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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백에 영양소 풍부한 정력식품 가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얼큰한 추어탕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속이 확 풀리면서 힘이 불끈 솟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는 미꾸리가 지방은 적은 대신 단백질이 많고 칼슘(736㎎)과 비타민A, B ₂가 다른 물고기보다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정력을 북돋워 주기 때문이다. 미꾸리는 기름종개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입에 5쌍의 수염이 달려 있는데 3쌍은 윗입술에, 2쌍은 아랫입술에 있다. 미꾸리는 특이하게 장(腸)호흡을 하는 물고기인데 물속의 산소가 부족해지면 수면으로 올라와 입으로 직접 공기를 들이마신 뒤 장에서 산소를 흡수하고 탄산가스와 여분의 공기를 항문으로 배출한다. 때문에 그물에 걸려 미꾸리가 수면위로 떠올라 장호흡을 하지 못하게 되면 죽고 마는데 물고기 연구가들은 이를 `미꾸리의 익사'라고 재미있게 부른다. 미꾸리는 물속과 수면사이를 몸을 비틀면서 위아래를 오르내리는데 그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듯 하다해서 `춤추는 물고기'라는 별명이 있고 특히 비가 내릴 때는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므로 `기상어(氣象魚)'로도 불린다. 일본에서는 도조(泥 魚+酋), 중국에서는 니추(泥鰍) 또는 만웨이니추(鰻尾泥鰍)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미꾸리 식당의 간판에는 거의 도제우(ドゼウ)라고 쓰여 있어 외국인들을 의아하게 하는데 이는 도쿄(東京)에서 미꾸리식당을 처음 연 사람이 간판을 쓸 때 도조우(ドヅョウ)의 네 글자가 한 장의 간판에 들어가지 않아 한 글자를 지우고 ドゼウ로 쓴 것이 후대까지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꾸리는 수놈이 암놈보다 몸집이 아주 작거나 절반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산란 때 매우 특이한 행동을 하는데 수놈이 암놈의 몸을 돌돌 감아 복부를 자극해서 알을 낳도록 한 뒤 동시에 정자를 배출해 수정을 한다. 수놈은 `도망의 명수'로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땅속으로 파고들어 숨는 것은 물론이고 소나기 빗물을 타고도 몇 m를 달아날 정도로 달아나는데는 선수다. 미꾸리를 양식할 때는 암놈위주로 하는데 수놈은 이처럼 잘 달아나는 반면 몸집이 작고 성장도 느려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꾸리는 생명력이 강해서 3급수에서도 잘 살며 가뭄이 심해 물이 말라버려도 뻘 속에서 견디면서 살아남는데 겨울에는 오랫동안 동면을 한다. 미꾸리는 주로 추어탕을 끓여서 먹는데 내장과 뼈까지 함께 삶아서 조리하기 때문에 비타민 A와 D를 그대로 섭취할 수 있어 칼슘이 부족하기 쉬운 식생활에서 중요한 무기질의 공급원이 된다. 미꾸리 요리의 별미 중에 으뜸으로 꼽히는 것이 추두부탕(鰍豆腐湯)이다. 솥에다 두부와 미꾸리를 함께 넣고 불을 때면 열기를 견디지 못한 미꾸리들이 두부 속으로 파고들어 죽게 되는데 이 것을 썰어서 향유로 지져 탕을 끓이는 것이다. 이 조리법에 대해서는 두부요리를 즐겨먹는 사찰의 젊은 승려들이 동물성 식품이 먹고 싶어서 추두부탕을 만든 뒤 나이든 승려들에게 미꾸리가 들어있지 않은 두부탕을 내놓아 자신들이 추두부탕을 먹는 것을 속였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 두부 요리는 일본에 전해져 `이추지옥(泥 魚+酋 地獄), 즉 미꾸라지의 지옥이란 뜻으로 불리고 있다. 한방에서는 미꾸리의 효능에 대해 `속을 덥게 하고, 기를 더해주는 식품'으로 말하고 있다. 이조 선조때의 한의학자 허준(許浚)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추어(鰍魚)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속을 보하고 설사를 멈추며 일명 추어(魚+酋魚)라고 한다"고 적고 있다. 또 이조 고종 때의 명의(名醫) 황필수(黃泌秀)의 방약합편(方藥合編)에는 "맛은 달고 성(性)은 평(平)하다. 기를 더하고 주독(酒毒)을 풀고 당뇨병을 다스리며 위를 따뜻하게 한다'고 소개했다. 물고기를 어지간히 안다는 사람도 미꾸리와 미꾸라지를 같은 종인데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달리 불리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분명히 분류학적으로 다른 종이다. 미꾸리는 몸이 둥글고 입의 수염 중 가장 긴 것이 눈의 지름의 2.5배를 넘지 못하지만 미꾸라지는 몸이 납작하고 수염의 길이도 눈의 직경의 4배나 된다. 미꾸리의 제철은 늦여름부터 가을까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