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ition이란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바꿀 때 또는 다른 기능의 실행시 사용하는 장면 전환 기술이란 뜻과 사람의 성 정체성의 내부 감각을 젠더 외형표현 & 성별 특성과 일치하도록 바꾸는 성전환 과정을 말한다.
<그 해, 트랜지션>은 20세의 아랍계 미국인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성전환(FTM:female to male)을 위해 처음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자신이 호르몬 주사를 놓는 과정부터 남성의 몸을 가지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받는 모습, 트랜스남성 커뮤니티와 연대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친구인 론 클릭슨 감독이 70분의 카메라에 담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에 함께 있는 이가 상담사다.
"주인공인 '알리아가 이사로' 자신을 정체화하기까지 그의 확신을 믿어주고, 혼란스러운 과정을 타당화해주며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서도 시스젠더의 차별에 대해선 분명하게 차별이라고 말해주는 상담사가 있었다"- 박도담상담사 소감 참고
그녀의 존중하는 태도와 말이 '알리사가 이사로' 성전환하는 길을 잘 건너게 도운 징검다리였으리라 생각한다.- 다음영화 해설 참고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상담사모임 주체로 열린 온라인 영화 감상과 소감을 나누는 토론회에 참여했다.
최근 한 달 사이, 작가 이은용님, 음악교사이자 성소수자운동 활동가 김기홍님, 육군 하사 변희수님까지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는 침통함에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심리상담사 600명과 5개 심리상담 단체의 성명이 발표된 뒤였다.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를 걱정하는 게 아닌 바뀐 모습이 마음에 안 들까봐 두려워하는 모습, 호르몬 주사를 맞고 나서 에너지가생긴 것 같으면서도 묘한 기분을 얘기하는 장면, 호르몬 주사를 처음 맞는 장면에서 정말 무서워하고 초조해하며 하기 싫다는 속내를 비추는 모습, 트랜지션 과정에서 걱정이 많아지고 예전으로 돌아간 건지 자신을 의심하는 장면, 탑 수술을 앞두고 기부금을 모집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준다.
탑 수술 후 우울하고 외롭고 굉장히 감정적인 시간을 지나는 모습, 그러면서도 1년을 돌아보며 "내가 날 좋아하고
사랑할 줄은 정말 몰랐어. 내 목소리도 수염도 정말 좋아. 지금의 내 살갗이 더 맘에 들어. 지난 1년간 나 자신을 정말 많이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하는 장면 등 트랜지션 과정을 보는 게 처음인 나로서는 굉장히 놀라웠다.
고통과 두려움, 많은 돈이 요구되는 지난한 과정에도 자신을 찾으려는 주인공의 강렬한 의지를 볼 때,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자신의 존재가 누구인지를 찾고, 그 존재대로 살려는 의지는 본능이라 그런가 보다. 영화는 주인공의 불안과 두려움, 환희와 흥분, 기쁨의 시간에 함께 있는 듯이 깊은 몰입감을 준다.
"당신은 자신의 정체성에 항상 확신이 있었잖아요. 당신 몸이 그걸 어떻게 나타낼지만 해결이 안 되었던 거죠."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에게 상담사가 건넨 이 말이 필요한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당신은 당신이 느끼는 존재로 살아갈 권리가 있고, 당연히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런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상담사들이 채팅창에 남겨둔 유튜브 링크와 블로그, 신문 기사들을 찾았다. 성소수자부모모임으로 검색하니, 이미 많은 동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하늘님, 지인님, 비비안님 등 성소수자를 둔 엄마들과 변홍철님, 지미님 아빠들의 따로, 또 같이 찍은 영상들, 퀴어퍼레이드에서 "우리는 성소수자부모입니다. 차별은 나빠요. 혐오를 멈춰요" 구호하는 엄마들, 전날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말한 문재인후보의 다음날 여성성평등포럼을 기습적으로 방문해서 발언권을 따내 피 토하듯 호소하는 하늘님.
"인권은 곧 목숨이다.
우리의 자녀들은 귀한 선물이기에 꽃으로도 때리면 안 된다.
저도 문재인님과 같은 가톨릭신자로서
하느님의 거룩한 말씀을 폭력의 도구로 쓰는 사람들은 하느님을 모욕하는 비겁한 자라고 말하고 싶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우리의 상식이자 도덕적, 법적 책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드시 부탁드린다.
성소수자가 행복할 권리는 여기에 계신 여러분 모두가 행복할 권리와 같다." 고 말하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다,
소주님과 오소리님의 소소한 결혼식 장면, 거리의 만찬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 성소수자부모모임"에 나온 영상과 BBC News 코리아 영상들을 몇 시간 죽 시청했다.
"세상이 뒤집혀도 우리는 네 편이야"고 찍은 성소수자부모님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며. 몇 년 사이 많은 변화들을 느낄 수 있었다. 자녀의 아웃팅에 부정하고 회피하다가 점점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성소수자부모모임에 같이 가서 울부짖으며 성소수자 자녀를 이해해가는 사연들은 몰라서 혐오하고 배제하는 사람들의 방식과는 분명 달랐다.
"이 세상 이치라는 게 옳은 게 이기는 거지,
억지부리는 게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부모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은 소수긴 하지만 특별하다.
특별하게 태어난 거고, 특별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모습대로 살아가는 것이 맞다.
성소수자 당사자들에게도 부탁드린다.
잘 견뎌줬으면 좋겠다.
우리 부모들은 열심히 잘못된 것을 말할 테니까.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잘 견뎌주면 좋겠다. 좋은 세상이 올 거다."
는 호소가 마음을 울린다.
부모마저 외면하면 더이상 버틸 힘이 없어 삶을 포기하는 성소수자가 많다며, 그렇더라도 성소수자부모모임에 나와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자기 이야기를 하며 행복한 길을 찾으면 좋겠다는 하늘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언제까지 성소수자 당사자들을 향해 버티라고 미뤄둘 수는 없다. 14년 째 체류상태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을신속히 국회가 통과시키고 법제화하도록,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는 생활동반자법까지 나아가도록 지속적인 시민연대와 성평등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번 4월 성소수자부모모임 72번째 정기모임 일정을 공유합니다.
일시: 2021. 4. 10(토) 오후 4시
신청: bit.ly/부모모임정기모임2021
문의: rainbowmamapapa@gmail.com
*성평등한 세상을 위한 참고자료
ㅡ유튜브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세 권의 책 추천:
<커밍아웃 스토리>(성소수자부모모임/한티재, 2018)
<오롯한 당신>(트랜스젠더, 차별과 건강)/김승섭, 박주영 외/숨쉬는 책공장, 2018)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김원영/사계절,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