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북제주군 애월읍 어음리 산 1번지 2. 표고 763m, 비고 213m인 원형분화구를 가진 오름 3. 산의 모양이 바리때(중이 사용하는 그릇)를 닮아 발이오름, 큰바리메
눈이 많이 온 후라 산록도로를 조심스럽게 접근하였는데 길에는 재설작업이 되어 눈이 없다. 산록도로를 막 빠져나가 서부관광산업도로로 진입하려다 바리메를 오르기로 결정한다. 바리메는 제1산록도로와 서부관광상업도로의 접경지 남동쪽 편에 봉곳이 두 봉우리가 보이는 산체가 꽤나 큰 산이다.
"오름에 길이 따로 있나요?" 맞는 말이다. 어느 오름엔가를 올랐을 때, 오름지킴이 한 분이 하신 말씀이다. 그 분은 늘 같은 길로 오르고 내리면서도 그런 말씀을 하시면서 웃으셨다. 간단히 진리를 이야기하신 그 분은 산에서면 40년 이상을 살으셨단다. 언뜻 뇌리를 스치는 말이다. 바리메를 오르는 길도 따로 있기는 하지만 중턱까지는 길이 있는 듯 없는 듯하고 가시덤불도 꽤나 헤쳐나가야 한다.
"황소가든" 앞에 차를 세우고 밭을 두 세 개쯤 넘어 남서쪽 기슭에 서면가장 완만한 능선을 보게 되고 어느 정도를 오르다 보면 잘 다져진 오름길을 만난다. 자세히 살펴보면 길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아직껏 눈이 많이 쌓여 흙이 보이질 않는다. 바닥이 푸석거리는 곳은 움푹 빠지는 곳도 있다. 한참을 오르다 보면 중턱쯤에서부터 조릿대가 무성하고 잡목들이 울창한 숲이다. 겨울이라 앙상한 가지들로 시야는 확보가 되지만 가끔씩 가시덤불이나 가시나무들이 앞을 막는다.
해송과 잡목의 숲 사이로 난 좁은 길을 통해 정상에 이르면 최초로 세워진 무인카메라가 남쪽을 향해 서 있다. 정상인 남봉에 세워진 무인카메라는 사방의 오름과 주변에 대한 화재경보를 위한 것이다. 이 카메라 시설이 정상부분을 거의 차지하고 있어 정상부분에 서면 장소가 좁아보여 조금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고 삭막하다.
정상부에서 서쪽으로 돌아 잡목숲을 헤치고 나오면 원형의 분화구를 싸고 돌아있는 능선 위에 서게 된다. 분화구의 외륜을 도는 길은 남봉의 정상부에서 동으로 돌면 능선 따라 한 바퀴를 돌게 되고 서쪽으로는 처음에 올라온 길로 조금 내리다 중허리쯤에서 북쪽으로 틀면 서쪽의 능선 위에 서게 된다. 정상부에서 바로 북쪽으로 험한 길을 택하여 내려도 좋을 듯하다. 겨울철에는 시야도 확보되고 방향도 잡힌다. 여름에는 상상도 못할 일.
동쪽이나 서쪽의 능선에 서면 분화구는 그리 크지도 않고 아담하게 보이나 한림읍 금오름의 그것 만큼은 하다. 분화구로 내려서서 조금 쉬다와도 좋을 듯 하다. 동쪽이나 서쪽이나 편한데서 내리면 된다. 오르고 내리는 시간은 많이 잡아 20분 정도이다. 조금 쉬는 것까지 합하여.
주봉인 남봉의 정상에서 보면 족은바리메가 동남쪽에 기슭을 같이하여 잇닿아 있고 그 험한 산세가 눈 아래 보인다. 서쪽으로는 한림음과 애월읍, 안덕면과 대정읍의 오름들이 줄줄이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동쪽으로는 노꼬메오름이 말굽형의 큰 분화구를 내 보이고 서 있다. 동서의 능선에서 보면 주봉인 남봉과 북봉의 가파름이 보인다. 화구의 남반부는 수림이고 바닥과 북반부는 초지로 형성되어 서로 대조를 이룬다. 화구의 깊이는 78m, 바닥의 둘레가 130m, 바깥 둘레가 얼핏 800m 쯤은 되어 보인다. 분화구의 모양은 어느 쪽으로 보나 바리때 모양이기는 하다. 원형의 반뜻한 그릇처럼 보인다.
오름의 남서쪽 기슭에는 지금도 한창 골프장 조성 중이다. 탐라골프장이다. 건물이 어렴풋이 세어보면 10개 동 정도이고 골프장을 위한 바닥은 거의 조성이 끝난 것 같아 보인다. 산이 도로에 근접해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아 있다. 지금도 우리보다 먼저 스쳐 지나간 발자욱이 아주 많다. 일찍 준비한 오름 동호인들의 숨결이 막 와 닿는 듯 하다.
정상에 서서 호연지기도 키우고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를 맘껏 맡아볼 일이다. 동서남북으로 시원하게 오름들이 보이고 하늘이 맑아 보이는 날이다. 조망이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