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지동원
지긋지긋한 훈련소 기간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았다.
동기인 정빈이와 상호도 착해보였고, 우리를 태우러 온 운전병 고광민 상병도 굉장히 착했다.
느낌이 좋았다.
맞고참인 정한민, 조영욱 이병에게 열심히 일을 배웠다. 맞고참도 좋아보였고 일도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마냥 좋은 느낌을 갖고 내무반에 들어왔을 때,
고요한 병장이란 사람이 황현수 이병의 복부에 올라타서 가슴팍을 주먹으로 때리고 있는 걸 목격했다.
'뭐지..? 구타가 있는 건가?'
고요한 병장은 황현수 이병을 두들겨 패다가 누웠고, 방금까지 두들겨 맞던 황현수 이병은 열심히 고요한 병장을 안마 해주었다.
'이것이... 군대구나...'
난 공포에 떨며 새우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청소를 하고 작업을 하는데 황현수 이병이 우리를 불렀다.
"나 어제 쳐맞는 거 봤지?"
"네 그렇습니다."
"하... 군생활이 이렇게 힘들다. 사회에서 만났으면 죽여버리는 건데..."
"고생 많으십니다."
"그 새끼 아주 악질이야. 우리 부대 지금 나 덕분에 편한 거야. 그 새끼를 내가 전담 마크 해주잖아. 내가 희생하는 거지."
"멋있으십니다."
"니넨 걱정마. 내가 계속 커버 칠 테니깐."
이런 사람이 나의 고참이라는 것이 너무 든든했다.
"근데 니네 장기자랑 할 건 있냐? 고참들이 시킬 수도 있어."
난 이선균 성대모사가 가능했기 때문에 보여주었다.
"옼ㅋㅋㅋㅋㅋㅋㅋㅋ 시바 좀 비슷한데? 딴 애들은?"
상호와 정빈이는 무난하게 노래를 불렀다.
"아 좀 무난한데? 나중에 고참들이 시키면 잘 해라."
악마와 같은 고참을 혼자 커버치면서 우리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황현수 이병.
너무나 멋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날 밤, 열심히 청소하고 내무반에 들어가자
고요한 병장에게 맞고 있던 황현수 이병이 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쟵니다 병장님!!! 쟤 진짜 재밌습니다! 야 너 빨리 이선균 해 봐!"
뭐야 뭔데? 왜?
난 대충 이선균 성대모사를 했고 고요한 병장은 크게 웃더니 "자리 바꿔."라고 하였다.
그러자 황현수 이병이 싱글벙글 웃으며 잽싸게 침구를 들고, 내 자리로 왔고 난 침구를 들고 황현수 이병 자리로 갔다.
"이제 여기가 너의 자리다."
"감사합니다!!!!!!"
대충 상황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황현수 이병이 날 팔아 먹고 해방 된 것이다.
잔뜩 긴장한 채 잠에 들었는데
코가 아파서 일어났다.
그랬더니 고요한 병장이 내 복부에 앉아서 코를 때리고 있었다.
내가 코를 곤 것이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날 내려보며 코를 때리던 그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때 난 본능적으로 느꼈다. 내 군생활이 X 됐다는 것을.
첫댓글 헉
몇부작인가요
4부작이네요
와 왜 그림이 그려지냐
군생활 고생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