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MB 정부의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권력의 사령탑 역할을 맡게 되었던 이경숙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에 큰 문제가 있다면서 ‘오렌지’라는 발음 대신 ‘아린지’를 써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여 논란을 일으켰었습니다. 주지하는 대로 그러한 주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들어서기 전부터 대두되었던 이른바 영어 몰입식 교육의 도입에 따른 영어 발음교육의 획기적 전환의 필요성을 제시하기 위한 것임이 물론이었지요.
그때 우리 국민들의 보편적 정서는 어땠을까요? 세계화 시대라 하니 영어를 제대로 습득하여 어떤 자리에서건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았지만, 솔직히 ‘아린지’는 좀 너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많았었고, 결과적으로 영어 몰입식 교육의 전면 도입 또한 유보되도록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었습니다.
‘외래어’라는 것은 다른 나라의 말, 곧 ‘외국어’에서 빌려온 것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우리말에 들어와 사용되다 보니 우리말처럼 굳어진 것들이 많아서 ‘오렌지'처럼 원어의 발음과는 거리가 멀어지거나, 원어의 일부만을 가져와 사용되는 것이 적지 않은데, 백분율을 나타내는 단위인 ’프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감성마케팅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롯데 칠성 음료의 ‘2 프로 부족할 때’와 같은 광고 문구나 “대학 취업률, 과연 몇 프로나 될까요?“와 같은 문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프로‘는 그 어원이 네덜란드어 ‘procent’입니다. 말하자면, ‘procent’라는 네덜란드어 단어를 차용하는 과정에서 첫 음절 ‘pro'만을 가져와 ’프로‘라고 적게 된 것이 오늘날까지 이 외래어 단어가 계속적으로 쓰이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물론 영어 ’percent‘에서 기원한 ’퍼센트‘도 ’프로‘와 함께 쓰이고 있어, 두 외래어 단어는 현재까지 복수 표준어의 자리를 굳건하게 차지하고 있지요.
원어
외래어
비고
apartment
아파트
permanent
파마
볼륨파마(o)/볼륨펌(x)
auto bicycle
오토바이
corded velveteen
코르덴
코르덴바지(o)/골덴바지(x)
flared skirt
플레어스커트
curried rice
카레라이스
high heeled shoes
하이힐
measuring cylinder
메스실린더
remote control
리모컨
‘원격조정기’로 순화
‘프로’의 경우처럼 우리말 외래어 가운데는 원어의 일부분만을 가져와 쓰고 있는 단어들의 숫자가 적지 않은 편인데, 다음이 그 전형적인 예들입니다.
위의 예들을 통해 알 수 있는 대로, 우리의 외래어 가운데는 원어의 일부만을 가져온 단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러한 외래어 단어들을 아무런 의심 없이, 그리고 매우 자연스럽게 사용해오고 있는바, 외래어라는 것은 원래의 발음 또는 형태와 거리가 먼 것이 관용적으로 굳어져 쓰일 수 있음을 말하여 주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외래어 순화 운동의 결과, ‘리모컨’ 대신 ‘원격조정기’로 쓰자는 안도 제시되고 있는바, 이러한 순화어들이 세력을 얻을 수 있도록 자주 사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