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전체 사진은 사라스와띠 치유문화센터에서 제공했습니다.
사라스와띠 치유문화센터의 주관 하에 전문강사 10명으로 구성된 <우리가족 보물찾길> 프로그램을 어제 무사히 마쳤다.
마음치유 전문강사로의 첫 관문을 강남힐링센터 개포에서 치룬 셈이다. 총 열 아홉 가족이 신청했다. 오전 한 팀씩 2시간, 오후 한 팀씩 2시간해서 강사 당 총 4시간, 거의 가족 2팀씩을 맡아 함께 했다.
10가정의 자리에 1명씩 강사가 배치되어 강사소개와 프로그램 안내, 알아차림 게임 등으로 마음 문을 열었다.
1코스인 신뢰와 믿음의 길에서는 자녀와 부모가 교대로 눈을 가리고, 계단을 오르고 굽어진 길을 걸었다. 물론 양 옆에 부모가 길 안내를 해주거나, 자녀가 길 안내를 맡았다.
2코스인 사랑과 포용의 길에서는 리더십 게임과 미러링 게임을 통해 리더가 편한 지, 팔로워가 편한 지를 알아보고 따라오도록 하는 이와 따라하는 이의 호흡과 태도들을 통해 가족의 역동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다. 개포문화공원 내 널찍한 공간인 정자 주위로 매트를 가정 당 하나씩 배치하고, 계단을 올라 정자 안과 정자 2층에도 매트를 배치했다. 매트 안에는 가족 수대로 싱잉볼과 해머, 스틱을 놓았다. 싱잉볼을 주먹으로 쳐 보게도 하고, 해머로 치는 법도 알려주었다. 서로의 등을 마주대고 싱잉볼의 울림을 느껴보고 교감하는 시간도 가졌다. 여기서 보물지도를 펼쳐 신뢰와 믿음의 길에서 찾은 보물과 사랑과 포용의 길에서 찾은 보물을 그리거나 적어보았다.
3코스인 하나로 가는 길에서는 가족들이 간격을 두고 떨어져 침묵하며 걷는다. 오늘 세 가지 길을 걸으며 만났던 보물을 생각해본다. 가족이란 소중한 자원을 기억하면서도 각자 독립해서 걸어가는 길임을 자각하는 시간이다. 각자 걸어왔던 길로 되돌아가면서 명상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생각이 깊어지는 시간을 보낸다. 센터 안으로 들어와서는 하나로 가는 길에서 만난 보물을 서로 적는다. 2시간 동안 찾은 보물을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지며, 부모는 자녀의 생각과 느낌을 듣고 자녀 역시 부모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한다. 이 시간이 전문강사의 역량이 발휘되는 중요 지점이다. 각 사람이 나눌 때에 섬세하고 예리한 질문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명료하게 표현하도록 돕는다.
마지막에는 각 사람이 세 가지 길을 통해 만난 보물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패밀리 모토(가족의 좌우명, 교훈)를 정한다. 가족이 함께 정한 패밀리 모토를 오르골(자동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소형 박스로, 그 위에 동물이나 사람 모형들이 올려진다) 테두리와 종이액자 윗면과 아랫면에 각양 스티커를 사용해 자유롭게 꾸민다. 오르골 위에 올릴 동물이나 사람 모형들을 대부분 아이들이 선택한다. 엄마, 아빠, 언니와 자신을 붙이거나 사람은 없고 동물만으로 오르골 위에 붙이는 아이도 있었다. 이 시간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눈을 감고 감사와 사랑을 주고 받는 손에 올려서 표현하며, 합장으로 인사를 나누거나 감사의 박수를 친다. 시간이 남을 때는 OHP필름을 엄마 얼굴에 붙여 엄마를 그린다. 바꿔서 그리게도 한다. 다 마치면 간식과 당일 사진작가가 찍고 인화한 가족사진을 넣은 종이액자와 직접 꾸민 오르골을 담은 선물을 예쁜 쇼핑백에 담아 강남힐링센터 입구에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 궁극적으로는 마음치유의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그것도 전문강사로서 한 마음치유는 처음이었다. 마음치유의 대선배라 할 수 있는 김사라스와띠 선생님의 초대로 시작된 전문강사로서의 첫 걸음이 성공적으로 마쳐서 뿌듯했다. 혼자서 하는 작업이 아니라 여러 전문강사와 함께 하는 작업에다 사라스와띠 치유문화센터가 진행을 맡았기에 잘해야한다는 부담이 꽤 있었다. 전문강사들을 반씩 나눠서 예행연습도 하고, 집에 와서 파트너와 몇 번이나 연습하고 녹음하며 피드백을 받았다. 실제 당일에도 전문강사들이 모이는 시간보다 40분 정도 일찍 가서 각 코스를 돌며 각 코스마다의 멘트를 익히고 정리했다. 재밌게도 전문강사들이 다 같이 모여 각 코스를 도는 리허설 시간에 보니, 내가 돈 코스가 영 엉뚱한 코스였다는 거다. 그렇지만 그렇게 집중해서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편안하게 가족들을 맞이하고, 준비한 것들을 잘 풀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 가정을 만나 소통하고, 같이 게임도 하며, 마음 속 보물을 하나씩 찾아내는 과정들을 지켜보았다.
오전에 만난 가정은 초등학교 4학년 여자 아이와 엄마였고, 오후에 만난 가정은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와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 엄마였다. 두 가정의 아이들 모두 개성이 강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이었다. 하나로 가는 길에서 혼자 내려가는 데도 아이들이 앞서서 씩씩하게 걸어갔다. 오히려 엄마들이 서운해할 정도였다. 오르골 위에 올리는 모형에서도 남은 것은 엄마로 표현한 듯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은 외면을 받았다. 의외로 동물들이 인기가 많았다. 오르골 회사에 제안하고 싶다. 아직까지 성별이분법으로 구분한 여성의 모형들(웨딩드레스, 치마, 긴 머리 등)을 현실에 맞춰 바꿔줬으면 좋겠다. 여자아이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고. 호불호가 명확한 게 신기하고 왠지 기분 좋았다.
다 끝나고 생각해보니, 혹 가족이란 이름이 불편한 사람들도 많을 텐데 꼭 가족으로 엮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토요일에 진행된 프로그램이라 아빠와 같이 온 아이도 있고, 아빠가 참석한 가정들도 몇 가정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이었다. 가족 프로그램 참석자들을 보면, 대부분 여성들이 주양육자로 아이와 함께 참여한다. 이것도 변화되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또 한 가지는 가족이 없는 사람, 가족이란 이름에 갇혀 숨이 막히는 사람, 엄마라는 이름이 불편한 사람 등등 여러 층위가 있을 텐데, 우리 사회의 공적 시스템이 늘 가족중심주의로 돌아간다는 것도 아쉽다. 다음엔 가족이 아닌 다양한 생활동반자들을 만나고 연결하는 프로그램도 있으면 좋겠다. 이런 저런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