로 집에 갈순 없고 그 고
약한 신발을 질질 끌고 집에 가면 어머니는 "야, 이 바보야,왜 칠칠치 못하게 허
구한날 신발을 잃어 버리느냐" 고 야단 치시는 거였다.
그 고무신으로 말할것 같으면 한쪽을 다른쪽에 꺾어서 끼우면 땅에서 는 자동차,
물에서는 배, 어쩌다 개울에서 고기라도 잡으면 집에까지 갖고 올수있는 어항도
되는 다용도 였는데...
지금도 조금 후진 동네의 결혼식 피로연이나 변두리 식당 등에서 가끔씩 신발이
없어지곤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각자의 냄새나는 신발을 봉지에 싸안고 다니는
"한국적 풍경" 을 보게 되는데 내 어릴적 추억과 겹쳐 쓴 웃음이 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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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신발 이야기(따듯한 등을 가진 친구) 김수민 (게재일자 2002.04.19)
내게 있었던 일...... 김수민
6학년 어느날 수업이 끝나고 나와보니 신발장에 내 신발이 보이지 않았 어 할 수
없이 맨발로 집에 갈 생각을 하고 땅에 발을 내려 놓는데... 슬며시 등을 내미는
친구가 있었지.
생각지 못한 일에 당황 했지만 그의 성화에 업히고 말았어. 학교에서 중앙로 2가
78번지 집 까진 꽤 먼길 이었네 참으로 그 등은 따뜻했지.
저녁을 먹고 가라는 어머님 말씀에 괜찮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친구는 가버리고
그 일로 어머님께 걱정듣고 퇴근후 돌아오신 아버님은 이야기 를 들으시곤 어찌나
호통을 치시 던지.
기억이 새롭군.
이만기 성님 ! 졸업후 본 기억이 없는데 어디 있습니까?
늦어지만 .
만나면 팔 다리 주물러 드리리다.
정말 미안하고 고마웠다 친구야 !
( 추가 글 )
잃어 버린 신발은 며칠뒤 신발장 앞 깔판 속에 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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