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초상-시대의 얼굴(전시를 기획하면서...)
미술이 종교나 권력에 예속되었던 시기를 지나 자화상을 통해 보여 지는 얼굴은 막연하고 때로는 특수하게 자신의 것을 찾아 표현했다는 간단한 말로 대신 할 수 없지만 보편적 시대에 누구보다 자신을 더 잘 알 수밖에 없을 자신을 주관적으로 그렸다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그래서 자화상이란 어느 시대 그 상황에 따른 자신의 내면세계의 전폭적인 표출이 될 수밖에 없음을 필연적으로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내 자신을 그렸다는 그림은, 나름대로 자신이 규정했던 선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은 난폭한 시대나 예술정의 불가론으로 시작된 다양성의 팽창으로, 미술이 완전한 민주주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 또한 내 마음대로 꿈꿔지는 현실은 안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신과 환경과의 갈등 내지는 부조화, 아니면 동화되거나 그냥 어쩔 수 없이 순응하고, 혹은 실력과 능력이라는 힘으로 이겨나갈 수도 있다손 치더라도... 끓어오르는 그 무엇이 동기와 열정이 되어 그려지는 자신의 얼굴, 자화상이라는 그림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것은 바로 어제와 오늘을 스스로 증명하는 시계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매개가 되어 내일을 한번쯤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는 예견되는 실마리가 되어봄직도 할 것입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빛이 있어 눈으로 보고 감응하는 피상의 세계는 주의 깊지 않으면 스쳐지나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허나 반사되는 물체나 물건에 비쳐진 자신의 얼굴도 똑 같은 피상의 세계이지만 주의 깊은 배려가 어느덧 깃들 것입니다. 그리고 눈이라는 피상의 렌즈에서는 보이지 않을 자신만의 피안의 영토에서 느껴지고 갈등하고 긍정하고 부정하는 등, 살아 움직임이 있는 사유함이 있기에 자신을 그린다는 그 행위와 결과물이 진실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Manuel Gasser는 “자화상이란 인간으로서 미술가로서 자기자각의 꼭대기에 섰을 때 이루어지는 것으로 자화상에서 우리는 단순한 초상을 넘어 그것이 만들어진 한 시기의 모든 것, 경우에 따라서는 그 사람의 생애 전체상을 본다. 그리고 사람얼굴은 묘사의 변용이 심하여 기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바뀌는 것인데, 무수한 가능성을 가진 자신의 얼굴 중에서 유일하게 적절한 한 형태를 잡아 불변의 증명에 착수한 것임에 주목하라.” 고 했습니다. 이 내용을 이해한다면 그 얼굴에서 작가의 리얼리티를 읽어내고 바라보는 나와 그 시절과 관련되고 연관된 사실들을 유추해 나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화가의 초상 혹은 시대의 얼굴을 본다는 것은 자기의 시간을 찾아 어느 시절로 떠나는 독특하고 의미 깊은 사색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세상을 꿰뚫어 보고도 남을만한 지식과 실험의 천재 다빈치의 초상... 자신의 얼굴을 떳떳하게 드러내지 못했던 시대적 상황에서 군중으로나마 자신을 남긴 라파엘로... 경제적 여유로움이 넘쳐난 때나 궁핍한 시절에도 무수한 자화상을 그려낸 렘브란트... 암울한 폭력의 시대 자의가 없이 죽어가는 대중들의 모습에서 작가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해야만 했던 고야... 분노로 가득 차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자른 모습의 광기어린 고흐의 자화상... 이처럼 역사적이고 기념비적인 초상은 아닐지언정 그들의 그리할 수밖에 없었던 이성작용들은 지금의 우리와 어쩌면 시공간을 뛰어넘어 통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개별화와 개인의 개성이 빛을 발하는 때. 그 개성들의 차이가 현 문화를 이끄는 원동력이지만 다양성속에 감춰진 미술의 난무함을 경계하면서 화가라는 책임감으로 무엇을 보고 느끼며 어떻게 표현했는지 뒤 돌아보는 계기와 명장과 명품이 되기 위한 끝없는 자기부정의 태동점이 되어 보는 본 전시였으면 합니다. 참여해 주신 작가 분과 지원해 주신 경기문화재단과 후원해 주신 순복음부천교회, 희망입시학원, 이미희필무용단에게 감사드리며 현대미술-부천작가회원과 초대작가 그리고 오늘날 부천미술을 있게 한 고 동창 이경훈 선생님이 함께한 화가의 초상-시대의 얼굴전을 통해 기계복제시대, 원본이 무한대로 증식되어 원본의 의미가 무의미한 디지털세상에서 사라져가는 아우라가 발산되고 시대와 시간, 사람과 사람의 간극을 공감으로 이어주는 교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현대미술-부천작가회장 고 형 재
화가의 초상 - 시대의 얼굴
Artists❜ Portrait - Faces of the age
전시기간 ▮ 2008년 6월 13일 ~ 18일
전시장소 ▮ 부천시청아트센터(1층 로비)
Opening ▮ 2008. 6. 13((Fri) PM. 6:00
이미희 필 무용단 * 얼굴, * 내안에 누가? 공연
참여작가 ▮ 이경훈, 홍윤표, 이종구, 이종현, 임근우, 강희수, 고기범, 고형재
김문수, 김미정, 김상옥, 김선정, 김정화, 박수경, 서기범, 안귀순
원재연, 유명옥, 유은영, 이명숙, 임평예, 전장원, 정미현, 정숙희
정진경, 조원미, 차상례, 최창진, 최효원, 한재철, 함수기
주최주관 ▮ 현대미술부천작가회
전시후원 ▮ 경기문화재단, 순복음부천교회, 희망입시학원, 이미희필무용단
고 동창 이경훈 선생님 작
김선정 작
이종구 작
이종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