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전혀 잡아먹지 않고 새우깡만 먹던 갈매기 떼에게 이상한 증세가 생겼습니다.
“그건 우리들의 낙원을 빼앗으려는 게 분명해.” “맞아, 우리의 유람선은 우리가 지켜야해.” 갈매기들은 날카로운 눈빛을 번쩍이며 말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 무리 속에 낯선 녀석이 눈에 띄면 소리치는 거다. 그 다음은 그 녀석을 포위하여 혼을 내서 두 번 다시 오지 못하게 내쫓자. 알았지?” “알았어.” 유람선의 갈매기들은 오직 유람선을 지켜 새우깡을 독점하려는 생각뿐 이었습니다. 한여름의 해수욕장은 낮이나 밤이나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유람선은 더 바쁘게 손님들을 태우고 손님들은 꼭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손에 새우깡을 들고 탑니다. “호호호… 우리 매점에서 제일 잘 팔리는 것은 역시 새우깡이야.” 매점 주인아줌마는 하루 온종일 시끄러운 갈매기들의 울음소리에도 생글생글 웃을 뿐입니다. 안개가 자욱이 끼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디선가 한 무리 낯선 갈매기들이 유람선을 향해 공격해 왔습니다. “야! 너희들만 맛있는 걸 먹냐? 우리도 같이 나눠먹자.” “뭐! 나눠 먹자고? 어림없는 소리. 얘들아! 저 녀석들을 쫓아내자.” 우웽 우웽~ 부리로 쪼고 날개로 밀치고 상처투성이가 된 갈매기들은 슬금슬금 도망쳐 버렸습니다. “야호! 우리가 이겼다.” 유람선갈매기들은 의기양양하여 소리쳤습니다. “너희들 정말 잘 싸웠어. 한 조각의 새우깡도 다른 녀석들에게 빼앗겨선 안돼.” 어느덧 대장이 된 갈맹이는 여기 저기 뽑힌 깃털을 매만지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유람선은 다시 평화롭습니다. 새우깡을 포식하는 갈매기들은 점점 체중이 눈에 띄게 늘어갔습니다. “얘들아, 난 날개에 힘이 없고 자꾸만 졸음이 온다.” “나도 속이 메스껍고 이상해.” 물고기는 전혀 잡아먹지 않고 오직 새우깡만 먹고 살던 갈매기 떼에게 이상한 증세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난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모두들 여기 저기 날개를 축 늘어뜨리며 누워있는 것이었습니다. 갈맹이는 할아버지 갈매기를 모셔왔습니다. “할아버지 저희들 좀 봐주세요.” “아니! 저런, 새우깡 맛에 길들여져 기름기 있는 것만 먹더니 이제 그 증세가 나타나는 구나.” “증세라니요?” “운동도 하지 않고 한 가지 음식만 먹어서 생기는 병이지. 모두들 정신 차리고 지금부터 물고기를 잡아보렴.” 그러나 정신을 차릴 수도 날아오를 수도 없었습니다. 할아버지 갈매기는 바다로 나가 외쳤습니다. “자,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지금 유람선갈매기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그들은 혼이 나야 합니다. 제 몸에 난 상처를 보세요. 바로 유람선갈매기들의 짓입니다.” “맞아요. 우리에게 얼씬도 못하게 했던 그들입니다. 도와 달라니요 어림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그들은 모두 죽고 말거요. 일단은 살려놓고 봅시다.” 할아버지의 애원에 갈매기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떡하면 살릴 수 있죠?” “물고기를 잡아서 그들에게 먹여봅시다.” 갈매기들은 푸드덕 날아올라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 물고기를 받아먹은 갈매기들은 조금씩 기운을 차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얘들아, 고마워. 욕심만 부린 우리를 이렇게 도와주다니….” 유람선갈매기들은 눈물은 흘리며 진심으로 고마워했습니다. “울지 마. 할아버지께서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생활을 하고 우리에게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하셨어.” “그래. 이젠 욕심 부리지 않고 그렇게 할 거야.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녀석들, 제 정신으로 돌아온 게로구나. 어서 건강해져 둥지를 틀러 섬으로 가야지.” “네. 할아버지. 전 높은 하늘을 맘껏 날고 멋지게 비행하며 물고기를 잡을 거예요.” “히히…전 예쁜 사랑을 하여 귀여운 아기들을 갖고 싶어요.” 눈썹이 예쁜 갈매기들이 넓은 바다를 멋지게 나는 모습을 보세요. 오늘도 갈매기들의 꿈은 하얀 파도를 타고 노래한답니다.
■ 글 박진희(아동문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