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찌아빠의 힘내라! 아저씨 맛집] 천기누설, 30년전통 홍어찜
[여섯 통의 전화]
pm16;17, “여보세요. 거기 홍어집이죠? 오늘 저녁에 예약 좀 할려고 하는데 예약 됩니까? ...네?...네!...오늘 저녁에 예약 있는데 그냥 와도 된다고요?...네?...전화 받으시는 분이 할머니라 잘 안들리신 다구요?!”
pm20:40, “지금 갈려고 하는데 자리 있습니까? ...우리요? 돈암동에 있습니다...저녁 9시 30분까지 밖에 영업을 안한 다구요. 그럼 빨리 가야 되겠네요. 신당역에서 내리면 되지요?
pm21:02, “지금 신당역 앞에 와 있는데 어디로 가야 합니까?...네...네...그러니까 중앙사 약국을 끼고 쭉 들어가면 놀이터가 있구 거기서 이차 저차하면 된다는 말씀이시죠.”
pm21:05, “놀이터 앞에까지 왔거든요. 이제 어떻게 가야 합니까?...네, 놀이터 화장실 앞에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구멍가게가 보이고 그 뒤로 전라도 식당이 있다구요? 알겠습니다. “
pm21:13, “ㅠ.ㅠ놀이터 화장실 앞인데 구멍가게를 못 찾겠는데요?...네? 직접 나오신다구요. 감사합니다.”
pm21:27, “못 찾겠어요. 흑흑...화장실앞에 나오셨었다구요? 계속 그 앞에 있었는데...신당역 3번출구의‘신당중앙약국’골목을 따라 쭉 들어...네! 신당중앙약국이 아니라 신당역 1번 출구 옆에 있는 중앙사약국 골목 놀이터라구요. (옆에 있던 일행들의 눈치를 보며)이 놀이터가 아닌가 봐...아흐흑”
[할머니와 홍어찜]
6인의 맛집순레단이 홍어찜집을 찾아 들어간 시각은 밤 9시 37분. 영업을 종칠 시간을 넘겨 버렸다.
“아구구 이것들아! 할머니가 놀이터에 세 번이나 나갔다 왔었어. 약이 올라서 문 닫아 걸려고 했는데 어디 그럴 수가 있어야지. 아주 고생 했구만...저리들 앉아. 뭐 줄까? 여긴 홍어찜이 전문이니까 홍어찜부터 먹어 봐...전작에 무슨 술 마셨어?...소주 마시고 왔으면 그냥 소주나 먹어...막걸리는 직접 담근거긴 한데 섞어 먹으면 않좋잖아...”
“홍어찜은 중으로주시구요...막걸리도 주시와요...아이 참~ 저흰 누룩 막걸리 마시러 왔다니깐요...괜찮으니까 막걸리로 주시와요. 하핫”
한산했던 홍어찜집은 여섯 남자의 출현으로 다사 시끌벅적 해졌다. 덩당아 여수댁 할머니의 손도 바빠지시고...
주전자에 담겨져 나온 막걸리 부터 한 순배씩 돌렸다.
“어허! 이 맛이야...할할할..” “어머! 이거 맛이 이상하네요?” “응, 그게 바로 누룩으로 발효시킨 진짜 막걸리 맛이야. 공장 막걸리하곤 맛이 확 틀리지.” “끄덕끄덕”
보통의 홍어찜은 큰 접시에 담겨 콩나물과 함께 나오는데 반해 홍어찜집의 홍어찝은 보신탕집에서 수육을 먹을 때와 같이 큰 찜솥이 통째로 테이블 위의 가스버너 위로 올려졌다.짜자짠~ 여섯 남자의 열두 눈동자가 여수댁 할머니의 손끝을 따라 솥뚜껑에 가서 멈췄졌다. 이윽고 솥뚜껑이 열리고 홍어찜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 ...” “이게 뭐야? 양배추잖아?” “너그들 정성이 갸륵해서 내가 특별히 많이 줬응께 많이들 먹으라고...자 이렇게 양배추랑 홍어랑, 고춧가루랑 해서 막걸리 식초로 만든 장에 찍어 먹어야 맛있어. 이거 내가 직접 만든 막걸리 식초로 만든 거거든. 이걸 많이 찍어 먹어야 더 맛있어.”
여수댁 할머니의 주장에 의하면 홍어만 값싼 칠레산 홍어를 들여다 쓰는거지 나머지 식자재 대부분은 직접 준비한 거라고 하셨다. 막걸리도 가게 한편에서 따로 빚고 있구, 이 막걸리를 이용해서 만들어 낸다는 막걸리 식초는 주방 선반 위에서 솔가지를 꽂아두어 숨 쉬는 유리병 속에서 짙은 갈색으로 익어가고 있었다. 또 홍어찜에 들어가는 야채들도 파주에서 할아버지와 사위가 직접 재배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가게에서 할머니의 일손을 도와주는 이는 파주에 살고 있는 딸인데 매일 같이 파주에서 신당동까지 출퇴근을 한다고 했다. 할머니는 가게 근처에 숙소를 마련해 두신 듯 했고...혹시 가게에 있는 조그만 온돌 위가 아닐런지...암튼, 그 부분에서 말끝을 흘리셨다.
헌데 할머니의 말씀중 어딘지 아귀가 안 맞는 말씀이 한 구절 있으셨다. 처음에 홍어찜 먹는 법을 설명해 주셨을 땐 홍어찜의 맛이 막걸리 식초와 고추에서 나온다고 하셨는데 고추는 논산에서 가져다 쓰는 고추로 절반은 파랗고 절반은 빨간 고추를 가져다 쓰신다고 하셨다. 그래야 제맛이라나...헌데 나중에 다른 말씀을 하시다가 파주에서할아버니가 직접 채소농사를 지으신다는 말씀을 하실 땐 고추도 거기서 가져 오는 거라고 말씀을 하셨다. 도통 어느 말씀이 맞는건지? 설마 일부로 속이는 것은 아니리라 믿고싶다.
[할머니의 히든카드]
감동적인 홍어찜을 맛봤으니 이번엔 홍어탕에 도전해 볼 차례이다. 그런데 아뿔싸! 늦은 시간이라 홍어탕에 넣고 끓여줄 푸성귀가 하나도 없단다. 하여 종목을 바꿔 홍어회를 주문해 봤다. 그리고 먹어봤다.
“어때 맛있지? 홍어찜을 아주 맛있게 먹었네. 뭐든 말해 봐. 맛 없으면 맛없다고...어때?” 여수댁 할머니가 여섯 남자의 맛깔스러운 식성에 흥이 겨우셨는지 자꾸 들여다 보며 홍어찜 자랑에 여념이 없으셨다.
“홍어찜은 정말 예술입니다. 정말 감동했습니다. 가격도 착하고...헌데 솔직히 말씀들여 홍어회는 별루네요.”파찌아빠의 한 마디에 여수댁 할머니는 머슥해진 표정으로 화제를 얼른 다른 것으로 돌리신다. 쩝 ...어쩌란 말이냐? 솔직히 말해 보라고 하셔서 솔직히 말씀 들인 것이데...별루인 것을 맛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안다. 파찌아빠 눈치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너희들도 파찌아빠의 이런 솔직, 대담함에 끌려 매일 같이 파찌아빠의 허접한 맛집순례기를 들으러 오는 것이지 않은가?
홍어탕도 못 먹고, 대신으로 주문했던 홍어회에 실망한 맛집순례단의 표정을 읽으신 여수댁 할머니가 꺼내 든 것은 홍어찜집만의 비장의 히든카드. “우와~!!!!” 여섯 남자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진정 세상은 넓고 먹어봐야 할것은 사방에 널려 있었던 것이다. 단지 우리가 모르고 있었을 뿐이지...
할머니의 히든카드는 홍어찜 냄비 속에 숨어 있었다. 할머니가 홍어탕 대신으로 이거라도 먹어 보라며 홍어찜을 들어내자 그 밑에 있던 냄비 속의 내용물이 드러났다. 그것은 바로 홍어를 쪘던 김의 결정체...맹물이었다. 단지 수돗물이었던 것이 홍어를 찌는 과정에서 홍어찜의 향과 맛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우동국물과 같은 검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국물에 할머니가 마늘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셨다.
“할머니, 이거 정말 끝내줍니다. 이야~”
말이 필요없다 이 국물은 직접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논할 수 있다. 홍어회나 홍어찜, 홍어탕을 꽤나 먹어 봤다고 해도 섯불리 예측할 수 있는 맛이 아니다. 여섯 남자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에 기분이 업되신 할머니의 말씀이 이어진다.
“이 국물은 쫄일 수록 맛있어. 팍팍 끓여 가면서 먹어 봐. 나중에 이 국물에다 밥을 볶아 먹어도 맛있어. 아침에 가게 문을 열면 이거 먹을려고 오는 단골들도 꽤 있어. 홍어찜에 해장 술 한 잔씩마시고 이 국물에 밥 볶아 먹으면 아주 땡이래!”
그렇다. 이 국물의 맛은 홍어의 꼬릿한 삭힌 맛이 느껴지기 보단 삭힘의 과정에서 어을 수 있는 통쾌한 청량감과 고추의 알싸한 기운이 한데 어울려 머리가 맑아지고, 피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여섯 명의 남자들은 정신없이 국물을 국자로 퍼 냈다. 유일하게 홍어찜을 못 먹던 남자도 이 국물 맛에는 찬사를 표했다.
만약 홍어탕이 준비 되었다면 결코 맛 보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쳤을 이 국물에 파찌아빠는 감히 경의를 표 한다. 홍어찜 만세! 홍어짐 국물 만세!!
=============================================== ! 잠깐정보 : 신당동 중앙시장 깊숙히 숨어있는 보물섬, 홍어찜 =============================================== 얼마 전에 VJ특공대에 나왔던 집이다. 그전에도 각종 매스컴을 통해 꽤나 소개 되었다던 집이다. ‘매스컴 맛집 찾기 담당’인 수빈아빠의 제의로 이뤄진 방문이었다. 헌데 유명세에 비해 홍어찜집을 찾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우선 상호도 애매모호... 명함을 보니 그냥 ‘홍어찜’이라고만 써 있다. ‘정보의 보고’라는 인터넷을 뒤져봐도 홍어찜집의 전화번호와 중앙시장 가구골목 안에 있다는 정도 이상은 안 나와 있었다.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번개를 주최 했다는 기사도 있었고.. 왜 아무도 이 집 가는길을 올리지 않았을까? 이그 심정은 파찌아빠도가 직접 찾아가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1. 가는길 : 본문에 다 나와있다. 파찌아빠가 그만 천기를 누설해 버리고 만 것이다. 그저 단골들에게 송구스러울 뿐이다.
2. 메뉴 : 사진에 다 나와있다. 홍어찜 강추. 누룩 막걸리는 한 주전자에 5천원. 누룩향이 짙은 막걸리는 처음인 사람에게는 힘들 수도 있다. 파찌아빤 무지 좋아한다.
3. 총평 : 파찌아빠가 감동한 맛! 감동한 집이다. 파찌맛집의 절대기준인 가격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경지에 이른 집이다.(경고 : 깔끔 떠는 척 할 사람은 절대 출입금지. 재래시장 구석진 골목안에 있는 집이다.)
4. 파찌아빠 따라먹기 : 조만간 또 찾아가서 못먹어 본 홍어탕을 마져 먹어 볼 생각이다. 하지만 파찌아빠의 마음은 이미 홍어찜에 팍 꼿혀 버렸다. 홍어찜 만세! 홍어찜 국물 만세!!
<열혈 팬, 파찌아빠>
& 덧 붙이는 말 : 결국 맛집순례단이 홍어찜집을 나선 시각은 밤 10시 39분. 문 닫을 시간을 1이나 넘긴 시간이었다. 맛집순례단의 늦은 방문을 기꺼히 허락해 주신 여수댁 할머니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러 다시 가봐야지...금새.
& 또 덧 붙이는 말 :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홍어찜집은 허접한 칠레산 홍어를 주는 집이다. 그러니 비싼 흑산도 홍어 운운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