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7648
10년 만에 매서운 한파가 찾아왔던 2018년 1월, 정현채 서울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새벽 수영을 위해 일찍 눈을 떴다. 건강을 위해 매일 1㎞씩 수영을 한 게 벌써 10년째였다. 그날은 평소보다 몸이 무거운 듯했지만, 전국을 냉동고로 만든 추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소변을 보고, 무심코 소변 색을 확인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노란색이 아닌 콜라 빛깔이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했지만, 검붉은색 혈뇨인 게 분명했다.
아, 이건 암이구나. 혈뇨를 보자마자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장암이나 방광암일 거라고 예상했죠. 제가 30~40대라면 어디에 염증이 있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63세였으니까요. 나이 든 사람이면 제일 안 좋은 것부터 생각하게 되죠.
평생 아픈 사람의 증상을 보고 병명을 가려내던 그였다. 자신의 혈뇨를 보고 충격을 받을 틈도 없이, 정 교수는 본능적으로 진단부터 내리고 있었다. 오히려 마음은 차분해졌다. 그동안 자신이 치료했던 수많은 암 환자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언젠가 자신에게도 암이 찾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정 교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2018년 방광암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정현채 교수가 큰딸(왼쪽)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정 교수
예상대로 방광암 2기였다. 비뇨기과 동료 의사는 “암세포가 방광 표면을 뚫고 그 아래 근육층까지 퍼져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방광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다. 재발률이 높고, 생존율은 낮았다. 힘든 항암 치료와 수술이 이어졌다.
방광암 2기의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60%다. 10명 중 4명은 5년 안에 죽는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어땠을까?
2023년 8월 완치 판정을 받은 그는, 5년을 넘겨 8년째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현재 71세인 그는 퇴직 후 서울대 명예교수가 됐다.
정 교수가 암을 극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죽음학’에 조예가 깊은 그가 실제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뒤 느낀 것은 무엇일까. 오늘 〈뉴스 페어링〉에서는 정 교수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치유의 여정을 전한다.
소화기내과 교수인 그는 어떻게 먹어야 회복을 앞당길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특히 주목한 것은 ‘무엇을’ 먹는지보다 ‘얼마나’ 먹는지와 ‘언제’ 먹는지였다. 정 교수의 암을 이긴 ‘면역 강화 식사 루틴’을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또 5개월 만에 변화를 맛본, 하루 20분 면역 강화 운동도 공개한다.
와인 애호가인 그는 항암 치료 중에도 일주일에 한두 잔씩 와인을 마셨다. 암 환자가 술을 마셔도 될까? 그가 내놓은 답은 놀라웠다. 그는 “암에 걸려서 좋은 점도 있다”고 전했는데, 그 이유는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은퇴 후 제주도로 이사한 정현채 교수의 건강한 모습. 사진 정 교수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바빠서? 방광암 유발했던 ‘이 습관’
📌정현채의 항암 식단, 핵심은 ‘공복’
📌항암 치료 중에 와인 마신 이유
📌면역력 강화, 하루 20분 실내 운동 루틴
📌죽음학 전도사의 “암에 걸려 좋은 점”
정현채 서울대 소화기내과 명예교수는 위염이나 위궤양 등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연구의 권위자로 대한소화기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2007년부터는 죽음학을 연구하며 800회 넘는 대중 강연을 통해 '죽음학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상조 기자
“평소 간과했는데…” 알고 보니 암 신호
2018년 암 진단을 받았는데, 특별한 전조 증상이 있었나?
2018년 1월, 콜라 색의 짙은 소변을 봤어요. 보자마자 ‘비뇨기계 암이겠구나’ 직감했습니다. 30~40대에 혈뇨가 발견됐다면 전립선염 등을 떠올렸겠지만, 당시 60대였던 저는 최악의 경우인 암을 먼저 생각했어요. 그 길로 바로 병원에 갔고, 더 늦기 전에 암 진단을 받을 수 있었죠.
저는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았지만, 방광암은 발견할 수 없었어요. ‘방광 내시경을 평소에 받았다면 일찍 발견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질문도 받았는데요, 방광 내시경은 상당히 고통스럽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내시경에서 암이 의심되는 경우 조직 채취를 위한 전신 마취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할 정도예요. 조직 검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위 내시경과는 고통의 차원이 달라요.
소변 검사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혈뇨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제가 건강검진을 했을 때는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초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암인 거죠.
간과했는데 방광암 신호였던 증상이 있다면?
밤에 화장실을 자주 갔어요. 당시에는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증상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특히 남성들은 60대가 넘어가면 전립선 비대증이 흔하게 생겨서, 소변 때문에 밤에 자다가 한두 번씩 깨는 일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전립선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돌이켜보면 방광암 증상 중 하나였던 거죠.
위암보다 까다로운 방광암 치료
'뉴스 페어링'을 진행하는 전율 기자(왼쪽)와 정현채 교수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우상조 기자
암 진단 이후 치료 과정이 궁금합니다.
암세포가 방광 표면에만 있는 1기의 경우, BCG 백신을 넣어서 방광 점막을 태워버리는 치료로 완치가 가능해요. 저는 BCG 치료를 여섯 차례 받았는데도 전혀 차도가 없어서 다시 조직 검사를 했더니, 이미 암세포가 방광 표면 아래 근육층까지 퍼져 있더군요. 그래서 방광을 완전히 들어내고, 소장을 잘라서 인공 방광을 만드는 대수술을 했어요. 위암이나 대장암의 경우에는 암이 있는 부위만 잘라내 성한 부위끼리 이어주면 되는데, 방광암은 방광을 아예 들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더 무서운 암일 수 있는 거죠.
방광암은 관리가 어렵다고 들었어요.
방광암은 재발률이 높은 암 중 하나예요. 그래서 방광암 2기는 5년 생존율이 60% 정도밖에 안 됩니다. 수술을 받은 이후 10명 중 4명은 5년을 못 넘기고 죽는다는 뜻이죠. 저는 2023년 8월 완치 판정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는 재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로는 배뇨 관련 어려움이 있어요. 수술을 받고 퇴원한 직후에는 15분에 한 번씩 화장실을 갔어요. 하루에 34번 간 적도 있고요.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죠. 이후에 점차 좋아져서, 요즘엔 하루에 7~8번 정도만 가고 있어요.
암세포 성장시킨, 치명적인 생활습관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오셨는데, 그럼에도 놓친 것이 있다면.
아버지는 심근경색, 어머니는 대동맥 박리로 돌아가셨어요. 4살 위 형도 10년 전 대동맥 박리로 응급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저도 심장 질환으로 죽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혈압과 콜레스테롤 관리를 철저히 해왔습니다. 매일 아침 1㎞씩 수영을 했고요, 체중 조절도 하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거든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겠다’ 싶었죠. 그래서 암 진단을 받았을 땐 더 당황스러웠어요.
그런데 제가 간과했던 치명적인 생활습관이 있었어요. 워낙 바쁘다 보니, 화장실을 안 가고 참는 습관이 있었던 거죠. 서울대병원 재직 시절, 환자 한 명이라도 더 봐주기 위해서 5분에 1명씩 진료 예약을 받았어요. 진료 시간이 더 길어지면 다른 환자들은 예약을 1년 뒤에나 할 수 있는데, 그럼 필요할 때 진료를 놓치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중간에 화장실 갈 시간도 아까워서 참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방광암이 생긴 원인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식사도 규칙적으로 챙기기 어려웠겠네요
그렇죠. 점심시간에 맞춰서 식당에 가려면 진료를 급하게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점심시간을 포기했어요. 환자들을 좀 더 여유롭게 진료하고, 대신 도시락을 챙겨 다니면서 시간이 나면 먹곤 했어요. 저녁에는 여러 학회 활동과 회의 때문에 불규칙적으로 먹었고요.
항암 식단의 비밀, 정현채의 ‘공복론’
항암 치료 중 식단 관리법이 궁금합니다.
암 진단 후, 교수직에서 은퇴하고 식단부터 운동법, 사소한 생활습관까지 새로 세웠습니다. 그중 하나가 식사 시간인데요. 시간을 정해 놓고 11시에 아침 겸 점심 ‘아점’을, 4~5시에 저녁을 먹기 시작했어요. 거의 19시간의 간헐적 단식을 하는 거죠. 공복 상태를 길게 가져가면서, 몸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거예요(공복 시간을 길게 가져가면, 몸이 소화에 에너지를 쓰지 않으면서 세포를 정비하고 염증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 먹는 양을 줄였다기보다는, 삶의 규칙과 식습관을 재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거죠.
영양소는 어떻게 챙겼나요?
항암 치료 중에는 단백질 섭취에 신경 썼어요. 암 치료가 쉽지 않은 이유는 항암제가 암 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도 공격하기 때문인데요. 정상 세포를 회복시켜야, 다음 항암 치료를 시작할 수 있어요. 단백질이 만들어내는 아미노산은 손상된 정상 세포와 조직을 복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요. 그래서 항암 치료 중에는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하는 게 중요해요. 저는 달걀이나 고기를 꼭 챙겨 먹었어요.
교수님만의 식단 철학이 있었나요?
항암 치료 때부터 완치 판정을 받은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식단 원칙이 있어요. ①자연식 위주의 식사 ②아침은 황제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③삶거나 쪄서 먹기
우선 영양소는 약을 통해 먹는 것보다 자연 속에 있는 성분 그대로를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식탁에 영양소를 최대한 풍부하게 올리려고 합니다. 그렇게 한 끼는 풍성하게 먹고, 나머지 한 끼는 가볍게 먹는 1.5끼를 하고 있어요. 우선 아점으로는 쌀밥과 채소, 삶은 고기나 달걀로 구성된 한 상을 먹습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섬유질을 골고루 챙기는 거죠. 저녁은 비교적 단순하게, 삶은 달걀 두 개와 오트밀, 그리고 방울토마토를 먹고 있어요.
방울토마토. 연합뉴스
항암 식단 치트키, 방울토마토
정 교수는 매일 방울토마토 20알을 챙겨 먹는다. 토마토에 풍부하게 함유된 리코펜은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로, 우리 몸속에서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 산소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특히 방울토마토는 일반 토마토보다 껍질 비율이 높아 리코펜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 수분 함량이 높아서, 물 대신 먹기도 좋다.
또 조리법도 중요한데요. 굽거나 튀긴 것보다는 삶거나 찌는 요리 위주로 먹습니다. 달걀은 프라이가 아닌 삶은 것을 먹고요. 고기도 마찬가지로 구운 것보다는 수육처럼 삶은 것이 훨씬 좋습니다. 음식에 불필요한 기름이 들어가지 않고, 식재료 그대로의 영양소를 더 잘 살릴 수 있는 조리 방법이에요.
항암 치료 중에 와인을 마셨다고 들었어요. 암인데 술을 마셔도 될까요?
제가 방광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제 후배 교수 중 한 명이 ‘알코올 섭취와 방광암 위험의 연관성’에 대해 전 세계 논문을 다 찾아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술이 방광암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는 없었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안심을 했죠. 물론 술을 절대 먹으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술의 긍정적인 면을 봤어요. 저한테는 항암 치료 중 마시는 와인 한두 잔이 항암의 스트레스를 이겨내게 도와주는 역할을 했거든요. ‘어떻게 물 한 방울 안 섞고, 포도로만 이런 맛을 내지’ 감탄하면서 치료의 아픔을 잊었죠. 유럽에서는 전쟁 중에 군인들이 와인을 많이 마셨다고 해요. 전쟁터에서 물을 잘못 마시면 설사를 할 수도 있고 전투력도 상실되니까, 와인이 일종의 보급품이었던 거죠. 저에게 와인 한 잔은 암세포와 싸울 때 전투력을 상승시켜주는 도구였던 거죠.
다른 환자에게도 와인 한 잔을 추천하나요?
절대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아마 몸이 힘들어서 손이 잘 안 갈 거예요. 그러나 못 마실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정현채 교수가 매일 하는 면역 운동
정 교수는 “면역은 강도가 아닌 지속성”이라면서, 면역력 유지를 위한 꾸준한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산소 운동은 면역세포 순환을, 근력 운동은 면역 시스템 유지에 필요한 기초 체력을 만든다.
그가 선택한 유산소 운동은 ‘걷기’와 ‘실내 자전거’다. 방광암 수술 이후 2019년 제주도로 이사한 정 교수는 주 1~2회, 1시간30분씩 제주 곶자왈 숲을 걷는다. 비가 오는 날에는 실내 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대신한다.
2년 전부터는 매일 하는 ‘20분 근력 강화 운동’ 루틴을 만들었다. 까치발 들고 서 있기, 고무 밴드 다리에 끼우고 움직이기, 아령 들기 동작이다. 무릎과 종아리 근육을 강화하고, 상체 근육까지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간단한 운동이다.
제주 곶자왈 숲에서 정현채 교수가 걷고 있다. 정 교수는 꾸준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으로 면역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정 교수
암, 겪어보니 오히려 좋았다?
만약 암에 걸리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예방할 건가요.
일을 너무 열심히 한 게 아닌가 후회가 돼요. 농땡이도 부리고, 때론 설렁설렁 여유롭게 할 줄도 알아야 했는데, 지나치게 일에만 몰두하면서 저 자신을 너무 몰아세웠어요. 그게 결국 암 세포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게 아닐까 싶어요.
암에서 잘 회복하는 환자들의 공통점은?
암을 적이나 원수로 여기기보다는, 불가피한 동반자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대하는 환자들이 잘 회복하는 것 같아요. 당연히 갑자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는 없고, 훈련의 과정이 필요해요. 저는 매일 아침 샤워할 때마다 ‘감사 기도’를 하고 있어요.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두 다리로 걷고 뛰어다니는 것, 밤사이에 돌연사하지 않은 것. 전부 대단히 감사할 일이죠. 딸꾹질하지 않는 것도 감사할 일이고요.
저 같은 경우는 방광을 들어냈음에도, 의학의 발전으로 소변줄을 하지 않고 인공 방광을 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도 감사하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지만, 찾아보면 감사할 일은 너무나도 많아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이런 감사의 마음을 매일매일 습관적으로 떠올리고, 저 자신에게 확인시키는 게 중요해요.
암 진단 이후 달라진 것은?
뭔가를 미루지 않게 됐어요. 전에는 좋은 와인이 생기면 아껴 뒀어요.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와인부터 마십니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암이라는 질환,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요?
제가 재직할 당시, “나는 90살까지 살고 싶으니, 암에 안 걸리도록 온갖 정밀한 검사를 다 해달라”고 찾아온 분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암에 걸리지 않는 부위가 딱 세 군데 있는데, 머리카락, 손톱, 발톱이다. 나머지에는 다 생긴다”고 답했더니 그분이 굉장히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과거에는 암에 걸릴 기회조차 없었는데, 이제 100세 시대가 되면서 암까지 경험하게 됐다고 볼 수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은 암을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가 암이거든요. 확률적으로 암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암에 걸려도 ‘일어날 일이 일어났구나’ 하고 잘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암의 좋은 점도 있습니다.
암의 좋은 점이요?
1년 전에 의과대학 동기의 부고를 받았어요. 그 친구는 매일 자전거를 탔고, 건강하게 지내서 동기들 대부분이 ‘우리 중 제일 오래 살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출근길 아침에 뇌경색으로 쓰러져서, 그날 세상을 떠났어요.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은 몰랐죠.
암은 오히려 삶을 정리할 시간이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장점이 있어요. 수십 년 살아온 가족들한테 작별 인사도 하고, 주변 정리도 해야 하는데, 그럴 기회도 없이 떠나면 너무 한이 맺히잖아요. 저희 부모님 두 분도 쓰러진 지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나셨거든요.
물론, 치료는 성실하게 받으셔야 합니다. 저도 항암 치료와 큰 수술까지 받아가면서 열심히 버텼어요. 열심히 치료받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 몸과 마음을 잘 챙기면 회복도 따라올 겁니다.
※ 5월 18일(월) 발행하는 정현채 교수 인터뷰 2편에서는 ‘죽음학’에 대해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전율 기자 jun.yul@joongang.co.kr
※ 중앙일보(주)는 본 콘텐트에 대한 저작권 등 일체의 권리를 보유하며, 본 콘텐트의 무단 전재를 금합니다.
에디터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76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