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3일 일요일 두 번째 인문학 탐방을 떠났습니다.
원래는 넷째 주에 진행되는 탐방인데, 중학생들, 초등학생들의 중간고사 시험을 피해서
둘째 주로 변경되어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죽령 옛길을 시작으로 회룡포와 예천 뿅뿅다리, 삼강주막을 다녀왔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날씨가 흐려주셨습니다.ㅠㅠ
날씨가 흐리지 않으면 인문학 탐방이 아니죠.
그러~~나!
저의 맑은 기운을 믿습니다! 이번 탐방도 분명, 예천에 가면 맑아질 겁니다!!
라고 믿으면서 출발~
비가 와서 아이들 표정이 심란합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오늘 물놀이가 예정되어 있거든요.
근데.. 비가 오면 취소.
지금 남자아이들 표정이 영~
얘들아 꼭 선생님이 물놀이 하게 만들어 줄게..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님께 비나이다~~
언제나 즐거운 우리 찬희~ 역시 사진에 대처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숴~ㅎㅎ
우리 공쥬들~ 선생님이 사진에 찍힐 때 대처하는 방법 안가르쳐줬니?
당황하지 말것!! 다음엔 잘 찍어보자꾸나~ㅎ
드디어 죽령 옛길에 도착했습니다.
지금은 소백산역으로 이름이 변경되었지만 희방사 역으로 더 유명하죠.
희방사도 들리면 좋겠지만 우리는 죽령 옛길을 가야하기에 패스~
소백산에는 벚꽃이 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꽃길이 만들어졌죠~
이때 용훈이의 cf 따라잡기.
"가란 말이야. 너 때문에 되는 게 하나도 없어"
혹시 나한테 하는 말은 아니쥐? 그랬담 오늘 일정이 아주 힘들어질거야~!
"선생님, 진짜 올라가야하나요? 저는 여기 있으면 안될까요?"
우리 채민이는 벌써부터 심란합니다.
채민아~ 기운내고 언넝 올라가자~
이제부터 죽령 옛길을 따라 한 번 올라가볼까요?
죽령옛길은 신라 때 개척된 길로 영남지방과 영서,경기 지역을 이어주는 길로,
추풍령, 문경새재와 더불어 영남 3대 관문 중 하나입니다.
삼국시대에는 군사적 요충지였고,
조선시대에 와서는 영남지방 유생들이 서울로 과거시험을 치르거 갈 때 꼭 이용했던 길입니다.
그래서 가는 길 곳곳에 옛 선비들이 이용했을 주막의 흔적도 많이 남아있고,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올 법한 귀신 이야기도 많이 전해져 온답니다.
소백산에는 많은 야생화들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비가 내린 탓에 날씨가 흐려서 사진이 조금 어둡게 나왔습니다.
그래도 꽃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도 즐거워집니다~
죽령길은 험준하고 마을이랑도 떨어져 있어서 도적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길을 걷고 있는 녀석들은 중학교 1학년 남학생들인데 요 아이들이 작아보입니다.
정말 험준해 보이죠?
혼자 걸으려면 정말 무서울 것 같습니다,
이런 길을 한 달씩, 한 달 보름씩 걸은 우리 조상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3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과거를 치르는 게 더 중요하니까
두려움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겠죠?
약 30분 정도를 올랐을까요..
점점 아이들의 걸음은 늦어지고..
중학생 4인방은 못가겠다 주저앉았습니다.
"선생님, 저희는 그냥 도로 내려갈래요."
"왜~ 좀만 더 가면 된다~ 어여가자."
"너무 힘들어요ㅠㅠ 저희내려갈래요~~"
"선생님이 하나 말해줄게. 지금 여기가 딱 절반이다. 오르던지 내려가든지 상관은 없지만
내려간다고 해도 차는 없다. 차는 저~~~기 위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을 걸~"
"뭐. 라. 고. 요!!! 이건 사기에요!!"
"사기는 무슨~ 선택해라. 내려갈래 올래갈래?"
갑자기 고민에 빠진 아이들.
"그냥 올라갈게요~ 대신 1등으로 가겠어요!"
그러더니 다다다다다 뛰어갑니다. 역시 아이들은 다르군요.
(참고로 저는 맨~ 꽁지로 도착!)
이렇게 험준한 산을 올라 도착!!
저~~기 위에 있는 건물은 죽령루.
먼저 도착한 녀석들이 어서 올라오라고 손짓하네요~
"선생님 왜 이렇게 늦게 오세요~? 기다리다가 목 빠지는 줄 알았잖아요~!"
나도 왕년에는 산 쫌 탔거덩~ 너네가 돌아가면서 자꾸 쳐져서 그랬지~
죽령루에 올라서 보니 산이 꽤 험준합니다.
이 길을 올라왔다니 우리 아이들도 저도 대단한 걸요~ㅎㅎ
아하하하.. 잠깐 깨알 자랑.. 죄송해요~^^;;
죽령루를 통과하면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죽령주막.
우리 아이들, 여기서 점심 먹는 줄 알고 되게 신나 했지만..
미얀.. 점심은 다른 곳이란다~
맛집이야~ 그러니까 배고파도 조금만 참아줘~
죽령주막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표지석들이 뙇!
"여기까지가 경상북도입니다"
이제 저기 위로는 이제 충청도가 시작됩니다.
지난 달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끝에 있는
화개장터에 갔을 때와 또 느낌이 다르네요.
옛 선비들도 이 길을 가면서 이제 서울에 다와가는구나 하고
한 고비 넘긴 느낌이었을테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입니다.
죽령주막에 도착한 아이들은 평상에 앉아서 숨고르기 중...
인줄 알았더니, 밥 언제 먹냐고 시위중입니다.
"선생님, 배고파요~ 물로는 해결이 안돼요~~ 언넝 밥주세요."
"선생님 1시간이나 걸었더니 기운없어요~ㅠㅠ"
그래~ 어서 밥 먹으러 가자꾸나~ 나도 아침을 안먹었더니 배고프다.
버스를 타고 온 곳은 예천에서 유명하다고 소문난 식당입니다.
밖에서도 한~~~참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우린 예약한 덕분에 바로 들어가서 자리잡고 앉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점심 메뉴는 바로
오징어 불고기와 순대, 그리고 순대국밥.
우리 아이들은 뭐가 제일 맛있었을까요?
바로 오징어 불고기였습니다. 매워서 많이 못 먹을 줄알았는데 다들 싹싹 비웠습니다.
예상외로 순대가 안팔리더군요. 아무래도 옛날 순대라 그런지 아이들 입맛에는 안 맞았나봐요.
어른스러운 아이들도 입맛은 속일 수가 없나봅니다ㅎㅎ
그렇게 점심을 먹고 간 곳은 예천 진호국제양궁장.
여기는 세계국제 양궁대회에서 2번이나 5관왕을 한 김진호 선수를 기념하기 위해서
예천시에서 설립한 양궁장으로 국제대회 규격에 맞게 지어졌다고 합니다.
초록배낭에서도 양궁과 국궁을 체험하러 가지만
진호국제양궁장은 3손가락 안에 꼽히는 아주 좋은 곳이랍니다.
진짜 선수용 활을 사용하기 때문에 설명을 잘 들어야 합니다.
안그러면 활시위에 얼굴과 팔, 가슴 등을 다치기 쉽거든요.
여기 계시는 강사님들이 열심히 설명해주십니다.
우리 아이들도 강사님 설명에 따라 손가락을 굽혀보고 있구요~
어찌된게 남학생들보다 여학생들이 더 적극적이네요~
잘 배웠으면 이제 한 번씩 쏴볼까요?
피~~융~ 탁! 폼은 멋진데요~! 두구두구두구 몇 점에 맞힌 걸까요?
안타깝게도 과녁에 꽂히지 못하고 튕겨 나갔지요~ㅎㅎ
제일 활을 잘 쏜 친구는 바로 용훈이!
표정부터 아주 비장합니다. 자세도 아주 안정되어 보이죠?
쏘는 족족 10점 만점에 10점~!! 브라보~!
저도 아이들 성화에 한번 도전해 보았습니다만.. 아주 어렵더라구요~
같이 가신 채유진 선생님이 10점에 쏜다 못 쏜다에 아이스크림 내기를 했는데,
결국은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줄 수밖에 없었답니다ㅜ
다음에 예천에 가실 기회가 있으면 꼭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양궁장을 다녀와서 우리는 회룡포 뿅뿅다리로 향했습니다.
아침부터 간절히 원했던, 드디어 물놀이를 하러 갑니다.
다행히 오후에는 날씨가 쨍~ 하고 빛나거든요.
얘들아~ 선생님 기도빨이 통했는갑다~ ㅋㅋ
우리 재미지게 놀아보자꾸나~
민석이와 채민이는 물고기를 잡겠다고 온갖 필기구를 이용해서 어망(?)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저희는 꼭 물고기를 잡을 거에요!"
"몇 마리나 잡을 거야?"
"음... 한 10마리는 잡아야되지 않겠어요?"
"근데 물고기가 거기에 잡힐까?"
"선생님 이게 허접해 보여도 다~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미끼도 있어요"
하면서 소시지를 넣은 통을 흔들어 보입니다. 오늘 매운탕을 먹을 수 있을랑가요~ㅎㅎ
아이들의 기대 속에서 드디어 회룡포 뿅뿅다리에 도착!
풍경이 아주 멋집니다. 여기는 회룡포 마을로 들어가는 어귀에 제1 뿅뿅다리.
회룡포는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내성천이 용이 휘감아 흐르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회룡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출처 - 문화재청>
전망대에 올라서 보면 이런 모습이 땋! 하고 보이지만
저희들은 전망대에 오르는 건 생략하고 뿅뿅다리로~
유채꽃 핀 길에 외다리를 건너는 우리 아이들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습니다.
원래 이 자리에는 외나무 다리가 놓여있었는데 너무 노후가 돼서
강관과 철판을 이용해서 다리를 놓았는데,
비가 많이 올 때 이 다리를 건너면 발판에서 물이 퐁퐁 솟는다고 해서
퐁퐁다리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방송이나 신문에 뿅뿅이라고 이름이 잘못 보도되는 바람에
뿅뿅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알려져서 지금의 뿅뿅 다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더니
물에 덤벙덤벙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완전 신났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물을 사랑합니다.
아까 물고기를 잡겠다고 어망을 만들던 우리 민석이..
열심히 고기를 쫒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론만 말하자면..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일단 물고기들의 먹잇감인 소시지를 흘려버렸고!
그리고 물살에 저 어망(?)을 놓쳤다지요.
결국 매운탕을 끓이겠다는 꿈은 물속이로 꼬르륵~~~
요 녀석들 결국엔 전부 물에 퐁~당~ 빠졌습니다. 나중에는 잠수 시합까지.
감기 걸리면 우짤라고~ 하고 걱정했지만..
물놀이 끝나고 아이스크림까지 입에 하나씩 물었다죠~ㅎ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는 사이 잠깐 사라진 채유진 선생님.
짜잔~하고 나타나셨는데..
바로 MTB를 한대 멋지게 몰고 오셨습니다.
"이거 탈 사람?"
"저요~ 저요~"
완전 인기 폭발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오토바이 한 대씩 배정받고
아이들의 질주가 시작됩니다~
"빠라바라바라밤~ 달려~ 달려~~"
이렇게 한바탕 놀고 이제 차로 고고~~
왠지.. 돌아가는 아이들 뒷모습이 쓸쓸해보입니다.
원래는 이 일정이 중간고사가 끝나고 진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연에서 많이 놀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 짜여진 일정이랍니다.
우리 아이들 맨날 학교 - 집 - 학원..
너무 안쓰럽잖아요.
한 달에 하루라도 이렇게 마음 놓고 놀 수 있게 해주고 해주고 싶었답니다.
처음엔 너무 놀기만 하는 거 아닌가 했는데,
아이들이 함박웃음 지으면서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니
이렇게 일정잡길 잘했구나 싶었습니다.
너무 아쉬워하는 아이들에게 다음 코스는 위안이...안됐을 겁니다. ㅎㅎ
미션이 있었거든요.
다음 코스는 삼강주막입니다.
삼강주막은 내성천, 금천이 만나 낙동강 본류가 합해지는 곳에 있습니다.
이렇게 세 개의 물줄기가 합해지는 곳에 있다고 해서 삼강주막이라 불렸죠.
강이 세 개가 만나니 당연히 여기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을 것이고
주막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이치겠죠.
삼강주막은 낙동강 700리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고
마지막 주모가 있던 곳이기도 해서 아주 유명한 곳이랍니다.
삼강주막과 강에 대한 설명, 그리고 강 유역에서 경제가 어떻게 발전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우리 아이들이 한 건 바로...
들돌 들기.
농촌에서 성년이 될 때 쯤 성인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테스트 하는 방식 중 하나로
이 들돌을 들게 되면 어른으로 인정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특이하게도 나루터와 주막에서는 많은 물류들이 오감에 따라 인력이 많이 필요했는데요,
그때 품값을 책정하는 데에 이 들돌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이 돌을 번쩍 들어올리면 몸값도 비싸지겠죠?
우리 아이들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 애쓰고 있습니다~ㅎㅎ
결국 이 들돌.. 못들었습니다.
너무 무거워요~ㅠㅠ
들돌 들기는 결국 포기!
하고 아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이 있었으니..
바로 시쓰기.
인문학 탐방은 출발 전에 사전수업을 합니다.
이번 탐방 전에는 시에 대해서 공부를 했었고, 미리 공지가 된 미션이었습니다.
각자 자유롭게 시를 쓰고 모이기로 했습니다.
우리 공주 3인방은 비석 앞에 자리잡고 앉아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시를 씁니다.
"선생님, 뭐에 대해서 써야돼요?"
"아무거나 상관없어~ 니가 쓰고 싶은 걸로 쓰면 된다~"
"그럼, 강에 대해서 쓸래요~ 앞에 흐르는 강이 정말 멋져요."
"그래 그럼 기대해보겠으~ㅎㅎ"
"아~~~~~ 기대는 하지 마세요~ㅋㅋㅋ"
"왜~ 니가 쓰고 싶은 대로 쓰면 그게 시인 거지! 잘 쓸 수 있을거야~"
찬희가 쓴 시인데, 감성이 장난아니죠?
어른들 못지 않게 참 잘썼습니다.
그렇게 각자 시를 쓰는 시간을 가지고 다시 만나서 우리는..
간식을 먹었지요~ 맛나는 파전과 음료수!!
그런데 우리 아이들 배가 많이 고팠던 건지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먹어치웠습니다.
이렇게 잘 먹는데, 배부르게 못 먹여서 왠지 미안한 마음..
얘들아, 다음에 더 맛난 거 많이 사줄게~
간식 먹고 나서 우린 부산으로 항했습니다.
차에서 본인이 쓴 시도 발표하고,
오늘 배운 내용들도 확인하고
그렇게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달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놀면서 평소와는 다른 생각들을 많이 했을겁니다.
그리고 어렵기만 한 시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았을 거구요.
다음달에는 소설과 시에 대해서 한 번 더 공부하고
실학에 대해서도 배울 겁니다.
왜냐하면.. 양평으로 가서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공부하고
조선후기 대 실학자 정약용에 대해서 배울 것이거든요.
다음 달도 많이 기대되시죠? 안되시더라도 많은 기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