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시>
전원 미풍 강풍 약풍
윤지양
0100
밤이였다. 눈을 떴을때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발가락으로 더듬는다
0010
새벽에 매미우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다. 여름엔 매미가 커지고 점점 커저서
새를 잡아 먹는다. 새소리를 들을 수 없다
1000
숨이 막히는 줄 알았어
0100
비행기 앤진소리
잡아 먹힌 새가 매미가 도는 소리
1000
(나는 이 곳에 없다)
0001
침대 위의 옷가지
0100
침대는 깨끗하다. 아직은 숨이 막힐 때가 아니다. 탇자위 물 한컵
0010
(이 곳엔 없다)
【심사평】
심사를 맡은 세사람은 투고작들 가운데 7명의 작품을 1차로 원고를 골라냈고, 그 중 셋을 추려
논의를 이어 갔다. 강응민"꽃은 여남은 몸짓의 침묵이다"외 2편은 유창한 흐름과 단단한 구축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비교적 긴 시 들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긴장ㅇ 흐트리지 않다 . 다만 그 긴장으로 인해 시의 흐름이 때로는 경지된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조금더 유연하게 강약 조절이 이루어 졌음 좋았을 것이다. 유지나의"귀귀 귀귀"이외2편은 장면에서 장면으로 넘어 뛰는 서늘한 비약이 인상적이였다. 비약속에 감추어진 감성 혹은 사건이 읽은이의 마음을 끌어 당기도 했다.
그러나 유연성과 자의성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끝내 지우지 못했다.
우리는 윤지양의 " 전원 미풍 약풍 강풍"이외 4편에 어렵지않게 마음을 모았다.
투고작 전반에 신뢰가 갔다. 이분이 쓰는 작품을 계속 읽고 싶엊젔다. 5편준 2편인 "전원 미풍 약풍 강풍"과"누군가의 모자'를 두고 어느쪽을 당선 작으로 삼지를 고샘했다.
"누군가의 모자"는 괴팍하면서도 생기있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였다.
"전원 미풍 약풍 강풍"은 작은 모티브에서 출발하여 무심하고 당돌한 스타일로 감각과 정서를
끌어내는 시였다. 설왕설래 끝에 한겨울에 읽는 한 여름의 시"전원 미풍약풍 강"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축하드린다. 건필을 빈다.
심사위원☞황인숙. 김정환. 신해욱 시인
♣ 201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검은 구두
김성태
그에게는 계급이 없읍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좁은 동굴이며
구름속의 속도로 먼 길을 걸어 온 수행자입니다
궤도를 이탈한 적 없는 그가 걷는 길
가파른 계단이거나 어긋난 교차로입니다
지하철에서 부터 먼 풍경을 지나
검은 양복 줄비한 장례식장까지
그는 나를 짐승처럼 끌고 왔읍니다
오늘 나는 기울기가 삐딱한 그를 대리고
수선가게에 갔다가 그의 습성을 알았읍니다
그는 상처의 흔적을 숨기기 좋아하고
내가 그의 몸을 닮게 해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와 정면으로 마주한적은 없지마는
가끔 그는 코를 치켜들기 좋아 합니다
하마의 입으로 습기찬 발을 물고 있던 그가
문상을 하려 와서야 나를 풀어 줍니다
걸어오는 길을 돌아보는 마음으로 그를 만저보니
새의 날개 안쪽처럼 바닥이 움푹 파였읍니다
두발의 무게만큼 포물선이 깊어 젔읍니다
그의 입에 잎사귀를 담을 만큼
소주 넉 잔에 몸이 가벼워진 시간
대열에서 이탈한 코끼리 처럼
이곳까지 몰려온 그들이 서로 코를 어루만지며
막력 없이 어께를 부둥켜 안고 있읍니다
취한 그들이 영정사진처럼 계급이 없어 보입니다
그가 그에게 정중한 인사도 없이
주인이 바뀐지도 모르고
구불구불 길을 내며 집으로 갑니다
♠ 심사위원☞김광규(시인. 한양대 명예교수). 이시영(시인. 단국대초빙교수).김기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