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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천(山川)
[오대산(五臺山)]
○ 진화(陳澕)
畵裏當年見五臺 그 해 그림 속에서 오대산 보니,
掃雲蒼翠有高低 구름 쓰는 푸른 봉우리 높았다 낮았다 했지.
今來萬壑爭流處 지금 오니 수많은 골짝 물 다투어 흐르는 곳에,
自覺穿雲路不迷 구름 뚫고 걸어도 길 잃지 않겠네.
[대관령(大關嶺)]
○ 김극기(金克己)
大關山高碧海東 대관산 높네 푸른 바다 동쪽.
流出萬壑環千峰 만 골짜기 물 흘러 천 봉 감쌌다.
畏塗一線掛喬木 험한 길 한 줄기 높은 나무에 걸려,
脩蟒縈紆凡幾重 긴 뱀처럼 꾸불꾸불 얼마나 감았나.
秋霜鴈未過將落 기러기 떠나기 전 가을서리 내리고,
曉日雞初鳴處生 닭 우는 곳에 새벽 해 솟는다.
絶壁紅霞晝接夜 절벽에 걸린 붉은 노을 낮부터 밤까지.
幽崖黑霧陰連晴 깊은 곳 벼랑엔 어두운 안개 싸였다 개인다.
擧手堪攀玉斗柄 손들면 북두칠성 잡을 듯,
垂足可濯銀潢水 발 늘이면 은하수에 씻을 듯.
何人解賦蜀道難 어느 누가 촉도난 이해하리.
李白去後權夫子 이백 떠나고 나니 權夫子만 남았다.
2. 고적(古蹟)
[동루(東樓)]
○ 정추(鄭樞)
大關以東天下稀 대관령 동쪽 산수 좋기로 천하에 드문 곳,
溟州樹老鸎亂飛 명주의 나무 늙었는데 꾀꼬리 어지러이 나네.
淸景騎馬訪招提 맑은 경치 따라 말 타고 절 찾아갔다가,
歸來賓館日已西 객사에 돌아오니 해 벌써 기울었네.
登樓月色自如雪 누대에 오르니 달빛 눈처럼 흰데,
鐵笛一弄山欲裂 쇠 피리 한번 불어대니 산이 찢어지는 듯.
闌于倚偏正愁絶 난간에 기대니 근심 한없이 솟아,
問月千年幾圓缺 달 보고 물었다. 천년 동안 몇 번이나 차고 기울었는지.
夜深四顧人寂寞 밤 깊어 사방 둘러보아도 인기척 없는데,
城烏啞啞塵漠漠 성 까마귀 까악까악 울어 밤만 깊어간다.
小星耿耿月爭光 작은 별 반짝반짝 달과 빛을 다투는데,
雲漢終古昭文章 은하는 영원히 밤하늘 수놓았다.
昭文章臨萬方缺 은하수 밝은 빛 온천지 비추는데,
浮雲欲蔽爲可傷 뜬구름 가리려하니 마음 아프다.
安得長劒倚穹蒼 어찌하면 긴 칼로 창공 휘두를까.
鯨濤接天渺無極 높은 물결 하늘에 닿아 끝없이 아득한데,
花浮遷迤藹佳色 화부산 꾸불꾸불 애련히 젖은 아름다운 빛,
庾信將軍信英雄 김유신 장군은 참으로 영웅,
千載卓犖稱奇功 천 년 토록 우뚝 기이한 공적 일러오니.
○ 김태현(金台鉉)
仗節憑欄送一年 절월(節鉞) 잡고 난간에 기대어 일년 보내니,
望中渾是白鷗天 하늘에 바라보이는 것은 온통 흰 갈매기.
西廻翠嶂撑雲外 서쪽에 빙 두른 푸른 봉우리 구름 밖에 솟았고,
東捲銀濤碎日邊 동쪽엔 말리는 은빛 파도 햇빛 속에 부서지네.
曉態淸姸檉葉露 새벽 모습 맑고 고운데 성유나무 잎엔 이슬,
暮痕濃淡竹梢烟 저녁 자취 엷은 듯 짙은 듯 대나무 가지 묻은 어두움.
只緣身在臨瀛館 이 몸 임영관(臨瀛館)에 있는 인연으로,
不借還丹骨已仙 단사약 빌리지 않아도 뼈 이미 신선이 되었다.
○ 윤혁(尹奕)
坤靈秘勝幾千年 땅의 신령 아름다운 곳 숨겨 몇 천 년 되었나,
百尺飛樓出半天 백 척 날아갈 듯한 누각 하늘에 솟았네.
丹柱遠浮滄海裏 붉은 기둥 멀리 푸른 바다 속에 떠있고,
碧簷高拂白雲邊 푸른 처마 높게 흰 구름 가 스치네.
秋深城郭森森木 가을 깊은 성곽엔 무성한 나무들,
日落川原淡淡烟 해지는 들판엔 담담한 저녁 연기.
吏散庭空更淸絶 아전 흩어져 뜰 비니 조용해,
低聲欲喚月中仙 낮은 목소리로 달 속 신선이나 불러볼까.
[임영관(臨瀛館)]
○ 안축(安軸)
二載劬勞但爲民 두 해 동안 애쓴 일, 백성 때문
豈曾求媚自謀身 어찌 영달을 위해서 일까.
寒松片月知吾意 한송정(寒松亭) 조각달 내 뜻 알리니,
時逐征鞭送遠人 때 되면 채찍질하여 먼 길 떠나리.
○ 이우(李堣)
荒凉古國土爲城 황량한 예 나라 땅 강릉 땅 되니,
喬木風多易感情 키 큰 나무 바람에 스쳐도 마음 울렁인다.
文物百年渾舊盛 백 년 문물 옛날에는 성대했는데,
烟村十里半新成 연기 낀 십 리 마을 반나마 새집.
地窮滄海週遭盡 땅은 푸른 바다에서 끝나 둘레마다 바다뿐,
路入雲天縹緲行 길은 구름 덮인 하늘로 들어가 아득히 뻗어있다.
館近扶桑紅旭早 임영관 부상(扶桑)에 가까워 아침 해 빨리 뜨니,
一庭梅樹眼雙明 뜰의 매화나무 눈과 함께 밝아진다.
○ 이명한(李明漢)
三榜三槐屬一年 한 해에 세 번 급제 그것도 모두 장원,
內庭新曲擬釣天 뜰에서 나는 풍류 천상(天上)의 음악이네.
籠紗往跡猶關外 전임자 남긴 자취 문 밖에 남았는데,
衣繡來孫又海邊 손자뻘 되는 부사 또다시 부임하네.
棠葉細鳴沙岸雨 해당화 함초롬히 내리는 비를 맞고,
柳絲輕颺野橋烟 버들은 휘늘어져 다리 맡에 하늘대네.
依然玉節經行處 관리들이 거쳐 갔기 흔적은 남았다만,
蓍舊無人問謫仙 옛사람 다 갔으니 적선(謫仙)에나 물어볼까.
○ 류백(柳伯) 「유선사(遊仙詞)」
翔鷗戯鶴集淸洲 해오라기 백학이 물가에 모여들고,
鰲岫晴烟點點浮 신선땅 뫼뿌리에 푸른 연기 피어나네.
明日竹西飛度去 내일이면 또다시 죽서로 날아가리,
曲欄星斗五更秋 가을 새벽 난간 새로 북두성이 넘어가네.
稍出紅霞輾翠軒 붉은 노을 피어나 취헌(翠軒)을 감돌고,
金枝香幹裁雲葉 아름다운 나뭇가지 구름을 갈라놓네.
梨花亭上醉眠覺 이화정(梨花亭)에 취해 자다 잠을 깨보니,
鰲背溶溶月華白 자라등 같은 밝은 달이 둥실 솟아오르네.
雪山蓬島列仙家 설산(雪山)과 봉래성이 신선 집처럼 늘어섰고,
樓觀玲瓏罩彩霞 안개 속에 잠긴 누대 영롱하게 보이네.
燕罷瑤臺紅日晩 잔치 끝난 요대(瑤臺)에는 석양이 뉘엿,
海風吹落碧桃花 바다 바람 불어오니 벽도화가 떨어지네.
虯松偃盖石猶古 굽은 솔에 덮인 바위 고풍스럽고,
丹字無情碧蘚班 단자(丹子)는 무정해도 푸른 이끼 아롱졌네.
黃鶴不歸明月在 명월은 남아 있고 황학(黃鶴)은 돌아오지 않는데,
洞天三十六峯寒 동천(洞天)의 삼십육봉(三十六峰) 차갑기만 하구나.
芝輪三遇大堤花 임금님 연(輦)을 타고 대제화(大堤花)를 지나는데,
王舃金魚絢九霞 옥석(玉舃) 금어(金魚) 어울리어 하늘이 현란하네.
碧落侍郞新拜命 시랑(侍郞)에 임명되어 새로이 어명(御命) 받드니,
佩聲歸到紫震衙 옥패소리 잘랑잘랑 대궐까지 들리네.
天連蓬海棧雲遙 하늘과 바다를 구름으로 사다리 놓고,
松老金壇醉睡饒 소나무 밑에서 흠뻑 잠에 취했네.
鸞佩相邀隔烟語 난새 방울 서로 맞으며 이야기 나누고,
幾群仙女拾蘭若 선녀들 무리 지어 난초를 거두네.
滄海揚塵白石爛 창해에 티끌 날리고 흰 돌은 눈부신데,
芙蓉滿㭆□□□ 부용꽃 일만 송이 -글자가 빠졌음-.
獜洲島澨霱雲霽 아름다운 고장에 상서로운 구름 걷히니,
萬景臺高玉宇冷 만경대(萬景臺)는 우뚝한데 상제(上帝) 궁전은 차갑구나.
虯龍吟風鱗甲寒 규룡(虯龍)이 바람을 몰고 오니 비늘이 차갑고,
紅枝半折雲千古 붉은 가지 반 꺾이고 구름만 유유하네.
仙調寶瑟沉波久 비파에 실은 신선의 곡조 물 속에 잠긴 지 오래고,
茶臼人間白沙路 영랑(永郞)이 차 달이던 도구 백사장 곁에 있네.
蹋罷星班紫府冷 별무리 아롱지고 궁궐은 찬데,
銀河欲曙雲猶濕 은하수 빛이 나고 구름 상기 젖었구나.
靑鸞睡起忽飛去 푸른 난새 자다 깨어 홀연히 날아가서,
刷盡蓬山滿翹雪 봉래산에 쌓인 눈을 날개깃으로 쓸어내네.
烏紗紅帶絶纖埃 오사모(烏紗帽)에 붉은 요대(腰帶) 속세와 인연 끊고
鶴髮老翁三度來 늙은 노인 헐떡이며 세 번이나 찾아와.
莫說四仙今不在 네 신선이 오늘 없다 말하지 마시오
夢中同躡七星臺 꿈속에서 그네들과 칠성대(七星臺)에 올랐다오.
[횡계관(橫溪館)]
○ 정추(鄭區)
日午溪亭隂氣凝 한낮인데 시냇가 정자 서늘한 것은,
四時靑女慘威稜 사시에 서리가 위염을 부리기 때문이네.
怪來山木春無葉 봄이 와도 나뭇잎은 보이질 않고,
人道枝頭每夜氷 밤마다 나뭇가지 얼음 맺히네.
[진부관(珍富館)]
○ 권적(權迪)
古驛名珍富 옛 역을 진부라 이름했으니,
名珍富意何 그 이름 속뜻이 무엇이더냐.
雪堆山玉滿 눈 내리면 온 산 가득 옥이 쌓이고,
柳拂路金多 버들이 스치니 길가엔 금이 쏟아져.
溪鯉跳紅錦 시내에 잉어는 비단이 뛰는 듯,
村烟㪚碧羅 마을에 피는 연기 푸른 비단 흩날리는 듯.
眼前雙戶長 눈앞에 서있는 두 호장(戶長)마저,
銀縷鬂毛華 은실 같은 귀밑 털을 흩날리기 때문이야.
[관아(官衙) 칠사당(七事堂)]
○ 성현(成俔)
海山佳景入新年 바다와 산 아름다운 경치 새해로 접어드니,
春滿蓬壺洞裏天 봉호의 하늘과 땅에 봄 넘쳐난다.
鰲島雲嵐飛鳥外 자라섬 구름 남기 속에 새 날고,
朱樓歌吹夕陽邊 붉은 누각에서 술자리 펼치니 석양 비낀다.
一溪水抱千家塢 한줄기 시냇물 천 집 마을 에우고,
萬樹花含十里烟 만 그루 나무의 꽃 십 리 퍼진 아지랑이 머금었다.
鏡浦淸波撓鴨綠 경포(鏡浦)의 맑은 물결 물오리 스쳐 푸른데,
蘭橈酒載挾飛仙 아름다운 배에 술 싣고 하늘 나는 신선 겨드랑이에 꼈다.
○ 이우(李堣)
東來遮莫歎增年 동쪽으로 온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세월 가는 건 안타까운데,
佳節侵尋百五天 아름다운 계절 한식절로 접어든다.
歌管千家池舘裏 풍악소리 연못 낀 동헌으로 들려오는데,
鸎花十里醉醒邊 술 취해 깨니 꾀꼬리 우는 꽃숲 끝도 없다.
黃精吐穗新霑雨 황정(黃精) 이삭 토해 새 비에 젖고,
碧海携鑱可劚烟 푸른 바다 안개 걷혀 파랗다.
悔不曾修新藥譜 일찍이 신선약 빚는 법 배우지 못하고,
半生烟火望登仙 반평생 속세에 살며 신선되기 소망한다.
○ 민수천(閔壽千)
樂事臨瀛自歲年 임영(臨瀛)에서 즐거운 일 새해부터,
韶華最是艶陽天 화려한 봄경치 늦봄이 가장 아름답다.
香醪臘味金鯨裏 금빛 파도 속엔 섣달에 빚은 탁주의 향기,
彩鴨春聲玉鏡邊 경포 가엔 빛깔 고운 물오리의 봄 울음소리.
一路林花紅勝錦 외길 숲에 핀 붉은 꽃 비단 보다 아름다운데,
千家楊柳綠如烟 온 집에 늘어진 버드나무 줄기줄기 푸르다.
桃源只是逃秦侶 도원(桃源)에 사는 사람들 진나라 피해 온 사람들,
不似東飛鏡浦仙 동쪽으로 날아온 경포의 신선 닮지 않았다.
○ 이이(李珥)
戀闕休須日抵年 대궐 그리워해 쉬면서 기다리다 일년 저무는데,
此生行止摠由天 이 삶 가고 그치는 것 모두 하늘에 달려있지.
靑泥沒馬山千疊 푸른 색 진흙에 말발굽 빠뜨린 채 산은 천 겹,
木帝回春地二邊 목제(木帝) 봄 돌아오게 하니 산에는 눈 땅에는 새싹.
城角夜唫撓客夢 성의 호각 한밤중 울려 나그네의 꿈 어지럽히고,
海雲朝起雜村烟 바다 구름 아침에 피어올라 마을 연기와 섞인다.
鈴齋茶罷淸無事 영재(鈴齋)에서 차 마시고 나니 정신 맑아져 깨끗하기만 하니,
謾說瀛州別有仙 부질없이 말하네, 영주(瀛州)에 별도의 신선 있다고.
○ 맹지대(孟至大)
大嶽橫天忽北拆 큰 산은 하늘을 가로질러 동서를 가르고,
滄溟東坼又茫洋 푸른 바다는 동으로 터져 아득하구나.
經來浩劫凝五筆 지나온 세월 다섯 자루의 붓에 엉기고,
遂作靈源冠十方 신령스런 이곳은 시방세계 중 으뜸이라.
大界東南天盡頭 동남의 세계는 하늘 끝머리에 있고,
扶桑咫尺五靈浮 부상(扶桑)의 지척에 오령(五靈, 삼태성)이 떠 있네.
腐儒忽作蓬山吏 썩은 선비가 홀연 봉산의 관리가 되어서,
坐着方壺領十洲 방호(方壺)에 앉아 십주(十洲)를 다스리네.
高梧策策雨聲收 높은 오동나무 우수수 빗소리 그치자,
猶復空濛翠靄浮 다시 하늘 가득하게 푸른 놀이 떠오르네.
移坐簷隂初轉處 처마 그늘 자리를 옮겨 처음자리로 왔고,
夕陽無限海山秋 석양에 바다와 산의 가을빛 끝이 없구나.
吏退空庭鳥雀歇 아전 떠난 빈 마당에 새들만이 쉬고,
小園秋氣入簷多 작은 정원에 가을이 처마 끝으로 성큼 들어온다.
白頭未作歸田賦 머리 허여토록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惆愴君恩奈若何 안타깝네! 임금의 은혜 그대 어찌 할거나!
○ 명선(溟仙)
海天滾滾自隂晴 바다와 하늘 도도히 흐렸다 개고,
霮䨴玄雲解古城 뭉개 뭉개 먹장구름이 고성(古城)에서 벗어나네.
地爲關防常有戎 관방(關防) 지역 항상 오랑캐 있다하나,
吏因休日不催程 벼슬아치 휴일이라 길을 재촉 하지 않네.
深檐又見支離鷰 깊은 서까래 여기저기 제비 또 보고,
綠樹初聞第一鶯 잎 돋은 나무에 제일 먼저 꾀꼬리 소리.
歸去東湖亦可樂 동호에 돌아가면 또한 즐거울 테고,
蔵書千卷對橫縱 천권 장서 마음껏 대하리라.
不信人言作吏忙 벼슬아치 바쁠 거라던 말 믿을 수 없으니,
鈴齋無事自相羊 영재(鈴齋)에 일없어 이리저리 거니네.
靑山到處隨人近 청산 도처에 사람의 발길 이어지지만,
白髮從前戀國長 백발로 예전처럼 임금님 그리워한지 오래라.
太守元同喚來客 태수란 본디 불러온 손님과 같으니,
名區終異見居鄕 이름난 곳이라 하나 고향산천만은 못하리.
欣然夢罷簷端雨 처마 끝 비에 꿈에서 벌떡 깨어,
鼓吹南池聽兩行 남쪽 못으로 콸콸 흘러드는 물소리 듣네.
琴歌朝日樹頭齊 거문고 소리에 아침 해 나무 끝에 나란하고,
鳥語人聲高復低 새소리 사람소리 높았다가 낮아지네.
墻下榴花三兩發 담장에 석류꽃 두 세 송이 피었고,
睡醒蕉葉一詩題 졸다 깨다 파초 잎에 한편의 시를 쓴다.
「또 명선각 비온 뒤에」
東洲遠補到天涯 동주(東洲)를 제수 받아 하늘 끝에 이르니,
恐負君恩念靡他 임금의 은혜 져버릴까 다른 생각할 겨를 없네.
四境周遭皆海嶽 사방 모두 바다와 높은 산에 둘러 싸여,
一年氣候半雲霞 일 년의 절반은 구름과 노을 속에 있구나.
石田磽瘠逢秋少 돌밭 척박하여 가을 소출 적고,
鹽土沮洳病稼多 소금기 땅에 스며 병든 작물이 많구나.
淫雨支離妨歲事 궂은 비 지루하게 한 해 농사 방해하니,
民憂夢寐在禾麻 백성의 근심 자나 깨나 농사걱정이라.
○ 이집두(李集斗)와 민백조(閔百祚) 「찰미헌(察眉軒) 연구(聯句)」
分憂今臥閤 근심을 나눈다면 지금 방에 누워서,
仰體攢堯眉 仲輝 우러러 요미(堯眉)를 체득할 수 있네.
何必煩防口 하필이면 번거롭게 입을 막으랴?
猶堪善指㶊 大胤 오히려 턱을 잘 놀림이 좋으리.
髮膚遺子女 터럭과 살갗 자녀에게 물려줘도,
頂踵感君師 輝 머리부터 발끝까지 임금과 스승의 은혜로다.
欲識蒼黎事 백성의 일을 알고자 하니,
誰傳松桂帷 胤 누가 송계(松桂)의 장막을 전해주려나?
聰明有所蔽 총명함은 감추어 둘 바이고,
休戚盖難知 輝 기쁘고 슬픈 일 알아주기 어렵네.
善惡惟眸子 선악은 오직 눈동자에 나타나니,
雌黃但肚皮 胤 세상에 떠들어대는 이야기 껍데기일 뿐.
息肩微乃可 짐을 내려놓고 쉬어감도 괜찮으리라,
慼額審何宜 輝 수심에 찬 얼굴 어찌 살펴야 좋은가.
心有憂娛別 마음에는 근심과 즐거움의 구별이 있으니,
眉從展皺移 胤 눈썹이 이를 따라 펴졌다 찌푸려지네.
瘠捐關攢處 백성의 수척함은 세금에 관계되고,
腹皷驗揚時 輝 함포고복 선정을 베풀 때에 증험되네.
秪自觀能識 스스로 보고 알 수 있으니
何須問决疑 胤 어찌 물어서 의심을 해결하랴?
雉馴稜帶喜 꿩을 돌보면 곡식이 잘 자라고,
虎猛竪生愁 輝 호랑이 사나우면 시름을 일으키네.
曲直繩猶在 굽고 곧음은 먹줄에 있듯이,
娟媸鑑自奇 胤 곱고 미움은 거울에 달렸구나.
民愁微菜色 백성의 근심은 굶주림[菜色]에 있고,
縣政檢花枝 輝 고을의 다스림은 꽃가지[花枝, 기생]에 있네.
嚬慼憂之故 얼굴을 찡그림은 근심 때문이고,
穩舒樂與期 胤 얼굴이 온화함은 즐거움을 함께 하여서라네.
愁厖緣政苛 시름이 큰 것은 가혹한 정치 때문이니,
踈宇職治慈 輝 목민관은 자애로 다스려야 하리라.
蔀屋惟眉在 초가집[蔀屋, 백성]은 눈썹 위치에 있으니,
梅堂以目推 胤 매당[梅堂, 목민관]은 눈으로 확인해야 하네.
口碑觀展驗 입으로 전해지는 말에서 징험을 볼 수 있고,
顑境察嚬思 輝 주린 경우에 찡그린 얼굴 살펴야 하네.
國泰治何有 나라를 태평하게 다스림은 어디에 달려 있나?
吏明化自隨 胤 관리가 밝은 교화를 스스로 수행함에 있네.
才踈慚鳳棘 재주가 모자라 인재(人才)에게 부끄럽고,
令細祛蠶絲 輝 영세하여 잠사(蠶絲)도 거둬치웠네.
洞闢琹軒坐 마을 금헌(琹軒)에 앉아서,
風謠更採詩 胤 풍요(風謠)를 다시 채집하네.
○ 무진 7월 16일 사문(士文) 박종정(朴宗正), 중직(仲直) 조윤영(曺允榮), 공휴(公休) 최명원(崔命源), 군왕(君王) 정운용(鄭雲容), 치구(稚久) 김학빈(金學斌)
「선리헌(仙吏軒) 연구(聯句)」
泛舟違赤壁 배 띄워 적벽을 벗어나서,
邀月坐黃堂 文 달맞이하러 황당에 앉네.
一葉秋飄井 잎 하나 가을에 우물가에 나부끼고,
三星夜在梁 直 삼성은 밤이 되어 징검다리에 있네.
妓吭歌轉滑 기녀의 노래 소리 옥구슬 구르는 듯,
賓頰韻生香 休 손님의 시에선 향기가 묻어나네.
客夢多愁絶 나그네 꿈을 꾸어 고향생각 달래지만,
鄕音定杳茫 玉 고향 소식 어떤지 아득하구나.
篆爐噓獸焰 화로는 사나운 불꽃을 내뿜고,
銀燭照蟾光 久 은촛대는 달빛을 비추네.
酒戶嫌吾窄 술집에선 속 좁은 나를 싫어하고,
詩城畏子長 文 시성(詩城)에선 자장(子長)을 두려워하네.
有懷吟白露 그리움에 백로(白露)를 노래하지만,
無術搗玄霜 直 현상(玄霜)을 찧을 재주는 없네.
樂退瓊簫外 음악은 피리소리 너머로 물리치고,
書抛畵局傍 休 붓은 화국(畵局) 곁에 내던진다.
靑眸情款款 반가운 눈빛에 정이 찰찰 넘치고,
皓首氣昻昻 玉 흰머리지만 기운은 세차네.
此夜誠難得 이러한 밤 참으로 만나기 어려우니,
傳筩志不忘 久 대통에 뜻을 담아 전하여 잊지 말게나.
[명선합(溟仙閤)]
○ 권계중(權繼仲)
多意化公侈海隅 조화옹 바다 귀퉁이에 욕심을 두어,
纔踰巨嶽作名區 큰 산 넘어 이름난 구역을 만들었구나.
神仙庶遇臨蓬島 신선은 봉도(蓬島)에서 만날 수 있을 테고,
聖主殊私賜鑑湖 성주(聖主)께서 특별히 감호(鑑湖) 내려주셨네.
野足稻魚知樂土 곡식과 물고기 풍부하니 낙토(樂土)임을 알겠고,
鄕興遂塾盛文儒 고을은 흥성하여 유생이 글방에 가득하구나.
三年治峽果何有 삼년 다스리고 무엇이 남았는가?
淸簟看棋酒數壺 맑은 대자리의 바둑 구경과 술 몇 병.
特著溟州以有臺 명주를 대표하는 누대가 있었으나,
狂風浦面忽驚灰 경포에 광풍이 일어 놀랍게도 재가 되었구나.
三農未暇重構計 삼농(三農)으로 중건할 겨를이 없어,
千里西還首幾回 천리 서쪽에 돌아가고자 머리 몇 번을 돌렸던가?
○ 남혜관(南惠寬)
形勝猶傳濊國都 뛰어난 경치 예국(濊國)의 도읍에 전하니,
碧山千仞郡城孤 산은 깎아지른 듯[千仞] 군성(郡城)을 둘러쳤네.
地稱巖邑由關嶺 암읍(巖邑)이라 일컬음은 대관령 때문이고,
人說名洲以鏡湖 명주(名洲)라 말함은 경호(鏡湖) 때문이라네.
古有定䂓蔘作貢 옛날에 산삼을 공납하는 정규(定規)가 있었고,
近添流弊糴多逋 근래에 적폐(糴弊)마저 보태져 백성들 모두 달아났구나.
使君寄傲烟霞界 사군께서 연하(煙霞)의 경계 마음껏 누린다니,
七事堂中一事無 칠사당엔 일삼을 일이 아주 없으리라.
[오봉서원(五峯書院)]
○ 이황(李滉)
人才淵藪古臨瀛 인재 많이 모인 옛 임영,
闡學邱山澗石淸 배움 열어젖히는 구산 골짜기 바위 맑아라.
降石千年名已近 성인 탄생하신지 천 년, 이름 이미 성인 마을 되었으니,
乞靈今日敎將明 신령함 빌린 오늘 가르침 장차 밝아지리.
看圖知院稱嘉名 그림 보고 서원을 알아 아름다운 이름 칭송했는데,
病謝舖張愧不情 병이라 사양하다 장황하게 펼치니 정 아니어서 부끄럽다.
寄語諸君湏堅坐 부탁하노니 여러분들은 모름지기 굳세게 앉으시라,
從來出入害功程 원래 벼슬길에 출입하는 것은 공부에 방해가 되느니.
○ 윤증(尹拯)
曾聞祠廟在臨瀛 사묘가 임영에 있다는 것 일찍이 들었나니,
遺像今朝拜肅淸 오늘 아침 남아있는 영정에 청정한 마음으로 참배한다.
脚踏關東一頭地 관동 첫째가는 곳 밟게 되니,
塵眸括得十分淸 티끌에 물든 눈동자 너무도 맑아진다.
鳶魚臺上偶題名 연어대 위에서 남긴 시 만나고,
風詠樓前暢遠情 풍영루 앞에서 원대한 정 펼친다.
退老詩篇垂史蹟 퇴계 어른의 시 사적에 드리웠고,
栗翁模範示工程 율곡 어른 학교모범 공부길 보여준다.
[어제각(御製閣)]
○ 정조(正祖)
㴠愗池象孔石普厥施 주자의 못에 담구고 공자의 도를 본받아 널리 베풀도다.
龍歸洞雲潑墨文在玆 용이 골짜기로 돌아가니 구름은 먹으로 피어나서 그 글이 여기 있도다.
○ 이해조(李海朝)
湖上苕蕘聳翠亭 호수위 갈대숲에는 높고 푸른 정자,
絳帷零落襲餘馨 붉은 휘장은 쇠퇴하고 향기만 남았네.
龍飛東海驚神夢 용이 동해를 날자 신령스러운 꿈깨고,
獜獲西郊泣斷經 기린을 서역에서 잡으니 경(經)을 그칠까 근심하네.
蒙訣埋塵纔出壁 풍진에 묻혀있던 격몽요결 벽에서 겨우 찾으니,
老筠和雨尙交庭 노쇄한 대나무 비에 맞춰 뜰에서 어울리네.
試尋杖屨盤旋處 죽장에 짚신 신고 선생자취 돌아보니,
雲瀑深深洞鶴靑 구름낀 폭포와 깊은 골짜기만이 푸르네.
道東千載有眞賢 동방에 천년만에 참된 선비 났으니,
洙泗淸波鏡水連 공자의 가르침이 경포호에 이어졌네.
功用魯邦觀一變 노나라에서 수양하고 변화를 살피매,
淵源鄒母費三遷 추나라에서 전승하려고 어미는 세 번을 옮기었네.
濕雲不散竜歸洞 습한 구름은 흩어지지 않으며 용은 고을로 돌아오니,
遙海無邊月到天 아득한 바다는 끝없이 넓고 달은 하늘에 닿았네.
花石石潭皆晩遯 꽃과 돌 모두 율곡선생의 자취가 묻어있으니,
胚胎應籍此山川 잉태되면서 곧 이 산천에 흔적을 두었네.
[사고(史庫)․객사(客舍)]
○ 조현명(趙顯命)
名山藏史十重封 명산에다 사서(史書)두고 열 겹으로 봉하고,
賢府娛賓百里供 어진 부사 손 맞으니 백 리 밖에서도 받드네.
盛禮何堪叨上席 예의가 준엄하니 어찌 윗자리를 외람되게 할까,
後昆猶幸躡前蹤 후손들은 오히려 전 자취를 밟으리라.
原泉送泒歸淸漢 원천에서 솟는 물 한수(漢水)로 흘러들고,
列岫如絲仰泰宗 늘어선 산봉우리 근원을 우러르네.
手拂塵埃看壁板 손으로 먼지 털고 벽판을 바라보니,
滿天霜露 寒鍾 서리 이슬 하늘 가득 종소라 젖어드네.
[연곡현(連谷縣)]
○ 상진(尙震)
關山篴裡思悠哉 타향 땅 피리소리 생각은 하염없고,
遠客愁腸日九回 나그네 애끓는 시름 끝이 없구나.
漢水終南何處是 한강수 종남산(終南山)이 어드메인고,
五雲空復夢邊來 상서로운 오색 구름 꿈속으로 들어오네.
○ 심수경(沈守慶)
海山秋色政佳哉 바닷가 멧부리에 가을빛 완연한데,
馬首今朝向北回 아침에 말을 몰아 북쪽으로 떠나네.
客路馳驅何日了 떠도는 객지살이 언제 끝날까,
明年又訪海棠來 해당화 필 때쯤에 다시 찾으리.
○ 유영순(柳永詢)
長安西望政悠哉 서쪽 장안 바라보니 아득도한데,
夢繞田園幾日回 꿈에 그린 고향생각 몇 번이던가.
聖恩未報空留滯 성은에 보답커녕 세월만 보내니,
慚愧淵明歸去來 도연명의 귀거래사가 부끄러울 수밖에.
[우계현(羽溪縣)]
○ 정추(鄭樞)
信馬鳴沙緩緩歸 말등에 몸을 싣고 모래 길로 돌아오니,
溪風吹雨濕征衣 시냇 바람 비를 뿌려 옷깃 적시네.
亭前流水海不□ 정자 앞을 흐르는 물, 바다와 멀지 않고,
山下豆田苗正稀 산아래 콩밭에는 새싹이 드무네.
○ 이중협(李重協)
天際輕陰日欲低 하늘 끝 어슴푸레 해 기울 무렵,
歸雲作雨送凄凄 구름은 비를 싣고 둥실 떠가네.
驛夫遞馬長橋畔 역무원(驛務員)이 말을 몰고 다리 이르자,
古木雙行入羽溪 고목 숲 속 나란히 우계(羽溪)로 들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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