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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OTAX]카오스#연구&토론# 원문보기 글쓴이: HELLsing
ㅡ박수진기자편ㅡ |
한국에서 달변가는 그리 환영받는 부류가 아니었다. ‘말만 번지르르’ ‘입이 화근’ 같은 표현에는 ‘말을 경계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서양에도 ‘웅변은 은, 침묵은 금(Speech is silver, but silence is gold)’이라는 경구가 있는 걸 보면 선인들의 생각은 그리 다르지 않았나 보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요즘 같은 자기 PR의 시대에 침묵은 때로 ‘독’이 된다. 말해야 할 때, 잘하는 게 ‘미덕’이다. 특히 정치인, 최고경영자(CEO)처럼 ‘입’이 주목받는 사람에겐 화술이 필수 능력이다. 취직과 입학을 위해서도 말솜씨가 필요하니 보통 사람도 관심을 놓을 수 없다. 덩달아 스피치 관련 비즈니스가 뜨고 있다.
◇장면 1= “미국 시민의 일원으로서, 아니 세계 시민의 한 사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제 세계는 국가 인종 종교 간에 가로막힌 장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이라크 전쟁 종결을 위해 세계인이 협력해야 합니다.”
지난 7월 24일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가 독일 베를린 승전탑 공원에서 한 연설은 20만 청중은 물론 전 유럽을 감동시켰다. 그 순간 그는 미국 정치인이 아닌 ‘차기 글로벌 리더’의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을 제친 비결로 대중을 휘어잡는 연설 능력을 꼽는 경우가 많다. 또박또박한 발음과 쉬운 단어 선택, 적당한 템포와 강약 조절, 제스처와 시선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대 진영인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는 “오바마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한다”며 자주 몰아세우곤 한다.
◇장면 2= 지난 8월 6일 열린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서 진을 차지한 나리 씨는 아직까지 네티즌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역대 미스코리아보다 미모가 뒤떨어진다는 불만이 많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스피치 능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서 공정한 선발이었다고 밝혔다.
본선 무대에서 그녀에게 주어진 스피치 주제는 ‘고령화 사회의 노인 복지에 대한 아이디어’였다. 사회자가 “어려운 주제”라면서 우려했지만 나리 씨는 지체 없이 “개인 차원에서 길어지는 삶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고 정부의 고령자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대답을 내놔 박수를 받았다. 피상적인 답변에 머물렀던 다른 후보에 피해 돋보였다는 평이다.
◇장면 3= “서류 통과 이후 이어지는 2박3일의 합숙 면접에 대비해야 해요.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표현력과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선 스피치 전문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죠.”
초등학교 6학년인 강태양(가명) 군은 8월 초부터 영어 스피치 학원에 다니고 있다. 강 군의 어머니는 “2년 동안의 청심국제중학교 입학을 위한 준비 과정의 마무리 격”이라며 “지원자 가운데 상당수가 스피치 훈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군이 문법이나 회화 공부가 아니라 스피치를 택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학교 전형 단계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2박3일간의 합숙 심층 면접 때문이다. 서류 전형에서 선발된 4배수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3일 동안 영어 면접, 학업 면접, 인성 면접, 영어 토론 등의 테스트가 이뤄지고 점수를 합산해 합격자를 발표한다. 강 군의 어머니는 “‘영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가 강의하는 만큼 심층 면접을 뚫고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말 잘하는 사람이 각광받는 시대다. 직업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말로서 사람을 감동시키는 이가 인정받는 시대다. ‘침묵이 금’이라는 격언이 통하는 때가 줄어드는 대신 ‘소통’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말 잘하기’ ‘말 제대로 하기’야말로 현대 사회가 원하는 미덕이 된 셈이다.
반면 대통령도 말 한마디 잘못하면 지지율이 곤두박질친다. 최근 한 종교인은 다른 종교를 폄훼하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구설’은 예나 지금이나 골치 아픈 화(禍)임에 틀림없다.
‘말’의 중요성은 이미 여러 채널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대기업 입사 시험에서 비중이 가장 큰 전형 과정은 뭐니 뭐니 해도 면접이다. 답변 한마디에 당락이 좌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에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심지어 사법고시와 외무고시까지도 면접이 변수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국제중, 특목고, 대학 등의 입시에서도 면접 또는 스피치 능력을 전형에 포함하는 곳이 늘고 있다. 문제 푸는 실력만큼이나 자신을 나타내 보이는 능력을 보겠다는 의도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 이들의 능력이 비슷한 만큼 스피치 능력으로 변별력을 높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공공 기관과 법조계에서도 ‘말하기’에 주목하고 있다. 연구 프로젝트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법률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청이 지난해부터 부장검사들을 대상으로 스피치 교육을 하는 이유도 법률 시장 개방, 국민참여재판 시범 실시 등으로 검사들의 말하기 능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국내 박사 1호인 김은성 KBS 아나운서는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분야를 막론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면서 “채용, 입학 등 생활에 꼭 필요한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말을 해야 하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어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스피치 교육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 입시생, 취업 준비생, 전문직 종사자 등에 알맞은 스피치 기법을 가르치는 전문 학원이 생기는가 하면 대학에도 스피치 관련 강의가 개설되고 있다. 업계에선 전국적으로 150개 안팎의 스피치 교육 학원이 성업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덩달아 스피치 전문 강사의 몸값도 높아지는 중이다. 원래 여성 관련 명강사로 유명한 김미경 더블유인사이츠 대표는 올 초 스피치 강좌를 개설해 화제를 모았다. 김 대표는 “스피치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많아 강좌를 개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피치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 분야가 유망 직업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와 있다. 김은성 아나운서는 “말솜씨가 중요한 능력이 되는 시대인 만큼 스피치 교육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피치 교육 시장의 손님은 CEO 정치인 법조인 공무원 등 내로라하는 전문직 종사자들과 취업 준비생, 입시생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사람을 감동·설득시키는 능력’이다. 특히 기업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게 스피치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박양신 스피치&이미지 연구소장은 “기업의 강의 요청이 부쩍 늘었다”면서 “리더십이 필요한 중간 관리자부터 CEO를 대상으로 스피치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서점에도 관련 책들이 부쩍 늘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말: 오바마를 만든 기적의 스피치’ ‘마음을 사로잡는 파워스피치’ ‘엘리베이터 스피치’ ‘YES를 이끌어 내는 직장인을 위한 말 잘하는 법’ 등이 ‘말짱’을 동경하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판사·의사도 말하기 교육 받는다
좋은 스피치는 상대방을 감동시키고 설득의 경지까지 이끈다. 그래서 상대방이 마음을 움직이고 신뢰를 갖게 만드는 게 최고의 수준이다. 따라서 단순한 ‘달변’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고려시대 서희 장군의 ‘담판’이다. 서희 장군은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 온 거란의 소손녕이 사실 고려가 아니라 송나라를 치려는 계획을 갖고 있음을 꿰뚫어 보고 먼저 “송나라와 동맹을 끊겠다”고 했다. 이를 반긴 소손녕이 협상을 마치고 돌아가려 하자 서희 장군은 말고삐를 잡아 세웠다.
“장군, 이야기가 끝난 게 아닙니다. 이대로 개성에 돌아가면 나는 맞아 죽을지도 모릅니다. 장군도 알다시피 고려 조정엔 친송파가 득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송나라와 동맹을 끊겠다고 약속했으니 임금과 그들을 설득하는 게 큰 문제입니다.”
이를 들은 소손녕이 “그럼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느냐”고 묻자 서희 장군은 그 유명한 “강동 6주를 돌려주시오”라는 회심의 ‘한방’을 날렸다. 김은성 아나운서는 이를 한국 역사의 ‘베스트 스피치’로 꼽았다.
그렇다면 누구나 스피치의 달인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김미경 대표는 “교육 훈련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오바마처럼 연설할 수 있고 서희 장군처럼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잘 된 스피치에는 황금 비율이 있다”면서 “스피치의 원리를 꿰면 누구나 ‘아트 스피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은성 아나운서는 “최소 7분 이상 말을 매끄럽게 이어갈 수 있어야 스피치를 잘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훈련 과정에서 모니터를 활용해야 교육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캠코더로 자신의 연습 모습을 촬영하고 전문가와 함께 보며 문제점을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피치 교육 붐이 긍정적인 효과만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격 미달의 강사나 학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초·중·고 교과과정에 말하기 과목이 있지만 외면 받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박양신 소장은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가르쳐야 하는데,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가르치는 학원이 적지 않다”면서 “옛 웅변학원처럼 자신감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방향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성 아나운서도 “스피치 능력은 전문적으로 코칭 받고 반복 훈련을 해야 발전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아직 스피치 교육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스피치 황금비율은 A-B-A1’]>
“청중을 졸게 하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그러나 감동을 주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죠. 청중에게 감동을 주고 결국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을 가르칩니다.”
김미경(45) 더블유인사이츠 대표는 ‘아트 스피치(Art speech)’의 창시자다. 최고 몸값의 명강사로 활동하는 그는 음악을 연주하듯, 노래하듯 말하는 법에 착안해 ‘아트 스피치’라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올 초 최고경영자(CEO)와 국회의원 등 40명의 1기생을 배출한 데 이어 9월부터는 2기 강의를 시작한다.
연세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김 대표는 지난 16년간 여성 관련 마케팅 컨설턴트로 일해 왔다. 여성 고객을 상대하는 기업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 컨설팅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여성의 자기 계발 관련 강의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귀에 쏙쏙 들어오면서도 편안한 강의로 정평이 나 있다.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스피치 개인 레슨을 해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았어요. 많은 사람을 대해야만 하는 CEO나 정치인들이 많았지요. 늘 하고 싶은 말이 넘치는 사람들인데, 그 말이 잔소리로 들리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한번 모아서 가르쳐 보자’는 생각에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김 대표는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스피치의 달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핵심은 ‘A-B-A1’라는 공식을 응용하는 것. 악보를 만들듯 ‘도입부-전개-도입부 변형’으로 말을 구성하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때 발음이나 사투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콘텐츠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설득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저도 강의를 반복하면서 훌륭한 스피치엔 ‘황금 비율’이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게 됐어요.”
아트 스피치 프로그램엔 김 대표 외에도 유명한 ‘스피커’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재용 MBC 아나운서가 스피치의 기본인 발음과 음성을 가르치고, 성우 배한성 씨는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김 대표와의 일대일 코칭 기회도 있다.
‘골드 마우스’ 김 대표도 인정하는 스피치의 달인이 있을까. 그는 오바마와 이어령 씨를 꼽았다.
“디지털 혁명에 관한 쉽지 않은 주제를 1시간 동안 어찌나 재미있게 강의하시는지, 스무 번 넘게 들었답니다. 아트 스피치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더군요.”
김 대표는 “우리 사회엔 돈을 폄훼하듯 말을 폄훼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스피치 교육은 나를 나타내야 하는 순간을 위한 훌륭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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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반듯한 외모와 남부러울 것 없는 스펙으로 ‘훈남’이란 칭찬을 듣는 A씨. 서류 전형과 인·적성 검사를 무사통과해 면접 단계에 다다르는 건 그에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면접장에만 들어가면 훈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면접관 앞에서 ‘삑사리’를 날리는 비호감이 되고 만다. 토론 면접이나 PT 면접 역시 그에겐 ‘넘사벽’. 면접장을 나와 땅을 쳐봤자 버스는 벌써 떠난 뒤다. 그는 면접장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일까.
면접은 입사 시험의 마지막 단계이자 가장 배점이 높은 ‘본(本) 게임’이다. 그래서 수많은 취업준비생이 스터디, 모의 면접 등을 통해 이 고개를 넘으려 애쓴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맞닥뜨리면 준비한 대로 되지 않아 당황하기 일쑤.
차분하게 시험에 응한다 하더라도 면접관이 원하는 포인트를 맞추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거의 다 오른 산을 뒤돌아 내려와야 하는 아픔에 오늘도 수많은 이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면접을 잘 보는 왕도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어떤 차이가 통과 또는 탈락을 결정할까. 면접에서 해야 할 말은 무엇이며,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무엇일까. 말의 내용이 중요할까, 태도나 겉모습이 중요할까. 면접과 말, 그 오묘한 메커니즘을 파헤쳐 숨어 있는 왕도를 찾아보자.
열 스펙 누르는 지원자의 말 한마디는?
면접은 지원자가 기업의 일원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해나갈 수 있을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면접관이 보기에 지원자의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합격, 그렇지 않으면 탈락이다. 따라서 면접관에게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어필해야 하고, 그 역량에 대한 믿음을 심어줘야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원자는 자신의 말하기 능력, 표현력, 머리에서 발끝까지 보이는 이미지를 두루 점검해야 한다.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작은 말실수 하나가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고, 마음을 사로잡는 말 한마디가 내로라하는 스펙을 누를 수도 있다. 그만큼 면접에선 말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취업 컨설턴트들이 첫손에 꼽는 ‘해야 할 말’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이다. ‘취업면접비법’의 저자 김준영 씨는 “자신이 지원한 직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민영 아트스피치연구원 부원장도 “지원한 직무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라”고 조언했다. 요즘 기업들은 경력사원 같은 신입을 원하는 만큼, 자신이 지원한 직무에 대해 정확히 알고 기본 소양을 갖춘 인재에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유·근거가 있는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치성 제닉스취업솔루션 대표는 “면접관은 경험이나 지식에 근거한 말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는 반드시 이유나 근거를 대라”고 말했다.
가령 해외 영업을 주로 하는 기업에 지원한 B씨가 면접관에게서 “외국인 바이어를 어떻게 대할 건가?”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외국인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면접관은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듣고 싶었지만, B씨는 말하지 않았다. 핵심만 전달하고, 다음 질문이 주어지길 기다린 것. 김치성 대표는 “이 경우 단문으로 답변을 끝낼 게 아니라, 그 생각의 이유를 말해야 한다”면서 “자신이 경험한 에피소드에 근거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사귄 해리슨이라는 친구와 끈끈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언어가 아니라 그가 아플 때 밤샘 간호를 통해 전해진 저의 마음이었습니다.
해외 업무를 수행할 때 정확한 언어 사용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그들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면접에선 언어의 연금술사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아니다. 막힘없이 술술 말하는 것보다, 진심에서 나오는 설득력과 진실성이 중요하다.
두루뭉술·얼버무리기 ‘최악 점수감’
사실 실전에서 더 중요한 것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이다. 평소 자신의 말하기 버릇과 비슷한 게 있다면 하루 빨리 고쳐야 취업 고지를 돌파할 수 있다. 취업 컨설턴트들이 꼽는 ‘면접관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핵심 없이 두루뭉술하거나 추상적인 말이다. 끝을 얼버무리는 말버릇도 나쁜 인상을 주긴 마찬가지.
김치성 대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내용, 흐지부지 핵심을 흐리는 버릇, 손에 잡히지 않는 표현 등은 최악의 점수를 받는다”면서 “면접에 앞서 자신의 말하기 버릇이 어떤지 점검하고 반복 연습을 통해 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씨도 “의미 없는 말이나 좋지 못한 말버릇은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하나 마나 한 당연한 말도 면접관에겐 감점 대상이 된다. 바로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다. ‘어떻게’가 빠진 채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아무런 의미도, 변별력도 갖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구체적인 실천안 없이 다짐만 하는 각오는 최악 중에 최악이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면접관의 관심은 다른 지원자에게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겠다’라는 표현도 금기어에 속한다. ‘아직은 미흡하지만,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경험은 없지만, 잘할 수 있습니다’ 등의 표현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민영 부원장은 “이런 말을 하면 자신이 겸손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100% 착각”이라면서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애써 알려주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이라는 말은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는 게 낫다는 것이다.
농담조의 답변을 하거나 흥분해서 반박하는 태도는 감점을 위한 ‘몸부림’이다. 특히 농담을 유머와 혼동해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많다. 까마득히 높은 사회 선배와 대면하는 자리인 만큼 진지한 자세로 예의를 지켜야 한다.
자신을 나타내는 눈에 띄는 제스처나 구호는 조심해서 활용해야 한다. IMF 위기 이후 유행처럼 번진 적도 있지만 요즘은 이를 반기지 않는 면접관이 더 많다는 게 정설이다. 물론 영업 등 저돌적인 자세를 필요로 하는 직무라면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이민영 부원장은 “과한 제스처나 구호, 표어가 아니라도 자신감과 패기를 보여줄 방법이 많다”면서 “면접관의 동의 또는 감동을 얻지 못하면 감점 요인이 된다는 걸 명심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