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태백산맥> 외 2편
강희용
희망이 필요한 사람에겐 춘천의 겨울이 제격이다. 차비를 뽑고도 남는다. 오가는 동안 겪게 될 약간의 차 막힘도 그럭저럭 감당할 만하다. 겨울, 춘천은 어느 도시 못지않게 춥고 시리지만, 춘천의 겨울은 몸도 풀기 전에 항상 봄을 배고 있었다. 꽁꽁 언 얼음장 밑 겨우내 꿋꿋이 흐르던 냇물이 그러했고, 손 모아 호호 불던 것이 입김인지 안개인지 헷갈리던 안개 낀 아침이 그러했다. 어린 시절 그곳, 춘천의 겨울은 늘 내게 위안이었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던 어머니였다.
서울로 올라와 봄내가 길러준 어설픈 감성은 퇴행했고, 이제는 고향 가는 길조차 낯설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국회라는 곳은 ‘생각보다’ 바쁜 곳이었다. 개인의 사사로운 일상과 단상을 그대로 집어 삼키고도 더 많은 할당을 요구하는 곳이었다. 그나마 봄날의 윤중로와 가을 은행나무길 같은 ‘초호화’ 주변 환경이 감성의 일방적인 퇴행을 가로막아 줬으며, 무엇보다 정치 그 자체의 드라마틱한 굴곡과 즉석 재즈 같은 변화무쌍함은 빠져들수록 묘하게도 시들었던 ‘시적 열망’을 타오르게 했다. 언젠가 하고 싶었던 일, 이제는 할 수 있을까, 늘 망설이면서 내린 결정이 언제나 늦음보단 나았음을 이번에도 깨닫는다. 등단의 감격을 보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연인께 겨울 춘천의 멋을 보내드리고 싶다. 또한, 이 기쁨도 당분간 맘껏 누려야겠다. 언제 그래 보겠는가. 이 허허로운 시절에.
*강희용 (姜熙龍) 1971년 강원도 춘천 출생으로 한양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고려대정책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음. 17대·18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회의장 표창과 국회 사무총장 표창을 수상했음.
시조……… <단풍 마음 내 마음> 외 2편
신희자
나의 어머님께서도 바느질을 하셨습니다. 당신은 실이 엉켰을 때 절대로 중간에서 자르지 않고 반드시 실오라기를 찾아내서 풀어내셨습니다. 어머니의 바느질 솜씨를 물려받아 오십 년 넘게 전통 한복의 바느질을 해 오고 있습니다.
글쓰기와 바느질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차분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뒤늦게나마 시조 짓기를 해 오면서 옷감이나 바느질처럼 이곳에도 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움으로 가는 길은 한복 짓기와 시조 짓기가 닮은 곳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하나의 낱말은 하나의 헝겊조각이고 그 낱말이 이어져 우리 전통 시조가락을 이루는 것처럼 헝겊도 기존 형태를 버려야 한 벌의 한복 짓기에 연결될 수 있다는 이치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지속성과 창의성과 정직성을 강조하십니다. 그러면 한라산도 서울로 옮길 수 있다고 하십니다. 그것은 비단 글쓰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모르지 않습니다. 이처럼 즐겁고 가치 있는 노후대책이 있을까요. 뒤늦게나마 시조를 알게 됐고, 시조와 몸을 섞는 이 늙은이의 가을밤이 결코 길지 않습니다.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의 동생 수필부문 당선자 신태삼과 함께 나란히 등단의 길을 열어주신 <연인>의 심사위원님께, 그리고 한수풀도서관 조계출 관장님과 ‘별꽃’ 동인 여러분께도 고맙다는 말씀드립니다. 지속적인 지도편달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신희자 1940년 한림읍 대림리 출생 <백록수필>, <별꽃> 동인 전통인 한복점 경영
시부분 심사평
시인이란 이 세상 모든 것에 인격체를 부여하고 그와 언어로 내통하는 자임엔 틀림없다. 그래서 한 사람의 시인에게는 그이만의 시력과 어휘력 그리고 상상력 거기에다 사물에 대한 인식의 깊이를 요구한다.
시의 강희용 씨의 작품 <태백산맥>은 3연 13행의 비교적 짧은 시다. 우리 민족의 정신의 뼈대 즉 태백산맥이라는 백두대간의 뼈대를 ‘징소리’, ‘탯줄’, ‘숙명’ 등의 결코 가볍지 않은 시어들로 꿰맞추면서 거대한 이미지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그만큼 한 대상에게서 수용할 수 있는 정신적 용량이 크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여기, <서른 숲을 지나>에서 “서른 숲 속에선/내가 걷는 걸음이 곧 길이 되었고/내가 걷는 한 세상도 굴러갔다.(중략) 함께 걸어왔던 ‘그’는 바삐 자기 길을 떠났고”라는 등 나이 서른이라는 ‘수치’에 인격체를 부여하면서 자아의 처지를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내면 풍경을 담아낼 수 있는 바깥 풍경의 구체적 묘사에 신경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거기에다 초보자들의 공통적 지적사항인 바로 형용사의 남용을 피할 것도 주문한다. <태백산맥>에서 <서른 숲을 지나>에 펼쳐놓는 강희용 씨의 상상의 폭에 기대하는 바 크다.
여기 또 한 분, 나이 칠십이라는 말년의 풍경을 우리 전통가락인 시조로 수를 놓는 신희자 씨를 만난다. 그의 <단풍 마음 내 마음>은 단아한 본인의 삶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글 한 줄 한숨 한 줌 단풍 마음 내 마음” 작품은 사람을 닮고 사람은 작품을 닮는다는 말이 이분께 해당되는 것 같다. 곱게 늙는 모습, 또는 아름답게 단풍 드는 모습이야말로 자연 속으로 다가가는 어진 이들의 마음 풍경이기도 하다. <참새를 묻으며> 등에서는 주변 사물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더구나 시조의 진수라 일컫는 여러 편의 단수에서도 나이답지 않은 감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두 분께 축하의 박수를 드린다.
―심사위원 : 고정국·박종숙
수필…… <대장장이 친구>
신태삼
한라산 중턱에서 해가 솟아오릅니다. 마당 은행나무 잎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고 있습니다. 비록 늦깎이지만 글쓰기를 통해서 비로소 하늘을 보게 되었고, 길가에 꽃들의 눈짓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이 보이고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연 앞에선 기쁨도 상처도 행복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징검다리로 보입니다.
당선 통보를 받고 문득 텃밭 배추를 갉아먹는 초록 몸통의 애벌레를 생각했습니다. 이 늦은 가을에 과연 저들이 번데기의 과정을 지나 눈부신 날개를 달 수 있을까. 그러기엔 하늘이 너무 추울 것이라는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들에게도 정녕 다가온 겨울을 이겨낼 만한 자기 믿음과 지혜가 있을 것입니다. 가을에 들어서야 꽃피우는 들꽃들의 신념과 의지는 남달리 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바로 그것! 저마다 향유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오롯이 쏟아낼 수 있는 삶의 향기가 글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그것이 글쓰기 길을 열어주신 모든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인>에 시조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으시는 칠순의 누님과 함께 맞는 등단이어서 행복합니다. 먼발치에서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밤을 함께 설쳤던 사랑하는 아내를 비롯해서 타지에 나가 생업에 열심인 자식들과 기쁨을 같이하려 합니다.
졸작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신태상 1946년 제주시 한림읍 대림리 출생 열관리 기능사 (주)태림상사 근무 <별꽃> 동인
수필부분 심사평
한 편의 작품에는 한 인간이 시간과 공간을 채워내는 이력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신태삼 씨가 응모한 세 편의 수필은 그가 살아온 질박한 삶의 이력에 다름 아니다. 제주도라는 공간의 한정성을 극복하려는 필자의 의지는 물론 현실과 자연과의 접점에서 몸부림쳐 온 삶의 흔적들이 정감을 더한다. 그중 <대장장이 친구>는 50년이라는 생의 여정을 살아온 대장장이 친구에게서 지혜를 얻었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 수필에서는 장인으로서의 갖춰야 할 체험에서 한 차원 높은 이야깃거리를 빚어내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나이 열다섯에 아버지 곁에서 시작한 외길 인생 50년의 세월, 금년 나이 예순다섯의 대장장이 친구! 이처럼 타인의 성실된 모습에서 글 쓰는 스스로의 장인정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있다. 그리고 시골 오일장에 밀려오는 노을에 젖으며 인생의 노을과 재래식 전통양식의 노을을 한꺼번에 그려내는 글 솜씨가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한다.
‘맛’과 ‘영양가’와 ‘소화성’이 음식물이 갖춰야 할 조건이라면, ‘흥미’와 ‘가치’와 ‘이해성’이 글이 갖춰야 할 조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머지 두 편의 작품에서도 그 필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을 바꾸면, ‘수필도 육십부터’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자연 읽기, 책 읽기, 세상 읽기, 자아 읽기에 조금 더 깊이를 더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다. “담금질 한 번 할 때마다 성질이 달라지고, 한 번 매질에 모양이 변한다. 정성을 다한 물건은 자기 몫을 다하여 사람을 배반하는 일이 없거든.”이라 했던 대장장이 친구의 그 한마디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 우계숙·김미자
단편소설……… <울음과 노래>
이한울
꿈이 있기에 더 힘들다, 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작가라는 꿈을 꾸면서 기쁠 때보다 힘든 때가 훨씬 많았지만 그것이 감사하게도 제 행복으로 전해졌습니다. 꿈이 있기에 힘든 건 당연하지만, 꿈이 있는 자에겐 그 힘듦조차 행복이 되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내내 많은 고민을 해 왔고, 괴로워하며 습작을 하였지만 그렇게 써 내려간 이 글이 당선되었다니 저는 오늘 아주 기쁘고 행복합니다. 꿈이 있기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인 것 같습니다. 이 행복을 품고, 다시 펜을 잡겠습니다.
특별한 선물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글 쓰는 행복을 전해 주신 박종숙 선생님과 늘 뒤에서 기도하고 응원해 준 우리 가족과 민들레 식구들, 그리고 기쁘거나 슬프거나 늘 함께해 주는 제 친구들과 이 행복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늘 공부하는 자세로 열심히 배우며 글을 쓰겠습니다. 부족한 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한울 용인고등학교 3학년 양성평등 글짓기 최우수상 MBC주최 제29회 육사백일장 차상 경기도 학생백일장 장려 용인시민백일장 장원 성균관대학교 백일장 가작 공주교대 백일장 차하
단편소설부분 심사평
상상력의 끝은 어디일까? 생각해 본다. 소설이 허구라는 것을 바탕에 두고 글을 쓴다지만 대부분 작가들은 자신이 알고 있거나 보았던 것, 또는 누군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기초로 하여 정말 그럴싸하게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읽거나 경험을 동원해서 사건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체험이 짙은 작가들은 자전적 이야기를 쓰기도 한다. 여기 올리는 이한울의 작품 <울음과 노래> 그리고 <절벽> 두 편은 온전치 못한 가족의 이야기를 묶어 쓰고 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현재 대학 입학을 준비 중인 고3 학생이다. 자신의 체험은 물론 아니고 옆에서 쉽게 만나거나 보았던 이야기도 아니다. 온전히 상상에 기대어 쓴 글이라고 볼 수 있다. 점점 각박해지는 현실 속에서 메말라가는 가족애를 다루고 싶었던 같다. 아무리 가까운 살붙이라 해도 병이 들고 짐이 된다면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물론 현상만을 말하려 한 것은 아닐 게다. 독자에게 화두를 던져주고 각자 생각하게 한 글이라고 본다.
아직 완성도는 조금 부족한 글이지만 작가적 상상력과 소설을 향한 열망의 크기나 무게로 보아 앞으로 열심히 정진할 것을 믿기에 심사위원 모두 이 글을 뽑기로 결정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더욱더 좋은 소설을 쓰길 바란다.
―심사위원 : 정건섭·유한근
동화…… <할머니와 틀니>
유수지
꿈만 같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저의 글이 불특정 다수에게 읽혀질 것을 생각하니 새삼 두렵기도 하고 가슴이 떨리기도 합니다.
동화를 쓸 때면 저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곤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유년 시절에 읽었던 동화들을 생각합니다.
유년엔 그걸 통해 꿈을 꿀 수 있었고, 성년이 되어서는 쉽게 잊히지 않는 그런 동화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앞으로 더 나은 동화를 쓸 수 있도록 더 노력하려 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머리 숙여 고마움의 절 올리오며 마지막으로 저를 이끌어 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유수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3학년
동화부분 심사평
경쾌한 속도와 어린이에게 맞춘 눈높이
‘연인’이 처음으로 아동문학 동화부문 신인상 당선자를 내게 되었다. ‘신인문학상’은 이름대로 신인 등용문의 성격을 지닌다. 그래서 이번 심사도 응모작품에서 보이는 신인다운 참신성에 점수를 주고, 앞으로 좋은 동화를 쓸 수 있는 가능성에 초점을 두기로 하였다.
유수지의 응모작 세 작품을 꼼꼼히 읽었다. 모두 동화 쓰기의 기본 골격을 갖추었지만 시의성이 높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애환과, 생활 주변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신인으로서 겪게 되는 새로운 ‘소재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당선작으로 뽑은 <할머니와 틀니>는 주인공 형우가 잔소리 심한 할머니의 틀니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으면서 벌어지는 몇 가지의 사건으로 인해 할머니 잔소리는 ‘모두 다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평이한 내용의 생활동화이다. 그러나 흔한 소재를 경쾌하고 빠른 속도로 끌어 나간 점, 할머니와의 가족 관계를 잘 표현하여 재미를 주었다는 점이 신인으로서 가능성을 인정하게 되어 당선작으로 밀게 되었다.
동화의 주 독자인 어린이들을 인식하고 앞으로 유수지의 글에서 아동문학의 본질과 목표인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이 우선되어지기를 기대하며 분발하기를 소망한다.
―심사위원 : 정두리·신현운
|
첫댓글 등단한 모든 분들!
축하합니다.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