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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主實義 / 천 주 실 의
제 1 편
(首篇 : 論天主始制天地萬物而主宰安養之)
천주가 만물을 창조하고 그것을 주재하며 안양(安養)하심을 논함
송영배 역
1-1 ◈ 중국 선비가 말한다.
夫修己之學 世人崇業 凡不欲徒稟生命 與禽彙等者 必於是殫力焉
부수기지학 세인숭업 범불욕도품생명 여금휘등자 필어시탄역언
자신을 닦는 학문(修己之學)은 세상 사람들이 받드는 학문입니다. 그저 생명만을 받아서 금수의 무리와 같이 되고자 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에 힘을 씁니다.
修己功成 始稱君子 他技雖隆 不免小人類也
수기공성 시칭군자 타기수륭 불면소인유야
자기를 닦아서 공을 이룬 사람을 비로소 군자라고 합니다. 다른 기능이 비록 뛰어나다고 해도 수양이 안 되었으면 끝내 소인배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成德乃眞福祿 無德之幸 實居其患耳
성덕내진복록 무덕지행 실거기환이
덕을 이루는 것이 진정한 복록입니다. 덕이 결여된 행복은 행복이라 잘못 말한 것으로 실은 걱정 속에 살 뿐입니다.
世之人路有所至而止 所以繕其路 非爲其路 乃爲其路所至而止也
세지인로유소지이지 소이선기로 비위기로 내위기로소지이지야
세상에서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목적지가 있어서 그칩니다. 그런 길을 닦는 까닭은 그 길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길의 목적지에 이르러 멈추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吾所修其之道 將奚所之歟? 本世所及 雖已畧明 死後之事 미知何如
오소수기지도 장해소지여? 본세소급 수이략명 사후지사 미지하여
우리들이 자신을 닦아 나아가는 길은 어디에서 끝날 것입니까? 이 현세의 일은 이미 대략 안다고 하겠으나 사후의 세계가 어떠한지를 모르겠습니다.
聞先生周流天下 傳授天主經旨 迪人焉善 願領大敎
문선생주유천하 전수천주경지 적인언선 원령대교
선생께서는 온 세상을 편력하면서 천주의 근본 뜻(經旨)을 전수하며 사람들을 착한 데로 이끄신다고 들었습니다. 큰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賢賜顧 不欲問天主何情何事
현사고 불욕문천주하정하사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천주의 어떤 형편, 어떤 일을 물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1-2 ◈ 중국 선비가 말한다.
聞尊敎道淵而之玄 不能而片言悉
문존교도연이지현 불능이편언실
그리스도교의 교리는 연원이 깊고 뜻이 현묘하여 몇 마디 말로는 다 알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但貴國惟崇奉天主 謂其始制乾坤人物 而主宰安養之者 愚(恩)生미習聞 諸先正未嘗講
단기국유숭봉천주 위기시제건곤인물 이주재안양지자 우(은)생미습문 제선정미상강
그러나 선생의 나라에서는 천주를 오로지 높이 받들고 그분이 천지와 인간과 다른 만물들을 처음으로 창제하시고 그것들을 주재하며 안양하신다고 말하는데 저는 아직 그 점을 익히 들어본 바 없고 옛날 도학자들이 그런 것을 논의한 적도 없습니다.
幸以誨我
신이회아
저를 가르쳐 주신다면 다행이겠습니다.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此天主道 非一人一家一國之道
차천주도 비일인일가일국지도
이 천주의 도리는 어느 한 사람, 한 가족, 한 나라의 도리가 아닙니다.
自西徂東 諸大邦咸習守之
자서조동 제대방함습수지
서양에서 동방에 이르기까지 여러 큰 나라들이 모두 그 도리를 몸에 익혀서 지키고 있습니다.
聖賢所傳 自天主開闢天地 降生民物 至今經傳授愛 無容疑也
성현소전 자천주개벽천지 강생민물 지금경전수애 무용의야
이는 성현들이 전한 바로서 천주께서 천지를 개벽하고, 사람과 만물을 강생시키신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경전으로 전수되었으므로 의심할 바가 없습니다.
但貴邦儒者 鮮適他國 故不能明吾城之文語 諳其人物
단귀방유자 선적타국 고불능명오성지문어 암기인물
그러나 선생님과 중국의 유학자들은 다른 나라에는 그다지 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서양의 문자와 언어를 터득하여 우리 서양의 사람과 문물들을 잘 알 수 없습니다.
吾將譯天主之‘公敎’ 以徵其爲眞敎
오장역천주지‘공교’ 이징기위진교
저는 이제 천주의 ‘보편적 교의(公敎)’를 해설하여 그것이 ‘참된 교의(眞敎)’임을 증명해 보이고자 합니다.
始미論 其尊信者之衆且賢 與其經傳之所云 且先擧其所據之理
시미론 기존신자지중차현 여기경전지소운 차선거기소거지리
저는 그 교의를 받들어 믿는 이의 수가 많으며 그들이 현명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경전의 내용은 당분간 논의하지 않겠습니다. 그 가르침이 의거하고 있는 이치만을 먼저 설명해 보겠습니다.
凡人之所以異於禽獸 無大乎靈才也
범인지소이이어금수 무대호영재야
무릇 사람이 짐승(禽獸)들과 구별되는 까닭 중에 ‘이성능력(靈才, intellect)'보다 더 큰 것은 없습니다.
靈才者能辯是非別眞僞 而難欺之以之所無
영재자능변시비별진위 이난기지이지소무
‘이성능력’은 옳고 그름과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어서 합당한 이치가 없으면 이성을 속이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禽獸之愚 雖有知覺運動 差同于人 以不能明達先後內外之理
금수지우 수유지각운동 차동우인 이불능명달선후내외지리
어리석은 금수도 감각(知覺)이 있고 몸을 움직일 수 있어서 인간과 거의 같지만 선후와 내외라는 추론적 이치에는 분명하게 통달할 수가 없습니다.
綠此 其心但圖飮啄 與夫得時匹配 孶生厥類云耳
녹차 기심단도음탁 여실득시필배 자생궐류운이
그런 연유로 금수의 마음은 다만 마시고 먹고, 제때에 짝을 찾아 부류를 번식시키려 할 뿐입니다.
人則超拔萬類 內稟神靈 外覩物理
인즉초발만류 내품신령 외도물리
인간은 온갖 존재들보다 뛰어나니, 안으로는 정신적 영혼(靈魂)을 받고 태어났으며, 밖으로는 사물의 이치를 볼 수 있습니다.
察其末而知其本 視其固然而知其所以然
찰기말이지기본 시기고연이지기소이연
일의 나타난 끝(末)을 관찰하여 그 근원(本)을 알 수 있으며, 이미 그렇게 되어 진 끝(결과)을 보고서 그렇게 된 까닭(원인)을 추리를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故能不辭今世之苦勞 以專精修道 圖身後萬世之安樂也
고능불사금세지고노 이전정수도 도신후만세지안락야
따라서 현세의 고생과 수고로움을 마다 않고 정신을 오롯이 하여 도를 닦아서 사후의 영원한 안락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靈才所顯 不能强之以殉夫不眞者 凡理所眞是 我不能不以爲眞是
영재소현 불능강지이순부불진자 범이소진시 아불능불이위진시
이성(靈才)에 의해 드러난 것을 참이 아닌 것에 억지로 따르게 할 수 없습니다. 무릇 이치상 참되고 옳은 것을 우리는 참되고 올바른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理所僞誕 不能不爲僞誕
이소위탄 불능불위위탄
이치상 거짓인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斯于人身 猶太陽於世間普遍光明
사우인신 유태양어세간보편광명
이는 사람에게 있어서 마치 태양이 이 세상을 두루 밝혀 주는 이치와 마찬가지입니다.
捨靈才所是之理 而殉他人之所傳 無異乎尋覓物方遮日光 而持燈燭也
사영재소시지리 이순타인지소전 무이호심멱물방차일광 이지등촉야
‘이성’이 옳다고 하는 가르침의 이치를 버리고 남이 전하는 것을 쫓는 것은 바야흐로 햇빛을 가리면서 촛불을 들고 물건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今子欲聞天主敎原 則吾直陳此理以對
금자욕문천주교원 즉오직진차리이대
지금 선비님께서 ‘천주교의(敎義)’의 ‘근본(原)’을 듣고자 하시니 저는 바로 이런 이치로써 대답 하겠습니다.
但伐理剖析 或有異論 當悉折辯 勿以誕我
단벌이부석 혹유이론 당실절변 물이탄아
단지, 이치에 의거하여 분석할 뿐이니 만약 이론(異論)이 있으시면 마땅히 모두 철저하게 따지시고 저를 허탄하다고 여기지 마십시오.
此論天主正道公事也 不可以私遜廢之
차론천주정도공사야 불가이사손폐지
이는 천주의 올바른 도리라는 공적인 일을 논하는 것이니 개인적인 겸손으로 논의를 마쳐서는 안 됩니다.
1-3 ◈ 중국 선비가 말한다.
玆何傷乎? 鳥得羽翼以翔山林 人稟義理以窮事物 故論惟尙理焉耳
자하상호? 조득우익이상산림 인품의리이궁사물 고논유상리언이
이런 논의의 전개에 무슨 그런 걱정의 말씀을 하십니까? 새는 깃과 날개를 얻어서 산과 숲 위를 날 수 있듯이 사람은 ‘바른 도리(義理)’를 받아서 사물을 끝까지 논구하기 때문에 논의는 오직 도리를 높이 받들 뿐입니다.
理之體用廣甚 雖聖賢亦有所不知焉
이지체용광심 수성현역유소불지언
도리(理)의 체(體)와 용(用)은 너무나 넓어서 비록 성현이라 해도 또한 다 알 수 없는 바가 있습니다.
一人能知 一國或能知之 一國不能知 而千國之人或能知之
일인능지 일국혹능지지 일국불능지 이천국지인혹능지지
바른 도리를 한 사람이 알 수 없으면 한 나라 안에 누군가가 알 수 있는 것이요, 한 나라 안에서도 알 수 없으면 천 개의 나라 사람 중에는 누군가가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君子以理爲主 理在則順 理不在則咈 誰得而異之?
군자이리위주 이재칙순 이불재칙불 수득이이지?
군자(君子)는 도리(理)를 자강 주된 것으로 봅니다. 도리가 있으면 순종하고 도리가 없으면 반대합니다. 누가 도리를 얻었다면 어떻게 이론(異論)을 달겠습니까?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子欲先詢 所謂 始制作天地萬物 而時主宰之者 子謂天下莫著明乎是也
자욕선순 소위 시제작천하만물 이시주재지자 자위천하막저명호시야
비께서 이른바 ‘천지 만물을 처음으로 창제하고 때에 맞추어 그것을 주재 하신다’는 것을 먼저 묻고자 하셨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 이보다 더 자명한 것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人誰不仰目觀天 觀天之際 誰不默自嘆曰 斯其中必有主之者哉?
인수불앙목관천 관천지제 수불묵자탄왈 사기중필유주지자재?
사람 중에 누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지 않으며 하늘을 바로 볼 때에 ‘여기 이 한가운데 반드시 주재하는 분이 계신다.’하고 가만히 스스로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夫卽天主 吾西國所稱 ‘陡斯’是也 玆爲子特揭二三理端以證之
부즉천주 오서국소칭 ‘두사’시야 자위자특게이삼이단이증지
그분이 바로 '천주'시니 우리 서양 나라에서 말하는 데우스(Deus)입니다. 이제 선비님을 위해 특별히 두세 가지 논거를 들어 천주의 존재를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其一曰 吾不待學之能爲 良能也
기일왈 오부대학지능위 양능야
첫째 증명은 이러합니다. 우리가 배우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양능(良能)입니다.
今天下萬國各有自然之誠 莫相告諭而皆敬一上尊
금천하만국각유자연지성 막상고유이개경일상존
지금 천하의 모든 나라 만민들에게는 각기 스스로 우러난 참마음이 있어서 서로 일러 주지 않았어도 모두 하나의 ’최고 존자(上尊)‘를 공경합니다.
被難者 籲哀望救 如望慈父母焉 爲惡者捫心驚懼 如懼一敵國焉
피난자 유애망구 여망자부모언 위악자문심경구 여구일적국언
어려움을 당한 이는 슬픔을 애소하며 마치 인자한 보모에게 바라는 것처럼 구원을 바라는 것입니다. 악을 저지를 이가 가슴을 부여잡고 마치 적국을 두려워하듯이 놀라서 두려워합니다.
則豈非有此達尊能主宰世間人心 而使之自能尊乎?
칙개비유차달존능주재세간인심 이사지자능존호?
그렇다면 세상 사람의 마음을 주재하며 그들로 하여금 높이 만들게 하시는 높은 존자가 어찌 있지 않다고 하겠습니까?
두 번째 증명은 이러합니다.
其二曰 物之無魂無知覺者 必不能于本處所 自有所移動而中度數
기이왈 물지무혼무지각자 필불능우본처소 자유소이동이중도수
혼(魂)도 없고 지각(知覺)도 없는 사물은 가기 자리에 있을 뿐 스스로의 움직임이 일정한 도수(度數)에 맞을 수가 결단코 없습니다.
使以度數動 則有籍外靈才以助之
사이도수동 즉유적외영재이조지
일정한 도수에 따라 움직이려면 필연적으로 밖에 있는 ‘이성(靈才)’의 힘을 빌려서 운동을 도와야 합니다.
設汝懸石於空或眞水上 石必就下至地 方止不能復動 綠夫石自就下 水之與空非石之本處所故也
설여현석어공혹진수상 석필취하지지 방지불능복동 녹부석자취하 수지여공비석지본처소고야
만약 공중에 돌을 매달거나 또는 물 위에 놓으면 그 돌은 반드시 아래로 내fi가 땅에 닿아야 비로소 운동을 멈추게고 다시 음직이지 못합니다. 물이 스스로 낙하하는 연유를 따져 보면 물이나 공중은 돌이 본래 있던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若風發于地 能於本處自動 然皆隨發亂動 動非度數
약풍발우지 능어본처자동 연개수발난동 동비도수
만약 바람이 땅에서 일어나면 사물들은 본래 있던 곳에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바람이 부는 데에 따라서 어지럽게 움직인 것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일정한 도수에 따라서 움직여 간 것이 아닙니다.
至如日月星辰 並麗于天 各以天爲本處所 然實無魂知覺者
지여일월성신 병려우천 각이천위본처소 연실무혼지각자
해, 달, 별들로 말하자면 모두 동시에 하늘에서 빛나면서도 각기 하늘을 본래 자기 자리로 잡고 있으나 실제로는 혼도 없고 지각도 없는 존재들입니다.
今觀上天 自動運行 而日月星辰之天 自西循逆之 度數各依其則 次舍各安其位曾無織忽差忒言者
금관상천 자동운행 이일월성신지천 자서순역지 도수각의기칙 차사각안기위증무직홀차특언자
지금 위를 바라보면 하늘은 동쪽에서부터 움직이지만 해, 달, 별들은 서쪽으로부터 거꾸로 좇아가며 일정한 도수대로 각각의 법칙에 따라서 순차적으로 각기 제자리에 안정되게 머물며, 일찍이 실오라기 하나만큼도 착오도 없습니다.
倘無尊主幹旋主宰其間 能免無悖乎哉?
상무존주간선주재기간 능면무패호재?
만약 그것들 사이를 알선하고 주재하는 높으신 주님이 없다면 오차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譬如舟渡江海 上下風濤 而無覆蕩之處 雖未見人 亦知一舟之中
비여주도강해 상하풍도 이무복탕지처 수미견인 역여일주지중
必有掌舵智工撑駕持握 乃可 安流平渡也
필유장타지공팽가지악 내가안류평도야
비유하자면 강이나 바다를 배로 건너가는데 위에서는 바람이 불고 아래서는 파도가 치는데도 흔들려 전복될 걱정이 없다면 비록 배안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도 반드시 그 배안에는 노련한 조타수가 잘 조절하여 편안히 물을 건널 수 있음을 또한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세 번째 증명은 이러합니다.
其三曰 物雖本有知覺 然無靈性 其或能行靈者之事 必有靈者爲引動之
기삼왈 물수본유지각 연무영성 기혹는행영자지사 필유영자위인동지
비록 본래 감각은 가지고 있되 ‘이성(靈性)’은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가 만약 이성적인 일을 했다면 반드시 이성을 가진 존재가 그를 이끌어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試觀鳥獸之類 本冥頑不靈
시관조수지류 본명완불령
짐승의 무리들을 관찰해 봅시다. 그들은 본래 미련하여 이성 능력이 없습니다.
然饑知求食 渴知求飮 畏矰繳而薄靑冥 驚網罟而潛山澤
연기지구식 갈지구음 외증격이박청명 경망고이잠산택
그러나 배고프면 먹이를 찾을 줄 알고, 갈증이 나면 마실 물을 찾을 줄 알고, 화살이 무서워서 아득한 창공으로 솟구치며, 그물이나 덫이 무서워서 산림이나 못으로 잠적 합니다.
或吐哺 或跪乳 俱以保身孶子 防害就利 與靈者無異
혹토포 혹궤유 구이보신자자 방해취리 여영자무이
어느 것은 부리로 씹어서 새끼를 먹이고 어느 것은 꿇어 엎드려 새끼에게 젖을 줍니다. 모두 자기 몸을 보호하고 새끼를 기르며, 해로운 것을 막고, 이로운 데로 나아감은 이성을 가진 존재와 다름이 없습니다.
此必有尊主者 默敎之 纔能如此也
차필유존주자 묵교지 재능여차야
이는 반드시 높으신 주님이 존재하시어 가만히 그들을 가르쳐서 비로소 이와 같은 것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譬如觀萬千箭飛過於此 每每中鵠 我雖未見張弓 亦識 必有良工
비여관만천전비과어차 매매중곡 아수미견장궁 역식 필유양공
發箭乃可無失中云
발전내가무실중운
비유하자면 여기에 수천만 개의 화살이 날아가는데 매번 과녁에 적중함을 보고서는 우리는 비록 활 쏘는 모습을 보지 못했어도 또한 화살을 쏘아 적중하지 못하는 일이
없는 명사수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인식하는 것과 같습니다.
1-4 ◈ 중국 선비가 말한다.
天地間物 至煩至賾 信有主宰
천지간물 지번지색 신유주재
천지간의 존재들은 너무나 많고 너무나 오묘합니다. 주재하는 존재를 믿겠습니다.
然其原制造化萬物 何以徵也
연기원제조화만물 하이징야
그러나 그 분이 원초에 만물을 창제하고, 그것들을 변화, 발전시킨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습니까?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大凡世間許多事情 宰於造物 理似有二
대범세간호다사정 재어조물 이사유이
대체적으로 이 세상의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만물을 ‘주재하는 것(宰)’과 ‘만들어 지는 것(造)’은 도리가 두 가지인 것처럼 보입니다.
至論物初 原主絶無二也 雖然 再將二三理解之
지론물초 원주절무이야 수연 재장이삼리해지
그러나 만물의 원초를 논하기에 이르면 ‘원래의 창조주(原主)’는 절대로 둘일 수 없습니다. 비록 그렇지만 다시 두세 가지 논거를 들어 그 접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첫째 증명은 이렇습니다.
其日曰 凡物不能自成 必須外爲者 以成之
기일왈 범물불능자성 필수외위자 이성지
무릇 모든 개체는 스스로 완성될 수 없으며, 반드시 그 개체에 초월적인 외재적인 운동인(外爲者)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樓臺房屋不能自起 恒成於工匠之手
누대방옥불능자기 항성어공장지수
높은 누대나 가옥들은 저절로 세워질 수 없으며 언제나 목수들의 손에 의해서 완성됩니다.
知此 則識 天地不能自成 定有所爲制作者 卽吾所謂天主也
지차 칙식 천지불능자성 정유소위제작자 즉오소위천주야
이 점을 이해한다면 천지는 스스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창제하신 이, 즉 우리가 말하는 천주가 반드시 계심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譬如銅鐵小毬 日月星宿山海萬物備焉 非巧工鑄之 銅能自成乎?
비여동철소구 일월성숙산해만물비언 비교공주지 동능자성호?
이제 구리로 작은 공을 주조하여 거기에 해, 달, 별들과 산과 바다의 만물을 다 갖추어 놓는 일에 비유해 봅시다. 그런 공이 굉장한 기술자가 주조해 낸 것이 아니고 구리 스스로 그렇게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況 其天地之體之大 晝夜旋行 日月揚光 辰宿布象 山生草木 海育魚龍
황 기천지지체지대 주야선행 일월양광 진숙포상 산생초목 해육어룡
湖水隨月 其間員首方趾止民 聰明出于萬品 誰能自成?
호수수월 기간원수방지지민 총명출우만품 수능자성?
하물며 하늘과 땅(宇宙)의 존재적 크기, 밤과 낮이 반복적으로 선회하는 일, 해와 달이 빛을 발산하는 일, 천상에 퍼져있는 별자리, 산에서 초목이 생겨나고 바다에서 물고기와 용들이 자라는 일, 조수와 달의 운행 변화를 따르는 일, 이들 사이에서 머리는 둥글고 네모진 발을 가진 인간의 지능이 모두 만물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것, 이런 사실들이 어떻게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如有一物能自作己 必宜先有一己 以爲之作
여유일물능자작기 필의선유일기 이위지작
만약 어떤 사물이 스스로 ‘자기 자신(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의당히 하나의 자기 자체가 기필코 먼저 존재하고 있어야만 자기를 만들어 낸다고 하겠습니다.
然旣已有 己何用自作?
연기이유 기하용자작?
그러나 자기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면 자기가 무엇 때문에 스스로 똑같은 자기 자신을 만들어 내겠습니까?
如先初末始有己 則作己者 必非己也 故物不能自成也
여선초말시유기 칙작기자 필비기야 고물불능자성야
만약 원초에 자기 자신이 없었다면 자기를 만들어 낸 것은 반드시 자기 자신은 아닙니다. 따라서 만물들은 스스로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두 번째 증명은 이러합니다.
其二曰 物本不靈 而有安排 莫不有安排之者
기이왈 물본불령 이유안배 막불유안배지자
본래 이성(靈)을 결여하고 있는 사물들이 질서적으로 배열되어 있다면, 그것들을 질서적으로 배열한 존재가 있기 마련입니다.
如觀宮室 前有門以通出入 後有園以種花果 庭在中間以接賓客 屋在左右以寢臥
여관궁실 전유문이통출입 후유원이종화과 정재중간이접빈객 옥재좌우이침와
가옥을 관찰해 보면 앞에 는 문이 있어 출입을 하고, 뒤에는 정원이 있어서 꽃과 과수를 심습니다. 가운데 공간이 있어 손님을 접대하고, 방은 좌우에 있어 취침에 쓰입니다.
楹柱居下以負棟樑 茅茨置上以蔽風雨
영주거하이부동량 모자치상이폐풍우
기둥이 아래에 있어 대들보와 서까래를 받칩니다. 이영을 위에 깔아서 비바람을 막습니다.
如此乎處置協宜 而後主人安居之以爲快
여차호처치협의 이후주인안거지이위쾌
이와 같이 적절히 조치한 뒤에 주인이 안거하여 쾌적함을 느낍니다.
則宮室必由巧匠營作 而後能成也
즉궁실필유교장영작 이후능성야
그렇다면 집이란 반드시 솜씨 좋은 목수가 지은 뒤에야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又觀銅鐵之字 本各爲一 而能接續成句 排成一篇文章
우관동철지자 본각위일 이능접속성구 배성일편문장
또 구리로 주조된 금속활자를 관찰해 봅시다. 본래 각각 하나의 글자이지만 연결 지어 구절을 이루고 한 편의 글로 배열될 수도 있습니다.
苟排明儒安置之 何得自然偶合乎?
구배명유안치지 하득자연우합호?
명철한 지식인이 제대로 배열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스스로 그렇게 우연하게 배열될 수 있겠습니까?
因知天地萬物咸有安排一定之理 有質有文 而不可增減焉者
인지천지만물함유안배일정지리 유질유문 이불가증감언자
따라서 천지의 만물은 모두 질서정연하게 배열된 일정한 이치, 즉 ‘질료(質. matter)’와 ‘형상(文, form)’ 가지고 있어서 더 보탤 수도, 감할 수도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夫天高明上覆 地廣厚下載
부천고명상복 지광후하재
하늘은 높고 밝으며 위에서 만물을 덮고 있고, 땅은 넓고 두꺼워서 아래에서 만물을 싣고 있습니다.
分爲爲兩儀 合之爲宇宙 辰宿之天高乎日月之天 日月之天包乎火 火包乎氣
분지위양의 합지위우주 진숙지천고호일월지천 일월지천포호화 화포호기
천지를 나누어 말하면 양의(兩儀)요, 합하여 말하면 우주입니다. 뭍별들(辰宿)의 하늘은 해와 달의 하늘보다 높으며, 일월(日月)의 하늘은 불(火)을 품고 있고, 불은 공기(氣)를 품고 있습니다.
氣浮乎水土 水行於地
기부호수토 수행어지
공기(氣)는 땅 표면의 물(水)과 땅(土)이에 떠있으며, 물은 땅 위에서 흘러 다닙니다.
地居中處 而四峕錯行 而生昆虫草木
지거중처 이사시착행 이생곤충초목
땅은 우주의 한 가운데 있으며, 사계절이 바뀌어 가므로 곤충과 초목이 생겨납니다.
水養黿龜蛟龍魚鱉 氣育飛禽走獸 火煖下物
수양원귀교룡어별 기육비금주수 화난하물
물에서는 거북, 악어, 거대한 교룡과 물고기, 지리들이 자라고, 공기는 날아다니는 새들이나 땅 위를 달리는 짐승들을 길러 냅니다. 불은 아래의 만물들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吾人生於其間 秀出等夷 靈超萬物 禀五常 以司衆類
오인생어기간 수출등이 영초만물 품오상 이사중류
우리 인간들은 이 사이에 태어났으되, 그 어느 것들보다 탁월하여 이성 능력이 모든 사물보다 월등하고, 인간에만 고유한 도덕성(五常)을 받고 태어났기에 만류(萬類)를 다스립니다.
淂百骨(官) 以立本身 目視五色 耳聽五音 鼻聞諸臭 舌啖五味 手能持 足能行
득백골(관) 이립본신 목시오색 이청오음 비문제취 설담오미 수능지 족능행
100개의 뼈를 얻어서 몸을 바로 세우고, 눈으로 오색을 보고, 귀로는 오음을 듣고, 코로 온갖 냄새를 맡으며, 혀로는 오미를 맛보며, 손으로 잡을 수 있고, 발로 걸어 다닐 수 있습니다.
血脈五臟 全養其生
혈맥오장 전양기생
피와 맥(血脈)이 오장(五臟)을 통하여 생명을 온전하게 길러 나갈 수 있습니다.
下至飛鱗介諸物 爲其無靈性 不能自置所用 與人不同 則生而或得手 或得羽
하지비린개제물 위기무영성 불능자치소용 여인부동 즉생이혹득수 혹득우
或得鱗 或得介等 當衣服以遮蔽身體也
혹득린 혹득개등 당의복이차폐신체야
날거나 걸어 다니거나 비늘을 가졌거나 딱딱한 껍데기(介)를 가진 하등의 동물들은 이성 능력이 없기 때문에 소용되는 것을 스스로 만들 수 없어서 사람과는 달리 태어나면서 어떤 것은 털이, 어떤 것은 깃이, 어떤 것은 비늘이, 그리고 어떤 것은 딱딱한 껍데기 같은 것들이 있어서 각기 그것을 옷으로 삼아 자기 몸을 가리고 보호합니다.
或具利瓜 或具尖角 或具硬蹄 或具長牙 或具强嘴 或具毒氣等 當兵甲以敵其所害也
혹구이과 혹구첨각 혹구경제 혹구장아 혹구강취 혹구독기등 당병갑이적기소해야
어떤 것은 날카로운 발톱을, 어떤 것은 뾰족한 뿔을, 어떤 것은 딱딱한 발굽을, 어떤 것은 긴 이빨을, 어떤 것은 강한 부리를, 어떤 것은 독기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어서 각기 그것을 무기로 삼아서 자신을 해치는 것들을 대적합니다.
且又不待敎而識其傷我與否 故鷄鴨避鷹而不避孔雀 羊忌豺狼而不忌牛馬
차우부대교이식기상아여부 고계압피응이불피공작 양기시랑이불기우마
또한 그들은 배우지 않고서도 어느 것이 자신을 해치는지 아닌지를 식별합니다. 따라서 닭과 오리는 매는 피하지만 공작은 피하지 않습니다. 양은 승냥이와 늑대는 꺼리지만 소와 말은 꺼리지 않습니다.
非鷹與豺狼滋巨而孔雀與牛馬滋小也 知其有傷與無傷異也
비응여시랑자거이공작여우마자소야 지기유상여무상이야
(그 이유는) 매나 승냥이나 늑대가 상당히 몸집이 크고, 공작이나 소나 말이 상당히 몸집이 작기 때문이 아닙니다. 해를 끼치거나 해를 끼치지 않는 그들의 차이를 알기 때문입니다.
又下至一草一木 爲其無 知覺之性 可以頀己 及以全果種 而備鳥獸之累
우하지일초일목 위기무 지각지성 가이호기 급이전과종 이비조수지누
또한 하나의 풀이나 하나의 나무 같은 하등의 식물들은 자체를 보호한다거나 열매나 종자를 온전하게 한다거나 새나 짐승의 해를 방비할 수 있는 지각 능력이 없습니다.
故植而或生刺(刺) 或生皮 或生甲 或生絮 皆生枝葉 以圍蔽之
고식이혹생자(자) 혹생피 혹생갑 혹생서 개생지엽 이위폐지
따라서 식물 중에 어느 것에는 가시가, 어는 것에는 껍질이, 어느 것에는 딱딱한 껍질이, 어느 것에는 솜털이 자라나며, 모두 줄기와 이파리를 길러서 각기 자체를 에워싸고 보호합니다.
吾試忖度 此世間物安排包置 有次有常!
오시촌도 차세간물안배포치 유차유상!
이 세상 만물들이 제대로 안배 되어 있어서 순서(次)가 있고, 법도(常)가 있음을 우리 이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非初有至靈之主賦矛其質 豈能優游於宇下 各得其所哉?
비초유지영지주부모기질 개능우유어우하 각득기소재?
태초에 지극히 시상적인 주님이 이런 성질들을 부여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만물들이 이 세상에서 멋대로 노닐면서도 각기 자기의 살 자리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세 번째 증명은 이러합니다.
其三曰 吾論衆物所生形性 或受諸胎 或出諸卵 或發乎種 皆非由己制作也
其三曰 오론중물소생형성 혹수제태 혹출제란 혹발호종 개비유기제작야
모든 생물들의 형체와 본성이 생겨난 바를 우리가 따져 본다면, 어느 생명은 태(胎)로부터 받은 것이고, 어느 생명은 알에서 깨어 나온 것이고, 어느 생명은 씨(種子)에서 싹터 나온 것입니다. 모두 자기로부터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且問 胎卵種猶然一物耳 又必有所以爲始生者 而後能生他物 果於何而生乎
차문 태란종유연일물이 우필유소이위시생자 이후능생타물 과어하이생호
또한 우리는 태나 알이나 씨도 다 비슷한 하나의 피조물이기에 그들이 첫 생명의 원인자를 반드시 가진 다음에야 다른 생명(後孫)들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과연 어디로부터 생명이 태어났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則必須推及 每類初宗 皆不在於本類能生 必有元始特異之類化生萬類者
칙필수추급 매류초종 개불재어본류능생 필유원시특이지류화생만류자
그렇다면 우리는 생물의 부류마다 원 시조는 모두 그 부류에서는 생겨날 수 없고, 필연적으로 이 세상 만류를 조화하여 생성한 원초의 특이한 존재(類)가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에까지 밀고 나가야만 합니다.
卽 吾所稱天是也
즉 오소칭천시야
곧, 우리 선교사들이 말하는 천주가 그런 존재입니다.
1-5 ◈ 중국 선비가 말한다.
萬物旣有所生之始 先生謂之天主 敢問此天主由誰生歟
만물기유소생지시 선생위지천주 감문차천주유수생여
일단 만물을 만들어 낸 시조가 선생께서 말씀하시는 천주라고 한다면 이 천주는 누구에 의해서 생겨난 것입니까?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天主之稱 謂物之原 如謂有所由生 則非天主也
천주지칭 위물지원 여위유소유생 칙비천주야
천주란 만물의 근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만약 무엇에 말미암아 생겨난 것이라면 천주가 아닙니다.
物之有始有終者 鳥獸草木是也 天地鬼神及人之靈魂是也
물지유시유종자 조수초목시야 천지귀신급인지영혼시야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존재는 금수나 초목과 같은 것입니다. 시작은 있으나 끝이 없는 것은 천지나 귀신 및 인간의 영혼을 말합니다.
天主則無始無終 而爲萬物是焉 爲萬物根柢언
천주칙무시무종 이위만물시언 위만물근저언
천주는 시작도 끝도 없으며 만물의 시조요, 만물의 뿌리인 것입니다.
無天主則無物矣 物有天主生 天主無所由生也
무천주칙무물의 물유천주생 천주무소유생야
천주가 없으면 만물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만물은 천주로 말미암아 생겨난 것이며, 천주는 말미암아 생겨난 바가 없습니다.
1-6 ◈ 중국 선비가 말한다.
萬物初生自天主出 已無容置喙矣
만물초생자천주출 이무용치훼의
만물이 원초에 천주로부터 생겨났다는 데에는 더 이상 논의할 여지가 없겠습니다.
然今觀人從人生 畜從畜生 凡物莫不皆然 則似物自爲物 於天主無關者
연금관인종인생 축종축생 범물막불개연 칙사물자위물 어천주무관자
그러나 사람은 사람에게서 태어나고, 가축은 가축에게서 생겨나고, 모든 것들이 모두 이렇지 않은 것이 없음을 관찰해 보면 만물이 스스로 만물이 되는 것이지, 천주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天主生物 乃始化生物類之諸宗 旣有諸宗 諸宗自生
천주생물 내시화생물류지제종 기유제종 제종자생
천주께서 만물을 만들어 내어, 이에 모든 종류의 시조들을 처음으로 변화, 생성시키신 것입니다. 일단 시조들이 있고 이 시조에서 스스로 생명이 생겨나옵니다.
今以物生物 如以人生人 其用人由(用)天 則生人者 豈非天主?
금이물생물 여이인생인 기용인유(용)천 칙생인자 개비천주?
지금 어느 개체가 어느 개체를 출생시키는 것은 마치 사람에게서 사람이 태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그 시조로 쓰인 사람이 하늘에 말미암은 것이라면 사람을 만든 것이 어찌 천주가 아니겠습니까?
譬如鋸鑿雖能成器 皆由匠者使之 誰曰成器乃鋸鑿 非匠人乎?
비여거착수능성기 개유장자사지 수왈성기내거착 비장인호?
비유하자면 톱과 끌로 비록 그릇을 만들 수 있다 해도 모두 목수가 그 톱과 끌을 씀으로 말미암아 된 것입니다. 누가 그릇을 만든 것이 톱과 끌이요, 목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吾釋物之所以然 則其理自明
오석물지소이연 즉기리자명
제가 먼저 사물의 소이연(所以然)을 설명하면 그 이치는 저절로 분명해질 것입니다.
試論物之所以然有四焉
시론물지소이연유사언
사람의 소이연을 한 번 논의해 보면 네 가지가 있습니다.
四者維何? 有作者 有模者 有質者 有爲者
사자유하? 유작자 유모자 유질자 유위자
이 네 가지는 무엇입니까? 운동인, 형상인, 질료인, 목적인입니다.
夫作者 造其物而施之爲物也
부작자 조기물이시지위물야
운동인은, 그 사물을 만들어서 그 사물이 되게끔 하는 것입니다.
模者 狀其物置之於本倫 別之於他類也
모자 상기물치지어본윤 별지어타류야
형상인은, 그 사물의 모습을 드러내어 본래의 범주(本倫)에 자리 잡게 하여 다른 부류와 구별되게 하는 것입니다.
質者 物之本來體質 所以受模者也
질자 물지본래체질 소이수모자야
질료인은, 그 사물 본래의 물질적 재료로써 형상인을 수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爲者 定物之所向所用也
위자 정물지소향소용야
목적인은, 그 사물이 지향하는바 소용되는 바를 정해주는 것입니다.
此於工事 俱可觀焉
차어공사 구가관언
이런 점들은 기물을 만들어 내는 공사 현장에서 모두 관찰해 볼 수 있습니다.
譬如車然 與人爲作者 軌轍爲模者 樹木料爲質者 所以乘於人爲爲者
비여거연 여인위작자 궤철위모자 수목료위질자 소이승어인위위자
수레가 그렇게 되는 것을 예로 들어 봅시다. 수레 만드는 목수가 운동인 이고, 수레의 법식이 형상인 이고, 목재는 질료인 이고, 사람을 태우는 바가 목적인입니다.
於生物亦可觀焉
어생물역가관언
사물들이 생성되는 경우에도 또한 이런 4원인을 관찰해 볼 수 있습니다.
譬如火然 有生火之原火爲作者 熱乾氣爲模者 薪柴爲質者 所以燒煮物爲爲者
비여화연 유생화지원화위작자 열건기위모자 신시위질자 소이소자물위위자
불이 그렇게 되는 것을 예로 들어 봅시다. 불을 일으키는 원초의 불이 운동인이고, 열을 내고 건조 시키는 기(氣)가 형상인 이고, 땔나무가 질료인 이고, 물건을 태우거나 삶는 것이 목적인입니다.
天下無有日物 不具此四者
천하무유일물 불구차사자
이 세상에 이 4원인을 갖지 않은 존재는 하나도 없습니다.
四之中 其模者質者 此二者在物之內 爲物之本分 或謂陰陽是也
사지중 기모자질자 차이자재물지내 위물지본분 혹위음양시야
이 넷 중에서 형상인과 질료인, 이 둘은 그 사물에 내재하여 그 사물의 본래 몫을 이루니 혹, 음과 양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作者爲者 此二者在物之外 超於物之先者也 不能爲物之本分
작자위자 차이자재물지외 초어물지선자야 불능위물지본분
운동인과 목적인, 이 둘은 그 사물 밖에 그 사물에서 초월하여 먼저 존재 하고 있는 것이니 그 사물의 본래 몫일 수 없습니다.
吾按 天主爲物之所以然 但云 作者 爲者 不云 模者 質者
오안 천주위물지소이연 단운 작자 위자 불운 모자 질자
제 생각으로는 천주가 사물의 소이연 이라는 뜻은 다만 운동인과 목적인을 말한 것이고, 형상인과 질료인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
盖天主渾全無二 胡能爲物之分乎?
개천주혼전무이 호능위물지분호?
대저 천주는 혼융하고 온전하여 둘이 아니니 어떻게 사물의 몫이 될 수 있겠습니까?
至論 ‘作’ 與 ‘爲’ 之所以然 又有近遠公私之別
지론 ‘작’ 여 ‘위’ 지소이연 우유근원공사지별
운동인과 목적인이라는 소이연을 따져 보면, 또한 가까운(近) 것과 멀리까지 소급되는(遠) 것이 있고, 보편적(公)인 것과 개별적(私)인 것의 구별이 있습니다.
公遠者 大也 近私者 其小也
공원자 대야 근사자 기소야
보편적이고 멀리까지 소급되는 것이 큰 것이요, 가깝고 개별적인 것은 작은 것입니다.
天主爲物之所以然 至公至大 而其餘之所以然 近私且小
천주위물지소이연 지공지대 이기여지소이연 근사차소
천주가 사물의 소이연이라 함은 지극히 보편적이고 지극히 큰 것이요, 그 밖의 소이연은 가깝고 개별적이고 또한 작은 것입니다.
私且小者 必統于大者公者 夫雙親爲子之所以然 稱爲父母近也私也
사차소자 필통우대자공자 부쌍친위자지소이연 칭위부모근야사야
개별적이고 작은 것은 결코 보편적인 것에 통섭됩니다. 양친은 자식의 소이연이기에 부모이며, 그것은 가깝고 개별적인 것입니다.
使無天地覆載之 安得産其子乎?
사무천지복재지 안득산기자호?
만약 천지로 하여금 만물을 덮고 싣고 있지 않게 한다면 부모가 어떻게 자기 자식을 낳을 수 있겠습니까?
使無天主掌握天地 天地安能生育萬物乎?
사무천주장악천지 천지안능생육만물호?
만약 천주가 이 천지를 주관하지 않고 있다면 천지가 어떻게 만물을 낳고 기를 수 있겠습니까?
則天主固無上至大至所以然
칙천주고무상지대지소이연
그렇다면 천주는 진실로 더 위에 있는 것이 없는 지극히 위대한 소이연입니다.
故吾古儒以爲所以然之初所以然
고오고유이위소이연지초소이연
따라서 우리 서양의 옛날 학자들은 그것을 소이연 중에 원초적 소이연이라고 했습니다.
1-7 ◈ 중국 선비가 말한다.
宇內之物 衆而且異
우내지물 중이차이
우주 안의 존재는 수적으로 엄청나게 많고 또한 다양합니다.
竊疑 所出必爲不一 猶之江河所發 各別有源
절의 소출필위불일 유지강하소발 각별유원
저는 그것들이 생겨난 곳에 반드시 하나가 아닌 것은 마치 큰 강물들의 발원지가 각기 다른 몇 개의 샘물(源泉)들인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今言天主惟一 敢問其理
금언천주유일 감문기리
지금 천주는 오직 하나라고 말씀하시는 그 이치를 묻고자 합니다.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物之私根源 固不一也 物之公本主 則無二焉
물지사근원 고불일야 물지공본주 칙무이언
사물들의 개별적인 뿌리와 바탕(根源)은 진실로 하나가 아닙니다. 그러나 사물들의 보편적인 본래의 근원(本主)이라면 둘일 수는 없습니다.
何者? 物之公本主 乃衆物之所從出 備有衆物德性
하자? 물지공본주 내중물지소종출 비유중물덕성
왜 그럴까요? 사물들의 보편적인 본래의 근원이라면 만물이 딸려 나온 곳이요, 만물의 모든 덕성들을 자기 속에 다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德性圓滿超然 無以尙之
덕성원만초연 무이상지
따라서 그의 덕성은 만물에 비하여 충만 원융하고 초연하여 더 이상 높일 것이 없는 것입니다.
使疑天地之間物之本主 有二尊 自不可謂公尊
사의천지지간물지본주 유이존 자불가위공존
만약 천지간의 만물의 본래의 근원으로 두 지존자(至尊者)가 있다고 가정해 본다면 이 둘이라는 것이 서로 같은 것인지 아닌지를 모르겠습니다.
如非相等 必有一微 其微者 自不可謂公尊
여비상등 필유일미 기미자 자불가위공존
만약 서로 같지 않다면 반드시 하나는 미약할 것입니다. 그 미약한 것은 스스로 보편적인 지존자라 말할 수 없습니다.
其公尊者 大德成全 蔑以加焉
기공존자 대덕성전 멸이가언
보편적인 지존자는 대덕(大德)을 온전하게 이루었기에 더 이상 보탤 바가 없습니다.
如曰 相等 一之已足 何用多乎?
여왈 상등 일지이족 하용다호?
만약 두 지존자가 서로 같다면 하나로 이미 충분하지 더 많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又不知 所云 二尊 能相奪滅否
우불지 소운 이존 능상탈멸부
두 지존자라는 것이 서로 그 지존자의 자리를 두고 다투고 상대를 없애려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如不能相滅 則其能有猶窮限 不可謂圓滿
여불능상멸 칙기능유유궁한 불가위원만
만약 서로를 없앨 수 없다면 그 능력은 아직도 한계가 있어서 충만 원융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至德之尊主 如能奪滅 則彼可以被奪滅者 非天主也
지덕지존주 여능탈멸 즉피가이피탈멸자 비천주야
지극히 덕이 높은 존주(尊主)가 상대를 다투어 없앨 수 있다면, 저 다투어서 없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천주가 아닙니다.
且天下之物 極多極盛 苟無一尊維持調護 不免散壞
차천하지물 극다극성 구등일존유지조호 불면산괴
또한 천하의 사물은 지극히 많고 지극히 번성합니다. 만약 이들을 조절하고 보호할 하나의 지존자가 없다면 흩어지고 파멸됨을 면할 수 없습니다.
如作樂大成 苟無太師集衆小成 完音亦幾絶響
여작낙대성 구무태사집중소성 완음역기절향
예를 들어 대규모의 음악을 연주할 경우, 만약 여러 작은 화음(成音)들을 하나로 모아 올 수 있는 음악가(지휘자)가 없다고 한다면 완벽한 소리는 또한 거의 울려 나올 수 없을 것입니다.
是故一家止有一長 一國止有一君 有二則國家亂矣
시고일가지유일장 일국지유일군 유이칙국가난의
이렇게 때문에 한 집에 하나의 가장만이 있고 한 나라에 하나의 군주만이 있습니다. 둘이면 집도, 나라도 혼란스러워질 것입니다.
一人止有一身 一身止有一首 有二則怪異甚矣
일인지유일신 일신지유일수 유이칙괴이심의
한 사람에는 오직 한 몸이 있고, 한 몸에는 머리 하나만 있습니다. 머리가 둘이면 무척이나 괴상할 것입니다.
吾因是之乾坤之內 雖有鬼神多品 獨有一天主始制作天地人物 而時主宰存安之
오인시지건곤지내 수유귀신다품 독유일천주시제작천지인물 이시주재존안지
저는 이런 점들 때문에 이 하늘과 땅 사이에 비록 귀신이나 신들이 많다 해도 오직 천주만이 원초에 천지와 사람과 만물을 창제하고 떼에 맞게끔 그들을 주재하고 편안하게 생존시키고 계심을 아는 것입니다.
子何疑乎?
자하의호?
선비께서는 무엇을 더 의심하고 계십니까?
1-8 ◈ 중국 선비가 말한다.
耳聆之敎 盖信天主之尊 眞無二上 雖然 願竟其說
이령지교 개신천주지존 진무이상 수연 원경기설
지극한 가르침을 들어보니, 천주가 지존하며 진실로 두 지존자가 있을 수 없음을 대체로 믿겠습니다. 그렇지만 그 설명을 끝까지 듣고 싶습니다.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天下至微虫如蟻 人不能畢其性
천하지미충여의 인불능필기성
개미와 같이 이 세상에 지극히 미미한 벌레라도 사람들은 그 개미의 본성을 끝까지 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矧天主至大至尊者 豈易達乎?
신천주지대지존자 개이달호?
하물며, 지극히 위대하고 지극히 존귀한 천주를 어찌 쉽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如人可以易達 亦非天主矣
여인가이이달 역비천주의
만약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면 또한 천주가 아닙니다.
古有一君欲知天主之說 問於賢臣 賢臣答曰容退一日思之
고유일군욕지천주지설 문어현신 현신답왈용퇴일일사지
옛날에 천주에 관한 이론을 알고 싶어 하는 임금이 있어서 현명한 신하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물러나서 하루 동안 그 문제를 생각해 볼 것을 청했습니다.
至期又問 答曰更二日方可對
지기우문 답왈경이일방가대
임금이 기일이 되어 또 물었습니다. 그 현신은 다시 이틀을 주면 대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如是已二日 又求四日以對
여시이이일 우구사일이대
이렇게 해서 이틀이 지나자 또 대답하기 위해 나흘을 요구했습니다.
如何戱?
여하희?
임금은 역정을 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어찌 짐을 희롱하는가?”
答曰 臣何敢戱? 但天主道理無窮 臣思日深 而理日微
답왈 신하감희? 단천주도리무궁 신사일심 이리일미
신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신이 어찌 희롱을 하겠습니까? 다만 천주의 도리가 무궁하여 신이 매일 사색해도 터득한 이치는 날로 미미하였습니다.
亦猶橙目仰瞻太陽 益觀益昏 是以難對也
역유등목앙첨태양 익관익혼 시이난대야
또한 눈을 크게 뜨고 똑바로 태양을 우러러 보았습니다. 그러나 관찰하면 할수록 더욱 혼미하였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대답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昔者 又有西士聖人 名謂 奧梧斯悌諸 欲一槩通天主之說 而書之於冊
석자 우유서사성인 명위 오오사제제 욕일개통천주지설 이서지어책
또 옛날 서양에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성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천주에 관한 이론을 하나로 개괄하고 통달하여 그것을 책으로 쓰고 싶어 하였습니다.
一日浪遊海濱 心正尋思 忽見一童子 掘地作小窩 手執蠔殼 汲海水灌之
일일랑유해빈 심정심사 홀견일동자 굴지작소와 수집호각 급해수익지
어느 날 바닷가를 거닐면서 막 생각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데 홀연히 한 어린아이가 땅을 파서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굴껍질을 손에 들고 바닷물을 떠서 그곳에 물을 붓는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聖人曰 子將何爲?
성인왈 자장하위?
성인은 물었습니다. “너 무엇을 하고 있느냐?”
童子曰 吾欲以此殼盡汲海水 傾入窩中也
동자왈 오욕이차각진급해수 경입와중야
아이는 대답했습니다. “저는 이 껍질로 바닷물을 다 퍼내어 웅덩이에 따라 부으려고 합니다.”
聖人笑曰 若何甚愚 欲以小器竭大海入小窩
성인소왈 약하심우 욕이소기갈대해입소와
성인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너 참 어리석구나. 어떻게 조그만 그릇으로 큰 바닷물을 다 퍼내어 작은 웅덩이에 부을 수 있기를 바라느냐?”
童子曰 爾旣知大海地水小器不可汲 小窩不盡容 又何爲勞心焦思
동자왈 이기지대해지수소기불가급 소와불진용 우하위노심초사
欲以人力竟天主之大義 而入之微冊耶?
욕이인력경천주지대의 이입지미책야?
아이는 말했습니다. “당신이 이미 큰 바닷물은 작은 그릇으로 다 퍼낼 수 없고 작은 웅덩이는 그것을 다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계시다면 왜 또 마음과 생각을 그리 들볶아 대면서 사람의 힘으로 알 수 없는 천주의 큰 뜻(大義)을 미미한 책자에 다 담아내려고 하십니까?”
語畢不見 聖人亦驚悟 知爲天主命神以警戒之也
어필불견 성인역경오 지위천주명신이경계지야
그 아이는 말을 마치자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성인 또한 깜짝 놀라며 깨닫고는 천주가 천신을 보내어 자신을 경각시켰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盖物之列於類者 吾因其類 考其異同 則知其性也
개물지열어류자 오인기류 고기이동 칙지기성야
개체는 부류(類, genus)로 배열되는 것이라면, 우리들은 그 개체의 부류로 말미암아 그 개체들의 같고 다른 점(同異)을 따져 보고서 그 개체들의 본성을 알게 됩니다.
有形聲者 吾視其容色 聆其音響 則知其情也
유형성자 오시기용색 영기음향 칙지기정야
모습(形)과 소리(聲)가 있는 것은 우리가 그것의 용모와 색깔을 보고 또 그 소리를 들어 보면 그것의 실제 모습을 알게 됩니다.
有限制者 吾度量自此界至彼界 則可知其體也
유한제자 오도양자차계지피계 칙가지기체야
제한된 크기를 가진 것은 우리가 이 끝에서부터 저 끝에까지 길이를 재어 보고 분량을 재어 보면 그 크기(體)를 알 수 있습니다.
若天主者 非類之屬 超越衆類 比之於誰類乎?
약천주자 비류지속 초월중류 비지어수류호?
그런데 천주란 이런 부류에 속하지 않고 모든 부류에 초월해 있는 존재라면 천주를 어느 부류
에 대비해 볼 수 있겠습니까?
旣無形聲 豈有迹可入而達乎?
기무형성 개유적가입이달호?
모습도 소리도 없다면 어찌 이해할 만한 흔적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其體無窮 六合不能爲邊際 何以測其高大之倪호?
기체무궁 육합불능위변제 하이측기고대지예호?
그 크기가 무궁하다면 6합(동, 서, 남, 북과 상, 하)으로 경계 지을 수 없으니 천주의 높으심과 위대함의 끝을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庶幾乎擧其情性 則莫若以‘非’者‘無’者擧之
서기호거기정성 즉막약이‘비’자‘무’자거지
겨우 천주의 실제 모습이나 특성을 드러내자면 무엇이 ‘아니다(非)’와 무슨 특성이 ‘없다(無)’로써 드러내는 도리밖에 없습니다.
苟以‘是’以‘有’ 則愈遠矣
구이‘시’이‘유’ 즉유원의
만약, 무엇 ‘이다(是)’와 무슨 특성을 ‘가진다(有)’로써 한다면 더욱더 실정에서 거리가 멀어질 것입니다.
1-9 ◈ 중국 선비가 말한다.
夫極 ‘是’極‘有’者 亦安得以‘非’ 以‘無’闡之?
부극 ‘시’극‘유’자 역안득이‘비’ 이‘무’천지?
‘지극한 무엇이다(極是)’와 ‘지극하게 무엇을 가지고 있다(極有)’는 특성을 가진 천주의 존재가 또한 어떻게 ‘아니다(非)’와 ‘없다(無)’로써 설명될 수 있습니까?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人器之陋 不足以盛天主之巨理也
인기지루 부족이성천주지거리야
사람이란 그릇은 보잘것없어서 천주라는 거대한 도리를 담기에 부족합니다.
惟知 物有卑賤 天主所‘非’ 是
유지 물유비천 천주소‘비’ 시
우리는 오직 창조된 만물은 비천하지만 천주는 무엇무엇 ‘이다(是)’가 ‘아니다(非)’라는 것을 알 뿐입니다.
然而 不能窮其所爲尊貴也
연이 불능궁기소위존귀야
하지만 천주가 존귀한 바를 끝까지 다 캘 수는 없습니다.
惟知事有缺陷 天主所‘無’ 有
유지사유결함 천주소‘무’ 유
우리는 오직 만물이 하는 일에는 결함이 있지만 천주는 무엇 무엇을 ‘갖고 있음(有)’이 ‘없다(無)’는 것을 알 뿐입니다.
然而 不能稽稽所爲全長也
연이 불능계기소위전장야
하지만 천주의 완전함(全)과 빼어남(長)을 다 따질 수 없습니다.
今吾欲擬指天地何物 曰 非天也非地也 而其高明博厚 較天地猶甚也
금오욕의지천지하물 왈 비천야비지야 이기고명박후 교천지유심야
지금 천주가 무엇이냐를 규정해 보려면 우리는 천주는 하늘도 아니고 땅도 아니지만 천주의 높고 밝고 넓고 두려움은 오히려 하늘과 땅보다 더하다고 말합니다.
非鬼神也 而神靈鬼神不啻也
비귀신야 이신령귀신불시야
천주는 귀신도 신령도 아니지만 그 신령함은 귀신이나 신령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非人也 而遐邁聖睿也 非所爲‘道’‘德’也 而爲‘道’ ‘德’之源也
비인야 이하매성예야 비소위‘도’ ‘덕’야 이위‘도’ ‘덕’지원야
천주가 인간이 아니지만 성인의 지혜를 훨씬 초월해 있습니다. 천주는 도와 덕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도와 덕의 근원입니다.
彼寔無往無來
피식무왕무래
저 천주는 실로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습니다.
而吾欲言其以往者 但曰 ‘無始’也 欲言其以來者 但曰 ‘無終’也
이오욕언기이왕자 단왈 ‘무시’야 욕언기이래자 단왈 ‘무종’야
그러나 우리가 천주를 과거의 측면에서 말하려면 단지 ‘시작이 없음(無始)’이라고 말하고, 그것의 미래의 측면에서 말하려면 단지 ‘마침이 없음(無終)’이라 말합니다.
又推而意其體也 無處可以容載之 而無所不盈充也
우추이의기체야 무처가이용재지 이무소불영충야
또한 그 크기를 미루어 생각해 보자면 천주를 수용하고 실을 만한 공간은 없으나 천주가 채워지지 않는 장소는 없습니다.
不動而爲諸動之宗
부동이위제동지종
천주는 그 자체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모든 운동의 최초의 원인(宗)입니다.
無手無口 而化生萬森 敎諭萬生也
무수무구 이화생만림 교우만생야
손도 없고 입도 없지만, 만물들을 조화하여 만들어 냈으며 모든 생물들을 가르치고 깨우칩니다.
其能也 無毁無衰 而可以‘無’之 ‘有’者
기능야 무훼무쇠 이가이‘무’지 ‘유’자
천주의 능력은 망가짐도 쇠함도 없으며, ‘없는 것(無)’을 ‘있는 것(有)’로 만들 수 있습니다.
其知他無味無謬 而已往之萬世以前 未來之萬世以後 無事可逃其知 如對目也
기지타무미무류 이이왕지만세이전 미래지만세이후 무사가도기지 여대목야
천주의 지능은 몽매함도 없고 오류도 없어서, 만세(萬世) 이전의 과거나 만세 이후의 미래의 일이라도 그의 앞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마치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其善純備無滓 而爲衆善之歸宿 不善者雖微 而不能爲之累也
기선순비무재 이위중선지귀숙 불선자수미 이불능위지누야
천주의 선(善)은 순수하여 찌꺼기가 없으니 모든 선의 귀결점입니다. 아무리 미미한 불선(不善)이라 해도천주에게 누(累)가 되게 할 수 없습니다.
其恩惠廣大 無壅無塞 無私無類 無所不及
기은혜광대 무옹무새 무사무류 무소불급
천주의 은덕은 광대하여 제한도 없고 막힘도 없으니 특정한 개체나 특정한 부류에 대한 편견이 없어서 어느 것이고 미치지 않음이 없습니다.
小虫細介亦被其澤也
소충세개역피기택야
작은 벌레나 시시한 조개라도 또한 그 은혜를 입는 것입니다.
夫乾坤之內 善性善行 無不從天主禀之
부건곤지내 선성선행 무부종천주품지
우주 안의 착한 본성과 착한 행동은 천주로부터 받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雖然 比之于本原 一水滴於滄海不如也
수연 비지우본원 일수적어창해부여야
비록 그렇지만 이것들을 천주라는 본바탕(根源)에 대비하면 아주 작은 물방울 하나를 거대한 바다에 대비한 것만도 못합니다.
天主之福德 隆盛滿圓 洋洋優優 豈有可以增 豈有可以減者哉?
천주지복덕 융성만원 양양우우 개유가이증 개유가이감자재?
천주의 복록과 덕성은 융성하고 온 누리에 꽉 차 있어서 성대하고 멋들어지나 어찌 보탬이 있을 수 있고, 어찌 덜어냄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故江海可盡汲 濱沙可計數 宇宙可充實 而天主不可全明 况 意發之哉?
고강해가진급 빈사가계수 우주가충실 이천주불가전명 황 의발지재?
따라서 강이나 바닷물은 다 길어 낼 수 있고, 바닷가의 모래는 다 헤아릴 수 있고,온 우주를 꽉 채울 수는 있어도 천주는 완전히 밝힐 수 없습니다. 하물며 그것을 끝내 다 밝힐 수 있겠습니까?
1-10 ◈ 중국 선비가 말한다.
嘻! 豐哉論矣 釋所不能釋 窮所不能窮矣!
희! 풍재논의 석소불능석 궁소불능궁의!
아! 대단하신 논의입니다. 선생께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해 주셨고, 따져 볼 수 없는 것을 따져 주셨습니다.
某聞之 而始見大道 以歸大元矣
모문지 이시견대도 이귀대원의
저는 듣고 나서 비로소 ‘큰 도리(大道)’를 만나게 되어 ‘큰 근원(大元)’에 귀의하게 되었습니다.
願進而及終 今日不敢復凟
원진이급종 금일불감복독
계속하여 끝까지 배우겠습니다. 오늘은 다시 번거롭게 하지 않겠습니다.
詰朝再以請也
힐조재이청야
내일 아침에 다시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
◈ 서양 선비가 대답한다.
子自聰睿 聞寡知多 余何力焉?
자자총예 문과지다 여하역언?
선비께서는 원래 총명하셔서 들은 것이 적은데도 이해하시는 바가 많으십니다. 제가 무슨 힘이 들었겠습니까?
然知此論 則難處已平 要其已安 餘工可易立矣
연지차론 즉나처이평 요기이안 여공가이립의
그러나 이제까지의 논의를 이해하셨으면 어려운 점은 이미 해결되었고, 핵심적 기초가 안정된 셈이니 나머지 공부들도 쉽게 자리 잡힐 것 같습니다.
- 1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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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