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민들레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 한 명이 "동물사육사"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청소년들이 그저 흥미와 호기심 수준의 내용을 자신의 미래 직업으로 삼으면 큰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약간의 흥미를 가진 직업을 위해서 대학에서 전공을 하면서 많은 시간과 돈을 사용한 후, 실제 직업 현장에 가서 '아! 이건 내 적성과 맞지 않아'라고 말하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죠...
보통 동물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다는 아이들 대부분은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워 본 경험이 있고,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에 수의사, 동물 사육사, 동물 미용사 등의 직업을 갖고 싶다고 합니다.
우리 학교에서 동물사육사가 되고 싶다는 친구도 역시 마찬가지 경우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동물관련 직종으로 삼기전에 경험을 통해 직업탐색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그리고 이 친구에게 동물을 키워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소나 돼지를 키우게 할 순 없고... 그래 닭이 좋겠다!'
그래서 이 친구와 함께 달걀을 부화시켜 병아리가 되는 과정을 경험하고, 병아리가 닭이 되어 우리가 먹기까지의 모든 여정을 경험시키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달걀을 부화시킬 수 있는 부화기를 손 수 만들었죠.
부화기를 만들고 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이 일을 하게 해 줄 수 있을까...'
그러다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배움은 가르치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죠.
그래서 이 학생이 달걀을 부화시키고 닭이 되는 과정까지 키우는 동안 이 학생에게 배울 또 다른 학생들을 찾았습니다.
마침 주변에는 달걀이 부화되고 닭이 되는 모든 여정을 보고 싶은 어린이들이 참 많았습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의 이름을 <고맙습니닭>이라고 정하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초등학생들이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지도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가평민들레학교에 재학중인 동물사육사가 되고 싶은 친구에게 "닭쌤"이 되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게 된 <고맙습니닭>에 열 명의 수강생이 모였습니다.
이 친구가 3시간에 한번씩 하루에 8번을 수동으로 '전란'하느라 잠을 설치며 20을 넘게 노력을 했는데, 옆에서 보는 저로서는 참 아슬아슬했습니다.
'과연 저 달걀이 부화가 될까?'
'만약 부화가 안 되면 아이들의 실망감은 어떻게 해결해주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20일이 지났을 때...
세상에~!!!
병아리가 하나 둘 부화를 하고 나오는 겁니다^^
이렇게 무려 8마리의 병아리가 태어났습니다.
그동안 밤잠을 설치며 '전란'을 했던 친구의 얼굴에 묻어나는 웃음, 자기 달걀을 정하여 태명을 정하고 시간이 날때마다 어깨너머로 바라보던 초등학교 학생들의 환호..
사실 저도 병아리가 부화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돌아보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한 사람이 꿈을 꾸니, 그 꿈이 다른 사람의 꿈이 되는구나!
동물 사육사가 되고 싶은 한 친구의 꿈을 경험하는 과정이 다른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그 경험은 다시 동물 사육사가 되고 싶은 학생의 꿈에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이 과정이 참 새롭습니다.
가평민들레학교에서는 꿈이 꿈을 만들고, 다시 그 꿈이 꿈을 키우는 놀라운 경험이 진행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