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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천(山川)
[비선대(飛仙臺) 와선대(臥仙臺)]
○ 신사식(申思植)
何日仙來臥 어느 날 신선 와서,
幾時飛上天 얼마나 누웠다가 하늘로 날아갔나.
金丹嗟緩晩 불사약 너무 더디게 빚어져 한탄하며,
雲鶴想翩遷 구름가 학보며 신선되기 생각한다.
盤石仍床几 너럭바위 그대로 침상과 안석인데,
鳴泉當管絃 우는 샘물은 연주하는 음악.
從玆遊物表 이곳 쫓아 세상밖에서 놀고자,
山水托淸緣 산수에 맑은 인연 기탁한다.
[여담(驢潭)]
○ 한준겸(韓浚謙)
山下荒田白石欹 산 밑 황폐한 밭 흰 돌 박혀 비탈졌는데,
幽人新構碧溪涯 세상 피해 사는 사람 푸른 물가에 초막 지었다.
誰知去國三間屋 누가 알리 나라 떠나 초가삼간 지은 뜻.
亦有輕侯萬首詩 제후도 가볍게 여겨 만 수의 시 간직했다.
半世才名空皓首 50년 재주 있는 이름 헛되이 머리만 희어져,
一年秋色入支頤 턱 괴고 또 한 해 가을빛 바라본다.
吾生自是悠悠者 내 삶 이래서 더욱 유유해져,
從此携碁倘再窺 바둑판 안고 다시 한쪽 발 내디딘다.
○ 택당(澤堂) 이식(李植)의 시
綱常萬古已衰空 하늘에 걸린 일월처럼 강상을 만고에 부식한 분,
扶植方知此道東 도가 동방에 옮겨 온 걸 바야흐로 알겠도다.
廟祀卽今追白鹿 선생의 사당 지금 이미 백록을 연상시키나니,
儒風何必待文翁 사문(斯文)의 교화(敎化) 어찌 꼭 문옹을 기다리랴.
晴雲滿壑溪聲遠 골 울리는 물소리에 솔숲은 바람과 어울리고,
列岫排簷石勢雄 처마 새로 도열(堵列)한 산 웅자(雄姿) 다투는 바위로세 .
一宿兩齋淸瑩骨 서재(書齋)에 베개 괴니 뼛속까지 맑은 기운,
依然九曲武夷中 이전과 다름없이 무이(武夷) 구곡(九曲) 속에 있다네.
2. 고적(古蹟)
[충렬사(忠烈祠)]
○ 우승범(禹承範)
聞說元公仗劍行 말 들으니 원공(元公)이 긴 칼을 차고 떠날 때,
壯心超邁棄襦生 장렬한 마음은 기유생(棄襦生) 보다 뛰어났다고 하네.
一揮掃盡千年寇 한번 휘둘러 천년 도적을 모두 쓸어 버렸으니,
獨立還同百雉城 홀로 우뚝함은 오히려 백치(百雉)나 되는 성과 같았네.
從古風雲護幽迹 예로부터 풍운(風雲)은 그윽한 자취를 수호하여,
至今魚鳥畏威名 지금도 어조(魚鳥)는 위엄스런 명성에 경외하네.
男兒事業已如此 남아(男兒)의 사업은 이미 이와 같았는데,
自笑冷儒常目耕 가소롭게도 가난한 선비는 눈으로만 밭을 갈고 있네.
○ 정필(鄭弼)
怒虎雷鳴動地行 성난 범이 으르렁거려 땅을 흔들며 가는 것을,
北原遮斷萬民生 북원(北原)에서 가로막아 만백성이 살아났네.
元功獨冠三分國 으뜸 된 전공은 삼한(三韓)에서 뛰어났고,
壯氣猶籠百戰城 건장한 기운은 지금도 백전 성에 서려있네.
爲報史臣傳後代 사신(史臣)에게 알리어 뒷세상에 전하게 하고,
已將都護換新名 이미 도호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뀌었네.
歷觀田野還興歎 논밭과 들을 둘러보고 탄식만이 일어났으니,
只事干戈不事耕 전쟁에만 힘쓰고 농사일은 일삼지 않고 있네.
○ 설장수(偰長壽)
雷勵風飛號令行 천둥이 소리치고 바람이 날리듯 호령하며 가니,
州民聊得保餘生 원주 백성들이 힘입어 남은 일생을 보전하였네.
雄威獨掃千人陣 웅장한 위엄은 홀로 천 사람의 적을 쓸어버렸고,
長策能全百雉城 뛰어난 계책으로 백치 성을 보전할 수 있었네.
三丈黃旗施妙略 세 길 되는 누른빛 깃발로 기묘한 전략을 시행하여,
萬年靑史耀芳名 만년 청사(靑史)에 빛나는 아름다운 이름 전하네.
至今恩澤遺鄕里 지금까지도 그러한 은택이 고향마을에 남아서,
丘隴閑田盡墾耕 언덕과 놀리는 밭 모두 개간하여 경작한다네.
○ 김도(金濤)
一劍功成仗義行 한 칼로 공로를 이루고 정의롭게 일을 행하니,
居民從此得生生 살고 있는 백성들이 이로부터 살아나게 되었네.
平安暯火明高岳 평안히 저녁밥 짓는 어두운 연기는 높은 산을 밝히고,
爛熳春花滿小城 화려하게 활짝 핀 봄꽃은 작은 성에 가득하네.
虹放東南餘壯氣 동남쪽으로 뻗친 무지개는 씩씩한 기운 남았고,
江流今古有遺名 예나 이제나 강물은 흘러 명성을 전하고 있네
眇然人物誰能繼 좀스런 인물들 누가 그 업(業)을 이을 것인가,
聞道邊陲地不耕 들으니 변경에서는 땅을 갈지 못한다는데.
○ 조준(趙浚)
鐵關胡馬若風行 호마(胡馬)가 철령(鐵嶺)으로 바람과 같이 침입하니,
一劒功高白面生 백면서생(白面書生)이 한 칼로써 많은 공로를 세웠네.
許國孤忠應貫日 나라 위한 외로운 충성은 응당 해를 꿰뚫었고,
忘身大義便長城 자기 몸을 저버린 대의(大義)는 문득 만리장성 같네.
至今老父蒙餘澤 지금까지 노부(老父)들은 끼쳐놓은 은혜 입었고,
後世英雄揖盛名 뒷세상의 영웅들은 훌륭한 명성에 고개 숙이네.
我亦掃淸敷奏已 나 또한 난리를 평정하고 조정에 아뢴 뒤에는,
杏花春雨耦而耕 살구꽃 핀 봄비에 두 사람이 나란히 밭을 가려하네.
○ 한수(韓脩)
雉岳雲峯送雨行 치악의 구름 낀 봉우리 빗줄기 몰고오니,
簷聲淅瀝晩凉生 처마의 낙숫물 소리 저녁되니 찬기운 풍기네.
己欣淸景移玄圃 맑은 경치 흔상타가 현포로 옮겨,
更聽佳人唱渭城 다시 아름다운 여인의 이별가 듣는다.
遊子躕躇多古意 나그네 머뭇거림은 옛 생각 때문,
英雄寂寞有高名 영웅은 적막한채 높은 이름만 남았구나.
馬蹄到處嗟荒穢 말발굽 이른 곳 모두 황폐한데,
此境川原獨遍耕 이곳 물낀 들만 두루 갈려 있구나.
[선화당(宣化堂)]
○ 홍만조(洪萬朝)
寂寂轅門閉正牢 고요한 진영의 문 감옥처럼 걸어 닫고,
漆室黙坐似禪逃 깜깜한 방에서 말없이 앉아있으니 참선하는 듯.
睡殘舃几無留牒 잠은 큰 궤석에 남아있지만 남아있는 문서 없어,
興到梅窓有染毫 매화 핀 창에 흥 솟아 붓으로 그림 그려 본다.
不老丹燒雲滿竈 늙지 않는 단약(丹藥) 다리니 구름 아궁이에 가득한데,
當歸酒熟雨鳴槽 당귀주(當歸酒) 익어가니 비가 술통 울린다.
逢僧更結蓬萊約 스님 만나 다시 봉래에서 만나기 약속하니,
誰信方隅擁節旄 누가 믿으리, 지방의 한 귀퉁이에 있는 사람 관찰사인줄.
○ 윤덕준(尹德俊)
身承恩暇轉東征 이 몸 은혜로운 휴가 얻어 동쪽으로 가니,
棠樹邊邊弟省兄 산앵도나무 가장자리마다 아우가 형의 안부 살피네.
公務優餘巡按地 공무에 틈내어 땅 돌며 살피니,
客心安適去來程 나그네 마음 되어 어찌 오가는 일정 쫓으리.
幸因團會窮歡意 다행히 단란하게 모여 기쁜 뜻 다하고,
還戒遲回戀寵榮 더디게 돌아올까 경계하며 임금님 은총 사모한다.
復問新詩長價否 새로 지은 시의 값 비싼지 다시 물으니,
惠連哀後減才情 혜련(惠連)이 슬퍼한 뒤라 재주와 정 줄었다네.
○ 상서(尙書) 윤덕준(尹德駿) 방서(邦瑞) 종형제가 판상에 수창한 시에 차운하다.
夢逐行雲向北征 꿈결에 흐르는 구름 따라 북쪽으로 갔으니,
棠陰作伴只梅兄 해당화 그늘에서 만난 벗 오직 매화와 형님 뿐.
試看玉節耽遊歷 시험 삼아 옥절(玉節) 보이고 유람을 즐기고,
爭似黃堂督課程 태수의 지위라 업무를 관장하겠지.
異績敢思追乃祖 특이한 행적 감히 할아버지 떠 올리니,
衰年偏愧荷殊榮 늘그막에 특별한 영예 누리고 있음이 부끄럽구나.
故人陳迹紗籠在 고인의 남긴 자취가 사롱(紗籠)에 남아 있으니,
迸淚幽吟感我情 눈물 뿌리며 그윽이 읊으며 내 슬픔 되새긴다.
○ 윤성준(尹星駿)
東來正似鴈聯征 동쪽으로 오는 것이 기러기가 이어 가는 것 같아,
賓主逢迎卽弟兄 손님과 주인이 만나 맞이하니 아우와 형이네.
謬掌旬宣新按節 왕명(王命) 두루 살피라는 뜻 받든 새로운 관찰사,
却因休浴轉回程 휴가 물리치고 몸 돌려 돌아오네.
塤篪吹收他鄕樂 질 나팔과 대 피리 거두어 타향에서 즐기니,
棠棣輝承聖代榮 형제가 성대의 영광을 빛나게 이어받았네.
只是窮陰當歲暮 지금은 다만 음기 다한 세밑이라,
玉樓高處最懸情 옥 누대 가장 높은 곳에 정만 매달았네.
○ 조명겸(趙明謙)
纔聞馹騎遠東征 방금 듣고서 말 치달리며 멀리 동쪽으로 달려갔다가,
旋喜殊方集弟兄 되돌아오면서 기쁘게도 다른 지방에서 형제가 만났네.
蔀屋觀風吾戒駕 초라한 움집에서 백성들 풍속 살피며 나는 행동 조심하리니,
蘭臺窺史爾催程 암행어사의 신분인 그대는 갈 길 재촉하시게.
雪晴歸鴈層雲叫 눈 그치니 돌아가는 기러기는 구름속에서 울어대고,
秋晩寒花老圃榮 늦가을 국화는 노포(老圃, 趙明鼎)의 영화라네.
前路蓬山留後約 앞길 봉래산 훗날의 기약 남겨두어,
聯衾且可叙離情 이불 나란히 누워 이별의 정 펼칠만 하리라.
○ 조명정(趙明鼎)
飛飛鴻鴈日南征 날아가는 크고 작은 기러기 날마다 남쪽으로 가고,
萊閣逢迎弟又兄 봉래각에서 만나니 아우와 또 형이로다.
玉節朝辭離鳳闕 옥절(玉節)가지고 아침에 봉궐(鳳闕) 떠나니,
丹楓秋問五臺程 단풍 붉은 가을을 알리고 오대산으로 가는 길이라네.
皇華却協塤篪樂 황화(皇華) 물리치니 훈호악(塤篪樂) 즐겁고,
棠蔭仍連棣萼榮 해당화 그늘에 거듭 이어져 형제가 영화롭네.
祗是五雲天際遠 다만 오색구름만 하늘 저 멀리 떠 있어,
一樽共慰望宸情 한 잔 술로 함께 위로하며 군왕의 뜻 바라보네.
○ 숙종(肅宗)
去年塞北幾瞻雲 지난해에는 북쪽 변방에서 몇 번이나 구름을 보다가,
今日關東倍戀君 오늘은 관동(關東)이라 연군(戀君)의 정 곱절이겠지.
元來一片丹心炳 원래 일편단심이 밝게 빛나고 있었으니,
末路嘵嘵豈足云 말로(末路)의 웅성거림 어찌 말할 가치 있으랴.
○ 이조(李肇)
屈指交龜月換三 손가락 헤아리니 교귀(交龜)한지 석 달인데,
羈懷悄悄正難堪 나그네 마음은 쓸쓸하여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
身如社日將歸燕 몸은 사일(社日)에 돌아가는 제비같고,
心似郵亭已駕驂 마음은 역참(驛站)에서 이미 멍에 올린 말 같다네.
常廢卯衙朝起懶 항상 새벽 관아 닫혀있으니 일찍 일어나기 게으른 것이고,
頓踈申牒午眠酣 신첩(申牒)이 드무니 낮잠이 달콤하다.
空敎候吏頻探問 부질없이 이서(吏胥)들로 하여금 자주 탐문케 해,
料理扁舟繫水南 조각배 손질하여 강물 남쪽에 매어둔다.
○ 이병정(李秉鼎)
閒藩慵質兩相宜 한가한 변방에는 게으른 사람,
無限春豊拂晩旗 끝없는 봄바람 저녁 깃발 스친다.
二十六州題牒罷 스물여섯 고을에 서첩 보내는 일 끝내니,
身心安樂復誰知 몸과 마음 편안한 줄 누가 다시 알리.
○ 정절(鄭晢)
一麾炎海倦南征 한바탕 무더운 바다바람에 남쪽으로 가기 권태로운데,
東望關雲隔弟兄 동쪽으로 바라보니 대관령 구름 형제를 떨어지게 하였네.
爲惜暮年千里別 늘그막에 천릿길로 이별함이 애석하여,
暫回行旆片時程 잠시 깃발을 돌려 갈 길을 멈추네.
簿書多暇棠陰靜 관아 공문서는 한가하고 해당화 그늘은 정적에 싸여 있으며,
緋玉聯輝棣鄂榮 비옥(緋玉)이 잇달아 빛나니 체악(棣卾)이 영화롭네.
團會異鄕眞似夢 객지에서 단란하게 만나다니 참으로 꿈같지만,
去留明日若爲情 내일이면 헤어져야 하니 참으로 슬프구나.
○ 정익(鄭榏)
乍來何事乍旋征 무슨 일로 잠깐 왔다가 잠깐 사이에 돌이갔나,
天末那堪更憶兄 하늘 끝에서 형에 대한 생각을 어찌 견디리오.
南海雁飛憑遠夢 남쪽 바다에 기러기 날아 멀리 꿈속에서나마 의지하고,
東關雲隔杳歸程 동쪽 대관령은 구름으로 막혀 귀로가 아득하네.
世間聚散元無定 세상에 만났다가 헤어짐은 원래 정해진 바가 없는데,
峽裡逢迎是亦榮 산골짜기에서 만나니 이 또한 다행스럽네.
佳節非難詩贈語 좋은 시절이라 어려움 없이 증별시 써 주고,
歲時相對說離情 세시(歲時)에는 서로 마주보며 이별을 토로한다.
○ 이형규(李亨逵)
朝日祥雲繞九閽 아침 해 상서로운 구름 구중궁궐 감쌌는데,
威顔咫尺玉音湯 위엄 있는 얼굴 바로 앞에 뵈니 목소리도 따뜻하다.
慵踈久處深嚴地 게을러 소외된 채 오래 머문 곳 몹시 험한 땅,
孤賤偏蒙特達恩 외롭고 천한 몸 특별히 큰 은혜 입었네.
倚斗中宵瞻北闕 북두성 뜬 한밤에 북쪽 대궐 바라보다,
觀風二月出東藩 풍속 살피러 이월에 동쪽 변방으로 나갔네.
民憂不欲堯眉展 백성들 근심 없애 요임금 눈썹 펴지게 하고,
然後微臣報至尊 그런 뒤에야 미천한 신하 지존께 보답하겠지.
○ 조석명(趙錫命)
昔日靑衫着繡衣 옛날 푸른 적삼에 수놓은 저고리 입었다가,
玄都花發客重歸 현도(玄都)에 꽃 피어 나그네 다시 돌아왔다.
金盃撥雪芳醪薦 금 술잔에 거품 털어 향기로운 탁주 올리며,
蠟燭揚輝賓鬂圍 촛불 깜빡깜빡 머리 흰 손님 둘러앉았다.
猶喜景光留眼看 오히려 좋은 경치 즐겨 눈길 멈춰 보는데,
忽驚人事轉頭非 갑자기 인사(人事)에 놀라 마음 어지럽다.
深宵百感無端集 깊은 밤 온갖 느낌 끝없이 모여들어,
拈筆題詩只自唏 붓 들어 시 쓰며 스스로 탄식할 뿐.
○ 조홍진(趙弘鎭)
懸弧往癸舞斑衣 활 걸어놓고 북쪽으로 가 색동옷 입고 춤을 추다가,
周甲今年擁節歸 환갑 맞은 올해 부절(符節) 지니고 돌아왔네.
滄海名山曾過躅 푸른 바다 이름난 산 일찍이 머뭇거리며 지나갔으니,
蓬萊喬木幾經圍 봉래산 키 큰 나무 몇 아름이나 되었을까.
遺氓頌惠看猶在 남긴 백성들 은혜 기리며 이 사람 맞아주는데,
老僕傳言聽不非 늙은 종은 말 전하네, 옳은 말만 들으시라고.
直指觀風俱躡後 곧바로 풍속 살피리라 지시하고 이곳저곳 살펴보니,
中間榮悴摠甚唏 사이사이 보이는 번성함과 초췌함에 울고 싶어지는 마음.
○ 이조(李肇)
歷持交龜月換三 한 달에 세 번 신표 바꿔 지니니,
羈懷悄悄正難堪 쓸쓸히 솟는 고향 생각 정말 견뎌내기 어렵다.
身如社日將歸燕 몸은 때 되면 왔다가 돌아가는 제비 같고,
心似郵亭已駕驂 마음은 떠날 채비 갖춘 역말 같다.
常廢州衙朝起懶 항상 관아 폐하고 아침 늦게 일어나고,
頓諫申牒午眠酣 머리 조아려 문서 발송하라 간하여도 낮잠만 즐긴다.
空敎候吏頻探問 공연히 후리(候吏) 시켜 자주 탐문하게 하고,
料理扁舟繫水南 음식 실은 조각배 물 남쪽에 매어 두었다.
[학성관(鶴城館)]
○ 유항(柳恒)
弭節追思辛卯秋 수레 멈추고 신묘년 가을 일 생각하니,
棠陰不改事悠悠 백성들 사랑하는 마음 바뀌지 않던 그때의 일 아련하다.
一時仙分尙書後 한 때 상서 지내고 신선 인연 있어,
兩世巡遊嶺海頭 두 세대 걸쳐 영 넘어 바닷가 돌며 유람했지.
雉堞繚雲非舊日 성가퀴 구름 두르니 옛날 같지 않은데,
蓬山削立鬪丹丘 봉산 깎아지른 듯 서서 단구(丹丘)와 다툰다.
聖祖簡拔才難稱 성조(聖祖)께서 가려 뽑았지만 재주 일컫기 어려워,
宣祖餘恩恐未酬 선조(宣祖)의 끝없는 은총 갚지 못할까 두렵다.
○ 이명한(李明漢)
公舘沈沈暮角殘 저녁 알리는 뿔피리소리 그쳐 공관은 어둑어둑,
客衾如水一燈寒 나그네의 이불 얼음 같고 외로운 등불 차다.
盡輸行樂共年少 젊은 사람들과 즐기며 놀다,
獨伴牢愁坐夜闌 홀로 근심에 젖어 앉아 있으니 밤만 깊어진다.
滄海泛舟非舊役 푸른 바다에 배 띄우는 일 옛날에 시키던 일,
靑臺頒曆異前看 관상감에서 나누어진 책력 전에 본 것과 다르네.
孤臣抱病仍成老 외로운 신하 병 안고 늙어만 가니,
千里神京夢到難 천리 밖 서울 꿈에도 이르기 어렵다.
○ 이정신(李正臣)
槐陰漸薄柳條殘 홰나무 그늘 엷어지고 버드나무 가지 앙상해지니,
節序駸駸逼歲寒 어느덧 세월 싸늘해졌다.
客至敍懷月更好 나그네 되어 회포 푸니 달빛 있어 더욱 좋고,
詩成遣興酒初闌 시 지어 흥얼대니 술 또한 익었네.
蒼顔老矣逢場倦 창안의 늙은이 매사에 권태로워,
粉黛徒然乍畵看 미인도 그저 그만.
楓岳上人秋有約 단풍 든 산 위에서 가을 달과 만나기 약속했으니,
煩君莫說蜀道難 그대는 촉도(蜀道)오르기 어렵다 말하지 말게.
○ 오도일(吳道一)
官角嗚嗚落日殘 공무 끝나니 석양은 뉘엿뉘엿,
薄雲拕雨送微寒 엷은 구름 비 뿌려 찬 기운 실어오네.
殊方客緖渾無賴 타향 땅 나그네 회포 견딜 수 없는데,
古峽春風已向闌 계곡 스쳐 오는 바람 무정도 하다.
隱几病促寒後減 안석에 기대니 고향생각 더욱 간절한데,
捲簾山似畵中看 주렴 걷으니 산은 그림 속에 있는 듯.
洲翁陳迹留題板 고을 원님들 자취 시판으로 남겨 놓았는데,
絶響還愁續和難 돌아갈 생각에 말 막혀 화답하기 어렵다.
○ 신완(申梡)
微霞踈踈月欲殘 희미한 노을 사라져 저녁달 걸렸는데,
風威雪後釀餘寒 바람 몰아쳐 눈 내린 뒤 아직도 추위 매섭다.
金樽浮白籌頻換 술 단지 담긴 탁주 자주 잔질하는데,
畵燭啼紅夜漸闌 붉게 물들인 초 촛물 떨구며 밤 깊어진다.
客緖任從詩上遣 나그네 온갖 상념 마음대로 시로 풀어냈으니,
壯心偏向醉中看 장한 뜻 한곳으로 몰아 술취한 채 본다.
故人佳句留塵壁 옛 사람의 아름다운 싯구 먼지 낀 벽에 남아있어,
擬和陽春倍覺難 따뜻한 봄날의 시로 화답하려니 갑절 어렵다.
○ 정일녕(鄭一寧)
賓舘蕭條妓隊殘 객사 기녀들 물러가니 쓸쓸하다,
廣文官况太淸寒 청빈한 벼슬아치에 더욱 하늘도 차니.
一生毁譽身多病 일생동안 영욕 거치고 나니 몸엔 병만 많아져,
二島烟霞興欲闌 두 섬의 안개 노을 속에 흥 무르익는다.
薄暮彈聲凭几聽 저물 무렵 가야금 소리 안궤에 기대어 듣다,
乍晴山色捲簾看 이제 막 개인 산빛 발 걷고 본다.
功名轉覺非吾事 공 세워 이름 얻는 일 분명 내 일 아니지,
把酒高唫蜀道難 술잔 잡고 촉도난(蜀道難) 소리 높여 읊조린다.
○ 남용익(南龍翼)
原城十月葉聲殘 원성의 시월 나무 잎도 떨어졌는데,
客舘三更夜色闌 객관의 깊은 밤 밤빛 무르녹았다.
王事敢論行役遠 주상께서 하신 일 감히 논하랴만 벼슬살이 멀리서 하니,
旅懷偏惜歲華闌 나그네의 안타까운 회포 한쪽으로 쏠린 채 세월만 간다.
松江別曲停盃聽 송강의 관동별곡 술잔 멈추고 듣다,
萍閣留詩秉燭看 부평각에 남긴 시 촛불 잡고 본다.
公讌欲從吾正醉 공관의 술잔치 분위기 쫓으려다 내 몹시 취하니,
兩仙高唱和皆難 두 신선 훌륭한 노래 화답하기 어렵다.
○ 이의철(李宜哲)
關樓畵戟擁征人 관문 누각의 화극 나그네 호위하는데,
銀燭紅袍照錦茵 은 촛불에 붉은 도포 비단 자리에 비친다.
袞職自慚無一字 삼공(三公)의 직책 맡아 싯구 한자 못써 스스로 부끄러워,
敢辭原濕倦遊頻 들과 물가 핑계대고 싫증나도록 밖으로 떠돈다.
[친민당(親民堂)]
○ 고려 치악산의 스님 운감(雲鑑)이 하윤원(河允源)에게 준 시
兒嬉在母側 아이는 어미 곁에서 즐거워하며,
恩愛尙未知 은혜와 사랑 아직 알지 못하네.
母去兒啼呼 어미 떠나고 아이 울어대니,
無乃逼寒飢 아마도 추위와 굶주림에 몰려서겠지.
北原往日政 북원의 지난날 정사,
仁德乃知斯 어질고 덕스럽기 이와 같았네.
赫然千載下 천 년토록 영원히 빛나,
再頌召南詩 다시 소남(召南) 시 읊조린다.
○ 이구(李玖)
廬山惠遠愛淵明 여산의 혜원(惠遠)이 도연명(陶淵明) 사랑하여,
閑向東林曾結社 한가하게 동림에서 일찍이 모임 맺었네.
交道還隨世道衰 사귀는 도리 도리어 세상의 도리 따라 쇠하니,
邇來儒釋相從寡 요즈음엔 선비와 스님 어울린 일 적어졌지.
鑑師好古少知音 운감스님 옛 것 좋아해 친한 벗 적어
獨臥原城一蘭若 홀로 원성의 한 절에 누워있네.
喜得文章太守來 글 잘 짓는 태수 왔다는 말 듣자마자 기쁨에 젖어,
飛錫叩門明月下 석장(錫杖) 날려 문을 두드렸네, 밝은 달빛 아래에서.
共相江樓與寺樓 함께 강가의 누대와 절의 누대에 올라
剩將詩酒飽閒雅 오래도록 시와 술로 한가한 아취에 배불렸네.
瓜期政洽去朝天 임기동안 고루고루 잘 다스리고 조정으로 떠나가니,
猿鶴山河誰與夜 원숭이와 학 우는 산과 냇가에서 누구와 밤을 함께 하나.
因風寄詩頌遺愛 바람에 시 부치며 남긴 사랑 기리니,
淸詞美政爭高價 맑은 글 아름다운 정사 서로 높은 값 다툰다.
見詩回首憶斯人 시 보고 머리 돌려 이 사람 생각하니,
雉岳山幽遠車馬 치악산 고요한 채 멀어만 지는 수레.
掛冠吾欲往從之 벼슬 그만두고 내 가서 그와 어울리고 싶어도,
葛巾野服誰能借 은자의 두건과 옷 누구에게 빌릴 수 있을까.
[객사(客舍)]
○ 홍처량(洪處亮)
임인년(1662) 동짓날에 망궐례(望闕禮)를 올리고 느낀 바가 있어서 시를 짓다.
陽生南至日 동짓날 해는 남쪽에 떠있고,
賀禮阻龍樓 하례(賀禮)하고자 하나 궁궐은 막혀있구나.
不患冬無雪 겨울에 눈이 없을 것은 걱정하지 않으니,
仍期歲有秋 새해에도 가을철 있기를 거듭 기약할 뿐.
書從家屢到 집에서 오는 서신은 자주 오지만,
病與客同留 병은 나그네와 함께 머문다.
莫效涓埃報 조금이라도 보답 받으려 하지 않으려 하지만,
傷心已白頭 마음은 상처받고 이미 백발이 되었네.
悄悄羈懷苦未寬 쓸쓸한 나그네 심정 해소하기 어려우니,
異鄕誰與醉成歡 객지에서 그 누구와 취하여 기쁨을 이룰 것인가.
非無歸日猶彈鋏 돌아갈 날 탄협(彈鋏)같은 것 없지 않았는데,
有所思時獨倚欄 그리움이 생길 때면 홀로 난간에 기대어 선다.
江路往來須待暖 물길의 왕래는 따뜻해지기를 기다려야만 하고,
柳條依約不勝寒 버들가지는 여전히 추위를 견디지 못하네.
營門晝閉公移少 영문(營門)은 대낮에도 닫혀 있어 공무가 드문데,
閑對香爐篆屈盤 한가로이 향로 대하니 향 연기 구불구불.
○ 이동권(李東權)
牧野鷹揚將 목야(牧野) 응양장(鷹揚將)이요,
磻溪虎變翁 반계(磻溪)의 호변(虎變)하는 늙은이.
不知超海嶽 바다와 산맥을 넘나다님을 알지 못하니
何以恊羆熊 어찌 비웅(羆熊)이 따를 수 있겠는가.
駿積誠難望 준마(駿馬)의 자취는 실로 바라기 어렵지만,
黽齡幸得同 늙어서는 다행히 같이 얻었다네.
拙吟聊戱耳 졸렬한 시는 그저 재미삼아 읊은 것일 뿐이니,
詎合碧紗籠 어찌 푸른 사롱(紗籠)에 부합될 수 있으리오.
○ 이명한(李明漢)
기묘년(1639) 11월 만수절(萬壽節)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주정청(州正廳)에서 망하의례(望賀儀禮)를 주관하고 물러나 짓다.
星斗迢迢隔九霄 북두성(北斗星)은 아득히 멀어 구중궁궐 먼데,
夢驚風雪午門朝 꿈속에서 눈보라에 놀라 오문(午門)에 조회(朝會)했네.
瓊樓玉宇寒多少 경루(瓊樓)와 옥우(玉宇)는 얼마나 추운지,
一夜孤臣兩鬢凋 하룻밤 사이에 고신(孤臣)의 두 귀밑머리 하얗게 세었네.
○ 신완(申琓)
峽裏花飛春欲殘 골짜기에 꽃잎들 날려 봄이 다 사라져가려 하고,
微風陣陣送輕寒 미풍이 차례로 불어 가벼운 추위 보내오네.
重來歲月心猶記 거듭 찾아온 세월은 오히려 아직도 마음속에 생생한데,
醉後扁章意未闌 술 취한 뒤 지은 시문 아직 그 뜻은 다 싣지 못하였네.
旌節謾誇前度客 정절(旌節)은 전도객(前度客)에게 부질없이 자랑하나,
紗籠誰較舊時看 사롱(紗籠)은 그 누가 옛날과 비교하여 바라볼 것인가.
微寸薄劣眞知忝 미미한 재주 용렬하니 직책 더럽힘을 참으로 알고 있는데,
蚊負還慚報塞難 미약한 힘이라 아직도 보새(報塞)의 어려움에 부끄럽네.
○ 남주헌(南周獻)
삼가 문헌공(文憲公) 현판시를 차운하여 위의 운에 따라 지어, 남안사(南按使)에게 보여드리다.
東遊倦客鬢華殘 동유(東遊)하는 지친 나그네 귀밑머리 쇠잔한데,
小閣如萍嶼雨寒 작은 누각 부평초 같고 작은 섬에 내리는 비 차디차다.
地接楓山秋正好 땅은 풍악산에 접해있어 가을철은 한창 아름다우니,
會從花樹醉方闌 한데 모여 꽃나무를 따르니 바야흐로 심히 취하네.
相公歌曲紗燈靜 상공(相公)이 노래하자 사롱등(紗籠燈) 고요해지고,
吾祖詞章畵壁間 우리 할아버지 시문 단청을 칠한 벽 사이에서 보이네.
日出徧多懷玉宇 해 뜨면 임금님 그리워함이 많아지니,
近臣羈抱此宵難 근신(近臣) 굴레 품어 이 밤 보내기 어렵네.
○ 오도일(吳道一)
점병(點兵)한 후에 좌막(佐幕) 때의 시를 차운(次韻)하다.
佐幕當年春欲殘 좌막(佐幕) 때는 봄의 끝자락이었는데,
此來時序失天寒 이번 올 때의 시절은 추운 날씨가 지났네.
戎壇鼓吹軍容肅 대장 자리에는 북 치고 피리 불어 군용(軍容)이 엄숙하고,
妓席琴歌酒興闌 기생 자리에는 거문고 맞춰 노래 불러 주흥이 무르익는다.
雲岫繞簷憐再迓 산골짜기 구름 처마를 감도니 다시 맞이하기 어여쁘고,
紗籠滿壁記曾看 사롱(紗籠)이 벽 가득하니 전에 본 기억이 난다.
升沉前後俱恩渥 벼슬길 승침(升沉)은 모두 우악한 성은인데,
薄劣偏慚報答難 천하고 못나고 편벽되어 보답할 길 어려움을 부끄러워하네.
○ 오도일(吳道一)
紅蓮舊容惜年殘 붉은 연꽃같이 싱싱한 옛 길손 나이 들어감에 슬퍼하고,
玉節重來鬢雪寒 옥절(玉節) 지니고 이 몸 다시 왔는데 귀밑머리 눈처럼 차디차다.
淸世金貂榮已煥 맑은 시절의 고관(高官) 영화 이미 번쩍였고,
少時花酒興全闌 어린 시절의 꽃과 술은 흥취가 온전히 무르익었네.
樓臺物色渾前樣 누대(樓臺)의 풍경은 거의 전과 같은 모습인데,
妓女容華異昔看 기녀의 모습은 예전에 보던 바와 다르다.
開眼曾題猶在壁 눈 뜨고 바라보니 예전에 지은 시 아직도 벽에 걸려 있는데,
却然才退續成難 시름 잊었으나 재주는 줄어 뒤를 이어 짓기 몹시도 어렵네.
○ 송인명(宋寅明)
前度今來已白頭 예전에 지나가다 이제 다시 돌아오니 이미 백발 되었고,
滄桑人事卄經秋 상전벽해같은 세상 20년 지난 가을이라네.
梅軒聽樂渾如夢 매화 핀 동헌에서 즐거움을 들으니 마치 꿈결 같은데,
謾對佳娥說舊遊 부질없이 아름다운 여인에게 지난날의 유람을 들려준다.
○ 이중길(李重吉)
召伯簿書閑 소백이라 공무가 한가하여,
陟彼南山嵬 저쪽 남쪽 산봉우리 올랐다.
于時望月出 때마침 보름달이 떠오르니,
以此名新臺 이로써 새로운 누대 이름 지으리.
千峰列左右 수천의 산봉우리들 좌우로 늘어서 있고,
一溪中縈廻 시내 하나가 그 사이를 구비 돌며 흘러가네.
秋聲歸萬壑 가을바람 소리는 겹겹의 골짜기로 돌아오고,
百物經霜摧 온갖 만물들은 서리 맞아 쇠잔해지네.
風流傾晉謝 풍류는 진(晉)나라 사안(謝安)보다 못하지만,
携妓同徘徊 기녀를 데리고 함께 배회하네.
得意但如此 뜻에 부합됨이 단지 이와 같다면,
浮生安在哉 덧없는 인생은 어디에 있으랴.
榮枯眞夢幻 영고성쇠(榮枯盛衰)는 참으로 꿈결 같은데,
且莫停金杯 황금술잔 기울이기를 멈추지 마시게.
登臨聘遐想 높은 곳에 올라 아득한 상념의 세계 찾으니,
樂極還生哀 즐거움은 극에 달했다가 다시금 슬픔으로 되살아나네.
佳節近落帽 아름다운 계절은 모자 가까이로 떨어지고,
光陰頭上催 세월은 머리 위에서 흘러가기를 재촉하네.
地始因人勝 땅은 인물로 인하여 뛰어나게 하고,
作詩起後來 시를 지어 뒤에 오는 인물들을 일으키네.
○ 박사해(朴師海)
問疾鋤蝥賊 병폐를 묻고 무적(蝥賊)을 베어내니,
刑威亦撫摩 형벌은 위엄하나 무마(撫摩) 또한 함께한다.
若爲稱上旨 만약 군왕의 뜻 칭송하고자 한다면,
聖德使民歌 성덕을 백성들로 하여금 노래하게 한다.
挾路龍門壯 길을 끼고 용문(龍門)은 웅장하게 서 있고,
參天雉嶽多 하늘을 찌를 듯한 치악산 산봉우리들 많다.
王程自有限 왕정(王程)은 스스로 한계가 있으니,
未敢一登哦 감히 한번 오르고자 하지 못하노라.
海上仙侶近何狀 바닷가 신선은 어떤 모습에 가까울까,
頭白人間愧此翁 머리카락 허연 인간 이 늙은이에게 부끄럽네.
一宿丹邱回馬首 단구에서 하룻밤 머물고 말머리 돌리니,
龍湖只在一岡東 용호(龍湖)는 다만 언덕 하나 넘은 동쪽에 있다네.
3. 누정(樓亭)
[관풍각(觀風閣)]
○ 정조
望門言孝自修身 유가에서는 효를 말하며 스스로 몸을 수양하지만,
祿仕由來或爲貧 벼슬은 간혹 가난 때문에 하기도 하지.
千里江山新刺史 천 리 강산에 새로 부임한 자사,
七旬貞敬大夫人 칠순의 정경대부인.
事君臣日何須計 임금을 섬기는 신하가 어찌 이것저것 생각하리요,
知父母年盖有因 부모의 연세 헤아려 아마도 그러했겠지.
歌曲晬筵紅粉黛 노랫소리 들리는 환갑잔치자리에 붉게 화장한 미인,
盈盈官酒百壺春 찰랑찰랑 넘치는 술 백수의 잔 올린다.
○ 남공철(南公轍)
遠乞初非便乞身 멀리 벼슬 온 건 애초에 은퇴하려는 뜻 아니었고,
閑藩袛是慰慈親 한가한 변방에서 다만 어머님 위로하려는 것 뿐.
關東一路逢豐歲 관동 한 지역에서 풍년 만나,
天下名山作主人 천하 명산에 주인 되었다.
鷰學錦裾廻舞閣 제비는 비단 소매 펄럭이는 춤 배워서 누각 돌고,
鸎諧珠管繞歌茵 꾀꼬리는 피리소리 장단 맞추어 자리 둘러 노래한다.
高堂酒似君恩重 훌륭한 집에 따르는 술 임금의 은혜처럼 소중한데,
詠罷南陔望北辰 노래 끝내고 남쪽 언덕에서 북두칠성 바라본다.
○ 홍병주
天地熙熙壽域春 천지도 화락하게 장수누리는 곳의 봄날,
夫人七耋屬昌辰 부인의 칠순 태평성세에 베푼다.
五雲北闕臨明主 오색 구름 이는 대궐엔 밝은 임금 계시고,
一路東藩寵近臣 동쪽 번방 한 곳에는 총애 받는 근신(近臣).
殷傅甘盤猶有室 은나라 태부 감반은 여전히 왕실에 있고,
漢廷刺史是因親 한나라 조정의 자사는 친척이었지.
棠陰此日皆君賜 당체 그늘진 오늘 모두 임금이 내려주신 것,
爲激丹衷管下賓 격동하는 붉은 마음 손님들을 움직인다.
○ 신현(申絢)
逮我先朝共許身 우리 선조(先朝) 때부터 더불어 헌신하였고,
早知憂國不憂貧 일찍부터 우국불우빈(憂國不憂貧)의 도리를 알았네.
名藩奉檄承新寵 명번(名藩)에서 격문(檄文) 받드니 새로운 은총을 입었고,
閑邑分符得故人 한가한 읍(邑)에서 부신(符信) 나누며 벗을 만나게 되었다.
瞻望梧雲何杳邈 창오산 구름 바라보니 어찌 아득하고 멀기만 한가.
逢迎萍水亦緣因 부평(浮萍)처럼 서로 만남 또한 인연이네.
終宵說到奎瀛會 밤새도록 대화 이어져 규영(奎瀛)이 모였으니,
盛事于今閱幾春 이런 성대한 일이 지금까지 몇 번의 봄 지났나.
○ 김근순(金近淳)
관풍각에 있는 선조(先朝) 어제운(御製韻)에 따라 시를 지어 순상(巡相)에게 드리다.
鳧鴈江湖早乞身 오리와 기러기 노니는 강호에서 살아가기 일찍부터 빌었더니,
烟霞性癖不全貧 연하(烟霞) 좋아하는 버릇 때문에 가난에서 온전 못했네.
適來一路旬宣伯 마침 한 지역으로 순선백(旬宣伯)이 오셨으니,
同是先朝作肓人 다 같이 선조(先朝)의 천석고황인(泉石膏肓人) 되었구나.
松桂分符眞有幸 송계(松桂)에서의 부신 나눈 것 참으로 다행한 일일지니,
蓬萊擧帆豈無因 봉래도에 돛 세우는 일이 어찌 인연 없다 하리.
逢場不妨連宵飮 과장에서 만나 밤새워 마셔도 무방하리니,
尙記瓊林賜醞春 경림연(瓊林宴)에서 선온(宣醞) 내리신 것 기억한다.
○ 신헌조(申獻朝)
豊林雨歇浥輕埃 풍림(豊林)에 비 내리자 먼지 적셔지고,
四面廻塘鏡面開 사면으로 둘러싼 못 거울 표면처럼 열렸네.
三島相望浮彩閣 삼도(三島)에서 서로 바라보니 채각(彩閣)이 떠오르고,
二橋橫亘上暚臺 가로로 걸친 이교(二橋) 통해 요대(瑤臺)로 오른다.
晩移蘭棹荷侵檻 뒤늦게 난주(蘭舟) 노 저어 가니 연꽃들 난간에 침입하고,
細酌瓊漿露映盃 옥(玉) 같은 술 조금 따르니 이슬이 술잔에 비친다.
盡日公門無一事 온종일 공문(公門)에 있어도 아무 일 없으니,
此身眞是坐蓬萊 이 몸은 참으로 봉래각(蓬萊閣)에 앉아있는 셈이로구나.
계해년(1803) 4월 10일에 선부군(先父君) 충헌공(忠憲公)이 시호(諡號)를 받은 것에 삼가 원주감영 선화당에서 아뢰다.
風樹餘哀閱幾霜 풍수(風樹)에 남은 슬픔 몇 번 서리 맞았던가,
東營今日謚筵張 동쪽의 감영(監營)에서 오늘 연시(筵諡) 잔치 베풀었네.
貞忠闡發殆無憾 곧은 충정을 드러내니 거의 회한(悔恨)이 없고,
文憲揄揚始有光 문장과 법도로서 찬양하여 비로소 빛이 난다.
感徹幽明宣紫誥 유명(幽明)을 환하게 통하여 군왕의 가르침을 널리 펼치고,
榮同州郡集銅章 주군(州郡)도 영화(榮華) 같이하여 동장(銅章)이 모였다.
此中更切遺臣痛 이 가운데 유신(遺臣)의 아픔은 더욱 통절하고,
千古梧山望裡蒼 천고의 창오산은 무성하고 푸르구나.
○ 이집두(李集斗)
蓬萊勝賞問何秋 봉래산 명승을 어느 해에 감상했던가,
新閣觀風足一遊 새로 지은 관풍각은 족히 한번쯤 유람할 만하다.
雉岳向前空色見 치악산 향한 앞은 빈 하늘색만 보여줄 뿐이고,
荷池仍舊遠香收 연꽃 핀 못은 여전히 멀리 향기를 거두고 있네.
逍遙杖屨澄淸暇 나막신 신고 지팡이 짚으며 소요하니 여가도 해맑고,
娛樂管絃朱墨休 관현(管絃)은 즐겁고 주묵(朱墨)은 쉬게 되네.
置我此間相淂地 나를 이 사이에 서로 마음이 맞는 곳에 놓아두니,
觴吟況是好風流 술 마시고 시 읊으니 오히려 좋은 풍류(風流)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