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시 : 2004. 04. 24(토), 04:00~18:30 (산행 : 07:10~14:15)
○ 장 소 : 버리미기재~장성봉~전망대~공터~은티재~구왕봉~지름티재~ 은티마을 (제12구간, 제24, 25소구간)
○ 참여인원 : 7명(정회원 7명)【주중환, 김준식, 서영택, 임용순, 윤달수, 정능재, 이명화】
봄기운이 무르익어 온 대지는 푸르름으로 뒤덮여 싱그러움을 더하고 있었다. 제29차 산행은 속리산 문장대를 지나며 표고차가 심해지는 구간인 버리미기재에서 지름티재에 이르는 구간에서 펼쳐졌다.
나무에는 어느새 새싹들이 하나둘 돋기 시작해 푸르지만 아직 건조한 날씨에 바람이 강해 산불위험요인이 남아있는 가운데 4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백두대간을 향한 우리의 열정은 발걸음을 버리미기재로 향하게 했다.
4월 24일 새벽 4:00 구청 현관 앞에 모인 우리 일행은 배낭 등 장비를 챙긴 뒤 차에 싣고 04:10분경 출발했다. 지난 번 산행시 회장님을 비롯한 네 명이 산행을 하던 것에 비해 이번 산행은 김태관, 이순화 등 두 명이 참석을 못해 모두 일곱 명이 참가하여 성적이 좋은 편이었다.
일교차가 심해 새벽기온이 차가운데 차는 고속도로에 들어서 속도를 내기 시작, 05: 15분경 증평 IC를 빠져나와 아침식사를 위해 시내에 있는 식당을 찾아 들었다.
식당은 옛날 초가집에 시멘트기와와 스레트를 씌어 놓은 형태로 외양으로 보아서는 도저히 제대로 된 음식점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면사무소에서 추천해준 집이니 믿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인 아주머니가 혼자 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문 앞이 바로 주방이었다. 그래서 손님방을 찾으니 왼쪽으로 30여명 이상 앉을 수 있는 여러 테이블의 공간이 나왔다. 밖에서 보기와는 영 딴판이었다.
아침식사는 황태해장국, 진국인 청국장에 갖가지 반찬이 푸짐하게 나와 시골밥상 치고는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었다. 역시 면사무소에 추천할 만한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식사를 맛있게 먹은 다음 06:00분 음식점을 나와 버리미기재로 향하는 발길을 재촉했다. 아직도 삼십여 분 이상 차를 달려야 이번 산행 들머리인 버리미기재가 나온다. 지난 번 산행 때에 치를 떨며 내려오던 대야산의 추억을 되새기며 차를 달렸다.
지방도가 많기 때문에 한번에 쉽게 산행들머리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가 20여분 이상 지체한 뒤 07:00분 한 시간여만에 버리미기재에 도착했다. 버리미기재는 왼쪽으로 송면리, 오른쪽으로 가은읍으로 이어지는 고갯길로 도로 확포장공사를 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버리미기재에서 장성봉으로 이어지는 구간 들머리는 연중 등산로를 폐쇄해놓아 백두대간 산행을 하는 데에는 여간 지장이 있는 게 아니다. 무조건 폐쇄를 할 게 아니라 산행허가제도를 만들어 산행에 대한 일정 지식을 갖추고 준수사항을 지킬 것을 서약받은 후 산행허가를 내주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등산로를 폐쇄해놓았으니 들어가기도, 안 들어가기도 어려운 백두대간팀들은 본의아니 게 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안타까움이 있게 마련이다. 나무와 노끈으로 막아놓은 등산로입구를 넘어 오르기 시작하는 구간은 줄곧 오르기를 한 시간 여를 더 해야 하는 터였다.
급경사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오르는 데 따른 초반 체력 소모가 컸다. 지난 번 산행보다 한 시간 늦게 출발해 조금 더 잠을 잘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이제 나무는 파란 새싹이 돋기 시작해 겨울 산의 황량한 모습을 벗어나 푸른 산의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있어 녹색을 보는 것만으로도 피로를 줄일 수 있었다.
한 시간여를 오르자 멀리 대야산 정상이 눈에 들어왔다. 바위산의 웅장한 풍모를 자랑하는 대야산이 탁 트인 전망과 함께 보기 좋았다. 정상 못 미쳐 전망이 좋은 바위에 앉아 과일 등 간식과 함께 휴식을 즐겼다. 바위 밑에는 노송이 오랜 풍상을 이겨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아침 08:10분 드디어 이번 산행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해발 915.3m의 장성봉에 도착했다. 장성봉은 펑퍼짐하여 여럿이 모여 앉아 쉴 수 있을 정도였으며, 문경시의 산악회에서 높이 50㎝ 정도의 바위로 된 표지석을 세워놓았다. 그 앞에는 시산제를 하는데 쓰기 좋게 자연석으로 상돌을 놓아 여느 산 정상의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 일행은 이번 산행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장성봉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남은 구간을 향해 운행을 계속했다.
09:15분 전망대를 거쳐 09:50분 공터에 도착했다. 오른쪽으로 바위산의 절경을 뽐내고 있는 악휘봉이 눈에 들어왔다. 휴식과 함께 간식을 먹고 잔디밭에 앉아 할미꽃의 아름다움에 취했다. 악휘봉 삼거리 못미쳐 잔디가 깔린 헬기장(공터)에 있다. 어림잡아 50여평은 되어 보이는 곳으로 헬기를 유도하기 위한 푯대꽂이가 사방에 있고, 잔디 이곳 저곳에는 할미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수줍은 자태를 하고 있었다. 아직 만개하지 않아 숙처녀의 가슴처럼 더욱 수줍어 보였다.
장성봉에서 악휘봉까지는 2시간 50분 거리에 있는데 악휘봉 못미쳐 삼거리에서 오측으로 돌아 암릉구간을 통과하게 된다. 이 구간은 20~30m 내외의 지속적인 경사가 있어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줄곧 오르다 내려서는 것보다는 낫지만 꽤나 많은 체력 소모가 요구된다.
악휘봉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지만 백두대간 능선이 악휘봉으로 이어지는 줄로 착각한 나는 혼자 악휘봉을 향해 수십 미터 전진했다. 그러자 뒤에서 다시 돌아오라고 큰 소리로 부르는 주중환회장님. 비교하자면 북한산 인수봉에 걸맞는 다고나 할까. 바위로 뒤덮인 가운데 낙락장송에 걸쳐져 있으니 더 이상은 설명이 필요 없다.
악휘봉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돌아내려오는 구간은 암릉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운행하는 데 다소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바위를 타고 오르내리기를 여러 번. 이제 이 구간에서 바위하면 이골이 날 지경이었다. 지난 번 산행에 참여하지 않은 회원들이야 그 고통을 모르겠지만 정말 아직도 눈에 선하게 보이는 절벽들.
그 가운데 지난 가을 쌓은 낙엽사이로 보랏빛 자태를 뽐내는 붓꽃이 드문드문 군락을 이루고 있어 지루함을 달래주었다. 아울러 등산로 곳곳에 들짐승들이 영역표시를 위해 싸 놓은 배설물들이 자주 눈에 띠었다. 벼락을 맞은 듯한 노송이 고사목이 되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모습. 새 깃털처럼 하얗게 피어오른 물푸레나무꽃의 모습은 봄 산행의 또 다른 눈요기 거리였다.
한동안 바위구간을 지나자 은치재(일명 오봉정고개)에 11:26분 도착했다. 이곳에는 서낭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서낭당에는 왼쪽으로 오래된 고목과 함께 한 평 남짓한 공간 주위에 돌을 쌓아 놓고 금줄을 띠어 신성한 구역임을 표시했다. 백두대간 산행중 보기 드문 모습이라 사진으로 남겼다.
그 오른쪽으로는 예전에 성철스님이 오랫동안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을 하였다는 봉암사로 가는 길이 있어 일반인들이 출입하지 못하게 나무를 엮어 길을 막아놓았다. 그러지 않으면 도를 닦는데 방해가 될까봐서인 모양이었다.
이제 은치재에서 한 시간이면 구왕봉이 나오고 30분여를 더 가면 지름티재가 나온다. 오늘 산행도 마무리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오랜만에 참가한 이명화, 정능재회원이 무릎에 통증이 오는 지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다.
먼저 도착한 나는 은치재에서 일행 모두가 모일 때까지 기다리며 휴식을 취했다. 바람이 불어 몸에 냉기가 느껴진다. 나무 그늘이 냉기를 부추겼다. 한참을 기다리자 하나 둘 지친 다리를 끌고 도착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두어 시간 남았으니 용기를 내어 걸어보자고 격려하며 다시 산행을 시작. 은치재에서 주치봉으로 오르는 구간은 조금 가파르게 시작하여 표지석이 없기에 그냥 지나치게 된다.
줄곧 한 시간여를 오르자 해발 877m의 구왕봉이 나타났다. 지름티재에서 올라온 등산객들이 여러 명 모여 점심식사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회사에서 온 등산객들은 남녀로 구성되어 단체사진을 찍느라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이곳이 오늘 산행의마지막 봉우리이니 우리 일행 모두가 모일 때까지 기다리느라 삼십여 분이 걸렸다.
12:35분 도착하여 30분을 기다린 시각에 일행 모두가 합류할 수 있었다. 구왕봉은 봉우리에 걸맞지 않게 표지석도 없었고 봉긋하지 않아 모양은 그리 볼게 없었다.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고 난 뒤 내리막길을 따라 지름티재로 향했다.
지름티재로 내려서는 구간은 워낙 경사가 심해 바위와 나무 그루터기를 지형지물로 이용하며 어렵사리 내려올 수 있었다. 정능재 회원은 무릎이 아파 절절매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경사가 심해 더욱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구왕봉에서 지름티재로 내려서는 중간에 희양산을 바라보며 전망이 탁 트인 곳에서 멋진 경치를 배경삼아 사진 한 장 찍고. 오른 쪽을 보니 봉아사의 고즈넉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곳이 바로 그 유명한 봉암사라니.
급경사지를 따라 내려오기를 20여분. 지름티재에 도착하자 앞에 것과 모양이 거의 같은 서낭당이 또 자리 잡고 있었다. 서낭당 오른쪽으로는 나무를 엮어 등산로를 폐쇄해놓은 예의 그 경계표시가 또 있었다.
속인이 범접할 수 없는 경지임을 자랑스럽게(보기에는 그 모양이 이해가 가지 않지만) 표시해놓아 감히 들어가 볼 엄두를 내지 못할 터. 사유지라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상식있는 사람들이 할 짓은 아니라고 본다.
서낭당에서 은티마을로 내려서는 구간중 일부는 너덜지대로 되어있어 그간 쌓인 무릎의 피로를 더욱 가중되게 했다. 정능재회원의 절뚝거리는 모습은 정말 어찌 말로 표현해야 할지.
거의 다 내려와서 보니 두 사람이 눈에 띠지 않았다. 다른 회원들이 모두 앞서 내려간 줄 알았는데 김준식 부회장과 이명화 회원이 길을 잘못 들어 뒤에 오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로 내려서자 계곡 부근에 작은 음식점이 있었다. 도토리묵에 닭도리탕 등. 주인아주머니는 우리를 보고 음식을 팔기 위해 호객행위에 여념이 없었다.
못 들은 체하고 냇가로 내려가 발을 씻고 세수를 한 다음 상쾌한 기분으로 점심식사를 먹기 위해 다시 증평읍내로 향했다. 아침식사를 했던 행운식당(043-838-3833) 아주머니에게 점심으로 닭도리탕을 주문해놓고 한참을 차를 달렸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돌아 한 시간도 더 걸린 오후 3시 20분 꿀맛같은 점심이 기다리고 있는 행운식당에 도착. 벌써 닭도리탕은 끓여 놓은 지
오래되어 졸아붙고 있었다. 서둘러 반찬을 깔고 소주잔을 돌리며, 산행을 마감하는 뒷풀이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일행들.
주중환회장님께서 건배제의와 함께 다음 산행부터는 체력 관리에 힘써 줄 것을 당부. 분위기상 소주는 몇 잔이면 되는데 취기가 돌자 막가는 분위기에 소주병이 벌써 네 개를 통과해 여섯 개째. 좀 과하다 싶은 주량에 어쩔 수 없어 병을 비우고, 출발한 시각이 오후 4:10분. 좋은 안주 덕에 술 또한 많이 마시게 되니
첫댓글 글 익다가 졸린뻔핸네요
글 잘읽었습니다. 어떻게 이 긴글을 재미있게쓸수 있는지 부럽네요^^*계곡물이 무섭게 쏫아져네리는게~~ 물에 한번 힙쓸려도보고싶기도하고..그러면큰일나나..집념들이 대단들하셔!^^ 불법까지해가면서..공직에 계신분들 맞아여??
어쪄다 한두번 통제기간중 강행... 총40개 구간을 나누워 계획을 잡다보면,, 실수가...하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 버려진쓰레기 수거등 자연보호 활동도 겸하고있고, 소재 군청,면사무소의 협조를 받고 운행하오니 양지...지적 진심으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