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떡 과자의 미래를 위하여
1. 건강은 이 시대 최고의 관심사
인류 복지라는 명분 하에 과학으로 무장된 개발 논리는 이미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환경 파괴로 야기된 대기 오염, 토양 오염, 수질 오염, 생태계 파괴 등은 인류의 미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이에 사람들은 고민하기 시작했고 ‘인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한다’는 명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근래 들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자연친화적인 주거환경, 자연친화적인 의복, 자연친화적인 음식 등은 모두 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들 중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우선 음식으로 집중되었는데 그 이유는 주택이나 의복에 비해 음식은 직접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소위 ‘체질에 맞는 음식, 색깔 음식, 건강한 밥상’ 등은 모두 음식을 통해 건강을 지키려는 현대인들의 관심이 반영된 용어들입니다. 서점에 가면 ’음식 건강법‘에 관한 책들이 널려 있고 의료계 종사자와 요리연구가들 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 지식이 있다는 사람들은 저마다 건강 음식과 관련된 책을 내고 있습니다.
2. 건강을 위한 먹거리가 없는 시대
그런데 우리가 언론이나 서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건강음식정보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천연재료를 단순 조리하여 먹으라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유통되는 식품을 사먹기보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여 직접 조리해서 먹으라는 것입니다.
가공된 식품에 얼마나 많은 인공첨가물이 들어가는지에 대하여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이미 너무 많이 알고 있습니다. 유통되는 식품에는 거의 대부분 방부제, 착색제, 산화방지제 등이 들어 있어서 아이스크림은 유화제 덩어리요 과자는 인공합성물질의 전시장이요 라면은 인공첨가물의 백화점입니다. 조리법에 있어서도 불에 굽거나 기름에 튀긴 음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케이크는 밀가루. 설탕, 버터가 거의 동량으로 들어가는 끔찍한 음식으로써 아무리 생크림이라는 것을 사용한다 해도 보관 유통을 위해서는 식용유나 팜유를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케이크를 비롯한 빵의 주재료가 되는 수입 밀가루에 농약이 듬뿍 뿌려져 있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들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급속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패스트푸드’의 매출감소입니다. 끝이 없을 것처럼 증가하던 유명 햄버거 업체의 매출과 대리점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은 건강에 대한 이 사회의 관심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요즈음 햄버거, 피자, 치킨을 거리낌 없이 즐겁게 먹는 사람들은 철모르는 아이들 말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3. 떡 과자는 최고의 건강 음식
① 재료나 조리법에 있어서
육류를 많이 사용하고 주로 굽거나 튀기는 조리법에 의존하는 서양음식에 비해 우리 음식은 주로 식물성 천연의 재료를 사용하여 한약을 법제하듯이 주로 찌거나 삶거나 말리는 조리법으로 만들어집니다. 더구나 떡이나 과자는 재료나 조리법에 있어서 최고의 건강음식입니다.
우리의 떡이나 과자는 쌀가루를 비롯한 곡물을 주재료로 사용하며, 맛과 향을 내기 위한 부재료는 다양한 식물성 재료를 천연상태로 혹은 단순 건조해서 사용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약간의 당분과 물만 가지면 만들 수 있으니 어느 것이 몸에 좋은 음식인지는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② 보관 유통이 어려운 것이 좋다.
떡은 그 특성상 12 시간이 지나면 노화가 시작되며 24 시간이 지나면 굳어서 그냥 먹기 어렵다는 점이 건강음식으로서의 조건이 됩니다.
떡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이 문제가 떡의 유통을 어렵게 하고 재고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써 해결하기 어려운 골칫거리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업체에서는 3 개월 정도 보관 유통이 가능한 소위 레토르트 떡을 만들어서 시판 중이며 현대적 개념의 찻집을 내고 그 점포 수를 늘여가고 있는 T사에서는 초기에 잠깐 동안 떡을 판매하다가 조기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그 생명을 다하는 순간부터 산화되기 시작하여 맛, 향, 색, 질감의 변화가 생기고 부패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식품을 유통하려면 이 변화를 막아야하고 그러다보니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한 산화방지제 방부재 등 인공첨가물의 사용은 필연적입니다. 여기에 재료가 가진 본래의 맛, 향, 색을 더 감각적으로 만들기 위해 인공첨가물을 사용합니다. 이쯤 되면 이 세상에 사 먹을 만한 음식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특성상 보관 유통이 어려운 떡은 그만큼 순수하다는 의미가 되니 건강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오히려 다행입니다.
일예로 언젠가 일본으로 출장 가는 분에게 급속 냉동한 떡을 판매했는데 다음 날 현지에 도착하여 해동하였더니 일부 떡이 그대로 굳어 있었습니다. 그 분은 일순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는데 모여 있던 일본인들은 오히려 ‘이게 진짜 순수한 떡’이라며 집에 가서 쪄서 먹을 테니 싸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③ 다양한 기능성 떡 과자
또 하나의 가능성은 기능성 떡에 있습니다. 지난 가을에 서울 대학로에서 ‘참살이’(웰빙)를 주제로 열렸던 ‘우리 떡 과자 음청류 전시회’에는 매우 다양한 떡 과자가 선보였습니다. 관람객들은 녹차차륜병, 대나무약식, 뽕잎갠떡, 하엽갠떡, 차조기전병, 백합뿌리떡, 노티떡, 조침떡, 서속떡, 혼돈병, 백복령떡 등을 보면서 그 재료의 다양성에 놀라워했습니다.
계절, 체질, 건강상태 등에 따라 적합한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떡이나 과자는 예로부터 보약 개념으로 먹어왔습니다. ‘천연재료를 이용하여 건강 조리법으로 만든 약선 떡 과자’는 건강에 목숨 거는 현대인들에게 충분한 매력이 있습니다.
4. 우리 음식 문화의 계승 발전
① 잊혀져가는 우리 떡 과자 음청류
현업에 종사하며 우리 먹거리를 제조 판매하다 보면 안타까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석탄병惜呑餠, 잡과병雜果餠, 빙사과氷砂菓, 습조탕濕棗湯 등의 떡 과자 음청류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에 당혹감을 갖게 되고 입이 닳도록 설명을 반복하다보면 잊혀져 가는 우리 먹거리에 대한 아픔이 느껴집니다.
자고 나면 새로운 서양음식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발 빠르게 상품화되는 세상입니다. 어린아이들은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서양음식의 이름을 줄줄 꿰는데 우리 먹거리는 그 이름조차 잊혀져 갑니다. 기록으로 전해지는 우리 먹거리가 얼마나 다양하고 품격 있는지에 대하여 가르치는 이도 관심을 갖는 이도 극히 드믄 이 세대를 생각하면 떡을 빚고 과자를 만드는 손끝에 비장함이 묻어납니다.
② 우리의 맛을 되찾자.
사람들의 미각과 후각이 무디어져 가는 것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는 자극적인 이국異國 음식과 인공첨가물에 의하여 가미加味 가향加香처리된 음식 때문입니다. 특히 인공첨가물에 의해 맛과 향이 더해진 식품은 몸에 해로운 것은 물론이거니와 미각과 후각을 무디게 하여 갈수록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실제로 예전에 먹던 우리 음식의 맛과 향을 기억하고 있는 고령자들은 최근 우리 음식이 자극적이고 강해졌다고 합니다.
우리 음식문화를 보존 발전시키려면 잃어버린 미각과 후각을 되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음식을 아무리 정성껏 만들어 내놓아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가까이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마치 우유에 길들여진 아이가 모유를 기피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자연의 순한 맛을 최고로 삼는 우리 음식문화의 앞날이 걱정됩니다.
③ 자주 만들어 먹으며 우리 음식 문화를 이어 나가자.
깊고 순한 맛, 오래 씹을수록 자연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우리 먹거리는 주로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우리 먹거리는 참살이를 통해 자연 건강을 추구하는 이 시대 최고의 음식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아이들에게 우리 먹거리를 가르치고 자주 해먹여서 우리 음식문화를 후대에 물려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인스턴트식품과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지며 몸을 망쳐가는 이 세대의 건강을 되찾아야 합니다.
우리의 떡이나 과자는 명절이나 잔칫날만 먹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날마다 식사대용으로 혹은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입니다. 이 좋은 우리 음식이 해방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불과 반세기만에 거의 잊혀지다시피 된 것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음식 문화는 주거住居 문화, 복식服飾 문화와 더불어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문화 요소입니다. 한옥이 사라져가고 한복은 명절이나 잔칫날에만 입는 옷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비록 그것들이 편리성과 경제성에 밀려 사라졌다 해도 우리 음식 문화만큼은 삶의 최고 가치를 건강에 두고 살아가는 이 시대에 반드시 복원 계승 발전시켜야하는 당위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우리 음식 문화를 지키는 것은 곧 우리 민족의 뿌리를 지키는 것이요 그것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것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우리 전통 문화의 한 축으로서 차 문화 보급을 위해 헌신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차인이라면 당연히 우리 음식 중에서 최소한 떡 과자에 대한 관심이라도 가져야합니다. 차인이라고 하면서 차와 어울리는 음식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이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예법에 얽매어 음차飮茶라는 차의 본질을 상실한 차인이 죽은 차인이라면 차와 어울리는 우리 떡 과자를 모르는 차인 역시 음차 문화의 절반을 잃어버린 차인입니다. (Tea & People 1006. 1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