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말이 많았던 공연.. 새끼손가락 흔들며 "약속해줘~"를 외치던 옥주현씨가 뮤지
컬배우로 전격 변신하여 국내초연 대작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했을때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
각색이었다. 8개월간의 장기공연, 아무리 더블캐스팅이라고 해도, 처음 뮤지컬에 발을 딛는
초짜아니던가.. 단순히 뮤지컬이 노래만 잘해서 되는 것은 아닐터, 그녀의 연기에 대해 기대
반, 우려반의 목소리가 나름 뜨거웠던것이 사실이다.
대중스타를 배우로 내세울경우, 홍보효과는 가히 강력하다 할수 있겠다. 신시에서 그것을
노린것이 아니냐는 색안경의 비판의 목소리도 배재할순 없었다. 아무튼.. 그 AIDA가 결국은
막이 올랐다.
프리뷰 공연에 대한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순간, 쏟아져나온 후기와 평가는 의
외로(?) "잘한다!"였다. 아직은 100점이 아니지만, 처음 내딛은 발자국은 지극히 성공적이란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그녀의 시원스런 창법도 한몫했으리라. 또 악바리같은 그녀의 근성
또한 한 몫했을테지..
9월 중순 공연을 일찌감치 찜해놓은 상태에서, 쏟아져나오는 후기들을 보고 지름신이 나를
꼬드기기 시작한다.. "질러~ 질러~~" ㅋㅋ
결국 자리를 찾는 나의 손길이 분주해진다..ㅋㅋ
그리고 어제.. 30일.. LG아트센터에서 난 누비아의 공주 AIDA가 된 옥주현씨를 만났다.
연기경험도 없고, 뮤지컬배우로의 경험은 더더욱 없다. 개인적으로 얼만큼 많은 준비와 노
력을 해왔는지는 알 방법은 없으나, 그녀의 첫 시작은 매우 성공적이라 인정할만 하다.
함께 서는 배우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 아닌가. 그들의 틈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
고 당당하게 연기하고 있는 그녀는 오히려 대단하게 느껴진다. AIDA가 되어 노예가 된 누비
아의 백성들을 위해 눈물흘리고 결의찬 얼굴로 당차게 노래를 하는 그녀는 숭고하다.
라다메스와의 사랑에 가슴떨리고 행복해하는 그녀는 사랑스럽다.
물론 연기는 아직 시작이라 그런지 몸에 착착 감기는 맛이 떨어진다. 전문 배우가 아니었
던 탓이겠지만, 첫 출발이 이정도라면 8개월 후에는 완전한 AIDA가 되어 있을꺼란 기대를
걸어도 좋겠다.
이석준 라다메스.. 틱틱붐에서의 서른살 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살집이 제법있던 그
는 착한몸매(!)의 라다메스가 되어 있다. 준수하고 멋진 장군.. AIDA에 대한 가슴저린 사랑
을 노래하는 그는 라다메스 그 자체였다. 자신의 모든걸 던져 적국의 공주 AIDA를 사랑한 사
람.. 이번 공연을 계기로 그가 대단한 배우로 더욱 급성장 할꺼란 확신이 마구 선다. ^^
배혜선 암네리스.. 말이 필요할까? 푼수끼가 있는 이집트의 공주.. 그저 라다메스에 목매
고 사는 사랑스럽고 깜찍한 그녀.. 1막에 나오는 수영장씬과 의상쇼(!)는 화려함의 극치를
선보이며 이목을 확실히 끌어준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녀의 마지막 사랑의 표현마저도
가슴아프지만 아름답다..
성기윤 조세르.. 미녀와 야수에서도, 틱틱붐에서도, 또 더씽어바웃맨에서도.. "성기윤"하
면 떠오르는 선한 미소가 어쩌면 저렇게 싹 사라진건지, 참으로 무섭기 그지없다. 아들을 내
세워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야망을 채워가려는 악역을 멋지게 소화해낸다. 커튼콜
때까지 미소한번 보이지 않고 까딱거리는 고갯짓으로 마무리하는 센스! ^^ 완벽한 조세르로
공연을 마무리 한다. ^^
김길호 파라오님이 입원을 하여 대신 열연하고 있는 이정열씨.. 원래 조세르 더블이라는데
그가 보여줄 조세르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 이정열씨가 파라오로 나오는지는 모르고 간
터라 사뭇 놀랬다는.. ^^
메렙의 김호영씨는 극의 감초가 되며, AIDA와 라다메스, 암네리스와의 연결끈이 된다. AIDA
를 누비아인들에게 데리고 가 그들의 희망이 되도록 한다.. 그의 열창과 간간히 보여주는
재미는 다소 무거워질수 있는 공연을 살짝 띄워주는 역할을 해주어 신선하다.. ^^
앙상블도 상당히 멋지다. 딱딱 떨어지는 1막 조세르와의 군무씬과 노예의 애환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1막 마지막씬과 2막에서의 누비아 노예씬은 정말 대단히 훌륭하다. 특히 김보경씨
는 확실히 튀는 앙상블이 되어 나름 비중있는 앙상블을 보여준다... ^^
극의 시작과 끝이 하나로 이어지는 개연성, 그리고 AIDA와 라다메스가 모래에 뭍히는 장면
의 연출기법은 역시 디즈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무대전환시 소음이 하나도 없어서
정말 좋았다는..ㅋㅋ)
이제 막 8개월의 대장정의 길을 떠나는 AIDA... 끝까지 그들의 열정, 점점 나아지는 그들의
연기를 기대해본다. ^^
글
다음 카페 : 뮤지컬 매니아 (Musical Mania)
ID 수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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