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제3중수골은 경주의 부담을 견딜 수 있게 변형되어야 하고, 이 변형과정에서 제3중수골
원위배측부 골막염 또는 골절 같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조교시켜야 한다’는 외국의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한편 이런 변형과정을 유도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2세 이전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복원력
조교의 충격 또는 자극은 나이가 든 말보다 어린 말에게 주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한다. 뼈의 경우,
텍사스 A&M 대학 수의외과 교수인 제프리 왓킨스(Jeffrey P. Watkins)은 “성장단계에
있는 어린 말의 뼈는 기본적으로 빠르게 변형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고 밝혔다.
콜로라도 주립대 외과교수인 웨인 맥일레이스(C. Wayne Mcllwraith)도 “2세마의 골격은
복원력이 좋아서 어떤 손상도 빨리 회복하나 제3중수골은 나이가 들수록 더 약해지므로 손상발생시 그
피해 정도가 크다”고 주장하였다.
어릴 때 조교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것이 위험부담이 적으면서 더 쉽고 빠르게 제3중수골을 변형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영국 왕립 수의과 대학의 로저 스미스(Roger Smith) 교수와 앨런 굿십(Allen Goodship)
교수의 건(腱)에 대한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스미스와 굿십 교수는 2세 전에 건이 자라면서 체중
부담에 적응하는 과정을 관찰하였다. 그 결과 2세 전에 1펄롱(200m)부터 1마일(1,600m)까지
점진적으로 거리를 늘리면서 1주에 2번씩 빠른 조교를 실시하면 이런 적응과정이 가속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말이 2세를 넘기면 건이 적응(단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손상을 입는다는 것이
두 교수의 주장이다.
굿십 교수는 “우리는 건의 일부 성분들이 발달 초기에는 존재하다가 나이가 든 후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건에 있는 단백질(cartilage oligomeric matrix protein)이 건의 운동반응능력에
기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천지굴건 손상(그림 2)이 경주와 레저용 말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 나이든
말처럼 천지굴건이 커지거나 강해지면 운동에 반응하지 않고 사실상 손상이 지속되나 어린 말에게 점진적인
조교를 실시하면 건은 손상받지 않고 정상으로 유지된다. 근육, 골과 건이 다 형성된 성숙한 말에게
조교를 시작하는 것보다 근골격계가 발달하기 전에 점진적으로 조교를 시작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고
설명했으며, 어린 말을 조교·출주시키는 것이 훗날 말이 나이가 들었을 때 건염의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이론화하였다.
굿십 교수는 또한 골과 건의 강도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 선천적으로 골이 튼튼하면 건도 튼튼하고,
선천적으로 약하게 태어나면 골과 건도 약하다고 밝혔다.
맥일레이스 교수는 “근육의 긴장도가 느슨하면 그 말은 조교가 잘 안된 것으로 손상을 입기 쉽다”며
“근육 긴장도가 적절하게 유지되도록 조교하는 것이 전체적인 근골격계의 건강에 중요하다”고 언급하였다.
세계말연구연맹(the Global Equine Research Alliance, GERA: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뉴질랜드 매시대, 영국 왕립 수의과대학,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대학)도 어릴 때
조교를 시키는 것이 부상을 예방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그들이 번식시킨 33마리의 망아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 중이며, 이 결과를 오는 7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반면 아서 교수는 “2세 또는 심지어 망아지 때부터 조교를 시작하는 것이 말의 건강을 위해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특정연령을 ‘조교를 시작하는 최적기’라고 규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어떤 말에게 적절한 것이 다른 말에게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결국 개체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1. 경주마의 부상에 관한 문제에 접근할 때 우선은 생산·육성단계에서
시작해서 주로와 조교까지 넓혀 가는 것이 순서이나, 현재 여건상 일단은 조교방법부터 시작하여 역으로
생산현장에 전파되도록 하자.
2. 2세 전부터 점진적으로 조교를 시작하여 2세 6∼7개월령에 습보로 내주로 한바퀴 주행이 가능해지면
3. 1펄롱을 13∼15초의 속도로 주당 2∼3회 인터벌 조교를 실시하고
4. 한 달 단위로 1펄롱씩 늘려 3개월 째에 3∼4펄롱까지 1펄롱당 13∼15초의 속도로 인터벌
조교를 한다.
결국 경주마는 연령에 관계없이 적절한 제3중수골 변형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맥일레이스 교수는 “경주마를 3세 또는 4세에 조교를 시작해도 어린 말이 겪어야 하는 같은
문제를 겪으며, 5세 또는 6세에 조교를 시작해도 어린 말을 조교시켰을 때와 같은 문제가 있었다.
이는 조교의 자극에 ‘내가 튼튼해질 필요가 있다’는 제3중수골의 반응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결국
어릴 때부터 제3중수골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강해지도록 점진적인 변형을 유도하는 조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주 중 경주마 사고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어린 말을 조교하는 것이 해가 되지 않는다고 할 때, 그렇다면 과연 경주도 그러할까?
경주마가 2세 때부터 출주하는 것보다 4세 때부터 출주할 경우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확률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의 수 스토버(Sue Stover) 수의사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경마장 폐사마
연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4세마들이 가장 많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또 호주 시드니대학 수의외과 Craig Bailey 연구팀은 “2세에 첫 출주를 한 말이 3세나
그 이상의 연령에서 첫 출주를 한 말보다 경주마로서 더 오래 활용되었다”고 발표하였다(이유는 규명되지
않았으나 나이든 말들의 조교시 부상 또는 단순한 능력부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아서 교수는 비록 조교가 잘된 어린 말이라도 부주의하게 출주시켜서 부상당하게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즉 말을 출주시킬 때에는 여러 인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로 발걸음을 들자면,
조교시에 좋은 발걸음과 나쁜 발걸음을 잘 고려하여 출주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아서 교수의 지적이다.
텍사스 A&M 대학 수의과 교수인 피셔(Fisher)와 빌 모여(Bill Moyer)는 자신들의
연구에서 “출주할 경주로와 같은 성질의 조교 주로에서 조교하는 것이 필요하다. 푹신한 우드 칩(Wood
chip) 주로에서의 조교가 그보다 더 단단한 더트 주로 경주에 적합하도록 골을 강화시키는 데 충분한
자극을 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리도 우리 주로를 탓할 것만이 아니라 우리 주로에서 뛸 말은 우리
주로에 적응시켜야 할 것이다.
좋은 조교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경주는 근골격계에 부담을 준다. 이 부담 중 일부분은 말이 극복해야
할 경주거리이다. 영국 Animal Health Trust의 제임스 우드(James Wood)는
자신의 연구에서 “경주거리에 비례하여 치명적인 손상도 증가한다. 경주거리가 반 마일(800m) 줄어들면
출주당 위험률은 35%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정신적 스트레스에도 관심을
경쟁 자체에 필요한 마체상태뿐만 아니라 어린 말에게 주어지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낯선 마방, 낯선
풍경, 주변 소리, 경쟁상대인 다른 말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와 관련, 아서 교수는
조교 주변환경 자체도 근골격계에 무리를 주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버풀 대학의 팀 파킨스(Tim Parkins) 교수는 출주 간격이 짧을수록 골절의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말수의사협회 전 회장이며 캘리포니아 북부 Pioneer Equine Hospital의
제리 블랙(Jerry Black) 수의사는 정신적·육체적 이유를 들어 말에게 경주 기간뿐만 아니라
조교기간에도 휴식을 줄 것을 권한다. “주로에서 기초조교시 말을 편안하게 해주고, 특정 조교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해주는 것이 말의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되고 경주마로 오래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누너메이커는 “조교 중 휴양은 말의 심리 안정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이 휴양기간에 감소된
운동부하에 맞춰 첫 번째 변형이 개시되므로 제3중수골의 발달에는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 기간에
제3중수골이 약하게 적응된 상태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조교를 재개하면 골막염 등의 문제를 일으켜
조교를 계속 시켰을 때보다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명심할 점들
현재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어린 말을 조교·출주시키는 것은 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할 점은 결과가 공통적이지 않고 경주마별 개체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맥일레이스 교수는 “짧은 거리의 빠른 조교가 도움이 된다는 것은 어린 서러브레드 경주마에서만 나타났다.
그 이상을 추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언급하였다.
또 누너메이커는 “빠른 조교가 경주마에 통했던 이유는 경주 스피드로 주행하는 것은 단순한 습보에서의
충격과는 다른 충격을 주는 다리 골각도로 말이 달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말을 기초부터
점진적으로 조교 수준을 증가시켜 강한 판형태의 뼈로 발달하도록 변형시키는 개념으로 조교를 시켜야
한다.
결론
우리의 경우 2002∼2003년 출주마 2만3,824두 가운데 경주 중 부상으로 휴양 및 폐사처리된
말은 총 148두(0.6%)였고, 이 말들의 첫 출주까지 소요된 기간은 약 3년이었다. 특히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2003년 11월의 경우 대다수 사고마가 국내산마 중 개별거래마였다는 점은 여기서
언급했던 이론과 실험결과들처럼 그나마 마사회 육성목장에 매입되어 어린 시절에 조교를 받았던 말들이
그렇지 못한 개별거래마보다 사고횟수가 적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서는 좀더 체계적인 조사·연구가
필요하나 이 글에서 언급한 내용이 개연성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처럼 경주마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이런 부상으로 경주마의 생명이 끝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주마의 부상에 관하여 접근할 때 그 범주는 생산·육성단계에서의 관리, 주로와 조교방법으로
크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내산마의 생산과 육성, 서울경마공원 주로에 대해서도 의견이 많을
것이다. 여기서는 일단 조교방법에 대해서만 제안해 보겠다.
연령에 따른 조교와 뼈의 발달 관계에 대해서 밝혀야 할 것이 아직도 많지만,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
보자면 조교를 개체에 따라 점진적으로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물론 서울경마공원에서
결승선 전방 200m에서 결승선까지의 평균기록이 12초대에서 14초대라는 것을 고려할 때 지난호
‘표 1’에서 보듯 3군의 경주마가 4펄롱까지 펄롱당 13초로 주 3회 조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는
조교사도 있을 것이다. 조교시 기승자에 대해서도 지난호 ‘표 2’에서처럼 1펄롱을 15초로 타려면
우선 기승자가 정확한 속도감각이 있어야 할 것이고, 사실상 15초는 말이 끌려고 하는 속도로 이
속도를 유지하면서 조교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끌릴 경우 말다리 주요 부위에 크게 무리가 갈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특정구간에서 말이 끌 경우 그 구간이 아닌 곳에서 인터벌 조교를 실시하거나,
그 구간을 반대방향으로 주행하거나 하는 등).
어쨌거나 경마장에 입사하는 20개월령 때부터 점진적으로 조교를 시작하여 2세 6∼7개월령에 습보로
내주로 한 바퀴(약 1,600m) 주행이 가능해졌을 때 1펄롱을 13∼15초의 속도로 주당 2∼3회
인터벌 조교를 실시하여 한 달 단위로 1펄롱씩 늘려 3개월째에 3∼4펄롱까지 1펄롱당 13∼15초의
속도로 인터벌 조교를 실시해 볼 것을 제안한다.
이 제안을 마필관계자와 시행체가 공동으로 시행해 보고 그 결과를 잘 정리한다면 2005년도 아시아경마회의에서
세계의 경주마 연구 경향과 부합하는 한국에서의 연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좋은 사례도 될 듯하다.
아울러 이는 얼마 전 우리회가 선포한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을 실천한다(Life & Love
with KRA)는 KRA-Way 이념과도 잘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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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경마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있어서 늘 감사 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