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 – 머리 얹기
골프에서 첫 번 라운딩을 머리 얹는다고 한다.
보통 친한 친구가 또는 골프 선배가 데리고 가서 이 행사를 이행하는데 그들에게는 큰 맘먹고 치러주는 행사이다. 처음 나는 그 과정을 피상적으로만 생각하고 오히려 " 나의 머리를 얹어 주는 영광의 기회를 드립니다" 하고 생각 했다.
닭장 같은 연습장에서 녹음기 같은 프로에게 사사 한지 보름 정도 되었을 때 선배들이 궁금증을 못 견디겠다는듯 나의 수업을 참관 하고 “야 홍 사장 자알 치네. 잘 배웠다.-이런 그럼 저 마음에 안 드는 녹음기 선생이 잘 가르쳤다는 얘기 아냐”.
기초가 좋으니 어쩌니 하더니,”그냥 두어서야 우리 체면이 뭐가 되겠냐 그러니 우리가 머리를 얹어 주마.”
이래서 날을 잡고 그날 아침 4시30분에 닭장 같은 연습장이 아닌 진짜 골프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5시경에는 골프를 시작 할 수 있을 거라고 하면서.
행여 늦을 까 걱정 되어 새벽 낚시 가듯이 3시에 기상 하고는 잠자는 마누라 깨우지않으려 조심조심 군대에서의 정숙보행은 저리 가라는 고양이 걸음으로 서둘러 집을 나섰다.
30분 거리에 있는 골프장을 향하여 3시 30분에 출발하였으나 너무 일러서 그런가 20분 만에 도착 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삐 붐벼야 할 골프장은 텅 비어있었다. 어 왜 나 혼자 뿐이지?
너무 일찍 와서 그런가 보다 하고 위안을하며 일단 줄을 서기로 마음먹고 정문 앞에 떡 하니 줄(?)을 섰다. 수위 아저씨가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자꾸 쳐다보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 정도에 무엇을 달리할 나도 아닌지라 나는 그저 나 밖에는 아무도 없는 텅빈 골프장에 당당이 일등으로 줄을 서고 있었다
그리곤 참으로 느린 시간이 흘러 약속 시간이 되었고 선배들이 도착 했다.
“어 이상 하다. 왜 이렇게 조용 하지?”
“아저씨 왜 문을 안 열어요?”하고 이상한 눈초리의 수위아저씨께 선배가 물으니
“오늘 휴장 입니다.”하고 그는 무뚝뚝하게 답을 한다.
“아 오늘 휴장 하는 날이구나. 아이고 실수 했네. 김형 그럼 산성 어때요?”선배들끼리 한참 부산을 떨더니
일렬 종대로 차 4대가 이동 하여 산성 이라는 골프장으로 향했다.
이름에서 풍기듯이 이 산성 CONTURY CLUB 은(지금의 동 서울 COUNTRU CLUB) 산에다 자연을 살려(?) 만든 곳으로 UP AND DOWN 그리고 절벽 같은 옆, 등등 살벌한(?) 곳이다. 이 선배들이 나-왕 초보를 생각 하여 처음 잡은 곳은 평탄하고 쉬운 곳 이었는데 운 없게도 그곳은 그날 휴장 이었다. 그래 할 수 없이 이곳으로 온 것이다.
전투복을 입듯 골프복장으로 갈아 입고 첫 번 홀에 도착 하니 긴 줄이 이어져 있다. 모두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차례를 기다리며 심호흡 한번 하고 주위를 둘러 보니 예쁜 캐디 "언니"들이 서 있는데(이 땐 골퍼 한 사람에게 캐디 한 사람이었는데 이 캐디가 모두 예쁜 아가씨들이었다.) 모두 날 처다 보고 있다. 역시 난 어디 를가나 알아 주는 구나 내심 흐믓한 마음으로 캐디들이 왜 나만 처다 보느냐고 선배에게 뻐기듯 물었더니 홍 사장 처다 보는 "언니" 들 아무도 없어 처음엔 다 그런 느낌이야 하며 나의 뻐기는 마음을 일축해 버린다.
드디어 내 캐디와 인사를 나누고 첫 번 홀에 도착 하여 첫 번 샷을 하려고 전방을 보니 이건 완전 낭떨어지 아닌가. 아이고 여기다 공을 어떻게 치나. 저긴 또 어떻게 내려가. 골프가 산악 훈련이야? 거기다 공이 조금만 옆으로 휘면 산 비탈에 걸리거나 숲 속에 박히거나 할 것 같은데.... 때는 한 여름. 5시에 시작 할 것으로 기대 했었지만 사람들이 밀려 들어 정작 시작은 7시 다 되어서 했다. 8시가 되니 더워지기 시작하는데 소낙비를 맞은듯 쏟아지는 땀은 속 옷 을 푸욱 적시었다. 선배들도 덥기는 마찬가지일텐데... 근데 사실 너무너무 헤메어서 내가 우리 팀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도 연실 칭찬 한다. "야 보름동안 닭장에만 있다가 나온 사람이 왜 이리 잘쳐?-잘 치긴. 이건 골프가 아니라 산악훈련중 공을 굴리고 다니는데- 홍 사장 처음 골프 채 잡는것 맞어?" 칭찬은 온 세상을 바꾼다고 어디서 들은것 같은데 사실 이날 이 칭찬이 없었으면 중도 기권도 불사 했을 거다.
당연 이 선배들 모시고 뒤풀이.
난 그날 몸져 누었다. 병이 나지않았다면 그건 인간도 아닐 것이다. 그날은 유난히 습도가 높았고 더웠다. 30년만에 찾아왔다는 이상 기온이라 했다. 그런데도 날쌘 다람쥐 처럼 산을 뛰어 다녔으니...걸어 다니면 진행 속도가 늦어져서 안 되니 뛰어야 한다고 해서 죽자고 뛰었다. 몰살로 끙끙 앓고있자니 갑자기 마음이 심란했다.
“골프를 아니 이 몹쓸 산악 훈련을 계속 해야 하나?” 하고
그리고 한~참 후 내가 다른 초보 머리 얹어 줄 때 서야 이날의 선배들 아니 선배님들 그리고 나의 캐디님 참으로 고마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댓글 홍선배님 옛날옛적에 있었던 골프이야기를 재미있고 생생하게 묘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유게시판>에 오려주신 글을 이곳 <Golf 이야기방>으로 옮겼습니다.
OK! 학산 지기님 수고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