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을 감동시킨 한 마디, 화를 면하다 / 석림 법사
[27사단 석림법사 법문 /bbs]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을 잘 보호하는 것이다.
성의 주인이 성을 잘 지키는 것처럼 감관을 잘 단속해야 한다.
성주가 밖으로는 외적의 공격을 경계하고,
안으로는 부하들의 반역을 조심하고
같은 편 사람이 외적과 내통하지 않나 단속하는 것처럼,
밖으로 번뇌의 적이 마음으로 쳐들어오지 않나 경계하고
내 마음속에 탐진치가 일어나지 않게 조심하고
내 마음이 외부의 옳지 못한 유혹에 동화되지 않게 단속해야 한다.
안팎으로 성을 잘 지키면
백성들이 두려움 없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마음의 성도 튼튼하게 잘 지키고 단속하면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특히 언행을 조심해야 하는데
잡아함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면 입 안에 도끼가 함께 생긴다.
그것을 잘 간수하지 않으면 도리어 제 몸을 찍나니,
세 치 혀를 잘못 놀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월하선사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말의 화살을 가벼이 던지지 마라.
귀에 한 번 들어가면 힘으로 빼내지 못 하느니라."
그런 반면에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속담도 있다.
실제로 말의 힘은 매우 커서 자신이나 남을 살리기도 한다.
입으로 짓는 구업이 무서운 만큼 입으로 짓는 공덕도 큰 것인데
말 속에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구전으로 전해 오는 이야기에 이런 게 있다.
부뚜막을 다스리는 조왕신이 어느 집 부엌에 갔더니
청소도 하지 않고 악취도 심해서 머물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게 며칠을 지켜보다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벌을 줘야겠다 생각하고
아우였던 산신이 징벌을 맡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말하고 벌을 주라고 하였다.
산신이 가 보니까 찢어질 듯 가난한 집인데
부엌에는 거적문 하나밖에 없었다.
주부가 아궁이에서 재를 긁어내더니 오줌을 눠서 불을 끈 다음에
거적문을 발로 툭 차면서 나왔다. "아이구 추워라~
우리도 이리 추운데 산에 계신 산신님은 얼마나 추울꼬?"
하면서 코를 팽 풀고 치마에 손을 닦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조왕신을 만나서 산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그 집이 너무 가난해서 귀천이 없을 뿐, 심성은 고운 분이었소.
형님이 복을 한번 주시고 그래도 잘 하지 못했을 때 벌을 주면 어떨까요?"
조왕신이 가서 복을 주었고,
형편이 좀 풀리자 깨끗하게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부뚜막에 흙을 발라 반듯하게 다듬고 가마솥도 반들반들 닦고.. 참 잘 하였다.
나중에 산신이 "어떻든가요? 벌을 줄까요?" 물으니
조왕신이 말했다. "아우님, 그러지 마시오. 복을 좀 주었더니
얼마나 깨끗하게 해 놓고 착하게 사는지 모른다우.
하마터면 착한 사람한테 벌을 줄 뻔 했는데 참으로 고마우이."
말 한 마디로 화를 피했을 뿐만 아니라 커다란 복덕까지 돌아온 것이다.
진심이 담긴 말은 이렇게 적이 될 수 있던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적군을 아군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 들어있다.
"몸을 단속하고 입을 단속하고 뜻을 단속하라.
그러면 모든 괴로움이 완전히 없어지리라." <부처님 말씀>