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05년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렸던 <인지행동치료의 제3동향> 중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인지적 탈융합과 알아차림: 인간은 연관적으로 유추한 자극으로 구성된 세계 속에서 삶의 대부분을 살아가며, 그 구성 과정을 알아차리는 시간은 거의 없다. 자신의 생각을 단지 관찰하기 보다는 대부분의 시간을 생각에 빠져 있거나 생각을 통해서 본다. 언어의 유추 기능이 지배적일 때, 인간은 언어적 사건과 그 심리적 내용을 혼동한다. 즉, 생각하는 것과 생각이 말하는 것 간의 구분이 적어지고, 구성된 삶을 실재하는 것으로 보게 된다. 관계구성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인지는 내재적으로 현재적 기능을 가지지 않으면, 오히려 과거 맥락에서 학습된 것이다. 언어적이 될수록 우리의 인지는 실재가 된다. 예컨대, "나는 쓸모없어" 라고 생각하면, 그 생각과 사실이 융합되나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에서 벗어나는 것이 인지적 탈융합이며, 인지적 탈융합의 최종적 목표는 심리적 경험을 방해하는 언어적 과정을 중립화하는 것이다. ACT에서는 자극기능을 가지게 된 언어적 구성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다. 이는 생각이 말하는 대로가 아니라 생각을 생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우유'라는 말을 수 차례 반복함으로써 그것이 실재하는 '우유'가 아니라 '우유'라는 언어 및 인지적 내용일 뿐임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ACT에서 치료자는 순간순간 진행 중인 인지적 과정들을 명백히 드러냄으로써 인지적 영향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내담자는 비판단적인 관찰자의 입장을 배워서 '경험회피'라는 비효과적 통제요구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된다(Hayes et al., 1999, pp. 148-179). 또한 다양한 알아차림 기법을 활용하여 생각이나 감정과 같은 사적 경험들을 관찰하도록 하는데, 이는 인지적 탈융합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평가적이거나 판단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보다 유연한 반응을 하도록 격려하면서 지금-여기에서의 경험에 접촉하도록 돕기 때문이다(Hayes, in press).
맥락으로서의 자기-'자기 초월적 의식': 두려운 감정과 생각에 노출되는 것이 자신의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음을 직접 알 수 있을 때까지는, 생각과 감정에 기껑이 개방하라고 요청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정서적 자발성이 가능한 맥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은 심리적 내용들에 의해 위협 당하지 않는, 불변하는 자기가 있는 맥락이다. ACT에서는 의식의 연속성이 이러한 확고함을 제공한다고 본다. 자기와 사적 경험을 구별하도록 돕는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서, 변화하는 내적 경험들을 관찰하고 수용하는, 안정적이고 일관된 시각으로서의 자기에 접촉하도록 돕는다(Hayes, in press).
가치(value) 선택과 전행(commitment): 고통스런 생각과 감정을 수용하며 이에 개방할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가치이므로, 가치들을 영역별로 명료화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행동들을 기술하게 한다. 그리고 행동 수행을 가로막는 구체적인 장애물을 확인하고 이를 다룬다(Hayes, 2004).
치료적 관계: 치료자가 동정적이면서도 도전적으로 접근을 하되, 비판단적이고 비평가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태도는 어려운 정서적 경험을 할 수 있는 맥락(경험의 장)을 내담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Hayes, in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