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별곡

[思索人]

- 꽃잎별곡 - 이은희 (수밀가) 청주문화원 부원장, 세세이포레 편집장 (주)대원 전무이사


바람도 쉬어가는 날 선암사로 향한다.
활짝 핀 꽃을 보고자 찾는 고찰에서 난분분한 낙화의 모습에 넋을 놓는다.

꽃잎이 바닥에 분분함과 꽃이 진 자리가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운 줄 미처 몰랐다.
고색창연한 솟을 대문 기와지붕 위로 꽃잎이 하염없이 스러져 기와고랑을 붉게 메운다.

높고 높은 곳, 꽃의 무덤이 지붕인가, 꽃잎이 묻힐 자리가 어디 그곳 한곳이라 계절이 바뀌는 시기니 세상 천지가 꽃 무덤이다.
바닥을 덮은 꽃잎을 차마 밟지못하고주춤거린다.
꽃의 짧은 생애가 전해지는 듯
온 몸에 전율이 감돈다. 꽃은 마치 죽음으로 항변을 하는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대지를 이렇듯 붉게 물들일 수 있으랴. 우아한 자태를 뽐내던 목련꽃이
질 때도 거뭇거뭇 자취를 남기지 않던가
선암사 곁 벚꽃은 다르다
꽃잎이 하롱하롱 지는 모습에 덩달아 흔들리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

돌담 사이로 난 흙길을 꽃잎으로 붉게 뒤덮고, 그것도 모자라 나그네의 가슴도 붉게
물들인다.

돌연 이형기 시인의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존재의 허무를 드러낸 꽃의 주검에 가슴이 먹먹하다.
아름 다운가 "라는 시틈가 떠오른다.
지상을 덮은 꽃잎이 서럽게 다가오고, 눈물이 나도록 매끈하다. 삶과 죽음
삶과 죽음, 자연의 순환 고리라고
여기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짧은 생애를 알고 온몸을 불살르다 스러진 꽃의 절범, 꽃의 비애다
피를 토하듯 지상을 붉게 물들인 샘의 역력한 흔적을 나그네는 목을 길게 내밀고 애수에 잠긴다.

영원불멸한 것은 없다. 인간도 꽃의 생애와 다르지 않으리라 진시황제는 불로장생에 대한 열망에
착하여 불사의 약을 구하라고 명한다. 산둥성에 머무는 서복이란 자가 그것을 교묘히 이용한다.
복은 수십척의 배와 수천명을 동원하여 불노초를 구하러 떠났으나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시황은 돌아오지 않는 배를 학수고대 하다가 오십세에 생을 마감한다. 그야말로
없는 열망이 낳은 전설이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간의 삶이지 않던가. 불의의 사고로, 불치의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해야하다. 또 남의 탓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세상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고 깊은 목표를
보낸다.
드린다고 유두하며 세월을 헛되이
흐른한 사람이 어디 한두면 이란.
세상에 홀로로는 따로있다 선암사 꽃길을 걸으며 블로초는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내 곁에서 꽃이 진 자리를 대전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가슴이 굴렁인다고 말하는 벗이다.
다. 톺 한결 걱정의 인내'를 겪고 하르르 스러지는 봄꽃이 눈물이 나도록 아름답다고
듣는 사실이다. 꽃과 나무처럼 순리대로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불로초다.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밟지 못하고 서성이는 심성을 가진 이와 오순도순 살아가니 무예 부족하
그리 살아가면 한세상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우주 만물은
나그네의 심상과는 무관하게 같은 자리를 돌고돈다. 지금 벚나무는 꽃이진 자리에 신록을 만드느라 분주하고 산길에 누운 꽃잎은 말을 머금고 묵언 수행 중이다.
「에세이 문학, 2017년 봄호 '봄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