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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편
호호호 ! 때늦은 <舊婚여행기>
잠실 베레모가 결혼 후
처음으로
휴가여행다운
2박3일 동안의 여행을 하고
느낀 소감을 쓴 글입니다.
중년부부의 다정다감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십시오.
*************************** 舊婚여행기 ******************************
<들어가는 글>
이 글은 잠실 베레모가 결혼 후 처음으로 휴가여행다운 2박3일 동안의 여행을 하고 느낀 소감을 쓴 글입니다. 비록 서툰 글이오나 정성에 후하게 점수를 주시고 재미있게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잠실 베레모에게 구혼여행기를 써 달라고 부탁하신 <양치기의 달님>께 드립니다.
(1) 휴가 한 번 가봅시다 !
신랑은 출근 후부터 몸이 달아 안절부절 이었다.
어제 부회장님이 출타중이어서 받지 못한 결재를 오늘 오전에 일찌감치 받아치우고는 곧바로 휴가를 떠나려고 속으로 마음을 먹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 따라 부회장실에 결재를 받기 위해 두 명이나 대기 중이었다.
혹시나 하고 한 시간여를 기다렸으나 벌써 오전 시간이 다 지나고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쩝, 쩝, 쩝... 별 수 없지. 오후에 다시 와야지.
신랑은 까만 결재 판을 오른손에 들고는 협회 건물을 총총 걸음으로 빠져나와 50 미터쯤 떨어진 자기부서의 사무실로 들어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쏘이면서 더위를 식혔다.
지금 부회장 결재를 받으려는 서류는 지난주에 대한전기협회로서는 처음으로 멀리 떨어진 장소인 서귀포 리조트호텔에서 개최한 <KEPIC 주간 행사> 결과 보고서였다.
그 보고서에는 최종 행사프로그램 진행결과와, 참석자 약 200 명에 대한 간단한 분석, 후원금/참가비와 지출경비의 총금액과 잔액, 후원금을 대준 29개 회사 명단, 총평과 내년도 행사의 개략적인 구상 등이 포함되어 이었다.
대규모의 행사비용을 후원금과 참가비 합계 5,700만원의 자체수입으로 충당하고 약 700만원을 남기었고 참석자들로부터도 대단한 호평을 받았으니 협회 입장에서는 큰 수확일터이고 결과보고 중에 상당한 칭찬을 들을 것을 예상했는데...
그러나 세상만사가 그것이 아닌 거라...
점심시간이 끝나고 부회장실에 들어갔는데 엉뚱한 곳에서 책망을 드어야 했다.
지난번 서귀포 행사에 관하여 모 신문에서 4 개면이나 할애하여 대대적으로 특집기사를 실었는데...
- 아니, 박 실장 ! XX신문을 자세하게 보았소 ?
- 네 ? 한번 훑어보았습니다만... ?
- 그렇게 커다랗게 특집을 실면서 행사의 주최기관인 협회를 타이틀로 뽑아 주지 않는 법이 어디 있소??
- ...?? ...??
기사 내용에 협회 이름이 여러 번 들어갔고 XX신문 유 기자는 당연히 협회가 행사주관인 것을 가지고 괜한 트집이라고 시큰둥하며 되레 서운해 하였는데 또 그 이야기이시구나 !
아무튼 우리 신랑께서는 큰 행사를 빈틈없이 기획하여 정말 훌륭하게 마치고는 상관인 부회장님으로부터 칭찬보다는 한참동안 책망을 들어야 했다.
그래도 신랑이 마음이 가벼웠던 것은 그 수고를 직속 처장님이 충분히 이해를 하고는 많은 칭찬을 하였고 위로휴가를 강권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기는, 이것은 위로휴가가 아니라 지난 여름에 남들은 다들 다녀오는 하계 체력단련 휴가 즉 다시 말을 해서 바캉스휴가를 우리 신랑은 못 갔으니 이거야말로 정확하게 표현하면 <지각휴가>였다.
매년 그의 여름휴가는 이런 식으로 흐지부지하고 지나가곤 했었는데 이번만은 경우가 달랐으니 처장님은 여러 번,
- 아니 ! 박 실장이 휴가를 다녀와야지 내 마음이 좀 편하겠소 ! 큰 행사를 하느라고 수고가 많았으니 제발 휴가 좀 가시요 !
나야 직장인으로서 맡겨진 일을 한 것뿐인데,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래, 이 참에 박 실장도 버젓한 휴가 한 번 가보자 !
- 어! 박 부장, 이 부장 ! 나 지금부터 2박3일 더하기 휴무 토요일과 일요일 합하여 5 일간 휴가를 간다 !
신랑은 자기 부서의 부장들 한터 선언을 한 후 다른 직원들과 동료들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는 곧 이어 처장님한테도 보고를 하고 재빨리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이럴 때는 경험상 후다닥 내빼는 것이 상책이요 우물쭈물하다가 한건 붙잡히면 오늘도 휴가 출발은 날라 가기 십중팔구이다.
신랑은 지하철역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얼른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 여보, 나요 ! 지금 사무실을 출발했으니 여행준비를 하시요 !
우리 신랑은 무척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하철에 올라섰다. 그래 ! 어차피 가는 휴가, 멋진 휴가를 한 번 다녀오자구 !!
잠실 베레모
(2) 여보 ! 지금 우리가 어디를 가는 거죠 ?
지금 우리 신랑은 2박3일을 여행을 하고 돌아와도 토요일, 일요일까지 연타로 5일을 쉴 생각을 하니 그저 어디엔 가로 훨훨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내 오늘 신부를 깜짝 놀라게 해야지 라고 생각을 하면서 아파트에 들어서자마자,
- 여행갈 준비됐어요 ?
하고는 다그쳐 물었다. 하긴 신부의 작은 청색 등산배낭이 임신한 것처럼 배가 불룩한 모습을 보아 이미 짐을 챙겨 놓은 것 같았다.
- 네. 옷만 갈아입으면 돼요.
야, 신부님이 오늘 따라 동작 한 번 빠르구나. 다른 때 같으면 어디 가려면 신부님 꾸물거리는 동작에 출발 전부터 신랑이 열을 받곤 했는데...
- 어디, 먼 곳으로 기차여행을 갑시다 ?
호 ! 우리 신부가 더 적극적이다. 하기는 그들 부부의 자동차는 낡을 대로 낡아 도저히 장거리 운행을 믿고 떠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신랑이 오랫동안 다니던 한전을 갑자기 사표내고 사업이라 한답시고 잠실에 사무실 하나를 얻어 여기저기를 쏘다니고 다니던 1994년 추석 며칠 전이었다.
그의 발과 같은 프레스토의 밋션이 갑자기 고장 나는 바람에 돈도 없겠다 벼룩시장 매물 란을 뒤져 인근의 카 센타에 나온 구형 프린스 로얄살롱을 단돈 250 만원에 인수하여 지금껏 10 년차 끌고 있으니 이만한 구두쇠가 대한민국에 또 있겠는가 ?
그의 두 아들들은,
- 아빠 ! 차 시트카바에서 시커멓게 때가 옷에 묻어 나와요 ! 에어컨도 고장 나고 이제는 프린스 타기가 겁이 나요 !
하였고, 또 직장의 선배 우 실장에게 우리 신랑의 프린스를 타고 동해화력발전소에 가자고 했을 때,
- 아니 내가 왜 그 차를 타요? 언제 주저앉을 지도 모르는데...
에구 ! 주저앉다니 ??
우리 신랑이 보기에는 멀쩡한 차를 폐차시키면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국가적인 손실인데...
아무튼 우리 신랑의 승용차가 그 정도이니 신부도 아예 자동차 여행은 생각지도 않고 기차여행을 제안한 것이다.
... 세상 형편을 모르는 소리... 차표 예매도 아니했는데 어떻게 기차여행을 한담...라고 생각하며 신랑도 급하게 옷가지와 세면도구 등을 챙겨 그의 샘손나이트 손가방에 집어넣었다.
(잠시, 이 때 큰 실수를...? 나중에 말하겠음)
- 어머니 ! 우리 한 이틀 여행 좀 다녀올 게요 !
귀가 어두운 96 세 어머님은 톤이 굵은 아들 신랑의 목소리는 아예 못 알아듣고 며느리 신부의 목소리도 아주 크게 소리를 질려야지 알아들으신다.
더구나 외식이나 외출 자체를 못 마땅하게 여기시는 어머님은 오늘도 벌써 속이 언짢아하시는 눈치가 역력하다.
- 뭐라고 ?
- 놀러 갔다가 온다구요 !
신부는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 성국아, 엄마 아빠 여행 좀 하고 올께 !
우리 신랑신부는 이미 두 아들을 두었는데 둘째 성국이는 입영 영장을 받아 놓고는 휴학을 하고 있었다.
- 언제 돌아 오셔요 ?
- 내일 모레!
이렇게 서둘러서 아파트를 출발한 그들 부부는 지하철을 탔다. 신랑이야 목적지가 있었지만 신부는 무조건 집을 나선 셈이다.
까다로우신 시어머님 밑에서 결혼 후부터 오늘까지 무려 24 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한 2박3일의 황금같은 휴가는 이렇게 출발을 한 것이다.
- 여보 ! 지금 우리가 어디를 가는 거죠 ?
최근에 허리 디스크까지 얻어 심한 고생을 하고 있던 신부는 며칠 전 신랑에게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흐느껴 울면서,
- 당신 어머님 좀 며칠 시골 형님 댁에 가 계시라고 하면 안돼요?
라고 말했을 정도로 신부의 마음고생은 심했었다. 그런 신부가 집을 탈출했는데 그 목적지가 정해진 것이 아니니 궁금할 수밖에...
- 그냥... 아무데나 가자구.
신랑은 태연하게 가까운 곳에 그가 즐겨하는 등산이라도 가는 기분으로 말하고는 지하철을 5 호선으로 바꿔 탔다. 안내판에 김포공항이라고 쓴 글씨가 신랑의 마음에 걸렸지만 우리 신부는 설마 자기들이 비행기를 타러 간다는 것을 가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다.
신부는 성격이 유별나게 소심하여 430 리터짜리 대형 냉장고를 들여 올 때도 너무 크다고 깜짝 놀라서는 얼굴이 상기된 채 냉장고를 반환하라고 하루종일 신랑을 조른 적이 있고, 3 년 전쯤에는 신랑의 직장에서 기획한 제주도 부부동반 여행을 신청해 놓은 후 비행기 타는 것이 무섭다고 여행을 취소하자며 무려 3 일 동안이나 안달을 한 전과(?)가 있었다.
그러니 우리 신랑이 목적지를 숨기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아니, 지금 어디 가는 거에요?
- 가보면 알아요.
잠실 베레모
(3) 신부는 비행기가 무서워라 !
지하철 5 호선 전동차는 벌써 영등포구청역과 오목교를 지나 화곡동에 접어들었다.
- 진짜 우리 어디를 가는 거에요?
신랑은 이제 더 이상 숨길 수도, 숨길 필요도 없었다.
- 김포공항 !
- 내 그런 것 같더라...
신부도 놀라지도 아니하였다.
- 이번에 제주도 한번 여행합시다 !
- 당신은 지난번에 다녀왔잖아요?
- 당신은 안 가봤잖아? 비행기도 안 타보고... 누가 알면 나이 오십이 넘도록 이제까지 뭣하면서 살았느냐고 말할라.
하기는 신부가 오늘까지 우물안 개구리가 된 것은 신랑의 탓만은 아니다.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우리 신랑은 신부에게 늘 불만인 것이 같이 등산이나 여행을 못 다니는 점이었다.
신부는 그냥 집과 시장과 교회 사이를 오가는 것에 만족이었고 특별히 바깥 세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 김포공항에 간다는 신랑의 말에 놀라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티켓팅을 한 후 신랑은 신부에게 설명을 하였다.
- 항공권은 예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공항에서 출발 전에 반드시 티켓팅을 해야 좌석이 배정되지. 이것 KE 1245가 편명이고 탑승구 번호와 보딩타임 그리고 좌석번호도 중요하고. 국내선의 경우 보통 보딩타임 20,30분전에는 공항까지 나와야 해. 좌석번호는 오른쪽부터 A열, B열, C열 ... 로 되어 있고.
그런데, 앗차 !? !? 이를 어쩌지 !?
갑자기 신랑은 생각이 났다. 약봉지를 챙기지 못한 것이다.
어휴... 이를 어쩐담...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에 파킨슨병 약을 복용해야 하는 그로서는 여행가방을 챙길 때 약봉지를 빠트린 것은 큰 실수가 아닐 수 없었다.
- 어떻게 하지요 ?
신부도 걱정을 아니 할 수가 없었다.
- 뭐, 죽기야 하겠어. 한 이틀 약을 안 먹으면 어떤지 한 번 두고 보자구 !
용감한 사람들 !! 그들은 그렇게 마음 편하게 결론을 내리고는 용감하게도 파킨슨병에 도전장을 냈다. 아니 렌트카 운전도 해야 하는데... 어쩔려고...
신부는 공항 내 출발수속을 받으면서도 마음의 동요가 안 보였다.
- 비행기는 죽으면 죽으리라 하는 마음가짐으로 타는 거야.
신랑은 공수훈련을 받을 때 교관의 말이 생각났다.
- 훈련생 여러분 ! 낙하산이 안 펴져서 죽으면 죽는 것입니다 ! 어차피 한 번은 죽어야하는 목숨, 조국을 위해 산화하면 그 얼마나 명예로운 일입니까 !
- 죽으면 살리라 이지요 !
신부는 구약성경의 에스더 이야기를 상기하면서 죽으면 산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민족이 바벨론 포로 생활시절에 궁녀에 불과한 에스더가 아핫수에로 왕에게 홀을 내밀면서 한말이다.
이때 왕이 홀을 잡아주면 궁녀를 사랑한다는 표시이고 왕이 궁녀가 내민 홀을 외면하면 그 궁녀는 왕을 미혹한 죄로 사형에 처해진다는 것인데
노예의 신분에 불과했던 에스더는 죽을 각오로 왕에게 홀을 내밀어 왕의 총애를 받았고 이스라엘 민족의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여 해결한 이야기다.
- 비행기 내에서는 핸드폰을 꺼야 하고 저쪽이 화장실이고 비행시간이 길면 기내식이 나오는데 이렇게 앞 등받이 탁자를 펴고 식기를 놓으면 되고...
신랑의 설명이 계속되는 사이에 벌써 비행기는 이륙을 위하여 엔진을 가속하고 있었다.
아무리 신랑이 노력을 해도 신부는 다소 겁이 나는지 신랑의 손을 꼭 붙잡았다. 신랑은 그녀의 체온과 맥박과 또 부드러운 손길의 촉감을 느꼈다.
부르릉 !!! 덜컹 ! 스르르 ! 기우뚱 !
드디어 이륙을 했다. 신랑이야 수없이 많이 비행기를 탔지만 신부가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은 이 번이 처음이었다.
- 저기가 행주대교, 저기가 일산 아파트 !
신랑이 설명을 하는 사이에 비행기는 남쪽으로 기수를 돌렸고 강화도 마니산과 인천공항이 눈 아래 들어왔다.
신부는 신기한 듯 육지와 흰 구름과 기내를 번갈아 바라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휴... 안심이다 하면서 신랑은 일단 이 번 여행을 잘 떠나 왔다고 생각했다.
- 음료수 무엇으로 드실래요 ?
스튜어디스가 방긋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잠실 베레모
(4) 제주도에서 첫 번째 신방을 차리다.
비행기가 완전하게 고도를 잡으면 아래에는 흔히 하얀 목화구름밖에는 안 보이는 데 그 모습이 너무 환상적이다.
내가 1987년도에 처음 미국행 비행기를 타면서 태평양의 넓은 바다를 볼 거라고 예상을 했다가는 오직 눈부신 목화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 밖에는 보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국내선의 경우는 비행고도가 낮아 눈 아래에 서해안 섬들과 육지와 남해바다를 구름사이로 구경할 수가 있었다. 지도와 지형에 익숙한 우리 신랑은 연신해서 설명을 한다.
- 저기 보이는 곳이 우리가 가본 적이 있는 이름이 예쁜 만리포 해수욕장 !
똑딱선 기적소리 젊은 꿈을 안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사랑
그립고 안타까운 정든 님아 안녕히
희망의 꽃구름도 둥실둥실 떠온다.
에서 노래하듯이 신랑은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 이렇듯 해안 이름을 지어 놓은데 반해서 가족들을 데리고 찾아가서는 서해안에도 이런 해수욕장이 있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 저기가 천수만 간척지...
- 이제는 군상 상공을 나르고 있고...
- 저기가 목포, 그 다음이 진도...
드디어 남해의 넓은 바다와 여기저기 고깃배들이 보인다.
제주 공항 상공을 선회하면서 부근의 제주도 낮선 풍경을 만끽한다.
- 제주도는 말이야. 육지와는 다르게 밭가에 나무 울타리가 조성되어 있거나 돌담을 쌓아 바람막이로 이용하거든.
- 그래요. 마치 다른 나라 풍경같아요.
제주공항은 바로 해변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마치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이라도 하는 듯이 내려가다가 착륙을 한다.
쿵 ! 쑤루루 바람소리... 착륙 완료 !
- 착륙할 때도 별거 아니네요. 흔들리는 것도 없구요.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을 하고나서야 신부는 비행기 공포증에서 벗어난 듯이 얼굴에 안도의 웃음을 띄었다.
- 에구... 귀여운 신부... 비행기가 무엇이 무섭다고 이제껏 피해왔누...
뭐야 ? 지금 신부가 귀엽다고야 ! 아니 글쎄 아들 장가 일찍 들였으면 할마씨가 됐을 52 세 신부를 신랑이 귀엽다고야 ??
에게게... 시방 신랑이 주책을 부려도 유분수지 !?
신부는 공항 출구에 나가면서 집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 엄마인데,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을 했다 !
부부는 공항 출입문 쪽에 죽 벌려놓은 렌트카 회사 중 하나를 찾아가 흰색 뉴 EF 소나타 한 대를 빌렸다.
- 제주도 지도 하나 주세요.
지도 한 장이면 안내는 별도로 필요가 없으렷다. 2박3일에 14 만원, 자차보험 3 만원, 합하여 17 만원을 지불하고는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인수했다.
- 이제 12번 제주도 순환도로를 타고 성산까지 가서 신방을 차리고 내일 아침에 일출을 보자구.
호호호 ! 으하하하 !
아니 지금 나이가 몇인데 우리 신랑님이 신방이라고야.
하기는 신랑은 나이가 들어도 자꾸 왕성해지는 정력을 주체하지 못하여 야단이니 신방이라 함도 과장은 아니지 !
그들은 12번 도로를 동쪽으로 조금 달려 제주시가를 빠져 나간 다음에,
- 여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잘 먹어야 신방도 차리지 ?
그래서 찾아낸 것이 겨우 감자탕 집이라.
에게게 ! 우리 신랑 감자탕 효력으로 오늘 저녁 힘이나 쓸 것 같은 가잉 ?
신랑에게는 제주도가 지난 5 월과 8 월 말과 이번 합하여 벌써 세 번째이니 낮설지 아니한 도로이지만 속도를 낮추고 조심조심 밤길을 한 시간 동안 달려 성산 일출봉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놓고는 인근의 조그만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자 ! 이제 우리 신랑 신부 샤워를 하고.. ??
암튼지 급하다, 급해... 오늘은 69, 99 어느 자세가 좋을꼬...?
에구 부끄러버라... 애들은 이런 글 읽으면 안돼 ! 저리들 가요 !
잠실 베레모
(5) 성산 일출봉에서 해오름을 보다.
지난밤에 신방을 아주 근사하게 차린 우리 신랑과 신부는 서로 모습이 더욱 다정스럽고 맞닿은 피부의 감촉마져도 확연하게 부드러워짐을 절로 느꼈다.
그들은 얼마 전부터 舊婚의 묘미를 깨달은 듯 잠자리에 누우면 키스를 부드럽게 교환한 다음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 당신, 잘 자요 !
- 응, 당신도 잘 자 ! 좋은 꿈꾸고... !
하는 식으로 인사를 주고받은 후 옆에 있는 손을 서로 꼭 잡고 잠이 들곤 하는 것을 습관화하고 있었다.
에게게... 무슨 舊婚부부가 그렇게 야단스러워라... 질투의 여신이 화를 벌컥 내실 일이로고 !
아무려나 오늘도 땀으로 범벅이가 된 채로 신방을 차리고 난 우리 신랑신부는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나서는,
- 당신, 오늘 운동은 충분하게 했네요. ㅎㅎㅎ
- 당신도 땀을 많이 흘렸지 ?
- 응 !
- 자기 잘 자요 !
- 네 ! 자기도 잘 자 ! 오늘 운전하느라고 피곤했을 텐데 좋은 꿈꾸고
편하게 자요 !
- 응 !
하면서 신랑의 한쪽 손으로 신부의 손을 더듬어 찾아 손가락을 사이사이로 하여 꼭 잡았다.
쿨... 쿨... 음야... 음야...
(좋은 꿈을 꾸는 소리) 음야... 쿨... 쿨... 음야... 음..
이 때였다.
-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서로 다리를 우물 井자 모습으로 비스듬하게 포개놓은 채 곤한 잠에 떨어졌던 舊婚부부는 이른 새벽 요란한 전화소리에 깜짝 놀랐다.
- 아니 ? 이 시간에 누가 전화를 걸어 ?
신랑이 투덜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누구십니까?
- 네. 프론트인데요. 일출을 보려면 지금 일어나셔야 합니다.
아니 그래, 이 호텔 아저씨야 ! 누가 새벽에 단잠을 깨워 달라고 부탁을 했어 ? 왜 신방에 든 우리 신랑, 신부를 깨우냐고 !
자기 딴에는 일출봉을 보러 왔다니까 당연하게 새벽 해오름을 볼 것으로 생각을 해서 5시 정각에 전화벨을 울렸으니 아저씨 성의를 나쁘다고 탓할 것만도 아니었다.
단잠을 깬 신랑과 신부는,
- 어차피 잠을 깨었으니 일출봉에 올라갑시다 !
그래서 舊婚부부는 대충 세수를 하고는 호텔 밖으로 나섰다.
- 야 ! 공기가 무척 신선해요. 비록 바닷바람이라서 소금기는 있지만...
- 저기 보이는 곳이 일출봉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의 불빛이요.
일출봉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에는 아직 이른 새벽인지라 촘촘하게 켜놓은 가로등불이 아주 선명하게 계단의 아름다운 자태로 부부를 미혹하면서 어서 오라고 기다리는 것 같았다.
- 이른 아침이니까 입장요금은 받지 않을 거라...
신랑이 말을 마치자마자 눈앞에 나타난 매표소에서는 불을 훤하게 밝히고 입장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 하하하 ! 안 받기는 왜 안 받아요 ! 저기 매표원이 두 눈 부릅뜨고 처다 보고 있는데...
ㅎㅎㅎ ㅋㅋㅋ 우리 신랑과 신부는 한바탕 웃음을 참지 못하며 입장권을 사들고는 돌계단을 올라갔다.
보기와는 다르게 돌계단은 매우 경사가 가파른 탓에 대번에 등줄기에서 땀이 흐르고 숨이 차기 시작했다.
더구나 멋모르고 눈앞에 어른거리는 날타리 같은 벌레들에게 방심을 하였다가... 아 그거이 날타리가 아니라 모두 모기님들 인거라... !!
아차 하는 동안에 우리 신랑은 모기한테 대여섯 방을 물리고는 손과 팔이 간지러워 야단이었다.
일출봉 중턱에 잠시 구름이 걸려있기에 혹시 비를 만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비구름은 바람에 밀려갔으나 일출봉 정상에도 모기사단은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이른 새벽인데도 일출봉에는 약 70 명의 관광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동해의 해오름을 설레는 가슴으로 기다리고 있었고 그중에는 외국인들도 대여섯 명이 눈이 띄었다.
- 이것이 모기요 ! 모기 !
어 ? 우리 신부가 옆에 있는 파키스탄 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에게 덤벼드는 모기들을 손으로 쫓아 주면서 말을 걸었다.
... 히야 ! 우리 신부가 용감한 것을 보니 기분이 무척 좋으신 가보다.
하기 지난밤에 신랑과 함께 진한 신방풀이를 했으니 마음도 확 풀렸을 수밖에... ㅎㅎㅎ
- 해뜨는 시각이 6시 8분인데...
옆 사람들 들으라고 어느 젊은 친구가 정확한 설명을 한다.
- 오늘은 수평선에서 해가 올라오는 것은 보기가 어렵겠수다.
일출봉 정상에서 음료수와 커피와 비스켓 봉지 몇 개를 벌려 놓고 판매하는 늙수구레한 아주머니가 판단을 했다.
- 야, 그래도 아침노을이 밝아 오기 시작한다 !
우리 신랑이 한 소리를 했다.
- 구름 뒤편의 햇살도 멋 있구요.
신부도 또 한마디를 거든다.
6시 30분 쯤 되었는데도 수평선의 짙은 뭉게구름 탓에 해님의 얼굴은 정녕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오직 Silver Line 만이 휘황한 자태를 뽐내고 이었다.
- 여기 일출봉에는 꿩이 무척 많아요.
멀리서 꿩 꿩 소리가 들리자 신랑이 부연 설명을 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카메라를 내밀고 사진을 찍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 이제 그만 내려갑시다.
- 그래요. 내려가면서 경치나 구경합시다 !
그랬다. 오늘 신랑이 지난 5 월부터 벌써 세 번째 일출봉을 찾아옴은 일출봉 정상에서 해오름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요 일출봉 주변의 빼어난 경관에 탄복을 하고는 홀딱 반했기 때문이다.
지난 5 월에 처음으로 이곳을 찾았을 때 그는 깜짝 놀랐다.
아니... 대한민국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절경이 있다는 말인가 !!!
그는 일출봉 왼쪽의 높은 절벽과 푸른 바다 멀리 보이는 牛島, 그리고 일출봉 중턱의 바위들과 넓은 목초지 등 ... 아무리 바라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을 정도였고 그는 생각하기를,
- 내가 다음에는 누구든지 붙잡고 이 곳을 다시 찾으리라...
결심을 했었고 8월말 서귀포 행사를 마치고 찾아 왔었고 또다시 신부와 동행으로 일출봉을 관람하러 온 것이었다.
- 이제, 식사를 하고는 잠수함을 타고 해저 유람을 하자구 !
- 좋지요 !!!
그들 부부는 일출봉 아래 성산읍에서 한 그릇 만원하는 고소한 전복죽으로 아침 배를 불리우고는 렌트카를 몰고 성산항구로...
잠수함을 타러갔다.
잠실 베레모
(6) 표선 제주민속촌에서 舊婚사진을 남기다 !
우리 신랑과 신부는 천천히 차를 몰고는 바로 옆의 성산항을 찾아갔다.
잠수함 해저관광을 하기 위해서이다. 바다 속 구경을 해본 적이 없는 신랑과 신부는 잔뜩 기대를 하고는 조그마한 성산항에 도착했는데 넓은 주차장이 텅 비어 있었다.
??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승객 대기실로 들어서니 손님은 젊은 부부내외와 그들의 자녀 어린이 모두 네 명뿐이었다.
??
무엇인가 착오가 있었음을 즉각 알 수가 있었다. 신랑은 바로 관광안내서에 있는 씨월드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씨월드지요?
- 네. 씨월드입니다.
- 잠수함관광이 9 시에 출발한다고 해서 와 기다리고 있는데요?
- 아 ! 그러세요? 그거는 성수기때만 그렇고 비수기에는 11 시부터 출발을 합니다.
성격이 급한 우리 신랑은 순간 혈압이 올라갔다.
- 그러면, 안내서에도 언제부터 언제까지 성수기에는 9 시부터 출발하고 언제부터 언제까지 비수기에는 11 시부터 출발을 한다고 안내서를 만들었어야지요 !!
하기는 뭐,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 전화를 받고 있는 여직원 아가씨가 무슨 죄가 있으랴...
하는 수 없다, 갈 길은 바쁜 데 황금같은 2 시간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고 서운하지만 잠수함 관광은 다음 기회로 미루자구...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舊婚부부는 그들의 하얀색 렌트카 뉴 EF 소나타를 서서히 몰고는 다시 12번 제주도 일주도로를 달려 표선을 향했다.
표선에는 제주민속촌이 있으렷다.
신랑과 신부는 이국풍의 도로변 풍광을 마음껏 감상하면서 신랑은 흥이 났는지 그의 18 번지를 흥얼거렸다.
반짝이는 별빛아래 소근소근 소근대던 그 날 밤
천년을 두고 변치말자고 댕기 풀어 맹세한 님아
사나이 목숨 걸고 바친 순정 모질게도 밟아놓고
그대는 지금어디 단꿈을 꾸고 있나
야속한 님아 무너진 사랑탑아
달이 잠긴 은물결이 살랑살랑 살랑대던 그 날 밤
.... ....
못잊을 님아 꺽어진 장미화야
봄바람에 실버들이 하늘하늘 하늘대던 그 날 밤
.... ....
야멸찬 님아 깨어진 거문고야
이윽고 표선에 있는 민속촌에 들어가 우리 신랑과 신부는 우선 1 회용 카메라 한 개를 사가지고 민속촌의 풍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신랑이 느낀 특이한 점은 제주도 민가의 방들이 유난히 조그마한 것이었다. 크기가 여섯 자도 안 되어 보였는데 과연 저렇게 좁은 방에서 잠잘 때 다리도 제대로 못 펴고 어찌 살았으며 또 부부간에 밤일은 어떻게 했을 런지... 궁금할 정도였다.
민속촌에는 여러가지 즉석 상품, 놋쇠로 만든 장식품과 서예를 액자로 만든 표구제품과 즉석 사진, 말 타기 등도 있는데 우리 신랑과 신부는 유감스럽게도 신혼사진이 시원치 않은 터에 에라 舊婚사진이라고 남기기로 했다.
- 전통 혼례복장과 임금님 복장이 있는데 어느 것으로 ?
자그만한 사진사가 그들의 의사를 물었다.
- 글쎄요. 어느 것이 좋을 런지...
- 전통 혼례복으로 합시다 !
그렇게 해서 신랑과 신부는 혼례복을 겉에 입고 찰칵 ! 찰칵 ! 사진을 찍고는 그들의 1 회용 카메라를 빼앗아든 사진사 아줌씨,
- 신랑이 신부에게 키스 !
찰칵 !
- 이번에는 신부가 신랑에게 키스 !
찰칵 !
에구 !! 남사스러워라... ! 이 나이에 키스는 무슨 키스야 !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남은 것은 커다란 舊婚사진 액자뿐있다 !
잠실 베레모
(7) 서귀포 천지연 폭포
그 날 따라 날씨가 무척 더웠다. 기온이 31도라던가 !
그래서 우리 신랑과 신부는 밖에 있는 것보다 시원한 렌트카 안에 있는 것이 더 좋았다.
그러나 관광을 하려면 폭염 아래로 나올 수밖에 더 있는가 ?
그들은 민속촌 관광을 대충 끝내고는 서귀포를 향하여 차를 몰았다.
- 당신은 지도만 보고도 길을 잘 찾아가요 !
신랑의 길눈 밝음을 신부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신부는 신랑이 길을 잃고 서귀포 골목을 한 바퀴 헛돌았다는 사실을 모른다.
신랑은 그저 피식 웃었다.
하긴 신랑은 길눈이 밝아서 지도 한 장만 있으면 길 찾는 데는 도사다.
그들은 천지연 폭포입구의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는 옆의 에어컨이 잘되는 식당을 찾아 들어가 갈치조림을 즐겼다.
- 음... 음... 갈치조림에 사용한 왜간장 맛이 그만인데...
신랑이 갈치조림의 맛이 간장맛임을 갈파하였다.
정착 갈치는 실갈치에 불과했으나 그 맛이 독특함은 다름 아닌 발효간장에서 나오고 있었다.
- 자 ! 이제 제주도 갈치조림 맛을 보았으니 천지연 폭포 구경을 갑시다 !
그들 부부는 정답게 양산 아니 우산을 받쳐 들고 폭염을 피해가면서 계곡을 걸어들어 갔다.
신부는 햇빛 알러지가 있어 조금이라도 햇빛을 살갗에 직접 쏘이면 영락없이 피부에 열꽃이 핀다.
유별난 신부의 햇빛 알러지 증세를 볼 때마다 신랑이 놀려댔다.
- 아무래도 당신 조상은 두더지인 모양이야 !
- 아이구, 우리 조상이 두더지면 나도 두더지고 당신은 두더지 사위겠네요?
- ? 아니 얘기가 그렇게 돌아가나 ?
드디어 천지연 폭포의 물소리가 들리고 그 장엄한 모습이 나타난다.
- 아 ! 이런 곳에 폭포가 있구나 !
신부는 자못 놀라고 있었으나 신랑은 미국-캐나다의 나이애가라 폭포를 세 번이나 관광한 전력때문인지 그리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재잘거리는 학생들을 비집고 폭포가 나오도록 사진을 찍느라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천지연 폭포의 전경을 사진에 잡아넣기 위해서...
잠실 베레모
(8) 중문관광 단지 여미지 식물원
다음 코스는 중문단지에 있는 여미지 식물원이다.
우리 신랑과 신부는 뜨거운 태양 볕 아래에서 차를 몰아 중문단지를 찾았다.
- 맞아, 지난번에는 급하게 둘러보느라고 제대로 못 봤어 !
신랑이 식물원에 들어서면서 한마디를 했다.
- 그래요. 서둘 필요가 뭐 있어요.
언제나 신부는 신랑보다 여유가 있고 차근차근하다.
부부는 우선 더위를 식히기 위하여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뚝딱 해치우고도 신랑은 생수 한 병을 모두 둘러마셨다.
그리고는 온실내의 방을 하나씩 돌면서 그들 말대로 천천히 갖가지 식물들을 구경하였다.
- 가장 특이한 식물은 바로 저 비토리아 연꽃이야 ! 당신 여기 앉아 ! 한방 찍어 줄께 !
그렇게 하여 온실을 모두 돌고는 다시 휴게실에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옆의 사진가게에서 미모의 아가씨가 카메라로 이들 부부를 찍어 화면에 고정 시켜 놓고는 유혹을 한다.
- 아저씨 ! 사진 찍고 가요 !
신랑은 저쪽에 진열된 감색 물감을 들인 옷 한 벌에 자꾸 마음이 쏠린다.
- 여보, 저 감옷 한 벌 사줄까 ?
- 아이구 ! 여기서 사면 비싸요 !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우리 신부다.
밖으로 나오니 엄청 덮다. 땀이 물 흐르듯 등줄기에서 흘러내린다.
그래도 신랑은 야외 정원을 신부에게 구경시키고 싶었다.
온실 뒤편으로 일본 정원, 한국 정원이 있고 아주 뒤편 골짜기에는 이태리정원과 프랑스정원이 있는데 이곳이야말로 꼭 가볼만한 명소였다.
아쉬운 것은 홍보가 안 되었고, 또 코키리 열차를 타고는 야외 정원을 한바퀴 돌아도 이들 정원 특히 이태리 정원과 프랑스 정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그 날도 우리 신랑과 신부 외에는 관람객이 눈에 띄지를 않았다.
- 이렇게 훌륭한 정원을 만들어 놓고서는 관람객 유지를 못하고 있으니...
신랑은 못내 그 점이 아쉬웠다.
잠실 베레모
(9) 12번 해안도로 서부코스
자 ! 이제부터는 12번 해안도로의 서부코스를 달린다 !
중문단지를 빠져 나오자마자 우리 舊婚부부의 렌트카는 서쪽으로 방향을 잡기 위해 좌회전을 하였다.
서부코스를 한바퀴 돌아 제주까지 가려면 2시간은 소요될 것 같았으나 지금 우리 신랑의 몸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오른쪽 다리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
파킨슨병 증세의 3 가지 특징이 있는데 이는,
** 서동증 : 몸의 동작이 느려지는 것
** 경직증 : 근육이 굳어가는 것 즉 마비현상
** 진전증 : 손발과 목 등이 떨리는 것 등으로서
지금 우리 신랑은 아파트에서 출발할 때 약봉지를 깜빡하고 오는 바람에 만 하루를 약을 걸렸으니 자기가 무슨 용가리 통뼈일 까보냐 !
오른손도 굳어오고 악셀레이터 페달을 밟는 오른발의 동작이 아주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니 차를 서서히 몰 수 밖에 없고 따라서 12번 도로 서부코스를 돌자면 아마도 서너 시간은 걸릴 거라...
가다가 피곤하면 쉬었다 가고 해가 저물면 신방을 차리고 가면 될 터이니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았다.
우리 신랑 신부를 태운 차는 이내 오른쪽 바닷가에 꽤나 높이 솟은 땅오름이 있었으니 산방산이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 마음 같아서는 산방산 봉우리에 한번 올라가 보고 싶은데...!
- 아이구, 그냥 지나가자 구요 !
그래서 산방산 무사통과 !
다시 차는 가파도 마라도 유람선이 출발하는 모슬포 직전에 있는 선착장을 그냥 지나 !
- 쩝쩝 ! 아깝다 ! 며칠 시간이 더 있으면 여기서 가파도 마라도에 한번 가보는 거인데... 쩝쩝 !!
또다시 약 20분을 달리며 너무 해안길을 찾다가 잘못하여 들어간 곳이 아 글쎄 차귀도가 눈앞에 보이는 고산이라는 바닷가 마을인데 차귀도란 한눈에 보아도 절경이었다.
- 쩝쩝 ! 저것도 아깝다잉 ! 배를 타고 차귀도를 한바퀴 돌아보고 싶은데...
우리 舊婚부부는 눈앞의 차귀도를 바라며 차안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는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 참 ! 섬이 멋있게 보이는데요.
신부가 모처럼 한마디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이어서 12번 도로는 오른쪽에 새파란 수평선을 바라보며 계속 해안을 달렸다.
- 야 ! 참 바다가 좋구나 !
우리 신랑은 저절로 흥이 나서 가사도 다 모르는 가요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글쎄 세상에 음치 제1호인 신랑님께서...
부푸른 꿈을 안고 파도를 넘어
새파란 수평선 흰 구름 머무는
오늘도 즐거워라
조개잡이 가는 처녀들
잠실 베레모
(10) 제주도의 3시조가 탄생한 삼성혈
어쩌면 삼성혈은 제주도의 처음이고 또 제주도의 마지막 날까지 존재할 것이다.
우리 신랑은 추측하기를 제주시가는 삼성혈에서부터 시작했지도 모른다고...
그만큼 제주도에서 삼성혈은 중요하고 그래서 지금껏 성지로 모셔져 왔고 앞으로도 성지로 모셔질 것이다.
삼성혈은 제주도의 세 시조인 고씨, 양씨, 부씨가 솟아올랐다는 조그만 구멍 세 개가 있는 움푹하게 패인 빈 웅덩이에 불과하지만 우리 신랑은 이번에도 신부를 앞세워 삼성혈을 다시 찾아갔다.
그들은 우선 전시관을 잠시 들려 삼시조에 대한 전시물들을 관람했다.
삼성혈에서 태어난 삼시조는 벽랑국에서 찾아온 삼공주를 맞아 목욕을 한 후 혼례를 치뤘으니 그 혼인지가 지금도 남아 있단다.
전시관을 나와 사당에 이르러서는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신부가 눈치를 보거나 말거나 우리 신랑은 삼시조를 모신 사당 앞에서 지폐 한 장을 봉헌함에 넣고는 잠시 향로 앞에 서서 묵념을 드렸다.
이 분들이 나와 혈연상으로 관련이 없을지는 모르지만 이 나라 국토의 제일가는 섬에서 탐라국을 개국한 시조들임에 어찌 그 앞에서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구경만하고 지나칠 수가 있겠는가 !
- 여기 고목들의 나무껍질에는 저렇게 풀이 많이 자라고 있어요.
신랑이 신부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 어머나 ! 참 신기하네요.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인데... 마치 사람 팔과 다리에 털이 난 것처럼 보여요 !
신부도 감탄을 하였다.
아무튼 제주시가에 숲이 우거진 삼성혈이 있고 그 주위에 섰는 나무들조차 신비로움을 보여주고 있으니 제주도민들은 행복할 것이다.
- 하기는 나도 밀양박씨요 경주에 가면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계림이 있어요 !
신랑이 어릴 적에 박혁거세의 알영부인(閼英夫人) 묘비를 건립한다고 그 비용 추렴이 신랑의 부친에까지 분배된 것을 기억하고 우리 신랑은 자신이 분명한 박혁거세의 자손임을 실감했었다.
- 여보 ! 이래 뵈도 내가 신라의 첫 임금 박혁거세의 자손이라고 !!
그래 ! 나는 신라의 왕손이다 !!
나는 왕손이라고 !!
이거 지금 신랑이 너무 심한가?
잠실 베레모
(11) 용두암과 멍게, 해삼, 문어
舊婚부부의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용두암(龍頭岩)이다.
제주시내는 곳곳에 용두암으로 가는 안내판이 있어서 찾아 가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용두암은 제주시가 북쪽의 해안에 있다. 해안의 화산재로 생성된 바위가 마치 용의 머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용두암이라는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우리 신랑과 신부는 주차장에 렌트카를 세워두고는 다정하게도 손을 붙잡고 해안으로 내려갔다.
- 어째 바위가 시커먼한 것이...기분이 별로네요.
- 맞아요. 화산재라서 색갈이 검은 모양이야.
신랑이 용두암을 찾은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는데... !!
바로 아주머니들이 천막아래에서 파는 싱싱한 멍게와 해삼 맛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 여보 ! 해삼 한 접시 먹고 갑시다 !
- 살아있는 것은 싫어요 !
- 아주 싱싱하고 좋은데... 쩝 ! 쩝 !
신랑은 미리부터 입맛을 다셨다.
아주머니들이 운영하는 포장마차는 용두암 옆의 움푹 들어간 절벽 아래에 있었다.
신랑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꿩 대신에 닭이라고,
- 그럼, 삶은 문어 한 접시 먹읍시다.
- 그러세요.
그래서 멍개와 해삼회는 삶은 문어 접시로 뒤바뀌었다.
- 처음 5 월에 왔을 때는 소주도 한 잔 곁들였는데...
이 부근에서 자면 그냥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면 되니까 술 한 잔은 할 수가 있는데...
못내 아쉬운 신랑이 문어를 씹으면서 자꾸 한 마디를 하였다.
- 당신은 운전을 해야 하면서 어떻게 술을 ? 안돼요 !
다 아는 사실을 신부는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그렇게 둘이 앉아서 문어 한 접시를 깔끔하게 해치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바로 이 너머에 용두암이 있어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그들은 이제야 용두암을 보러 갔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북적이며 용두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바위가 마치 용의 머리처럼 기괴한 모습을 한 것으로 흔히 달력사진 등에서 자주 이용된다.
때로는 생명이 없는 바위덩어리도 저렇게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누리는데 과연 우리네 인생들은,
용두암 만도 못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
잠실 베레모
(12) 제주 골프호텔에서 두 번째 신방을 차리다.
사람이란,
본래 해가 저물어 잘 곳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마음이 심란한 법이다.
제주도에 호텔과 여관이 제 아무리 많다고 해도 오늘 하루해는 저물어 가는데 우리 신랑과 신부는 딱 정해 놓은 숙소가 없었다.
- 어디로 갈 까 ?
신랑이 말했다.
- 아는 데 있어요 ?
신부가 되물었지만 신랑의 대답은 신통하지 못했다.
- 우선 시가지를 벗어나자구...
그래서 신랑은 퇴근시간에 러시아워로 복잡한 차량들 틈을 비집고 제주도청 방향으로 가다가 조그마한 호텔을 발견하고는 차를 골목으로 돌렸다.
- 어 ! 그런데 주차장에 차 댈 곳이 없네 ?
하는 수 없이 차를 되돌아 나오느라고 한참동안 씨름을 한 신랑은,
- 안 되겠어요. 신시가지로 갑시다 !
하고는 신제주 방면으로 차를 몰고 가니 여기 저기 호텔들이 눈에 띄었다.
- 저기, 제주 골프호텔로 갑시다 !
해 놓고는 혹시 호텔비가 비싸면 어쩌나 했는데 2인실이 5만원이란다.
...호 ! 생각보다 싼데...하며 신랑은 생각했다.
하기는 새로 지은 호텔 같은데 주차장도 좁지만 차량은 신랑차 외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튼 우리 舊婚부부는 객실에 가방을 옮겨 놓고는 민생고 해결에 나섰다.
바로 이웃의 한식집에 가서 불고기 버섯전골로 저녁을 이름 짓고는 객실로 돌아오니 벌써 아홉시 뉴스가 시작되었다.
많은 것은 시간뿐인데...
- 내일 늦잠 잘 생각을 하고 여유있게 신방이나 차립시다 !
신랑신부는 성산에서의 여관급 호텔에서보다 이곳 신제주에서의 호텔시설을 보며 새로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 호텔은 새로 지은 호텔인데...
문제는 우리 신랑의 컨디션이었다.
벌써 만 하루 이상 약을 중지했으니 컨디션이 좋을 리 만무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요충지(?)의 컨디션만은 이상무였다.
글쎄...
신랑신부는
제주도에서의
두 번째 신방을
어떻게
차렸을까 ???
에구 우리 신랑 낮에는 운전할라, 관광할라 밤에는 또 다른 일 할라... 이러다가 내일 코피 터지는 거 아닐까잉 !
내사 참말로 걱정이네여 !!
잠실 베레모
(13) 도깨비 도로에서의 진짜 도깨비 장난 !
이제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았고 오전에 빠트린 곳을 돌아다니다가 오후에 비행기 타고 집에 가면된다.
무엇보다도 우리 신랑은 이번 여행이 즐거웠고 모처럼 아내와의 깊은 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다만 약봉지를 깜빡하고 오시는 바람에 몸의 컨디션이 조금 떨어지고 있어 운전을 하는데 조심스러웠고 실은 가속 페달은 밟을 때 발의 신속하게 움직여 주지를 않아서 내심으로 애를 먹고 있었다.
- 이틀 동안 약을 안 먹으니 몸 상태가 이 정도로 악화되는구나...
과연 내가 직장생활을 얼마나 더 할 수가 있을 런지... 내가 직장을 못 다니게 될 경우 우리집 가계는 어떻게 꾸려 나갈꼬...?
신랑은 아홉시 쯤 잠에서 깨어 이런 저런 상념에 사로잡혀 몸을 뒤척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신부보다 먼저 세수를 하였다.
- 오전 코스는 제주도 횡단도로를 달려보는 거요 ! 아침식사는 적당한 곳에서 합시다.
그들이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 어제 저녁과 마찬가지로 그들 렌트카 외에 다른 차량은 한 대도 보이지를 아니했다.
우리 신랑신부는 한라산 중턱을 통과하는 99 번 도로를 선택했다.
도깨비 도로와 1100 미터 고지를 가볼 셈이었다.
제주도에 도깨비도로는 두 곳이 있는데 모두 제주시와 한라산 중간 지점에 있다.
지난 5월 처음으로 도깨비 도로에 왔을 때였다. 꽤나 경사진 길을 올라가다가 동승한 사람이,
- 여기가 도깨비 도로요 !
- 아니, 이렇게 경사가 심한 데요 !
운전대를 잡은 기사는 승용차를 도로 복판에 세워 놓고는 변속기어를 중립에 놓고 잠시 기다리자마자,
- 어랍쇼!! 이럴 수가 있는 가 !!!
승용차가 정말로 경사진 언덕을 슬금슬금 굴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당시 우리 일행 세 명은 너무도 신기해서 엔지니어들 답게 원인을 규명해 보겠다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도로의 구조를 살폈다.
때마침 비가 조금씩 내렸고 간밤에는 제법 강우량이 있었는지 아스팔트 가장자리에 약간의 물이 고여 있었다.
- 옳거니 !! 바로 저것이 수평계다 !
그 때 신랑은 무릎을 탁 치며 고인 물의 수평과 노면의 기울기를 비교해 보았다.
- 아 ! 그렇구나 !!
비록 물이 고인 표면의 길이는 1 미터도 안 되었지만 노면과 기울기와 확실하게 비교가 되었는데 사람들이 주변 언덕의 기울기에 비하여 착시현상에 의거 오르막길이라고 생각했던 도로는 수면과 비교할 때 분명한 내리막길이었던 것이다.
그 때 우리들은 주변의 가게에서 관광객을 위해 준비한 물이 담긴 패트병 하나를 빌려서는 도로에 갖다 놓고 역시 오르막길을 굴러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는 박수를 치면서 웃었었다.
이 번에도 신랑과 신부는 렌트카를 도깨비 도로에 세워 놓고는 차를 끌어올리는 도깨비 장난을 잠시 즐겼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 도깨비들이 한적한 산중턱을 유명한 관광지로 탈바꿈시켜 가게들과 마을이 생겨나도록 하고 있었으니 !!
바로 이것이야말로 진짜 도깨비 장난이 아니겠는가 ??
잠실 베레모
(14) 우리는 황야의 무법자, 카우보이다 !
우리 신랑과 신부는 다시 렌트카를 몰고는 한라산 방향을 향하여 천천히 올라갔다.
길도 급커브가 심한 곳이 많았지만 실은 신랑의 오른편 컨디션이 좋지 못하여 운전 자체가 부담이 되었다.
그래도 여행은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지...라고 생각하는데,
- 어 ! 저기가 승마장이다 !
신랑은 신부의 말타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고 이번 여행에서,
비행기와 잠수함과 말... 이렇게 세 가지를 태워주어 첫경험(?)을 시키려고 했었는데 그만 잠수함 승선은 시간을 맞추지 못하여 다음으로 미뤄야 했고 적당한 승마장을 찾던 중에 어승생승마장의 간판이 신랑의 눈에 확 들어왔다.
야 ! 신랑 ! 차를 대거라 !!
이렇게 승마장에 차를 멈춘 신랑과 신부는 카우보이 모자를 머리에 써보면서 승마요금을 확인하였다.
요금 : A코스 700 M - 11,000 원/인
사진 : 크리스탈 소형액자 - 20,000 원에 사진만 1 매 추가에 얼마씩(?) 이런 식이었다.
신부는 말을 타본다는 사실에 신랑보다도 더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밖에 나가서 승마대에서 기다리니 직원이 두 필의 말 - 회색 말과 황색 말을 끌고 왔다.
덩치가 좀더 커다란 회색 말에 신랑이 탔고 신부는 황색 말에 올라 일단 직원의 연출지시대로 하여 근사한 폼을 잡고는 찰칵 ! 찰칵 ! 사진을 서너 방 찍었다.
자 ! 이제는 출발이다 !
뚜덕 뚜덕 두필의 말이 나란히 언덕을 올랐다.
기분이 그럴 듯 하였다.
지금 우리는 황야의 무법자, 카우보이다 !
아참 ! 허리에 장난감 권총과 벨트라도 둘렀으면 더 멋이 있으련만...
- 여보시요 ! 직원 ! 다음부터는 아 그 멋진 벨트와 권총과 가짜 실탄이라도 준비해 놓으시구려 !
아무튼 우리 신랑과 신부는 나란히 말을 타고 700 M 코스를 한 바퀴 돌면서 아주 흥이 났다.
우어호 ! 우아호 ! 우어이 ! 우아호 !
신랑은 마상에서 무언지도 모를 소리를 내지르면서 기분을 풀었다.
10년 묵은 체증아 확 내려 가거라 !!
이 때다. 마부가 말고삐를 손에서 놓으면서 말 엉덩이를 손으로 가볍게 때렸다.
- 고삐를 놓고 조금 달려 보시죠 ?
- 에게게 ! 나 말에서 떨어져 모가지 부러지면 어쩔려고...
신랑은 순간 혈압이 올라갔고 뒤 따라오는 신부의 표정을 뒤 돌아 보았는데...
어랍쇼. 신부는 재미있는 표정이네 ???
타닥 타닥 타닥 타닥 !
고삐가 놓인 말은 제법 속력을 냈고 신랑의 몸은 말 등에서 자꾸만 출렁거렸다.
어휴,,, 이러다가 낙마하여 신부 앞에서 체면구기는 것은 아닌지 ???
우리 신부는 제법 미소를 지으면서 승마 A코스를 합격했으니,
지금껏 신부가 비행기가 무섭다,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한 얘기는 모두 거짓말이로다.
다음에는 도봉산 포대능선을 반드시 데리고 올라가야지....
포대능선 앞에서 신부와의 등정에 번번이 좌절을 겪어야 했던 신랑은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1100 M 고지 주차장에서 렌트카 차머리를 되돌렸다.
식당에서 돌솥비빔밥을 먹는데 옆의 관광객이 손으로 가르켰다.
- 저기 보이는 고지 너머가 한라산 정상이오.
내가 다음번 제주도에 올 때는 한라산 정상을 밟으리라...
잠실 베레모
(15) 지금 한라봉은 없오! ...?
지난 5월에 어느 세미나 참석차 왔다가 제주도를 일주할 때의 일이다. 동행한 처장님이,
- 우리 한라봉 좀 삽시다 !
아니? 한라산을 사자고 하다니 ? 처장님께서 제주도에 땅투기를 하시려나 ?
- 한라봉이 무엇인데요 ?
- 아니 ? 박 실장 아직도 한라봉이 무엇인지도 몰라요 ?
- 네 ? 진짜 모르는데요.
이래서 우리 신랑은 한라봉을 모르다고 쫑코를 먹은 적이 있었다.
한라봉이란 우리나라에서 밀감과 오렌지를 개량하여 수분과 당도 함량을 크게 높힌 신품종의 과일인데 그 꼭지 모양이 한라산 정상의 봉우리와 흡사하여 한라봉이라고 이름을 지었단다.
그러니, 그 이름을 처음 듣는 우리 신랑은 한라봉이 한라산 봉우리인지 제주도 특산품 과일 이름인지를 어찌 알 수가 있다냐 ?
그 때 그들 일행은 그 귀한 한라봉을 좀 중품으로 해서 무려 200 개를 사가지고 가서 직장 동료들한테 선물을 했었는데, 이번에도 서너 상자 사가지고 갈 셈으로 그 도매가게를 다시 찾아 이제는 구면이 된 주인아주머니에게 우리 신랑은 당당하게,
- 아주머니, 한라봉 세상자 주시요.
하고는 제법 자신이 있게 요구했는데 그 아주머니 왈,
- 지금 한라봉은 없오!
엥 !? 이 무슨 말씀이람 !?
- 아니 지금이 한라봉 나올 때이요 !?
에구구... 또, 뭘 알아야 면장을 하시지... 지금은 한라봉 출하 시절이 아니란다.
할 수 없이 우리 신랑과 신부는 조생종 밀감 다섯 상자를 택배로 주문하고는 마지막으로 조심조심 렌트카를 몰고는 제주공항에 가서 이상없이 차를 반납했다.
김포공항에 내려서 우리 신부는 작은 아들에게 핸드폰으로,
- 엄마인데, 지금 서울에 돌아왔다. 한 시간 후면 집에 들어간다.
한 시간 후에 아파트 현관문을 들어서면서 신랑은,
- 우리 애들끼리 한번도 안 싸우고 잘 놀다 왔다 !
평소에 티격태격 양보 없이 장기간 냉전도 불사하던 그들 부부였으니...
잠실 베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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