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유산을 받은 라훌라
교단 전체의 문제점을 한 쪽에서 해결하는 동안 한 쪽의 가족들도 그들의 생각대로 만족하면서 지냈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 생각해서 얻은 대답과 반대가 된 상태를 보고는 울음잔치를 치러야 했다.
나는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지만 막지 못했다. 일생을 존경해 왔던 형님께 반대되는 일을 감히 할 수 없었으며, 교단의 새로운 싹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 날은 부처님께서 까삘라에 오신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여러 가지를 미리 준비한 야소다라는 아들 라훌라를 잘 입혀서 그의 아버지께 보냈다.
"라훌라야! 어머니 말을 잘 듣거라. 저기 저 거룩하신 분이 너의 아버님이시다. 네가 앞으로 이 왕궁을 물려받아서 왕이 되려면 재산이 많아야 한다. 너는 너의 아버지에게 가서 유산을 달라고 청하여라."
왕궁에 부처님께서 오실 때마다 어른들이 하는 말씀을 듣고 라훌라도 자기 아버지를 잘 알고 있었다. 부처님이 아버지임을 알자 애정도 생겼다.
라훌라는 부처님의 앞으로 똑바로 걸어왔다. 아버지와 얼굴을 마주하면서 방긋이 웃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가르쳐준 말을 기억하면서 친밀히 여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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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 아버지의 그늘은 편안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라훌라에게 대답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가셨다. 라훌라도 아버지 가사 끝을 잡고서 따라갔다.
"아버지, 저에게 유산을 주세요. 아버지 저에게 유산을 주세요."
라훌라는 쫄랑쫄랑 따라가면서 옹알옹알 말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이렇게 만나는 모습에 뒤따르는 비구들은 몹시 놀랐다. 그러나 아무도 막지 못했다. 숫도다나 대왕조차도 자기 아버지를 따라가는 손자를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니그로다 정사까지 이르렀다.
"사리뿟따여."
"예, 부처님!"
부처님께서는 거처에 드시면서 부르셨다. 공손하게 대답하며 마하 사리뿟따 존자가 나서자 그분은 말씀하셨다.
"이 아이가 아버지의 유산을 원한다. 그가 원하는 대로 아버지의 유산을 얻을 수 있도록 사미를 만들어 주어라."
아들 라훌라를 사리뿟따 존자에게 넘겨주셨다.
돌고 도는 윤회업이 항상 따르기 때문에 고통스럽고 피곤한 시간을 아버지가 유산으로 주지 않았다. 그 윤회에서 벗어나 참다운 행복, 출세간의 행복을 유산으로 준 것이다. 아들을 이보다 더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겠는가?
마하 사리뿟따 존자께서는 아버지 뒤에 바싹 붙어 아직도 가사 자락을 꼭 잡고 있는 라훌라를 불렀다. 그리고 삭발을 시키기 전에 여쭈었다.
"부처님! 라훌라를 어떻게 사미로 만들어 주어야 합니까?"
"비구들이여! 삼귀의로서 사미를 만들어 주는 것을 나 여래가 허락한다."
바라나시 근처에 있는 동안 삼귀의를 통해서 비구가 되는 것을 허락하셨다. 다음 마하 브라만이 비구가 될 때에는 삼귀의로 비구를 만들어 주던 것을 수계라는 형식을 통해서 비구를 만들어 주도록 정하셨다.
그래서 삼귀의를 통해 비구가 되는 것이 적당한지 아닌지 의심이 있었다. 마하 사리뿟따 존자님의 말씀은 이러한 일을 내다보신 것이다.
부처님도 이런 문제를 생각하셨기 때문에 마하 사리뿟따 존자가 여쭌 문제에 대해 "비구들이여!" 하고 대답하신 것이다. 그분의 말씀을 들은 다음 사리뿟따 존자는 우물곁으로 갔다.
라훌라를 사미로 만드는 잔치에는 세간에서처럼 아름다운 행사들이 없었다. 북도 종도 치지 않고 코끼리와 말, 그리고 가마도 없으며 참석한 친척도 없었다. 그러나 교단 안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존자들께서 차례로 둘러서서 축하해 주었다. 마하목갈라나 존자는 라훌라의 머리를 깎아 주고 가사를 입혀 주었다. 또 삼귀의를 소리 내어 정확하게 내려 주었다. 라훌라도 똑똑한 발음으로 따라 했기 때문에 사미가 되는 의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마하 깟사빠 존자는 가르침의 법문을 일러주셨다. 크고 작은 허물을 가까이 보아서 허물이 없도록 잘 지도해 주시는 사리뿟따 존자는 라훌라의 전계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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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행사로 사미가 되는 의식 절차가 끝났을때 할아버지 숫도다나 대왕께서 도착했다. 대왕은 숨이 가쁜 모습으로 부처님께서 거처하시는 곳으로 곧바로 들어갔다.
그분이 오실 것이라고 미리 아신 부처님께서는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기다리신 것이다. 숫도다나 대왕은 부처님께 공손히 머리 숙여 합장 드리고 말했다.
"거룩하신 부처님이시여! 제자가 상(賞) 하나를 청하겠습니다."
"대왕이여, 붓다는 상을 주는 것에서 벗어났습니다."
부처님과 함께 비구들은 자신의 한 끼니를 위해서만 다른 이의 대문에 가서 서야 한다. 그래서 자기에게 주어야 할 상이 없음을 부왕에게 말씀하신 것이다. 부왕 역시 물건이나 재산, 금은보배가 아닌 상임을 다시 여쭈었다.
"부처님! 적당한 상, 허물이 없는 상을 청합니다."
"대왕이시여, 원하는 상을 말씀하십시오."
"부처님! 부처님께서 숲으로 가서 수행자가 되었을 때 제자는 크나큰 고통을 받아야 했습니다. 작은 아들 난다 왕자가 비구가 되었을 때는 더욱 마음의 고통을 얻어야 했습니다. 부모들이 아들을 사랑함이란 살을 뚫어서 뼈 속의 골수에까지 아픔이 미칩니다. 부모가 허락하지 아니한 아들을 비구나 사미를 만들어 주시지 말기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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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보신 분으로 이 할아버지를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편에서 보면 허물을 지울 수도 없다. 삼보에 대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존중하는 자기 같은 사람조차 아들과 손자가 헤어졌을 때 견딜 수 없이 아파한다.
그렇다면 삼보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으리라. 이러한 체험에서 우러난, 모든 아들과 손자를 가진 이들을 위해서 소원을 청한 것이다.
긴 세월의 이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 가까운 친척 두 사람을 거둔 다음 부처님께서 부왕의 말씀을 따라주셨다.
"비구들이여!
어머니, 아버지가 허락하지 아니한 아들을 스님으로 만들어 주지 말라. 그들을 스님으로 만들어 주는 비구에게는 나쁜 행동의 허물을 지운다."
계율 하나를 정하여 발표하셨다. 교단이 머무는 동안 이 계율은 함께 하여야 할 것이다.
Apadāna aṭṭhakathā
첫댓글 사두사두사두
사두사두사두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