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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는 가난한 남자를 싫어하고 돈 때문에 부자 2세와 잔다.
다음 초, 가난한 사람은 재벌 가족의 유일한 상속인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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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안에 있는 남자 기숙사에 밤 9시가 되었다.
“이도윤, 1층에 있는 101호로 내려가서 내 노트북 좀 가져다 줘!”
옆 기숙사에 사는 금발의 남자가 도윤의 방문을 열고는 그가 던진 천원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돌아서 가버렸다.
“참, 아래층에 있는 슈퍼에서 생수도 한 병 부탁해!”
금발머리를 한 그 학생은 그가 던진 3천원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돌아섰는데, 3천원 중 2천원은 생수 값이고 나머지 천원은 심부름 값이었다.
“야, 금발! 너네 기숙사 놈들은 왜 맨날 도윤이한테 심부름을 시키냐? 왜 그렇게 괴롭혀?”
도윤의 기숙사 사람들이 냉담하게 물었다. 그들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이도윤은 너네 기숙사에 사는데 너희는 아직도 걔가 파악이 안되니? 쟤는 천원만 주면 똥을 먹으래도 먹을 놈이야!”
도윤은 금발을 한 남자의 말을 못들은 척 했지만 당황으로 얼굴이 붉게 변했다. 그리고는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우며 생각했다. ‘이걸로 2천원은 벌 테니 컵라면 세 개랑 단무지 하나는 살 수 있겠다! 더 이상 배고프지 않아도 돼.’
“도윤아… 가지마! 돈이 부족하면 우리가 빌려 줄게, 안 갚아도 괜찮아!”
기숙사 사감은 도윤이 너무 불쌍해서 동정심을 감출 수 없었다.
도윤은 고개를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감사하지만 괜찮아요...”
대답을 한 뒤 도윤은 돌아서서 기숙사를 빠져 나갔다. 이때, 모두가 불쌍한 듯 고개를 저으며 도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사실 도윤도 다른 사람들의 심부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도 대학생활을 즐기고 싶었다.
아무 걱정 없이 대학에서 공부만 계속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러기엔 진짜 너무나도 가난했다!
비록 도윤의 기숙사 사람들은 그에게 매우 친절 했지만, 도윤은 그들에게 동정 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도윤에게 기숙사 룸메이트들 말고 다른 대학 친구들은 없었다.
“이도윤, 금발이 너 아래층에 간다고 한 말 들었는데, 맞지?”
이번엔 아주 잘 차려 입은 옆 기숙사 남자가 말을 걸었다.
그의 이름은 최하준이고 금발 남자의 기숙사 사감이었다. 그는 부자인데다가 엄청 잘생기기까지 해서 모든 여학생들의 우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도윤을 가난하다는 이유로 항상 무시했다.
도윤은 하준이 왜 말을 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윤이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래층에 가는 중입니다.”
하준은 웃으며 도윤에게 물건이 가득 들어있는 상자를 건넸다.
“내 친구 중 하나가 동쪽 숲에서 기다리고 있을거야. 이 상자 좀 그 애한테 전해줘. 만원 줄게.”
하준은 바람둥이였고 그가 자주 다른 여자들에게 숲에서 만나자고 하는 방식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준에게는 그런 방식을 쓰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러나 도윤은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다른 사람의 심부름을 하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그저 상자와 만원을 받고서 아래층으로 걸어갔다. 그가 돌아서자 마자 하준이 뒤에서 희미하게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도윤은 아래층으로 가 노트북을 챙기고 생수를 샀다. 그리고 하준이 준 상자를 가져다 주기로 했다.
대학교 밖에 있는 작은 숲은 커플들에게 밤의 밀회 장소로 매우 유명했다.
도윤은 하준이 말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바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보였는데, 그들은 숲에 앉아 함께 이야기하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달빛에 비친 두 남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도윤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깜짝 놀랐다.
수아라니!
도윤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며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수아는 도윤의 헤어진 여자친구였고 그들이 헤어진 지는 이제야 3일이 되었다. 당연히 헤어지길 원했던 건 수아였다.
그들이 헤어질 때 수아는 자기에게 혼자만의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고작 3일이 지났고 수아는 벌써 다른 남자와 숲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도 바로 도윤의 존재를 알아차리고는 얼굴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
“도윤아… 너가 왜 여기 있어? 너, 너… 오해 하지마. 난 그냥 상우랑 여기서…”
수아는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하며 어쩔 줄을 몰랐다. 도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 지 몰라서 재빨리 고개를 떨구었다.
재벌 2세인 유상우라는 이름의 남자는 도윤이 바닥에 떨어뜨린 상자의 물건들을 보더니 큰 소리로 웃었다.
“세상에! 하준이는 진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니깐. 내가 하준이에게 이 상자를 보내 달라고는 했지만 널 심부름으로 여기에 대신 보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 이거 재미있네. 진짜 장난 아니게 웃겨!”
도윤도 재벌 2세인 상우가 하준의 친한 친구인 것을 알고 있었다. 상우의 집안은 여러 개의 레스토랑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는 학교에 BMW 3시리즈를 타고 다녔다.
도윤은 상우의 말을 듣고 나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최하준이 일부러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게다가 도윤은 수아와 헤어지는 데 하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거라 믿었다. 그렇지 않다면 왜 수아가 헤어진 지 몇 일만에 상우와 있겠는가?
“수아야, 네가 날 싫어하는 건 알지만 헤어지고 나서 이런 남자를 만날 필요는 없어. 쟤가 이전에 얼마나 여자가 많이 바뀌었는지 아니?” 도윤이 크게 소리쳤다.
도윤은 수아를 아주 많이 사랑했다. 그는 정말로 그녀를 사랑했다.
수아는 도윤의 말을 듣자 매우 불안하면서도 짜증이 났다. “이도윤, 네가 뭐라도 되니? 누가 너한테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가르칠 권리라도 줬어? 난 이미 너랑 헤어졌고 내가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 누구든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그리고…” 수아는 이 순간이 너무 화가 났다. 도윤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너 일부러 나 열 받게 하려고 여기 온 거야? 당장 꺼져!
짝!
말을 마친 수아는 앞으로 오더니 도윤을 얼굴을 세게 때렸다.
상우는 이 순간 완전 진심으로 웃었다. “하하하, 수아야 왜 도윤이 쫓아내려고 그래? 그냥 여기서 우릴 보고 있게 놔두지!”
수아가 얼굴을 붉혔다. “유상우, 나 여기서 쟤 보자마자 기분 상했어. 다음에…”
그리고는 수아가 상우의 손을 떼 내었다.
도윤은 어떻게 숲에서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 순간 머리 속이 완전 멍한 상태였다.
모든 것이 돈 때문이었다. 도윤이 이 꼴이 된 것은 그가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기숙사로 돌아온 도윤을 복도에 있는 과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맞이했다.
하준은 큰 소리로 웃으며 배를 움켜 잡고 있었다.
그가 분명 이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한 것이다.
“하하하. 이도윤, 좀 전에 물건 배달하면서 뭐라도 본거야?” 금발이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젠장! 수아는 진짜 완벽한 몸매의 소유자인데,” 하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도윤이 주먹을 꽉 쥐었고 두 눈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진짜 최하준을 죽이고 싶었다. 그는 최하준과 함께 죽고 싶었다.
“왜? 나한테 왜 이렇게 하는건데?” 도윤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하준은 웃으며 대답했다. “야, 여기 좀 봐, 난 너 하나도 안 무서운데.”
“우리 과 가난뱅이들 중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너야! 수아같이 아름다운 여자가 너 같은 인간이랑 사귀는 건 정말이지 낭비야! 최소 몇일이라도 마이 브라더가 수아랑 놀고 즐기는게 더 낫지 않겠어?”
“그나저나 이도윤, 너 그거 아냐? 너는 수아랑 사귀려고 일년 넘게 쫓아다녔지만 상우는 문자 보내고 30분도 안되서 수아 꼬셨어.”
모두가 이순간 비웃기만 할 뿐 아무도 도윤의 자존심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다 널 위해 그랬어!”
도윤은 곧장 하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 결과 도윤은 하준의 친구들에게 호되게 얻어 맞았다.
결국 도윤의 과 친구들이 그를 도와주러 와서 도윤을 자신들의 기숙사로 데리고 갔다.
도윤은 침대에 누워 이불로 얼굴을 덮은 채 계속 흐느꼈다.
‘왜? 왜 쟤들은 날 괴롭히고 내 자존심을 짓밟는건데? 왜?’
‘내가 가난하다고 감정도 없는 줄 아나? 그들 눈에 난 사람도 아닌거야?’
도윤은 계속 마음 속으로 몸부림을 쳤고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얼마나 오래 이불 속에서 웅크리고 있었는지도 몰랐던 도윤은 울다가 끝내 잠이 들었다.
아마도 어둡고 고요한 밤이었기 때문이리라. 도윤은 그날 밤 아주 평화롭게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났을 때, 기숙사에는 아무도 없었다. 기숙사 사감이 어제 밤 일 때문에 도윤이 강의실에 가는 것 보다는 기숙사에 있는 것이 나을거라 생각해서 그를 깨우지 않았다는 걸 도윤은 알았다.
도윤이 그의 휴대 전화를 집어 들고는 엄청나게 많은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가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전부 국제전화였다.
도윤은 또한 누군가가 그의 계좌로 돈을 송금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서울은행] 고객님의 107로 끝나는 계좌의 잔액은 KRW 2,000,000,000 입니다
도윤은 숫자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20억?
누가 20억이나 되는 돈을 그에게 송금했을까?
도윤은 송금에 대해 확인하려고 은행에 서둘러 전화를 했지만 은행에서 답을 들은 후 훨씬 더 혼란스러워졌다.
이 때 그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또 다른 국제 전화 번호였고 도윤은 얼른 그 전화를 받았다.
“도윤아, 내가 너에게 송금한 돈은 받았니? 나 네 누나야!” 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도대체 무슨 일이야? 누나는 부모님이랑 돈 벌려고 외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거 아니였어?
도윤은 완전히 충격에 빠졌다.
“음, 아버지는 2년 더 너에게 진실을 숨기시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둘 수가 없네. 왜냐하면 네가 학교에서 계속 괴롭힘 당하는 걸 알거든. 그래서 내가 미리 사실을 얘기해 주는 거야. 우리 가족은 사실 정말 부자야. 우리 집안은 전 세계에 대규모 사업체들을 가지고 있어. 너 아프리카에 있는 금광, 광물, 석유의 80퍼센트가 사실 우리 가족 소유라는 걸 알고 있니?”
“이건 서울이랑 해외에 있는 다른 사업들은 포함하지 않은 거야.”
뭐!
도윤은 갑자기 숨이 막혔다. 만약 이 20억이 그의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는 이 사실을 전혀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정말로 누나가 그냥 그를 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네가 내 말을 믿기 어렵다는 걸 알아 도윤아, 하지만 천천히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해. 처음엔 나도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점점 부자의 삶을 사는데 익숙해지더라. 아무튼, 내가 택배로 너한테 뭘 보냈는데 오늘 아침에 도착 할거야. 앞으로 더 이상 돈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요즘 서울에선 얼마가 드는지 모르겠지만 걱정할 것 없어. 당분간은 그냥 20억으로 써. 다음달에 다시 전화할게!”
전화를 끊은 후에도 도윤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평생을 가난뱅이로 살아왔다.
그런데…
그가 정말 재벌 2세라고?
Chapter 2
도윤의 부모님과 누나들이 외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던 얘기는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누나와 통화를 한 뒤, 도윤은 곧장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처음에는 누나가 허락 없이 그들이 부자인 것에 대해 얘기한 것에 화를 냈지만 잠시 후, 부모님은 도윤에게 사과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도윤의 아버지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도윤을 겸손한 사람으로 키우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아버지는 도윤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통화가 끝내고 도윤은 누나가 우편으로 보냈다던 은행 블랙 카드 몇 장을 가지고 쇼핑을 가기 전에 1억을 출금했다.
사실 도윤은 아직도 완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거 그냥 꿈인가?
도윤은 이제 매우 흥분이 되었다.
“하하하, 수아 네가 나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이제는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사줄 수 있었을텐데.”
“유상우, 최하준. 너희는 학교에서 날 모욕하고 놀렸었지. 앞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네.”
도윤은 혼잣말을 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가 은행에서 나왔을 땐 벌써 정오가 다 되어 있었다.
이때 도윤의 휴대폰이 울렸고 기숙사 사감으로부터 온 전화임을 확인했다.
“여보세요!”
“도윤아, 너 괜찮니? 왜 기숙사에 없는 거야?”
“아, 저 산책하러 나왔어요!”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 우린 네 걱정 엄청 하고 있었잖아. 그나저나 오늘 나미 생일인데 나미가 너 전화 안 받는다고 생일파티에 참석할 건지 나한테 물어봐 달라고 하더라. 나미가 몇일 전에 이미 너한테 생일파티 얘기 했다던데!”
사감의 말을 듣고 나서야 도윤은 부재중 전화 목록을 훑어 보며 정말 나미에게서 전화가 여러 번 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나미는 도윤의 과 친구인데 외모도 예쁠 뿐 아니라 도윤과 매우 친했다.
수아를 제외하면, 나미는 도윤의 유일한 여자 사람 친구였다.
사실 도윤은 얼마 전 나미가 생일에 대해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일 전까지만 해도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막막했었기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 도윤은 평범한 친구들의 모임에서 자기도 보통 사람처럼 살기로 결심했다.
그래, 그가 생일 파티에 못 갈 이유가 뭐야?
“나미 생일 선물을 사야겠지?
전화를 끊고 도윤이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의 시선을 사로 잡은 곳은 에르메스 샵이었다.
이곳은 매우 값비싼 제품들만 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가게였다. 매우 비싸긴 했지만 도윤의 대학교에 다니는 많은 재벌 2세들은 그 명성 때문에 주로 이곳에 오는 것을 좋아했다.
도윤은 그 가게에 들어갈 계획이 없었지만 갑자기 오늘 누나가 보내 온 유니버설 글로벌 슈프림 쇼퍼스 카드가 생각났다.
그는 순간 엄청난 유혹을 느꼈다.
처음에는 돈을 쓰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그 카드를 떠올리자 즉시 죄책감이 줄어들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도윤은 바로 에르메스 부티크 샵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안에서 아주 아리따운 여성 판매원이 매우 공손하게 도윤을 맞이했다.
도윤의 옷차림을 힐끗 보았을 때 그녀의 눈에 경멸의 흔적이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여성 판매원은 이 가게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이 보통은 먼저 둘러 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왜 도윤 같은 사람이 자신이 일하는 부티크 샵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우선 좀 둘러 볼게요.” 도윤이 바로 대답했다. 이런 명품 부티크 샵에 온 것은 처음이라 도윤은 무엇을 사야할지 정말이지 알지 못했다.
여성 판매원이 냉소적인 표정으로 도윤을 쳐다 보았다.
“상우야, 나 가방 사줄래?
이 때, 익숙한 목소리가 도윤의 귓가를 스쳤고 아름다운 여자가 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뒤돌아 서서 그 커플을 보자 도윤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상우와 수아였다.
“안녕하십니까. 이 분은 고객님 여자친구분 이신가요?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먼저 도윤을 응대하고 있던 판매원은 상우를 보자마자 180도 다른 태도를 하고선 미소 띤 얼굴로 상우를 맞이했다.
모든 사람이 상우가 재벌 2세라는 것을 알았고 그는 가는 곳마다 시선을 끌었다. 그것이 판매원이 그에게 바로 달려간 이유였다.
“정하씨, 여긴 내 여자친구 수아. 내가 오늘 여기 둘러 보라고 데려 왔어. 수아에게 가방을 사주고 싶거든.”
그 말을 들은 수아는 얼굴을 붉혔다. 상우는 가는 곳마다 알아 보는 부유한 청년이었다.
수아가 가방 중에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우야, 나 이 가방 갖고 싶어.”
그 가방은 진열장 안에 놓여 있었고 매우 고급스럽고 화려해 보였다.
정하가 웃으며 답했다. “이 가방은 에르메스 200주년 기념으로 나온 한정판입니다. 전 세계에 단 200개만 생산되었으며 5천 5백만원입니다!”
“뭐라구요?”
수아는 충격으로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상우도 살짝 놀랐지만 웃으면서 말했다. “정하씨, 내가 틀리지 않다면, 이건 뛰어난 장인의 솜씨로 만든 핸드메이드 가방이야. 작년에 출시 되었는데 벌써 세계 10대 명품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어, 맞지?”
정하는 상우의 해박한 지식에 매우 놀랐다. “가방에 대해 많이 아시는 것 같군요.”
상우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명품 찾아 보는걸 좋아하긴 하는데 이건 진짜 너무 비싸네.”
그리고는 수아를 쳐다 보았다. “우리 자기 진짜 대단한 안목을 가졌어. 이거 대신 5백이나 6백만원 정도하는 가방으로 사줄게.”
상우는 5천 5백만원짜리 가방을 사 주느니 죽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수아는 뿌루퉁한 얼굴로 말했다. “채윤이 남자친구는 8백만원이 넘는 가방을 사줬단 말이야!”
“그럼 내가 다음 달 용돈 받을 때까지 기다려 주던가!”
이때, 정하가 상우에게 가방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들었던 사람들이 그 명품 가방이 있는 진열장 주위로 빠르게 모여 들었다.
상우가 5천 5백만원짜리 가방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는 엄청 박식하게 보였다.
모두들 그의 지식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도윤은 그 여자 판매원이 그를 혼자 남겨두고 가버렸을 때 더 이상 부티크 샵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는 수아가 자신을 보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 때, 한 어린 여자 판매원이 도윤에게로 급히 걸어와서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무엇을…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그녀는 이제 막 판매원 일을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아직 조금 소심했다.
그러나 그녀의 친절함이 도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음, 다른 사람에게 줄 생일 선물을 사려고 합니다!” 도윤이 빠르게 대답했다.
“고객님, 쇼퍼스 카드를 가지고 계신가요? 있으시다면 구매하실 때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비록 도윤이 그녀의 첫 고객이었지만, 그녀는 도윤의 겉모습만 보고 그를 판단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전문적인 태도로 그에게 말을 이어갔다.
“아, 네. 이것 좀 봐 주실래요?
도윤은 누나가 준 유니버설 글로벌 슈프림 쇼퍼스 카드를 꺼내서 그 판매원에게 건넸다.
판매원은 그 카드를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 이건… 블랙 골드 카드?”
판매원은 충격과 불신으로 도윤을 계속 응시했다. 이 젊은 남자는 유명한 부자가 아니라 평범한 학생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블랙 골드 카드를 가지고 있는 거지?
도윤은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블랙 골드 카드가 뭔데요?”
“블랙 골드 카드는 최고 등급의 카드입니다. 이 카드의 한도는 3억이고 최소 거래금액은 5천만원입니다 고객님!”
도윤은 더 어리둥절해졌다. 그의 가족이 부자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이정도로 부자 일지는 몰랐다.
“고객님, 저희 가게에서 현재 판매중인 제품들을 두고 봤을 때, 고객님께서는 이 가게에 있는 일반 명품들을 아무것도 살 수가 없으십니다. 하지만 한정판 가방을 계산 하신다면 최소 거래 금액을 쉽게 맞출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그 가방을 가져 오겠습니다.”
판매원은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곧장 자리를 떠났다.
그 시간, 수아와 상우는 감탄하는 표정으로 모든 가방을 살피며 아직도 부티크 샵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린 여자 판매원이 진열장을 열고 한정판 가방을 꺼내고 있을 때였다.
정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보라씨, 지금 본인이 뭐하고 있는 것 같아?”
보라가 돌아서며 대답했다. “고객님께 이 가방을 보여 드리려고요.”
“이게 아무 손님에게나 막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가방이니? 누구한테 보여주겠다는 거야?”
정하는 보라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보라가 도윤이 있는 곳을 쳐다보며 정중하게 말했다. “저기 계신 저 신사분이요.”
상우와 수아 또한 돌아서서 어린 판매원이 가리키는 곳을 보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상우는 도윤을 보자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가능했다면 그는 웃으며 벌써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을 것이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저 남자가 한정판 가방을 보여 달라 했다고?” 상우는 손가락으로 도윤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것은 상우에게 큰 놀림감이었다.
상우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도윤을 쳐다 보았고,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었기에 도윤은 약간 당혹스러웠다.
정하 역시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보라씨! 보라씨는 정말 이 남자가 우리 부티크 샵에 있는 가방을 살 형편이 된다고 생각해? 장난하니?”
“아닙니다. 저 고객님께서는 블랙 골드 카드를 가지고 계십니다. 우리 VIP 고객이시라구요!”
“하하하! 상우가 또 큰 소리로 웃었다. “VIP 고객? 쟤는 우리 대학에서 유명한 가난뱅이인데!”
수아도 진저리 치며 도윤을 쳐다 보았다. “도윤아, 넌 부끄럽지도 않니? 왜 곧장 여기서 나가지 않는 거야?”
하하하…
도윤은 계속 그를 조롱하는 사람들을 둘러 보았다. 정하가 도윤을 불쾌하게 쳐다보니 어린 판매원 역시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이때, 도윤이 계산대로 성큼 건너가서 그의 블랙 골드 카드를 내밀었다.
“지금 저 한정판 가방 제가 살게요!”
Chapter 3
“도윤아, 너 왜 부자인 척 하는 거니?” 수아가 경멸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나 도윤이 계산대에 블랙 골드 카드를 올려 놓자 정하는 흠칫하고 말았다.
명품샵에서 사용하는 이 유니버설 글로벌 슈프림 쇼퍼스 카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만 발급 받을 수 있었다.
블랙 골드 카드의 주인이라면 정말로 돈이 많고 영향력이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한편, 보라는 재빨리 카드 결제 기기를 카운터로 가져왔다.
그리고 도윤이 카드 결제 기기에 비밀번호로 본인의 생일을 입력하자 결제가 완료되었다.
결제가 완전 정상적으로 완료된 것이다!
“어머나!”
모여 있던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이 젊은 남자가 방금 5천 5백만원이나 하는 한정판 가방을 산 거 맞지? 진짜 완전 부자였어!”
“이 남자는 정말 수수하게 하고 다니는 재벌 2세네?”
모두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도윤을 쳐다 보고 있었다.
이때 상우는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도윤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 거지가 저렇게 돈이 많을 수가 있지? 상우는 가슴을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더구나 그는 조금 전에 온갖 명품에 대한 지식을 뽐내고 있었다.
이제 상우는 광대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수아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너…너…이도윤, 너 그 카드 어디서 났니?”
어떻게 도윤이 사고 싶다고 해서 5천 5백만원이나 하는 가방을 살 수 있단 말인가? 수아는 도윤이 유니버설 글로벌 슈프림 쇼퍼스 카드의 주인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저 럭셔리 쇼퍼스 카드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매우 가치가 있었다!
방금 그 가방을 도윤이 자기 돈으로 샀다고?
정말? 진짜?
도윤은 수아를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없었다.
도윤은 여전히 가슴이 아팠지만 수아에게 아주 차갑게 대했다. 그리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우리 누나가 이 카드를 나에게 줬어. 난 3억짜리도 살 수 있다고!’
“고객님, 제가 금방 이 가방을 포장해 드리겠습니다. 30분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 가방이 엄청난 고가품이라 포장을 완벽하게 했는지 저희가 확인을 해야만 합니다.”
도윤은 사람들의 이목이 너무 집중되어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는 포장 서비스를 거절한 뒤 가방을 손에 들고 나갈 준비를 했다.
“잠깐! 당장 거기 서!”
상우가 불쾌한 얼굴로 도윤이 나가지 못하게 그의 앞을 막아 섰다.
“뭐 원하는 거라도 있어?” 도윤이 싸늘하게 물었다.
상우가 콧방귀를 끼며 도윤의 손에 있는 블랙 골드 카드를 가리켰다. “난 네가 원래 주인에게서 이 블랙 골드 카드를 훔친 것 같아. 요즘 남의 비밀번호나 암호를 알아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상우는 정하를 쳐다 보았다. “정하씨, 내가 충고하는데 당장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매니저를 부르는게 나을 거야. 만에 하나 이 블랙 골드 카드가 진짜 도난 카드라면, 이 사실이 알려졌을 때 부티크 샵 평판에도 좋지 않을 거라고!”
그제야 수아도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끼어 들었다. “맞아요, 정하씨. 어떻게 도윤이 같은 가난뱅이가 최고 등급의 카드를 가지고 그렇게 비싼 가방을 살 수 있겠어요?”
수아는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정하는 상우와 수아가 하는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하는 도윤을 보며 말했다. “고객님,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저희 매니저가 곧 여기로 올 거에요.”
그러자 모두가 마치 사기꾼이 도망치는 것을 막으려는 것처럼 도윤이 나가는 길을 막아 섰다.
도윤은 가방 하나 사는데 이런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가고 싶다고 해서 지금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란 것을 알았다.
도윤은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인내심을 가지고 매니저를 기다렸다.
곧바로 아주 우아하게 차려 입은 30대 초반의 여자가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정하는 곧장 매니저에게 도윤이 남의 블랙 골드 카드를 훔친 사기꾼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매니저는 도윤을 쳐다 본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고객님, 괜찮으시다면 제가 고객님의 블랙 골드 카드를 확인해 볼 수 있게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그녀는 샵의 매니저였기 때문에 매우 정중하고 공손 했으며 고객들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않았다.
도윤은 이 상황에 엄청난 무력감을 느끼며 아무 말 없이 그의 블랙 골드 카드를 매니저에게 건네줄 수 밖에 없었다.
매니저는 특수 카드 리더기를 가져 왔다.
그리고 능숙하게 카드를 기계 안으로 넣었다.
“고객님, 정확한 성함을 알려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주민등록 번호도 필요합니다.” 여자 매니저가 정중하게 요청했다.
“내 이름은 이도윤입니다. 그리고 제 누나의 이름은 이도희구요!”
도윤은 누나가 카드 비밀번호를 그의 생일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카드의 명의자가 자신인지 누나인지 확실히 알지 못했다. 도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분증도 매니저에게 건넸다.
“자, 이제 뭐라고 변명하나 들어 보자고!” 상우가 비웃었다. 그리고는 도윤의 진실이 밝혀지자 마자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자신의 휴대 전화를 꺼내었다.
매니저가 검사를 시작했다.
잠시 후, 도윤이 블랙 골드 카드의 정당한 소유자인 것을 확인한 매니저의 눈에 공포가 스쳤다.
그는 진짜 최상류층 멤버이고 이것은 도윤이 세계적으로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매니저는 바로 식은땀을 흘렸다. 젠장! 정하 때문에 이런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고객님의 기분을 상하게 해버렸어!
매니저는 손에 카드를 쥐고 도윤에게로 걸어가 아주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이도윤 고객님, 불쾌하게 해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고객님의 블랙 골드 카드 돌려드리겠습니다.”
“뭐라고?”
모두가 놀랐다.
정하는 도윤이 도망치지 못하게 막으려고 그의 앞에 서 있었는데, 그녀는 이 순간이 너무도 당혹스러웠다.
“매니저님…저… 저기.. 정확히 확인 하셨어요? 이 사람이 진짜 블랙 골드 카드 주인이라고요?”
매니저가 손을 들어 정하의 뺨을 때렸다. “당장 비켜!”
정하는 뺨을 부여잡고 재빨리 옆으로 비켜 섰다.
상우와 수아는 당혹스러웠다.
매니저는 저 두 사람이 도윤을 알고 있었고 그들이 도윤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당혹하게 만든 장본인들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니 저 두 사람을 지금 에르메스 샵에서 쫓아 내는 것이 도윤의 호의를 얻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매니저는 재빨리 상우와 수아에게 다가갔다. “실례지만 두 분은 무엇을 증명하려는 겁니까? 왜 저희 판매원을 유도해서 가장 중요한 고객님을 모욕하게 만든거죠?”
상우는 매니저를 응시하며 말했다. “난 그저 친절한 태도로 경고만 했을 뿐이에요!”
“그 친절함 감사합니다만, 두 분 아무것도 사지 않으실거면 저희 샵에서 당장 나가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매니저의 말은 아주 날카롭고 냉담했다.
그녀는 둘을 가게에서 쫓아내려고 했다.
수아는 이 난처한 상황을 해결해 주길 바라며 상우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상우도 땀을 뻘뻘 흘리는 중이었다. 만일 그가 천만원짜리 가방을 산다 한들 도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었다.
도윤이 최상류층 고객이었다니!
“가자!”
상우는 화가 나서 이를 악 물고 수아를 가게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때, 정하는 도윤의 앞에서 허리를 숙이는 중이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도윤 고객님!”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고 겉모습만 보고 고객들을 평가했던 것도 진심으로 후회했다.
도윤은 정하를 쳐다 보지도 않고 보라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수고해준 것 전부 고마워요. 내가 지금 바빠서 그러니 가방은 포장할 필요 없어요.”
그리고는 가방을 손에 들고 가게를 빠져 나왔다.
도윤이 돈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 도윤은 그렇게 사치스럽게 소비할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도윤은 이제야 돈 걱정 없이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된 것이다.
가게를 나오자 도윤의 휴대폰이 또 울리기 시작했다. 나미에게서 온 전화였다.
도윤이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나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윤아, 다른 사람들이 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난 아무 상관 안해. 넌 내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라고! 오늘 밤 내 생일 파티에 꼭 오는 거지? 네 기숙사 친구들 벌써 여기 다 와 있어!”
도윤이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지금 바로 갈게!”
“그런데 너 오늘 잘 차려 입고 와야 해! 내가 너한테 누구 소개시켜 줄거 거든!” 나미가 다시 전화기 너머로 말했다.
도윤은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포장도 하지 않은 가방을 나미에게 줄 수는 없어서 근처에 있는 수퍼마켓에 들어가 2백원짜리 봉투를 샀다. 도윤은 그 빨간 봉투 안에 에르메스 가방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택시를 불러 제이드 레스토랑으로 달려갔다.
이 시간 제이드 레스토랑에서는 전화를 끊은 나오미가 옆에 앉은 긴 머리 여자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연아야, 도윤이라고 내 제일 친한 친구인데 진짜 착하고 공부만 하는 애야! 나중에 도윤이한테 너 소개해주고 싶어.”
연아는 이어폰을 꽂은 채 음악에 맞춰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연아는 정말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알겠어!”
김연아와 나미는 함께 자란 어린 시절 친구였고 비록 전공은 다르지만 같은 대학교로 진학을 하였다.
오늘이 생일이라 나미가 파티를 열어 연아를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 초대했던 것이다.
나미는 연아가 여신 임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때부터 쭉 싱글이었고 현재 남자친구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연아는 주스 병을 열고 우아한 자태로 주스를 마셨다.
이때, 문이 열리고….
Chapter 4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도윤이 아니었다.
“최하준! 네가 여긴 웬일이야?”
하준을 보자마자 나미의 표정이 변했다.
둘은 과 친구였고 한때는 가깝게 지냈었다.
그러나 나미는 그날 아침 하준이 도윤을 속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미는 하준에게 화를 냈었다.
예상과 달리 이 젊은 남자는 너무도 낯짝이 두꺼웠고 그녀가 화를 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이곳에 온 것이다.
“나미 너 아직도 화 났어? 어제 밤 일은 그냥 장난이었다니까? 도윤이 상우한테 그 상자를 진짜 가져다 줄 지 누가 알았겠어?”
하준이 기분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의 과 친구들도 몇 명 함께 왔는데 모두 선물을 가지고 왔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나미의 가족 역시 매우 부유했고 나미는 이미 몇 번이나 도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하지만 도윤은 늘 그녀의 호의를 거절했다.
하준은 고등학교 때부터 나미와 알고 지냈다.
“나미야, 이 사람이 네가 소개 해준다던 이도윤이니? 무슨 문제라도 있어?” 연아가 하준을 응시하며 물었다.
연아를 보자마자 하준의 눈이 반짝였다. 사실 하준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연아와 친해지고 싶었다. 연아는 그가 방송이나 미디어에서 본 사람 중 가장 예뻤다.
이렇게 뻔뻔하게 와서 나미에게 사과 할 용기를 낸 유일한 이유가 연아도 여기에 올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준은 연아의 말을 듣자 마자 말을 걸었다. “안녕, 예쁜 연아야. 이도윤은 내가 어제 장난 좀 친 가난뱅이 과 친구야! 하하하…”
하준은 어제 밤 도윤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피임 용품을 배달했다는 것을 떠올리자 크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입 닥쳐!” 나미가 하준을 째려 봤다.
이때 연아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가난한 학생과 부유한 학생 사이에 정말 그렇게 큰 차이가 있었나?
도윤의 기숙사 친구들 또한 이때 불쾌한 표정들을 지었다.
“알겠어, 알겠어. 이제 아무 말도 안 할게.”
하준은 웃으며 말했다. “나미야, 내가 가져온 네 생일 선물 좀 봐.”
이 때, 누군가 또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이 열리고 도윤이 빨간색 봉지를 손에 든 채 들어왔다.
“도윤이 너 이제 왔구나!”
나미가 웃는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 도윤은 곧 하준이 있다는 것을 알아 보았고, 하준은 조롱하는 표정으로 도윤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실 다른 재벌 2세가 왔다면 하준은 겸손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온 사람은…
도윤이었다.
이 때 연아도 도윤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사실, 연아는 정말로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었지만 도윤이 부유한 가정 출신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연아는 도윤이 잘생기고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그가 평범한 가정 출신이라도 상관 없었다.
연아는 도윤이 잘생기긴 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고 있는 것을 모두 다 합쳐 5만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하네!
좀 전에 하준이 했던 말이 생각나자 도윤에 대한 인상이 최악에 달했다.
연아의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했다.
“도윤아, 얘는 연아라고 해! 연아야, 여긴 내 친구 도윤이.”
나미가 웃는 얼굴로 둘을 소개해주었다.
도윤이 인사했다. “안녕, 난 이도윤이야. 만나서 반가워.”
도윤이 정중하게 악수를 청했다.
그러나 연아는 도윤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돌아 서서 주스만 계속 마셨다.
도윤은 허공에 있던 손을 씁쓸하게 거두었다.
나미는 베스트 프렌드인 연아의 성격이 원래 그렇다는 것을 알았다. 연아가 관심이 있었다면 더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완전 무시를 할 것이다.
도윤은 이 상황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테이블에 앉기 위해 걸어 갈 뿐이었다.
이 때, 하준이 도윤의 손에 들린 빨간색 봉지를 보았다.
“야, 이도윤, 오늘 나미 생일인데 너 선물 뭐 가져 왔냐? 우리한테 그것 좀 보여줘.”
도윤의 기숙사 사감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끼어 들었다. “하준아, 넌 왜 맨날 도윤이를 괴롭히니?”
하준은 다른 사람을 놀리거나 괴롭히는 것을 진심으로 즐겼기 때문에 그냥 웃기만 할 뿐이었다.
하준은 냉소적인 표정으로 도윤을 쳐다 본 뒤, 본인이 먼저 나미를 위해 가져온 생일 선물을 꺼내었다.
하준도 나미를 위해 검은색 브랜드 가방을 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미야, 내가 사온 선물, 에르메스 가방이야.”
하준이 가방을 꺼내자마자, 연아와 그녀의 예쁜 기숙사 친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에르메스 가방? 그 가방들은 적어도 하나에 8백만원은 하던데, 맞지?”
예쁜 여자들 모두 이제 하준의 인상이 달라 보였다.
이 사람 진짜 통이 크구나.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냉담했던 여신 연아도 이번에는 하준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야. 우리 아빠가 에르메스 매니저랑 아는 사이라서 7백90만원 밖에 안
줬어.”
하준은 웃는 얼굴로 이 순간 모두가 그에게 보내는 감탄의 눈빛을 즐겼다.
심지어 하준을 경멸했던 나미조차도 아무 말도 못한 채 가방을 손에 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 에르메스 럼블은 에르메스가 출시한 신상 가방이야. 마카오, 홍콩, 대만에서 인기가 대단하지. 이거랑 똑같은 가방이 거기서는 천2백만원정도 한다니깐!”
하준의 말을 들은 연아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연아의 표정을 본 하준이 재빨리 말했다. “연아야 이 가방 어때? 명품에 대해 좀 아니?”
연아가 하준을 쳐다 보더니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전에 똑같은 가방을 사고 싶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하준이 재빨리 답했다. “우리 연아 생일에 가방 사줘야겠네! 8, 9백만원은 나한테 별거 아니거든. 게다가 난 우리학교 건너편에 있는 에르메스 부티크 샵에 일하는 사람들을 전부 다 알아.”
연아는 아무 말도 못한 채 하준을 보며 웃기만 할 뿐이었다.
비록 하준을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했지만, 연아는 하준에 대해 들어서 그가 바람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상치 못하게 그는 아주 용기 있고 관대하기까지 했다.
연아는 이 순간 하준에게 약간의 호감을 느꼈다.
그 뒤로 도윤의 기숙사 사감과 기숙사 친구들이 가져온 선물을 나미에게 한 명씩 주기 시작했다.
다른 선물들은 하준의 명품 가방만큼 비싸지는 않았지만 그것들 또한 3, 40만원정도는 되었다.
도윤은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모두 끝난 뒤에 나미에게 선물을 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하준이 도윤의 손에 들린 빨간색 봉지를 보고 능글 거리며 말했다. “이도윤, 네가 사 온 나미 선물 좀 보여줘. 들고 있는 빨간색 봉지 좀 봐! 완전 열정적이네.”
“최하준, 그 입 좀 닥쳐줄래? 난 도윤이 주는 건 뭐든 상관 없이 좋기만 하거든.”
나미가 하준에게 다시 경고했다.
그러나 나미 역시 기대에 찬 표정으로 도윤을 쳐다보고 있었다.
도윤은 자신의 행동을 조금 후회했다.
서둘러 오기 위해 판매원이 가방을 포장 할 30분을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단순히 친한 친구 몇 명만 모인다고 생각했다. 저 망할 놈의 최하준도 여기에 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나미야, 나도 널 위해 가방을 샀어.”
도윤이 봉지에서 가방을 꺼내며 말했다.
연아는 보고도 믿을 수가 없어서 눈살을 찌푸렸다.
이 사람 완전 가난하다며! 정말 믿을 수 없는 남자네.
“와우!” 도윤이 가방을 꺼내자마자 하준이 소리쳤다.
“이도윤이 정말로 에르메스 가방을 사왔어! 이도윤도 나미에게 명품을 선물하네!”
“이도윤, 어느 시장 노점상에서 이 가방을 샀는지 좀 알려주라. 싸게 샀어?”
하준의 말에 여자들이 전부 크게 웃어댔다.
이때 연아는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렸다.
원래는 도윤이 가난하다 해도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연아는 도윤을 무시했다.
“이건 200주년 기념으로 만든 한정판 에르메스 가방이야. 전세계에 200개만 있고 하나에 5천 5백만원이나 하는 거야!”
연아는 즉시 그 가방을 알아 보았다.
“인터넷에 짝퉁도 워낙 많고 위조품 가격은 10만원도 안돼. 하지만 아무리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라도 짝퉁 명품을 사용하는 건 정말 창피하니까 이 가방의 위조품은 사지 않을 걸!”
연아는 전혀 예의를 차리지 않고 도윤을 쳐다 보았다. 이 사람이 정말 열 받게 하네!
나미도 처음에는 도윤이 생일 선물로 뭔가 사올 것이라 생각 했지만, 짝퉁을 선물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고마워, 도윤아. 진짜 고맙고 네가 뭘 선물하든 난 행복해. 하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비싼 돈 쓰지 마. 10만원이면 너한테 얼마나 큰 돈인데!”
도윤은 그것이 정품 에르메스 가방이라고 스스로 나미에게 해명하고 싶었지만 이미 연아와 그녀의 기숙사 친구들이 그에게 경멸의 눈빛을 보내는 것을 보고 말았다.
그가 아무리 설명한다 한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고 결국 그들이 그를 더 경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이때, 연아가 나미를 보았다. “나미야, 넌 왜 저 신뢰할 수 없는 애랑 친구가 된 거니?”
나미는 도윤이 난처해 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이야기 주제를 바꾸려고 했다.
“좋아요, 여러분, 오늘 제 생일을 맞이해서 축하해 주기 위해 와주셔서 너무 행복하네요. 자 우리 이제 건배 합시다!”
하지만 남자들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고, 연아와 그녀의 기숙사 친구들은 질렸다는 듯 도윤만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하준과 그의 친구들이 도윤을 비웃었다.
도윤은 나미가 그와 친구들 사이에서 난처해 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일어 섰다. “나미야 생일 축하해, 근데 지금 막 기숙사에 가서 해야할 일이 생각 났어. 나 먼저 갈게. 재밌게 놀아!”
도윤은 자신이 불청객 임을 깨닫고 곧장 나가려고 일어났다.
“이도윤!”
Chapter 5
도윤은 곧장 식당 밖으로 걸어 나갔다.
나미와 기숙사 사감 태경이 도윤을 바로 쫓아 나왔다.
“뭐 하는 거야? 난 네 선물 싫다고 말한 적 없어.” 나미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태경도 이번엔 강력하게 말했다. “도윤아, 가지 마. 있다가 저녁 먹고 가. 네가 가면 우리도 재미 없단 말이야.”
도윤이 웃으며 대답했다. “둘 다 계속 재미있게 놀아. 나 진짜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래. 근데 내가 짝퉁이나 사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믿어줘.”
도윤은 친구들이 정말 그를 믿어줄 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그에게 최소 결제 비용이 5천만원인 카드를 준 누나가 원망스러웠다.
태경과 나미가 계속 설득했지만 도윤은 결국 가버렸다.
“그 거지 진짜 갔냐?” 하준은 태경과 나미가 돌아오자 마자 웃으며 물었다.
태경이 대답했다. “최하준, 너 이제 다른 사람 그만 괴롭히면 안되겠니? 왜 맨날 도윤이한테 그래? 도윤이도 충분히 비참하지 않겠어?”
태경은 더 이상 묵인할 수 없었다.
“하하하, 그건 자기가 자초한 일이지! 왜 나미 선물로 짝퉁 에르메스 가방을 사 온 거야? 심지어 한정판을 짝퉁으로 고르다니. 걔 진짜 최악이지 않냐?”
연아는 고개를 저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도윤은 식당에서 나와 아무 감정 없는 얼굴로 길을 걸었다.
도윤이 정말 가난했을 때, 그의 바람은 부자가 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 돈이 많이 있어도 전혀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더욱이 친구에게 선물로 5천5백만원이나 하는 가방을 사줬는데도 그는 여전히 경멸과 조롱을 당했다.
도윤이 어디로 가야하나 생각하고 있는 순간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
누나 도희로부터 온 전화였다.
도윤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누나!”
“도윤아! 너 지금 뭐하고 있어?”
“바쁜 건 없는데…”
“너 시간 있으면 내 부탁 좀 들어 줄래?”
도윤은 궁금했다.
“너 성남 상업지구 알지? 4년 전에 너 만나러 갔을 때 거기 투자해서 개발을 했거든. 투자자들과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내가 지금 국내로 돌아 갈 수가 없어.”
“그때, 프로젝트 개발에 네 이름도 포함 시켰거든. 그러니 성남 상업지구는 우리 둘 소유야. 네가 계약서에 사인해도 마찬가지니까 가서 나 대신 계약서 갱신 좀 해.”
“여보세요? 도윤아, 내 말 듣고 있니?”
물론, 도윤은 도희가 하는 말을 전부 듣고 있었다.
하지만 순간 너무 혼란스러웠다.
성남 상업지구?
그곳은 성남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그 상업지구에는 수많은 가게들과 사업체들이 있었다.
그리고 상업 지구를 따라 올라가면 언덕 꼭대기에 메이페어 엔터테인먼트라 불리는 곳이 있었다. 그곳은 성남시에서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만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도희의 말에 따르면, 도윤과 도희가 성남 상업지구 전체를 소유하고 있다는 게 아닌가?
“누나, 그게 정말이야? 상업지구가 우리 소유라고?”
“젠장! 벌써 한참이나 얘기했는데 넌 내가 농담이나 하는 걸로 생각해? 내가 왜 이런 농담을 하겠니? 나 혼자서는 그 많은 사업들에 다 관여할 수 없었고 그래서 네 신분증을 사용 했어. 넌 지금 상업지구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거야.”
“내가 이미 메이페어 엔터테인먼트 사장인 상현씨에게 얘기 해 놨어. 일단 거기 도착한 뒤에, 그 사람한테 네 이름을 말하고 네가 공동대표라고 말해.”
“난…”
“그래, 그래, 그게 다야. 나 어디 참석할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
뚜뚜뚜.
도윤은 손에 전화기를 든 채 완전히 얼어버렸다.
그는 한 번도 메이페어 엔터테인먼트에 가 본적이 없었고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도윤은 심호흡을 한 뒤 택시를 잡아 타고 곧장 메이페어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메이페어 엔터테인먼트는 한 건물에 식당, 유흥시설 그리고 숙박 시설까지 다 갖추고 있었다.
성남 상업지구의 언덕길에 거대한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도윤이 고개를 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잠시만요!”
예상치 못하게도 도윤은 건물에 들어가자 마자 아름다운 여직원들에 의해 가로 막혔다.
“선생님, 오늘 이곳에 예약을 하셨습니까?” 젊은 여직원들 중 한명이 도윤을 보고 재빠르게 물었다.
이 젊은 여직원들은 모두 로비 안내 데스크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 이미 많은 VIP 고객들을 맞이하는 것에 익숙했다.
그러나 평소 방문하는 재력가나 권력가들과 비교했을 때 도윤은 너무 평범한 차림새였다.
예쁜 여직원들의 눈은 무시로 가득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도윤에게 공손했다.
“예약은 안했고 누구를 좀 만나러 왔습니다만,” 도윤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도윤은 그의 앞에 있는 아름다운 여직원들을 보고 메이페어 엔터테인먼트가 왜 성남시의 동화로 여겨지는지 그 이유를 이해했다.
이 대여섯 명의 안내원들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처럼 보였다.
그들 모두 엄청난 미인인데다 모델처럼 완벽한 몸매도 지녔다.
“누구를 만나러 오셨다고요? 찾는 분이 누구시죠?”
예쁜 여직원들은 도윤의 말을 듣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그들의 목소리에는 냉담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상현씨를 만나러 왔는데요.”
도윤은 여직원들이 자신을 깔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쨌든 사실을 얘기했다.
도윤의 말을 들은 여직원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 받았다.
김상현 사장님을 만나러?
이 가난한 남자가 김상현 사장님을 안다고?
사장님이 그가 원한다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인가?
그녀들은 도윤이 부자가 된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서 여기에 온 거지로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 메이페어 엔터테인먼트는 아무에게나 입장이 허락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단지 건물을 구경해보고 싶어서 누구를 만나기로 했다고 말하며 그곳에 오는 도윤 같은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도윤을 거기 두고 싶지 않았다.
이 예쁜 여직원들은 모두 대학 졸업생이었다. 이 순간 도윤의 행동을 경멸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공손하고 정중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선생님, 김상현 사장님을 만나시려면 우선 약속을 하고 오셔야 합니다. 만나기로 약속된 게 아니라면 들어갈 수 없으세요.”
그 때 바로 도윤은 이 여직원들이 자기를 건물 구경이나 하러 온 사람으로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그를 대신해 김상현에게 연락을 해달라고 도희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나 생각했다.
“나연양, 뭐하는 거죠? 메이페어 엔터테인먼트는 아무나 입장할 수 없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방금 말을 한 사람은 머리에 기름을 바른 젊은 남자였는데 짙은 화장을 하고 화려하게 차려 입은 여성을 동행한 채 아주 깔끔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젊은 남자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도윤을 보고 안내 직원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세준씨, 여기가 성남시에서 가장 고급인 곳이라고 하지 않았어? 왜 저런 사람이 여기 있는 거야?” 여자가 요염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태어난다. 이런 사람들은 빈정거리지 않고는 그들의 감정을 표현할 능력이 없다.
안내 데스크 팀장인 나연이 재빠르게 젊은 남자에게 사과 했다. “죄송합니다, 가능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세준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게 좋겠군요. 나중에 외국에 있는 내 친구들을 초대할 예정인데 내 생각엔 이 빌딩은 성남시의 상징이란 말이지. 그러니 여러분이 이곳을 함부로 격 떨어지게 만들지 않길 바래요. 나연양, 우리 아버지가 김상현 사장님과 아주 가까운 사이고 자주 함께 식사를 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기를 바라요.”
세준이 김상현 사장을 언급하자 그는 훨씬 더 유명 인사 같았다.
세준의 품에 안겨 있던 여자는 세준이 김상현 사장과 아는 사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미소를 지었다. 왜냐하면 김상현은 성남시의 유명인사였고 세준이 그와 연줄이 있는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이때 안내 데스크에 있던 모든 아름다운 여직원들도 세준을 응시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준의 관심을 끌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연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연은 단호한 표정으로 도윤을 쳐다 보았다.
“선생님, 이만 나가 주시죠. 저희 건물에서 소란 일으키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보안 직원을 부르겠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나가서 우선 전화 좀 할게요.”
도윤은 한숨을 쉬고 건물 밖으로 나갔다. 건물 밖으로 걸으면서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쳇! 잘난 척은! 완전 사기꾼 아니야,” 세준이 차갑게 말했다.
“화낼 필요 없으세요, 김세준님. 메이페어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답니다.”
나연이 웃는 얼굴로 재빨리 세준을 진정시켰다.
세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 보라고. 내 친구들이 벌써 와있네. 나중에 와서 한 잔 하는 거 어때?”
“시간이 나면 들르겠습니다, 김세준님.” 나연이 새초롬하게 미소 지었다.
세준은 야릇한 표정으로 나연을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룸 비용을 계산하러 프론트 데스크로 향했다.
그 뒤로 아름다운 여직원 무리가 부러운 얼굴로 나연을 쳐다 보았다. “나연아, 너도 김세준씨를 알아?”
나연이 도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우리 모두 대학 졸업 후에 여기서 일을 시작 했잖아. 김세준씨 같은 부자를 더 많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안내원으로 일해야 할 이유가 뭐니?”
“방금 김세준씨 품에 착 달라붙은 여자 봤어? 그 여자 이류 여배우야… 김세준씨 집안은 부동산 사업에 집중하고 있고 순자산이 20조가 넘는대!”
“와! 김세준씨 아버지가 우리 김상현 사장님과 아는 사이라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니네. 김세준씨 집안도 그렇게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니!”
안내원들 모두 세준에게 매료되어 그의 뒷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하하. 너네 좀 전에 그 남자가 실제로 사장님을 만나러 온 거 아니? 사장님은 지금 성남 상공회의소 회장님과 사업 논의 중 이신데. 그 남자 진짜 어이가 없네…” 나연이 대답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나연은 세준과 또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개를 들자마자 그녀가 쫓아낸 가난한 남자가 다시 돌아 온 것이 보였다.
“왜 다시 오신 거죠?”
나연은 깜짝 놀랐다.
다른 여직원들도 무시하는 표정으로 도윤을 쳐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