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군도 최고봉 자은도 두봉산>
이번에 찾은 나주군도(羅州群島)는 150개가 넘는 많은 섬들로 이루어졌다. 신안군의 중심인 이곳의 섬들은 산과 바다를 동시에 갖춰 피서
여행지로 알맞은 환경을 지녔다. 신안군은 이 일대를 통틀어 ‘다이아몬드 제도’라는 별칭으로 홍보하며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이곳의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네 섬은 연도교로 이어져 하나의 지역으로 묶여 있다. 배를 이용하지 않고도 네 섬을 두루 돌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연도된 네 섬 가운데 가장 북쪽에 위치한 자은도는 풍부한 볼거리를 지니고 있는 섬이다.
특히 나주군도 최고봉인 두봉산(363.8m)이 자은도에 자리하고 있다. 이 봉우리는 주변 섬산에 비해 유독 웅장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뚜렷한 하나의 산줄기가 곧게 뻗어 있는데다 가지를 뻗은 지능선 또한 수려하기 때문이다.
▲ 건너편에 보이는 봉우리는 암태도 승봉산. 자은도와 암태도는 은암대교로 연결되어 있다.
주민들이 전하는 두봉산에 대한 전설도 은근히 재미있다. 자은도는 태초에 세상이 만들어질 때 바다 속에 잠겨 있었다고 한다.
다만 한 말(斗=두) 가량의 땅덩어리가 솟아 있었는데, 세월이 흘러 바닷물이 줄며 섬이 만들어지고 두봉산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바로 옆 암태도에는 두봉산보다 조금 작은 한 되(升=승) 가량의 땅덩어리가 솟아 있었는데, 이것은 나중에 승봉산(355.5m)이 되었다고 전한다.
지금도 두봉산 산정의 바위에는 조개껍질이 발견되어 이 산의 생성설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두봉산에 전해오는 또 하나의 전설은 산 이름과 관련된 것이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 휘하에 두사춘이라는 병사가 있었는데,
그가 탈영해 이곳 자은도에 숨어 지냈다. 그는 은신하는 동안 이 산에 올라 “큰 산이라고 해서 올라와 보니 발아래 있다”면서
이를 기념해 산 이름을 두봉산으로 지었다고 한다. 또, 두봉산 남쪽 해발 126m 지점에 천혜방(天惠房)이라는 자그마한 방 모양의 바위굴이 있는데,
이곳이 두사춘이 숨어 지냈던 장소라고 전해진다. 명나라의 원정군이 회군하자 그도 이곳을 떠나며 감사하는 마음에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두봉산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육로가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뱃길 확보는 물류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실제로 자은도와 북쪽의 증도 사이의 해협은 한반도 남쪽과 중부를 잇는 대단히 중요한 항로였다.
고려 우왕 3년(1377년)부터 조선 세종 23년(1441년)까지 이곳에 수군영이 위치했고,
또한 일제 강점기에는 해로를 확보하기 위해 섬 북쪽에 많은 땅굴 진지를 만든 흔적이 남아 있다.
면소재지인 구영리가 조선시대 당시 수군영이 있던 자리다. 기록에 따르면 종사품 벼슬의 관리가 수군 400여 명을 거느렸다.
막사는 두봉산 북서쪽의 성제봉(225m) 아래에 있었고, 현재 자은초교가 있는 곳이 병사들의 훈련장이라고 전해온다.
지금도 성제봉 부근에는 돈대 규모의 성터가 남아 있고, 도자기 조각들이 많이 발견된다.
<가파른 산길이 결코 만만치 않아>
두봉산으로 가려면 여객선이 닿는 암태도 남강 선착장에서 찻길을 타고 자은도로 이동해야 한다.
암태도와 자은도를 잇는 은암대교를 건너기 직전 건장한 풍채의 두봉산이 잠깐 모습을 드러낸다.
한눈에도 두봉산은 단순히 높기만 한 산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뼈를 드러낸 정수리의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수행을 견뎌낸 도인처럼 위풍당당하다.
두봉산 산행은 면소재지인 구영리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통이 편하기 때문이다.
면사무소 앞의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200m쯤 가니 왼쪽에 커다란 두봉산 등산로 안내도가 보인다.
이 안내도 바로 옆에 곧바로 산으로 진입하는 소로가 나 있다. 무선기지국을 통해 주능선으로 오르는 길이다.
“성제봉에 정자를 만들면서 길을 새로 정비했는데, 몇 달 사이에 완전히 풀이 우거졌네요. 길이 생각보다는 나쁜 것 같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섬산은 아무래도 길이 좋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도 자은도의 경우 신안군과 면사무소에서 적극적으로 산길 관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습하고 따뜻한 이곳 날씨는 식물 생장에 유리한 환경이다.
산길 정비작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시 풀이 무성하게 자란 것이다.
▲ 성제봉에서 정상 가는 도중에 거치게 되는 바위절벽.
가파른 산길을 10분 가량 치고 오르니 성제봉(225m)과 무선기지국이 있는 봉우리로 연결된 능선에 올라붙었다.
잠시 숨을 돌리고 보니 앞에 솟은 성제봉까지 가는 길이 보통 가파른 것이 아니다.
초반에는 침목계단이 나타나다가 곧 사라졌다. 그리고는 발붙이고 쉬기도 힘든 엄청난 급경사 길이 20분 가량 이어졌다.
성제봉 정상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최근에 만든 정자가 서 있었다.
북쪽의 두모 마을 일대와 3km가 넘는 긴 해안선을 자랑하는 둔장 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정상 직전 1km 구간이 백미>
성제봉에서 남쪽으로 뻗은 주능선은 한껏 고도를 낮췄다. 이정표가 없다면 하산로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내리막길이 길었다.
10여 분 동안 그늘이 짙은 숲길을 따라 내려섰다. 내리막이 끝나고 나니 제법 주능선 분위기가 나는 산길이 나타났다.
바지를 잡아끄는 가시덤불과 키 큰 시누대가 숲을 이룬 것이 특이했다.
능선길을 따라 잠시 나아가니 벤치까지 만들어 둔 널찍한 안부에 도착한다.
이곳은 구영리에서 대율리로 이어지는 산길이 지나가는 고갯마루로, 이름은 대율재다.
이곳에서 서쪽 하산길을 따르면 자은초교 밑 저수지 방면으로 내려설 수 있다.
별다른 조망이 없어 곧바로 정상 방면의 산길을 따른다.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는 능선길을 타고 다시 15분쯤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구영저수지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보인다. 면소재지에서 두봉산을 오르는 최단 코스로 이용되는 산길이다.
이 삼거리에서 정상까지 약 1km 구간이 두봉산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두루뭉술한 암반 위로 이어지는 능선길 어디서나 조망이 뛰어나다.
자은도 북쪽의 한운리와 바다 건너 증도의 우전 해수욕장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구명리 일대의 드넓은 논밭은 햇살을 받아 푸른 빛을 쏟아내고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수려한 경관이 펼쳐졌다.
▲ 도명사 하산길의 시설물들. 계단과 난간을 설치해 안전산행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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