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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준비원고
시집준비 원고 2.
月亭김승영
2021. 9. 30. 22:22
사월의 유혹
달빛 머금은 목련
함초롬히 고운 밤에는
우리도 함께 꽃이 되자
눈부신 사월의 봄날
산자락에 진달래
지천으로 타오르고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명자꽃 농염한 유혹으로
속살 드러내는 수줍은 날이면
우리도 함께 꽃이 되자
꽃잎에 내려앉은 이슬
별빛으로 영롱한 새벽에는
우리도 함께 꽃이 되자
사월의 봄날
난분분 꽃잎 떨어져
환장하게 서러운 날이면
님아 우리도 함께
꽃잎 되어
바람으로 하늘을 날자
유 혹
바다는 늘 나를 안고 싶어한다
바다는 지금도 나를 안고 싶어한다
어린 날의 마을 앞 바다는
내내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바다가 무섭다
바다는 나를 두려움에 떨게한다
검푸르게 출렁이며 말한다
어서와 어서와
성난 짐승의 부르짖음으로
끊임없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지난 밤 꿈 속에서 처음으로
내가 바다를 안고 있었다
가슴 가득히 바다를 안고
춤을 추고 있었다
나도 사실은
늘
바다를 안고 싶어했지
이 밤은
눈물의 보석을 주워 담으며
밤새 물 소리에 젖어 울던
山寺의 밤 처럼이나 노여운
꿈을 꾸는 밤이어야한다
소리쳐 달려갈 빈들도
지금은 없는 도시의 골목에
별도 숨죽여
내내 서럽던 건
지나간 전설로 묻어 버리는
망각의 밤이어야한다
여름날 바다에서
나는 참을 수 없는 모멸로
구토를 하고 싶었고
아무도 그것을 모르고 있었지
이 밤은 다시 차 오르는
구토를 참아내는 밤이다
아직 늦지 않았을까
우리가 사랑을 해도 될까
들꽃 내음 잔에 차는 이 가을
우리 저 꽃을 다 말할 시간이 정말 있을까
징검다리 저편 들녘에 가득한
억새풀이 흔들리는걸 우리 함께 볼 수 있을까
사랑을 할 시간이 있을까
풀은 바람이 그리워 그날도 오래 울었는데
손 잡고 달리고 싶던 들에
수줍게 홀로 핀 꽃 향기를
나눌 수 있을까
사랑을 해도될까
대부도의 낭만은 지금 뚝 아래
묻혀 보이지도 않는다
갯벌에 나를 버리고 돌아온 그 날도
바람은 여전히 불었으며
나는 여전히 웃고 있었는데
귀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모자라는 거야
못다한게 많은
부족한 마음인 거야
빈 마음인 거야
광복동 찻집과 주점
태종대 돌 틈새에
두고 온 것들
버리고 온 것들
돌아 가는 거야
이렇게
두고 가는 거야
거기에 남아 있는 것들
아까운 것들
잊어야 하는거야
해를 너에게
수평선에 거미줄이 걸려있다
저걸 잡고 바다를 넘자
바다를 후딱 넘어 수평선에서 줄타길 하자
곡예사 되어 나팔 불고 춤추고
때론 탈춤도 한마당 신명나게 추고
탈 안에서 흘리는 눈물은 그대로 두기로하자
눈빛만 보여 주면 되지
바다는 노을을 끼고 누었다
떠 오리지도 못하고
가랗앉지도 못하는 해는
일년 내내 그러고 있을 뿐이다
탈을 쓰고 저 해를 훔쳐 오자
노을을 벗겨 버린 알몸의 해를 가져다
너에게 안겨 주자
탈을 쓴 채로 눈만 들키고
(친구의 화실엔 바다 그림이 먼지를 뒤집어 쓴채 일년 내내 걸려있었다)
누나
어둔 골목에
누나 눈썹처럼 고운 달이
저 혼자 떠서 참도 청아하게
혼자 외로웠지요
강산에 꽃 피고 꽃 지는걸
잊은채 산다해도
아버님 그 자리에 비 오고 바람 불듯
매형 누운 자리에도 꽃 피고 지는데
다 하지 못한 것들이
가슴에 남아 맴을 돕니다
골목에 뜬 저 달은
그냥 달일 뿐이지요
오늘도 골목에 달 떳는데
이승과 저승 사이
그저 바람입니다
쓸쓸한 이월에
헤어짐을 말하는
너를 마주한 자리는
슬픈 이별의 曲처럼
쓸쓸한 겨울이 된다
가슴 속에서만
일렁이던 파도 소리도
소리쳐 내리던 빗방울도
산처럼 쏟아지던 눈보라도
숨겨온 불꽃도
빙산의 차가운 능선에서
가쁘게 숨죽이고 있음을
모를 리 없음에
이별을 말하는 가엾음이
하늘로 다가와 가슴에 찬다
소망의 깃발아래
한 마리 슬픈 벌레의
몸짓이던 내 그림자
버려 두어라
재로 스러지던
영원한 아름다움으로 남던
버려 두게 하라
이 쓸쓸한 이월에는
밤 그 향기로
밤이 내려 앉는다
도시의 거리에
적막한 그림자로 밤이내리면
나는 다시 나그네된다
솔잎 스치는 소리
물 소리
풍경 소리
마른 풀잎 서걱이는 소리에
긴 여행지의 숙박으로
마음 젖는 밤
밤이 아까운 나그네는
밤마다 유랑민 되어
길을 떠난다
同宿없이
홀로 지키는 밤 안에서
서툰 생존을
밤으로 가고 있다
밤의 향기에게로
다시 나그네 되어
길을 뜨는 밤이다
봄이 오는 들에서
저 혼자 사랑하다 지친
마른 풀잎
흔들리다 잠든 논길에
밤마다 바람불고
오래 숨겨온 소망은
여전히 미로를 가고있다
달빛은 내려와
어두운 들을 쓸고
너처럼
슬픈 하늘에 별 뜨고
숨죽여 누가 우는 밤
아직 남아있는 오만을
나는 지켜야한다
봄이 오는 들에서
버려야 하는 것들
아무 것도 버리지 못하고
돌아선 냇가에 물소리
졸 .졸 .졸.
봄비 내리는 밤에
돌아서지 못하고
주춤대는 겨울을
보내려는 몸짓으로
삼월의 비는
긴 강 물길을 지나 내리고
돌아가는 길 잃어
빈 하늘에서 미아가 된
미련한 내 그리움
자리걷이 굿으로라도
이제 보내야겠다
매양 돌아서기가 더 어렵던
살이
哭(곡)으로 취기 오르고
무당굿 아득한 징소리
봄비에 노여운 밤
겨울 끝자락에 묶어
함깨 보내야겠다
悔恨(회한)으로 남아
결석처럼 완고한 고통으로
자랄지라도
봄은 그렇게 오더라
봄은 숨어서 오더라
들녘에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어느 날의
아득한 그리움으로
그렇게 오더라
봄은 숨어서 오더라
새벽 햇살을 향해
물안개 안겨들던 그 날의
적막한 우수로
그렇게 오더라
수줍은 댕기머리 소녀의
여린 기다림으로
하냥 안타까이 오더라
깊고 추운 겨울잠에서
긴 꿈에 빠진 어느 밤에도
봄은 그렇게
아픈 날의 추억처럼
숨어서 오더라
오월의 그 산
아까운 봄 다 보내고 오른
오월의 그 산은
온통 파란색 뿐이였지.
날마다 수북히 쌓이던
갈색 내 영혼이
오월의 그 산에서
파랗게 물들었네
처음 보는 듯
파란 산에 깊히 묻혀
심장도 물들었네 .
오래 기다린 산천이
내방까지 따라와
파란 물을 들여 놓았다네 .
이제 밤마다
파란 강을 안고 누어야 겠다.
파란 숲에 안겨 잠들어야겠다.
바람 그리고 비
흘러가 이제는 자취도 없는
빛 바랜 그림자를 안고
말라버린 그리움에 가라앉아
오래 잠든 내게
그는 바람으로 와서
나를 깨우고 있었다.
만장(輓章)처럼
그렇게 사랑은 가고
지하 천 미터쯤의 어둠 속에서
갈증으로 타고 있을 때
그는 봄비처럼 그렇게 와서
나를 깨우고 있었지.
이제 넝마 되어버린
그 바다의 노을
끝자락을 놓을 수 없어
조각나 소멸해 가던 가슴에
폴롯의 선율로
그렇게 내게로 와서
나를 깨우고 있었다.
비는 가슴을 적시며 왔고
바람은 내 잠을 흔들고 있었지
이제 깨어 일어나
그가 연주하는 뜨거운 음색으로
춤을 추어야겠다.
노래도 불러야겠다.
봄날은 간다
내 방황을 혹시 누가
알까 숨기며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던 아련한 시절에도
봄날은 여전히 갔지
새 봄엔 버려야지
염원 속에서도
언제나 봄날은 그렇게
쓸쓸히 갔지
바람 불어 떨어져 날리는
서러운 꽃잎처럼 봄날은 간다
저리게 가슴을 덮는 달 그림자
이 봄엔 버려야지
새로운 한 그루 나무를 심어야지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는지
모를
봄날은 간다
神의 노래
한 겨울 갈대 숲에 누어
망연한 마음으로 신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암울의 늪에 몸을 숨기고
떠오르는 달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 너를 생각했다
神이 부르는 노래는
황폐한 내 영혼이다가
고향마을 무덤이다가
서걱이는 마른 풀잎이다가
결국은 아무 것도 잡지 못하고
풍선처럼 하늘로 떠오르다
문득
보이지 않게 될 거라는
내 포기이다가
한 겨울 갈대 숲에
가엾은 사내가 얼굴을 뭍고
긴긴 밤을
채울 길 없는 빈 잔 안고 누운걸
神은 노래하고 있었다
저무는 한해를
한 해가 저무네
가는 거 오는 거
그런 게 생애 인 것처럼
이 도시에
한 해가 저무네
우리 우정을 그대로
우리 사랑을 그대로
우리 기쁨을 그대로 가져가서
더 풍요롭게 하세
오는 해를
그렇게 맞이하세
한 해가 저무네
아픔도 서러움도
그대로 남긴 채
한 해가 저무네
그대 숨결
도둑질하듯 그대를 훔쳐와서
그대 숨결이 그려 놓은
靜物을 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鶴의 깃털로
커다란 날개를 꿰고 있는
그대 꿈속엔
비 개인 하늘 위로
이미 내가 飛翔하며
노래하고 있었지
밤새 세차게 일렁이는
파도소리에 뒤척이던
바닷가의 그 밤처럼
그대 가슴은 언제나
두근대고 있었다
삶에 대하여
헤메이는 우리 생존에 대하여
숨죽여 부르는 노래 소리에
무너질 수 없는 우리
魂은
아직 오랜 鶴춤을 추고 있다
물안개
강
푸른 수면에서
네 그림자를 보았다면
그건 참
고운 그림으로 출렁일 거야
물안개는
아주 깊숙이 너를 안고
노랠 부를 거야
아
덧없는 노래를 그토록
아름답게 부르고 있을 거야
어느덧
물안개
걷힐지라도
나는 혼자남아
더욱 덧없는 노래를 부르리라
물안개는 왜 이리 서러운가
기다림
기다렸다
기다림으로
끝날 걸 아는
내
기다림은 더
기다리지 않겠단다
말 해줬다.
(..그래
...기다리지 마!)
이제
내 기다림은
편할까
겨울 슬픈 연가
저 웅크린 겨울 산에
나를 묻고 싶다
내 가녀린 영혼을 여위게 하던
창백한 너를 두고 가는 날은
산처럼 무거운 가슴을
하늘에 토해 내리라
마른 가지 위에 언 눈
녹아 내리는 어느 봄날에
너는 소생하여라
쌓인 눈이
내 마음 서러운 눈물처럼
녹아 내리는 어느 날엔가
너는 새 잎으로 돋아나라
겨울 산에 묻혀
네가 사랑이라고 말한 것과
네가 아픔이라고 말한 것과
내가 눈물이라고 말한 것과
내가 다시 절망이라고 한 것들이
어느 숲속에서 잡초로 자라
바람에 흔들리는지
먼 날까지 가슴 저리게 보리라
아지랑이 들녘에 피어오르는
햇살 속에서
너는 새초롬히 반짝이어라
너의 고은 손으로 장식해준
꽃상여에 누어
이제사 가슴에찬 평화를 안고
겨울 산에 묻히고 싶다
멍들고 찢기며 내 달리던
슬픈 눈망울에서
한 목숨 홀로 베어내던
고통이던걸 잊기 위하여
다시 오열하리라
저 공허의 겨울 산에 묻히고 싶다
먼 옛날 아득한 날에
우리가 나눈 빛 더미에서
이슬처럼 떨어져 내리던
꿈의 조각들은
순백의 염원으로 망연한 마음을 묻고
어느 전설처럼이나
긴 세월을 한으로 노래하리라
버들꽃 달빛에 젖는 어느 봄밤에
너는
옥피리 불며 춤을 추어라
찢어진 깃발을 생존처럼 펄럭이며
가슴 언저리 아프게 꽂히는
빗줄기 속을 잡은 손이 시리던
그 자리에도
언 눈은 쌓였을 텐데
너의 기도를 부여잡고
저 찬 겨울 산에 묻히고 싶다
빈 잔처럼 공허한 후회를
쓴 풀잎처럼 씹으며 자주 나를 죽이곤 했지
화사한 어느 봄날에 너는
깊은 수령을 기어 나와
자줏빛 새옷을 갈아입고
봄 나드릴 하여라
헛된 염원의 노래는
언제나 고뇌의 곡으로 떨렸으며
침전하며 소멸하였지
어둠 속에서 더듬어 찾아낸 것들은
아직 나의 밤을 불면으로
시달리게 한다.
차갑게 바람이 분다
짐스런 목숨을
저 웅크린 겨울 산에 묻고 싶다
언 눈 녹아 내리는 어느 봄날에
너는 고운 꽃으로 다시 피어나
바람을 노래하여라
산을 노래하여라
겨울 바람 속에서
끝없는 소망의 언덕에서
미처 가을 의 스산한 사랑도
울지 못하고
겨울 바람이 분다
영혼이 딍굴다 돌아선
어느 길목에서도
눈물겨워라
달은 겨울 하늘에 떠서
차게 떨고 있다
생의 한 가운데서
저리게 기도하던 것들을
무참히 팽개치려는 절망의 색깔로
달빛은 내리고
그것은 어느 때
신화 속에서
찬연히 빛났었나
차마 시 한편 읽지 못하고
두렵게 떨며 홀로 지켜온
세월은 그대로 사위어 가는데
겨울 바람 속에서
아직
서러움의 무게만큼
연민의 불꽃으로 타오르리라
그 정결한 바람 속에서
노래하리라
비라도 내리렴
비정한 거리에 비라도 내리렴
유리창을 흐르는 빗방울이나 세어보게
보도를 때리는 빗소리나 듣게
언제던가 빗속에서 마시던
소주 생각이 나네
머리칼을 씻어 내린 빗물이
잔을 채우곤 했지
비라도 내리렴
웅크리고 누어
뒤척이며 나무 잎 스치는
빗소리나 듣게
이 슬픈 밤에는 비라도 내리렴
아픔으로 생각나는 어머니도
밤마다 쉴 곳이 없는 우울도
씻어버리게
비라도 내리렴
저작자표시 동일조건
김승영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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